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

[評천하] 바이든 '북일정상회담 지지', 멕시코-에콰도르 국교 단절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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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 AFP=뉴스1) 정지윤 기자 = 8일(현지시간) 에콰도르 대통령실에서 공개한 사진에서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알리고 있다. 2024.01.08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4.04.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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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미일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일본 총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일정상회담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4월 12일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기시다 총리는 미군-일본 자위대 지휘체계 연계강화 문제 등 중국을 염두에 둔 양국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특히 중요한 이슈는 일본과 북한의 접근에 대한 미국의 입장입니다. 정상회담에서는 실제로 좀 더 깊은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지만 확실한 것은 미국이 원칙적으로 북일 접촉, 더 나아가 북일정상회담을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을 깜짝방문 했을 때 미일 양국간에 외교적 엇박자가 있었던 적이 있는데, 기시다 총리는 미국, 한국 등과 긴밀하게 사전협의를 해나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3월말 쯤 방한해 설명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는데, 한국의 총선을 의식해서인지 실제 방한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채널을 통해서라도 한일 당국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중국 내 권력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상무위원이 4월 12일 현재 북한을 방문중입니다. 공교롭게도 기시다 총리의 미국 방문과 날짜가 겹칩니다. 공식적으로는 친선방문 형식이며, '조중(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 참석을 위한 것이지만 김정은 위원장도 자오러지 상무위원을 통해 중국측에 북일 접촉의 진행상황을 전하고 이해를 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북한은 중국에 대해 거리를 두고 러시아쪽에 좀 더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이에 대해 중국 측이 불쾌해 하는 모습이 감지되었습니다. 북한이 북일 접촉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하고 중국이 북한의 대일 접근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 궁금해집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일본에 문호를 열고 서방과 접촉을 강화하는 것에 경계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북한의 일본접근에 대해 '속도조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워싱턴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미국이 다년간 구축해온 미국 중심의 '자전거 바퀴구조'(hub and spoke)의 안보시스템에서 '격자형 구조'(lattice-like)로 넘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하는 양자동맹의 집합에서 좀 더 다자적인 시스템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 미국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형태의 동아시아 동맹시스템을 추진한 적이 있었지만, 일본은 전후 복구에 전념하기를 원했고 한국 등 주변국들은 일본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아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이매뉴얼 대사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이 방안을 '자전거 바퀴구조'를 언급하며 꺼냈던 것입니다.




마잉주 전 대만 총통(국민당)이 10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을 가졌습니다. 그는 회담 후 11일 대만으로 돌아와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여기서 "우리(중국과 대만) 모두는 같은 중화민국에 속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직후 "중화민국"을 "중화민족"으로 고쳐 다시 말했습니다. 그는 10일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도 "중화민국"이라고 말했다가 "중화민족"이라고 고쳐 말한 일이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마잉주의 이 말실수가 '고의'인지 아니면 '실수'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은 모두 원래의 중화민국을 만든 쑨원(孫文)을 자신들이 계승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마잉주의 "중화민국" 표현이 고의였다면 아마도 이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대법원이 160년 전에 만들어진 산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한 법을 되살리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애리조나 주는 바이든-트럼프 후보가 각축하는 초박빙 '스윙스테이트'인데, 11월 말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애리조나 주는 이제 낙태가 핵심 대선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리조나 주는 멕시코와의 국경이 길어 불법이민자 문제가 지금까지 가장 첨예한 이슈가 되어 있고, 이는 엄격한 국경통제를 중시하는 트럼프에게 유리합니다만, 낙태 문제는 중도적인 여성표를 공화당에서 멀어지게 만들어 트럼프에게 불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는 이번 애리조나주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너무 나갔다"고 평가하면서 거리를 두었습니다.


미국은 1973년 이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통해 낙태를 허용해왔는데, 2022년 연방대법원이 이 판결을 뒤집고는 낙태 문제는 각 주의 입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낙태 문제가 다시 쟁점화되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낙태 이슈는 민주당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멕시코 정부가 에콰도르와 외교관계를 끊었습니다. 다니엘 노보아 아신 에콰도르 대통령은 부패문제로 수사 받고 있는 전직 부통령이 망명을 신청하고 은신하고 있던 자국 주재 멕시코대사관에 강제진입해 이 전직 부통령을 체포했습니다. 멕시코의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즉시 에콰도르와의 국교 단절을 밝혔습니다. 1964년 발효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은 외교공관의 불가침을 국제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이번에 에콰도르가 위반한 것입니다.


현재 에콰도르는 콜럼비아 등 남미의 마약갱단들이 유럽 등지로 수출하는 경유지로 삼으면서 과거 평화로웠던 나라가 급속도로 치안이 나빠지면서 중남미에서 살인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와중에 취임한 36세의 다니엘 노보아 아신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갱단과의 전쟁'을 지휘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멕시코 대사관 급습을 통해 기존의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하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바나나 무역 재벌가 출신의 이 세계 최연소 지도자는 지난해 10월 기예르모 라소 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중도 하차하면서 재보궐선거로 당선되었고, 전 대통령의 남은 임기 약 18개월만 재임하게 되어 있습니다. 차기 대선은 내년 5월에 치러지기 때문에 지금부터 대선준비를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현재 인기가 있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계속 밀고나가려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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