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4 13:57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았던 푸틴이 이번에 북한을 방문하면 러시아 정상으로서는 2000년 7월 이후 24년만의 방북이 됩니다. 최근 러시아와 북한 관계는 '밀월'(蜜月)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는 작년에 북한으로부터 포탄 150만발을 받는 대신 북한에 군사기술을 제공했다는 보도도 있었고, 6월 7일자 요미우리신문 보도에서처럼 북한 유조선이 국제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면서 러시아 항구에 기항해 석유를 싣는 모습이 보이는 등 양국 협력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연임에 성공한 푸틴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주고받을지 궁금해집니다.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하는 만큼 중국과 북한은 서로 멀어지고 있는데, 외교소식통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만을 전하고 있고, 최근들어 북한-중국의 우호를 상징하는 중국 내 시설이 잇따라 철거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다롄의 방추이섬 해변에 있는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발자국 동판인데 최근 아스팔트로 덮여 자취를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함께 산책하며 우호를 과시했는데,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기념물이었습니다. 이것이 지워진 것입니다.
북한의 러시아 접근, 그리고 중국에 대한 거리두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가 문제인데 현재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교섭에 집중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미중 패권경쟁 상황에서 '중국 블록'에 속한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 일본, 미국에 접근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과 거리를 둔다면 러시아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와 가까운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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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월 5일(현지 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 점과 관련해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일을 할 때 어떠한 러시아혐오적 태도도 보지 못했다" "분쟁지역에 대해 한국이 어떠한 무기도 공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한국의 자제를 높이 평가하고 한러 양국관계가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푸틴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한국 기업의 연해주 진출을 희망하는 등 한러 관계를 중시해왔습니다. 푸틴은 중국의 압박 앞에서 비어가는 연해주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연해주에 영토적 야욕을 갖고 있지 않은 한국의 참여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푸틴이 러시아가 북한에 가까워지면서 혹시라도 한국측이 오해하거나 서운해하지나 않을까 우려해 북한 방문이 임박한 시점에 한국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북러 밀착을 의식해서인지 최근들어 한국에 접근해오고 있습니다. 얼마전 서울에서 오랜만에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다음주에는 한국과 중국이 9년만에 차관급 외교안보 대화를 서울에서 갖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과 일본의 물밑 대화입니다. 현재 최대 난점은 일본인 납치 문제인데 이것이 외교적으로 풀리면 양국은 평양과 도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의회 선거 결과, 각국의 강경우파의 약진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의 국민연합(RN)은 30명의 유럽의회의원을 확보해 720석으로 구성된 유럽의회에서 가장 큰 의원단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민연합의 약진을 견제하기 위해 프랑스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선언했습니다. 조기 총선의 1차 투표는 6월 30일에 치러지며, 2차 결선투표는 7월 7일에 실시됩니다. 마크롱의 대통령 임기가 3년 정도 남은 현재 강경우파 국민연합의 지지율이 34%로 가장 높고, 좌파연합(22%), 마크롱의 집권여당인 르네상스당(19%), 중도우파 공화당(9%)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크롱은 현재도 여소야대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 현재 여론으로 보자면 이번 조기총선에서 르펜의 국민연합이 약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마크롱은 왜 이런 무모해보이는 결정을 했을까요? 집권당 르네상스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35세의 젊은 총리 가브리엘 아탈도 마지막까지 조기총선 실시를 막으려고 애썼다고 합니다. 마크롱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나온 민심이 진짜 민심인지 다시 한번 국민에게 물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프랑스 국민이 "공화주의적" 선택 즉 양극단을 피하고 중도적 선택을 해줄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번의 투표로 결정하는 유럽의회 선거와 달리 프랑스 국회의원 선거는 2차례 치러지며 2번째의 결선투표에서는 온건한 중도파 후보에 표가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크롱은 다른 당 후보가 "공화주의적"인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선거 연대를 제안했습니다. 선거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거두면 좌우의 중도파를 모아 연정을 실시하겠다는 생각을 내보였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또한 3년 뒤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르펜의 국민연합에게 총리 자리와 내각구성권을 주면서 무대 위에 올려 국민들 앞에 이들이 실제 국정운영에서 얼마나 무능한지를 드러냄으로써 더욱 중요한 대통령선거에서 승리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르펜과 강경우파의 인기를 본다면 마크롱의 바람대로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해 무모하리만큼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 역시 그의 초조함이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독일에서도 강경우파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했고, 숄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SPD)가 몰락했습니다. 한 세기 이상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사회민주당은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참패했습니다. 배외주의적 강경우파의 약진은 유럽 전역에서 이뤄졌습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상승률은 시장의 예상치인 3.4%보다 살짝 밑돌았습니다. 이번 달 들어 유럽중앙은행(ECB)와 캐나다 중앙은행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인플레 국면에서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낮추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 인플레가 안정되지 않고 있어서 기준금리를 낮추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