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

[評천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로버트 케네디 2세 무소속 출마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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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1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3.10.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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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전격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수천 발의 로켓을 쏘고 이어 지상군이 이스라엘 지역으로 침투해 들어가 민간인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납치했습니다. 그 잔인함에 이스라엘은 들끓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노와 흥분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하마스가 잔인하게 민간인을 죽이고 이러한 학살장면을 노출시키는 것은 이스라엘의 보복을 유도해 전투가 '이스라엘 대 아랍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든 정부의 최대 외교 치적으로 추진하고 있던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관계정상화가 이번 하마스 공격으로 물건너가는 분위기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메카 같은 성지를 가져 아랍의 '맏형' 같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가지게 된다면 과격 무장단체로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하마스로서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이번 하마스 공격이 발생하기 얼마 전 애틀랜틱 매거진 주최의 컨퍼런스에서 "중동 지역은 지난 20년 중 지금이 가장 평화롭다"고 호기롭게 말했고,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최근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 논의에 "진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국 관계정상화의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하마스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수단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사태에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평화기가 너무 오래되어 이스라엘 국민들도 긴장감을 잃고 있어서 그런지 팔레스타인과 타협을 통해 평화를 구축하겠다기 보다는 이스라엘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우선'을 내세우는 극우 민족주의 세력이 목소리를 높였고 네타냐후는 이들과 제휴해 지난 14년 중 12년간 집권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네타냐후 정부는 과격한 하마스와 대립하는 온건한 팔레스타인 정파인 파타가 이끄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임시정부'(PA)와 협조해 안정적인 해법을 찾기보다는 서안지구에 더 많은 이스라엘인들을 정착시키고 또 PA를 대신해서 거두고 있는 세금과 관세를 PA에 돌려주지 않고 있어서 PA의 통치능력과 위신을 상당히 훼손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PA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과격한 하마스를 하나의 협상대상으로 취급해 하마스의 위상을 올려주는 일을 해왔습니다. 마치 '이이제이'(以夷制夷)를 하듯 온건한 PA를 약화시키고 과격한 하마스를 강화시켰던 것입니다. 미국과 사우디 등 외부세계가 요구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모델'을 거부하고 이스라엘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의 상황을 계속 유지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가 하마스의 부상이었고 이렇게 힘과 권위가 세진 하마스가 중동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이스라엘-사우디 관계정상화' 프로세스를 무력으로 멈춰세운 것입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하마스 지도부만 외과적으로 도려내는 군사작전을 위해서는 지상군을 가자지구 안으로 들여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서울이나 도쿄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가자지구 안에서 시가전을 펼치는 것은 지상군으로서는 피해야 할 위험한 작전입니다. 실전을 통해 그 성능을 입증한 이스라엘군의 메르카바 전차라도 건물 옥상에서 떨어뜨린 몇 개의 화염병에 의해 불타버릴 수 있는 것이 시가전입니다. 그렇다고 항공기의 폭격이나 포격에만 의존하면 민간인의 피해가 커져 아랍 전체의 여론을 악화시킵니다. 과거의 공성전(攻城戰)과 같은 개념의 '봉쇄' 작전 역시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입힙니다. 식량, 물자, 전기 모든 것을 차단하는 '봉쇄'를 위해서는 반드시 여성과 아이를 포함한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탈출구를 열어주고 또 이들을 수용시설에 둘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스라엘 정부가 국민의 분노에 떠밀려 팔레스타인에 대한 도를 넘는 '보복'에 나서게 된다면, 바로 하마스가 쳐놓은 덫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중도파 야당들까지 포함한 거국 내각을 출범시켜 이 사태를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주변 국가들에게 '자제'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이 상황을 이용하려는 세력에게 단 한 마디 말을 하겠다. (절대 그런 짓) 하지 마라. 하지 마라."고 외세 개입에 경고했습니다. 다행히도 하마스의 우군인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본격적인 참전을 결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시아파인 헤즈볼라는 이란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무기를 받았고 그 일부가 하마스로 이전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헤즈볼라가 참전하게 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하마스를 지원하기 위해 2006년 헤즈볼라가 무력개입한 결과 레바논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적이 있어서 헤즈볼라는 참전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외과적 공격에 만족해야 하고, 결국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2국가 모델'에 동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사우디가 '관계정상화'를 위해 내건 주요 조건입니다. 이스라엘은 사우디를 포함한 주변국들과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온건한 팔레스타인 정파를 지원해 우호적인 팔레스타인 정부를 만드는 일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정상화를 경계하는 대표적인 지역 강국입니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이 있기 몇 일전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이스라엘과 국교정상화를 추구하는 나라들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하마스 공격 직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의 연루를 보도했고, 주유엔 이란대사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이란은 이렇게 부인했지만, 미국은 이란의 하마스 지원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과의 핵협상을 다시 추진하면서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신병을 돌려받는 대신 한국에 동결되어 있던 이란 자금 60억달러를 동결해제시켜줬습니다. 이 돈이 현재 카타르 중앙은행에 예치되어 있었는데, 미국은 이것을 다시 동결시켜버렸습니다.


미국은 블링컨 국무장관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정상과 연쇄 회담을 갖도록 급파했습니다. 또 금년에 중국의 중재로 국교를 정상화한 이란과 사우디는 라이시 대통령빈살만 왕세자전화회담을 가졌고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하마스의 라이벌 정파이자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수반 아바스(87세)가 하마스 사태가 발생한지 닷새 지나 뒤늦게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요르단 암만에서 압둘라 2세 국왕과 회담한 뒤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포괄적 공격을 즉각 멈추라"는 내용으로 성명을 발표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를 비판하면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가졌고, 요르단 암만에 가서 압둘라 국왕과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을 만날 예정입니다.




미국 민주당의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이끄는 미 의회사절단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예방했습니다. 미 의회사절단은 중국측에 이번 하바스 사태와 관련해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중국 외교부는 이 요청 직후 "어떠한 폭력과 시민에 대한 공격을 비난한다"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하마스 공격 사태에 따라 좀 더 중동사태를 챙겨하는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기회를 중국측은 적극 활용하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점에서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개최 예정인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중동에서의 이번 사태로 미중갈등의 에너지는 일단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故) 로버트 케네디의 아들인 로버트 케네디 2세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 참여를 포기하고 무소속 출마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는 양당을 넘어 제3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는데, 그의 출마가 공화당 후보(현재로선 트럼프가 유력)와 바이든 후보 사이에서 누구의 표를 잠식할지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전문 사이트 RCP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10월 6일 현재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율은 바이든이 61.6%, 로버트 케네디 2세가 14.6%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 케네디에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38%이고,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서는 50%라고 합니다. 케네디가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에서는 민주당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 여론에서 공화당 지지자들도 상당수 그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공화당 표를 잠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케네디 집안에서 또 한 명의 대통령 후보가 나와 대선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발생했고, 그의 무소속 출마는 박빙의 현 양당 구도에서는 매우 큰 변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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