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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청년실업 대책: 시골에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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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좡=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각) 중국 산둥성 자오좡시 이청의 한 석류 농장을 방문해 현지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3.09.26.

2023.12.15 12:53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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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청년실업 문제와 농촌 공동화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40년간 호황이었던 경기가 마침내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중국의 고민은 더욱 큽니다. 젊음에 지식까지 갖추고 SNS를 자유롭게 다룰 줄 아는 대졸 실업자들은 중국 정권에도 위협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이들을 '국가와 농촌에 대한 봉사'라는 명분 아래 농촌으로 내려보내면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문화대혁명 시기에 '하방'(下放)을 경험했던 시진핑 주석 등 현 중국 지도부에게는 꽤나 자연스럽게 나왔을 법 합니다. 문제는 '언제까지 농촌에 잡아둘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지금과 같은 자발적 '하방'으로는 근본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청년, 특히 대졸청년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근본 해법을 내놔야 할 것입니다. 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1월 6일자 기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청년 귀촌 운동을 상세히 조명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것 같습니다.


문화대혁명 당시 10대 청년 시진핑은 시골로 내려가 19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걸쳐 농장에서 일하고 동굴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중국의 지도자가 된 시진핑은 더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뒤를 따르기를 바란다.


최근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중국 농촌 공동화에 대한 정부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시진핑은 학생과 대학 졸업생들에게 어려움을 받아들여 도시 생활을 포기하고 귀촌을 고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지역 농작물의 품질을 홍보하고, 벽에 그림을 그리고, 농민들에게 공산당의 지도력을 찬양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정부는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을 중국의 낙후된 지역에 배치함으로써 청년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의 경제 성장에서 뒤처져 낙후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젊은이들이 오늘날 중국의 대도시에서 고통스럽게 구직활동을 벌이는 걸 미루기 위해 이 사업을 이용하고 있다. 농촌에서 이들 젊은이가 하는 일은 기업과 투자의 결여 등 중국 농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최근 일군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중국 남부의 도시 광저우 서쪽에 위치한 한 마을의 벽에 마약 퇴치 슬로건을 그렸다. 정부의 재생사업 대상으로 지정된 이 마을은 사업체가 문을 닫고 몇몇 주택은 버려진 채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는 등 거의 폐허가 된 상태였다.


벽화 자원봉사를 하고 이를 공식 앱을 통해 등록한 학생들 중 일부는 이것이 나중에 공산당 가입을 신청할 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그렇게 하면 안정성 높은 정부 기관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아지리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마을에서는 공산당이 파견한 다른 젊은이들이 아이들에게 식품 라벨의 유통기한을 읽는 법을 가르치며 시간을 보냈다. 수업을 이끌고 있는 한 여성은 전업 자원봉사 사업 덕분에 경력을 모색할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달리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는 말했다. 곧 관리들이 도착했고 그는 더 이상 답변하기를 거부했다.

'따분한 삶'

중국은 그간 여러 농촌 빈곤 퇴치 사업을 시행해 왔지만, 최근의 사업은 시진핑의 대표적인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젊은이들을 동원하고 있어 눈에 띈다.


이러한 노력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2월 연설에서 더 많은 졸업생들을 시골로 보내라고 공무원들에게 촉구한 이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40년 동안 대규모의 이촌향도로 인해 중국의 식량 공급이 위험에 처했고 서구와의 경쟁에서 중국이 취약해졌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마을의 발전이 뒤처지는 주된 이유는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시진핑은 말했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단지 1, 2년이 아닌 장기적으로 시골에 정착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비전이다. 2023년 여름 기준으로 중국 도시 청년 다섯 중 하나 이상이 실직 상태인 상황에서, 사람들을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것은 많은 졸업생이 원하는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충분히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도시의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중국 젊은이들은 도시에서 상점 점원이나 배달원 등 저임금 일자리로 버티는 걸 선호한다. 다른 젊은이들은 부모의 돈으로 생활한다.


"이곳의 삶은 따분해요. 도시의 다채로움과는 다르죠." 2021년부터 광둥성 시골에서 당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졸업생 천링민은 말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현재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과 협력하여 중국 남부의 4백만 명 이상의 도시민과 농촌 주민이 거주하는 자오칭 북쪽에 위치한 마을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천링민과 같은 젊은이들의 디지털 감성을 활용해 새우부터 땅콩까지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채널을 구축하는 일을 맡기고 있다. 지역 특산품에 독특한 브랜딩을 더하면 중국 도시민에게 어필하여 농촌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빈곤 지역에 소득을 창출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중국의 모든 마을에서 통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대도시에 사는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한 지역 특산품이 부족한 마을이 많기 때문이다.


천링민은 지역산 쌀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자오칭 시골에서 자연 재배한 쌀이라는 걸 강조한 문구를 담아 쌀의 포장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그는 리브랜딩된 쌀은 아직까지 대부분 지방 정부와 일부 마을 주민들이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링민은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쌓은 행정 능력과 시골에서 생활하는 독특한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장기적으로 머무를 계획은 없었고, 올해 말 업무가 끝나면 도시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오쩌둥 시대의 메아리

젊은이들을 시골로 보낸다는 생각은 중국공산당 역사에서 그 뿌리가 깊다. 마오쩌둥의 영도 아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1600만 명 이상이 당에 의해 중국 농촌에서 일하도록 파견됐다.


그중에는 15살의 시진핑도 있었다. 베이징의 특권층 출신이었던 그는 중국 북부의 척박한 마을로 파견됐다. 공식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허름한 동굴집에서 잠을 자고 양을 치며 농부들과 함께 밭을 일구었다 한다.


중국의 지도자가 된 그는 이 시기를 국가를 위한 희생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경험으로 회고한다. 오늘날 중국의 농업 부문을 보다 강화하고 청년실업자들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현실적인 사안 외에도, 젊은이들에게 근성이 더 필요하다는 시진핑의 신념이 정부의 농촌 일자리 사업 추진의 근간을 이룬다.


"'고난을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 제가 제 자신에게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관영 언론은 시 주석이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오늘날의 캠페인은 시진핑이 젊을 적 겪었던 것과는 중요한 면에서 다르다. 우선, 국가는 청년들을 강제로 시골로 보내는 대신 자원자를 찾고 있다.


그리고 당이 도시인들이 농민으로부터 배우기를 기대했던 문화대혁명 때와는 달리, 이제 관료들은 농촌의 현대화를 위해 대학 졸업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관영 언론은 리웨양을 비롯한 몇몇 자원자들을 당의 농업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현장을 누비는 당의 지지자로 묘사한다.


"3년간의 풀뿌리 활동 덕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중국 언론은 리웨양이 올여름 신입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에게 당의 이념을 심어주는 것은 특히 많은 청년실업자들이 지금 중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까 우려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학 졸업생들이 자신의 경력을 국가의 필요에 더 밀접하게 맞출 수 있으리라는 게 당의 기대다. 비록 이것이 지방의 저임금 일자리에 만족해야함을 의미하더라도 말이다.

'위대한 부흥'

광둥성 관리들은 2025년 말까지 청년 20만 명을 농촌으로 유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광둥성의 계획에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 젊은이들이 농촌 고향으로 돌아와 일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도 포함된다.


한 사업은 갓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을 2년 또는 3년 동안 농촌 지역에 머무르게 한다. 공식적으로는 자원봉사자라고 불리지만, 사업 참가자들은 정치적 충성도에 대한 심사를 받으며 한 달에 약 300달러(40만원)의 급여와 주거 및 식비를 지원받는다. 많은 참가자들이 지방 정부에서 지방공무원과 함께 일한다.


자원봉사를 완료한 후, 경쟁이 치열한 중국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면 가산점을 받는다. 또한 공기업에 지원할 경우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봄, 교수와 관료들은 광둥성의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학생들을 강의실에 모았다. 광둥성은 이미 졸업생 1만 명 가량을 농촌 지역에 보냈다. 8월 파견을 앞두고, 선발된 청년들은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 실현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오른손을 들고 다짐했다.


중앙 및 지방 정부 관계자들은 질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최근 광둥성을 방문했을 때 많은 참가자들이 당 관계자의 허락 없이 외신 기자와 인터뷰하기를 거부했다.


중국의 일부 젊은이들은 청년들에 대한 시 주석의 촉구에 진정으로 감화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시골에 장기간 머무르도록 설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시골의 생활 환경은 대도시보다 더 원시적일 수 있다. 광둥성 시골에서 일하는 한 젊은 대학 졸업생 자원봉사자가 촬영한 동영상에는 시멘트 벽과 쇠창살이 달린 창문으로 둘러싸인 비좁은 방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침대 위에 텐트 모양의 모기장을 쳤다.

자원봉사의 한계

광둥성 북부의 시골 출신인 라이창(29)은 대학원 장학금을 받은 후 국가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광둥성의 한 제조업 허브에 있는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라이는 월 1500달러(200만원) 정도를 벌고 있었는데, 이는 최근 졸업생으로서는 비교적 많은 액수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2021년에 그는 광둥에서 농업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는데 다른 과정보다 입학이 쉬워서 선택했다고 한다.


라이가 작년 석사과정 졸업을 준비할 무렵, 지역 공산주의청년단은 광둥성 농촌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홍보하고 있었다. 그는 자원봉사에 지원했다.


"국가와 학교가 저를 키워주었기 때문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광저우 북부의 한 농촌 마을 관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라이는 자신의 업무에 대한 대부분의 질의에 대해 당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국영 언론은 그가 자원봉사자로서 대학을 졸업한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농부들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고품질의 종자를 조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는 중앙당 당국으로부터 특별한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앞날을 내다볼 때 라이는 광둥성 시골에 계속 머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광둥성의 성도 광저우 출신인 그의 여자친구는 시골로 이사하는 데 흥미가 없다. 그리고 그는 도시에서 벌 수 있는 돈이 시골보다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결국은 저도 시골에서 올라오는 거니까요," 그는 말했다. "돈 문제도 생각을 해야 하죠."



1889년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지. USA투데이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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