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중국 산시성 양취안시에 있는 양취안 밸브 유한공사를 방문해 생산 작업장과 전시된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5.7.7 /사진=신화/뉴시스
2025.07.11 14:46
1950년대 초, 공산당이 수년간의 전쟁으로 황폐화된 중국을 재건하기 시작했을 때, 혁명의 영웅이자 당 주석 마오쩌둥은 "우리는 탁자, 의자, 찻잔과 찻주전자는 만들 수 있지만 자동차, 비행기, 탱크, 트랙터 그 어느 한 대도 만들 수 없다" 고 중국 산업의 참담한 현실을 솔직하게 평가했다.
곧이어 제1 트랙터 공장과 볼 베어링을 생산하는 인근 공장이 중부 허난(河南)성의 고대 도시인 뤄양(洛陽)에 설립되었는데, 라이프치히 대학의 카리나 카스눌리나에 따르면 이는 당의 제1차 5개년 계획에 따라 구상된 156개 산업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불과 몇 년 후 1958년, "동방홍"(東方紅, 동쪽이 붉다)이라는 이름의 첫 중국산 트랙터가 생산 라인에서 출고되었다.
7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진정한 군사 초강대국 중 하나로 부상했다. 하지만 베이징의 국가 지도자들이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듯이, 중국은 아직까지 수십 개의 산업적 "병목지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서방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병목지점이 궁극적으로 중국의 자립 추구를 가로막고 있으며, 무역 전쟁과 수출 통제의 시대에 미국의 압박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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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컴퓨터 칩뿐만 아니라 현대 제조업의 필수 구성 요소인 일련의 잘 알려지지 않은 부품과 소재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서방에게 우려스러운 점은 적어도 중국이 이러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AI와 같은 도구를 활용해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중국 공장의 품질 문제와 일관되지 않은 수율 때문에 중국과의 경쟁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었던 유럽, 일본 및 미국의 주요 경쟁사들은 이제 높은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다.
독일산업연맹(BDI)의 중국 주재 수석 대표인 엘리사 회르하거는 "우리가 숙고해야 할 점은 서구에 대한 중국의 기술 의존도의 역학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고 말한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정밀도와 엔지니어링 우수성에 대한 명성 덕분에 고품질 산업 제품에 관해서는 여전히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쟁사들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첨단 반도체 제조 같은 몇몇 병목 지점은, 정복되려면 수십 년은 아니더라도 수년이 더 걸리겠지만 다른 것들은 해결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이다. 이런 제품에는 항공기와 볼 베어링에 사용되는 탄소섬유가 포함된다.
지난달 시진핑 주석은 마오쩌둥 시대 뤄양공장(현재 국영 뤄양베어링그룹이 운영) 현장을 선정해 중국이 남아있는 잠재적 병목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결집을 촉구했다.
마오쩌둥 이후 중국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인 시진핑의 뤄양 방문은 상징적이면서도 시의적절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중국의 기술력이 인민해방군에 도움이 되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것을 우려해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이러한 통제나 위협으로 인해 오히려 중국은 통제 이전 보다도 중국의 취약성을 완화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되었다고 프린스턴대학의 중국 산업 정책 연구원 카일 챈은 말한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해 세계 양대 경제의 디커플링을 가속화하겠다고 위협하는 글로벌 무역전쟁을 시작한 이래 시진핑의 산업 자급자족 추구 동기는 더욱 강화되었다.
"과거에 수입 성냥, 비누 및 철에 의존했던 것에서 시작해, 지금은 가장 완벽한 산업 카테고리를 갖춘 세계 최대의 제조 국가가 되기까지, 중국은 올바른 길을 걸어왔다"고 시 주석은 뤄양의 볼 베어링 엔지니어와 기술자에게 말했다.
"중국은 제조업 부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자립자강(自立自强)을 견지하며, 핵심 기술을 완전히 장악해야 한다."
중국 동부 항저우 외곽에 위치한 평범해 보이는 비즈니스 파크에는 조용한 산업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징후들이 보인다.
딥비전 테크놀로지(DeepVision Technology)의 중국 엔지니어 팀은 원래 위장수술용으로 개발된 이미지 처리 기술을, 수십 년간 중국 기술자들을 끈질기게 괴롭혀온 골치 아픈 문제, 즉 고품질 볼 베어링을 대량으로 제작하는 방법에 활용했다.
고급 볼 베어링은 고속열차와 터널 굴착기부터 전기차, 휴머노이드 로봇, 드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마찰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컨설팅사 트리비움 차이나(Trivium China)의 에너지 분석가인 코시모 리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현재 높이 200미터 가까이 건설되는 해상 풍력터빈은 약 25년간 가동되야 한다. 이런 거대한 기계에 들어가는 베어링은 "엄청난" 무게와 압력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베어링 제조업체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까다로운 신뢰성 요구조건"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단연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볼 베어링 시장이다. 하지만, 53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베어링 산업은 스웨덴 SKF, 독일 Schaeffler, 미국 Timken, 일본 NSK, NTN, JTEKT 가 주도하고 있다.
SKF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6개 제조사가 전 세계 롤링 베어링 시장의 약 55%를 차지한다. 중국기업은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우한과기대 연구진이 2020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미세 구조 결함 관리와 치수 정확도 면에서 중국 기업들이 스웨덴, 일본 경쟁사들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4년 뒤 중국 투자그룹 카이위안증권(開源證卷)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베어링 제조업체의 중고급 제품 비중은 여전히 전체 생산량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딥비전(DeepVision)의 창립자 왕 슈아이린(38) 사장은 공장 위층 사무실에서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밝은 성격의 그는 자신의 팀이 어떻게 AI 칩과 이미지 센서를 결합해 베어링의 모양, 크기, 구조에서 2마이크로미터(0.002mm) 까지의 미세한 결함까지 식별하는지 보여줬다.
왕 사장은 딥비전의 검사 시스템이 뤄양을 포함한 고객사들의 품질 관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국 고객사는 90% 미만이었던 볼 베어링의 수율이 97%로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객사는 이전에 연간 400건에 달했던 고객 품질 불만이 이제는 2-3건에 불과하며, 수검을 위한 필수 인력도 150명에서 수 명으로 줄었다.
왕 사장은 "중국이 고정밀 기계를 생산할 능력이 없다는 편견이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한다.
외국 경쟁업체들이 오랜 기간 동안 기술적 우위를 쌓아왔지만, 2017~18년경 본격화된 제조업의 AI 도입에서는 모든 기업이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중국은 이런 기술을 더 빠르게 채택하고 있어서 국산 제품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산업연맹(BDI)이 의뢰해 컨설팅 업체 차이나폴리시(China Policy)가 지난 5월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400만 개 공장들은 딥비전이 보여준 것 같은 AI의 산업 활용 효과를 이제 막 경험하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향후 10년 내 대부분의 대형 공장에 첨단 스마트 제조 시설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이러한 상황은 곧 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세계 최대 외국계 볼 베어링 공급업체들이 중국보다 상당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우주, 화학공장 같은 극한의 환경이나 온도에서 장기간 작동해야 하는 기계의 핵심 부품을 생산할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업체들조차 중국의 진보를 경계하고 있다.
SKF 중국 마케팅 책임자 비비안 왕은 스웨덴 예테보리에 본사를 둔 SKF가 중국에서 베어링을 판매해온 역사는 268년 이어진 청나라가 막을 내린 1912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9개의 제조 단위, 6000명의 직원, 중국 공급망 전반의 높은 현지화율 등 SKF의 대규모 현지 기반을 강조했다.
"중국 업체를 포함한 경쟁사들의 역량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우리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세계 4위 볼 베어링 제조업체 NTN의 설계 담당 부책임자 카자마 사다츠네는 중국 기업들이 현재 제조 기술에서는 업계 선두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에 올라왔지만 설계 능력에서는 여전히 뒤처진다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베어링에 국한하지 않고 중국산이 가격은 싸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 이제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는 일본 기업이 장기 품질, 신뢰성 및 애프터 서비스 지원에서 여전히 앞선다고 말한다. "우리는 100년간 베어링을 만들어왔고,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정부 산업정책 관계자는 중국 제품의 품질이 아직은 시간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놀랍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정밀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30년 이상 써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중국 제품이 얼마나 내구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고 말했다.
2018년 중국 국영신문 과기일보(科技日報)는 중국의 가장 심각한 "병목" 기술과 취약점들을 분석한 35개의 연재 기사를 발행했다.
전직 CIA 언어학자 벤 머피는 조지타운대 월시외교대학원 산하 연구기관, 안보신흥기술센터(CSET)에 이 기사들을 영어로 번역해 게재했다. CSET 연구원들은 확인된 35개의 병목지점을 "최대 난제인" 14개 기술로 압축했다.
연구원들은 이러한 기술들이 세 가지 공통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첫째, 미국, 유럽, 일본의 소수 기업만 독점하는 영역이고, 둘째 중국 업체들은 고급 버전 개발에서 거의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셋째 수입 대체를 특히 어렵게 만드는 다른 고유한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영 기업을 포함한 중국 기업들이 애국심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자국 제품의 품질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오랫동안 지속된 많은 산업 병목지점들을 제거하는 데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가 있지만, 극복하는데 많은 투자가 필요한 가장 까다로운 수입 의존 분야는 반도체 칩 제조와 관련이 있다.
중국 공식 무역 통계에 따르면,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포토리소그래피 장비 수입액은 지난 10년간 125억 달러에서 470억 달러로 거의 4배 증가했다.
프린스턴대의 산업정책 전문가 카일 챈은 과기일보 시리즈를 분석한 결과, 중국은 여전히 기술적 병목을 "주요 문제"로 보고 있지만, 진전의 "명확한 징후"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에 확인된 병목지점 중에서 이미 해결된 것들로는 고급 RF 통신부품과 운영체제 (홍멍OS)로, 이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하여 자급자족하게 된 분야이다. 또한, 리튬 배터리 분리막은 CATL과 BYD 같은 중국 공급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선두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레이저 센서인 라이다(Lidar) 역시 중국 공급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다른 문제들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OLED 패널에서 유기필름과 금속전극 층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진공증발기와 칩의 회로 패턴을 인쇄하는 데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 소재가 포함된다.
카일 챈은 서방의 수출 통제의 위협 외에도, 팬데믹 기간 동안 외국 공급업체와 인력에 대한 접근 제한이 중국의 국산화 집중력을 날카롭게 만든 또 다른 동인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또한 진전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 오랫동안 이러한 부품과 소재를 구매하는 중국 기업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종종 "검증이 덜 된 중국산 업체와 함께 도전"을 해보기 보다는 더 신뢰할 수 있는 외국 공급업체를 고수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영역 중 하나가 항공기의 안전한 착륙을 돕는 엔진 케이스에 사용되는 탄소섬유 복합소재다. 일본의 닛키소(Nikkiso)가 이 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닛키소의 항공우주 부문 책임자 이와오카 다케시는 중국의 위협을 일축하며, 경쟁사들이 40년 동안 따라잡으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공정은 복잡한 형태로 적층 성형하는 것이 포함하며, 이는 매우 정교한 제조 방법"이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이러한 제품의 형태와 성형에 관한 많은 독점적인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회사들이 이를 쉽게 복제할 수 없습니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항공우주와 기타 전략 부문과 관련된 독점 기술을 산업스파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내각부 산하 국가공안위원회가 실시한 경제안보 관련 문의를 언급했다.
"과거에는 국가공안위원회로부터 질문이나 문의를 받지 않았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항공우주 산업은 우리가 독점 기술을 보호하고 유지해야 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미국 경쟁사보다 훨씬 적은 컴퓨팅 파워로 기술 세계를 뒤흔든 AI 개발업체 딥시크(DeepSeek)의 대성공 이후, 적어도 중국내에서는 미국 기술로부터 차단된 상황에서 기술자립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새롭게 싹트고 있다.
지난 2월, 테크 기업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는 베이징에서 시진핑을 만난 선별된 재계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런정페이 회장은 시진핑 주석에게 화웨이가 2028년까지 중국 반도체 공급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2000개 이상의 기업들과 협력하며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80세의 전직 인민해방군 공병부대 출신 런정페이 회장은 "심장과 영혼의 부족1", 즉 중국의 하드웨어(반도체 칩)와 소프트웨어(운영체계)라는 두가지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고 중국 사자성어를 조심스럽게 사용해 표현했다.2
중국 BDI 책임자인 회르하거는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전략이 정책 자금 지원을 통해 핵심 부문을 대상으로 했던 반면, 산업용 AI는 "그것을 훨씬 넘어설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남아있는 병목지점을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의 제조 기반 전체에 걸쳐"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남가주대(USC) 법학교수이자 중국의 기술 규제와 정책 분야 권위자인 안젤라 장후예 교수는 중국의 병목지점에서의 발전을 미국과의 경쟁에서 "1위"가 되려는 노력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미국은 중국의 목표를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진정한 목표는 자급자족을 늘리고, 생산성을 개선하여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것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기술 개발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역자 임준서는 연세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로, 컴퓨팅 프로세서와 진화 연산에 대한 연구를 하였고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AI 반도체 기술 지정학과 생태계 혁신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칩 퓨처'(21세기북스, 2025)가 있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음에도 볼 베어링, 반도체, 탄소섬유 등 현대 제조업 핵심 부품에서 여전히 수십 개의 산업적 ' 병목지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2018년 확인된 35개 주요 병목기술 중 6년 만에 절반을 해결하는 등 체계적인 자립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6월 30일자 보도에서 주목할 점은 중국의 전략적 전환입니다. 중국제조 2025가 개별 기술의 병목지점 해결을 넘어 'Physical AI'를 통한 제조 생산성 확대라는 포괄적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항저우 외곽 딥비전(DeepVision)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원래 위장수술용으로 개발된 이미지 처리 기술을 볼 베어링 품질 검사에 적용해 2마이크로미터(0.002mm) 수준의 미세 결함까지 식별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 고객사는 볼 베어링 수율이 90% 미만에서 97%로 급상승했고, 품질 불만이 연간 400건에서 2-3건으로 줄었습니다.
로보틱스, 드론, 우주항공용 정밀베어링 등의 품질 관리에 이런 AI+센서 기술의 확장성이 주목됩니다. 디커플링 대응이 개별 기술 추격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제조 생태계 전반으로 전환되면서, 일본과 독일이 주도해온 전통적 정밀제조 품질 우위에 대한 근본적 도전으로 해석됩니다.
중국의 기술 자립 접근법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FT는 시진핑 정부가 다른 부문은 몰라도 기술 부문에서는 미국과의 직접적 대립보다는 생산성 극대화와 자립을 통한 내실 있는 발전을 추구하는 등소평의 도광양회(韜光養晦)식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사에서 인용한 USC 안젤라 장후예 교수는 "워싱턴은 중국의 목표를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진정한 목표는 자급자족을 늘리고, 생산성을 개선하며,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기술 개발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중국은 도광양회를 택하지만 미국은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습니다. 기술력, 경제력에서 결국 정치군사력이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조용하지만 치열한 '기술굴기'와 이를 경계하는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싸움은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