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뉴스1
2025.05.09 16:04
2008년 스코틀랜드로 이주한 존 우와그보에는 몇 주 동안 흑인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든버러 거리 건너편에서 흑인 남성을 발견하자 그는 곧장 길을 건너가 말을 걸었다. 곧 두 낯선 이는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처럼 포옹했고,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 사람은 나이지리아인도 아니었어요," 우와그보에는 웃으며 회상했다. "가나 사람이었죠!"
2001년 스코틀랜드에 거주하던 아프리카계 인구는 고작 5000명, 전체 인구의 0.1%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 최근 실시된 인구조사에 따르면 이 수치는 11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유학을 위해 스코틀랜드에 온 우와그보에는 이후 은행에 취직해 경력을 쌓았고, 이후 외식업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에든버러에 거주하는 나이지리아인들이 참여한 왓츠앱 그룹대화방에는 3000명 넘는 회원이 있으며, 자신이 속한 오순절교회는 분회가 열 곳에 달한다. 그는 단언한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아프리카인들의 이주는 계속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이민자들을 쫓아내고, 유럽 정치인들이 국수주의를 앞세우며, 아프리카 출신 이민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난민선에 몸을 싣고 몰래 들어오는 '불법' 이주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아프리카인의 세계적 이주 확대 이야기는 어쩌면 믿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상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국경을 넘는다. 이러한 형태의 이주는 반(反)이민 정서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십 년간 계속해서 아프리카 디아스포라를 세계 곳곳으로 확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흐름은 이민 수용국과 아프리카 대륙 모두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아프리카와 그 외 지역 간의 극단적인 인구통계학적 격차에서 비롯된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젊고 가장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는 대륙이다. 반면 다른 많은 국가에서는 노동력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 코넬대학교의 인구학자 캐서린 포스터와 매튜 홀은 이러한 추세를 근거로 "미래의 이주 물결은 아프리카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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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새로운 인구 현실'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국, 중국, 일본, 한국, 유럽 등 이른바 '1차 조류'를 탄 국가들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50년까지 약 3억 4천만 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명 연장과 출산율 급감으로 인해 이들 국가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한 명을 부양하는 생산연령 인구의 비율은 1997년 7대 1에서 현재 4대 1로 줄었다. 2050년에는 2대 1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일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
신흥경제국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조지메이슨대학교의 마이클 클레멘스에 따르면, 유엔 전망에 따르면 2060년까지 브라질의 생산연령 인구 대비 고령자 부양비는 6.2대 1에서 2.3대 1로, 베트남은 7.5대 1에서 2.4대 1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처럼 충격적으로 빠른 노동력의 감소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예외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다. 이 지역 역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워낙 높은 출산율에서 시작했던 만큼 하락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인구학적 전환'이 수십 년 뒤처져 있는 셈이다. 이 지역의 생산연령 인구는 2050년까지 약 7억 명 증가해 거의 두 배가 될 전망이다. 2030년쯤이면 전 세계 신규 노동력의 절반가량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차트 1 참조).

각 지역별 15~64세 인구의 비중 변화. 붉은색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회색은 북미·유럽·중국·아시아 선진국, 살구색은 아시아 신흥국, 인도, 라틴아메리카 및 캐리비언 지역. /그래픽=The Economist
이들은 자국 내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약 1500만 명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만, 공식적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300만 개에 불과하다. 여론조사 기관 아프로바로미터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4개국 아프리카인 중 47%가 이주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27%는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6~2018년 조사 대비 각각 9% 포인트, 10%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가장 흔히 언급된 이주 이유는 단연코 "더 나은 일자리 기회"였다.
한 국가에서 해외 이주가 활발해지는 경향은 1인당 GDP(구매력 기준)와 비교해 그래프로 나타내면 종(鐘) 모양 곡선을 그린다. 1인당 GDP가 약 5000달러에 가까워질수록 이주율이 증가하고, 약 1만 달러에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감소한다. 소득이 낮은 국가에서는 해외로 나갈 수단이 부족하고, 소득이 높은 국가에서는 굳이 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간 수준의 국가에서는 이주를 원하는 의지와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 모두 존재한다.
오랫동안 이민유출국으로 알려졌던 멕시코와 필리핀은 소득 수준이 높아져 이제 해외 이주 정점을 지나버린 국가가 되었다.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인구의 94%, 즉 11억 명이 1인당 GDP 1만 달러 이하 국가에 살고 있다. 클레멘스는 "아프리카인의 해외 이주는 멈출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한다.
필요하지만 내키지는 않다
그러나 이민수용국들의 정치적 상황은 마치 움직이지 않는 장애물처럼 보일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다양성 비자(diversity visa)'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 유럽연합(EU)은 아프리카발 이민을 포함한 불법 이민 유입을 막기 위해 수십억 유로를 쏟아붓고 있다. 영국의 이전 정부는 르완다 출신 이민자를 수용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민자들을 르완다로 추방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국수주의적 정서는 아프리카발 이민에 대한 추가적인 제약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한은 정치적 비용을 수반한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국민보건서비스(NHS)에 필요한 간호사와 의사를 확보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노동력 부족과 복지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기없는 대안—복지 축소나 정년 연장 등—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조르자 멜로니가 이탈리아 총리에 취임하기 전에는 이민 축소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집권 후 이탈리아 정부가 발급한 비(非)유럽연합 노동비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역시 순이민 규모가 증가했다. 부유한 국가들이 해외 노동력 수입을 필요로 하는 한, 아프리카인이 그 수요를 점점 더 채워갈 것이라는 가정은 매우 합리적이다.
실제로 이미 그런 흐름은 진행 중이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이 2024년 1월 발표한 국제 이주 관련 최신 통계에 따르면, 자국을 떠나 외국에 거주 중인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는 45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 세계 이주민의 약 15%에 해당하며, 1990년의 13%에서 증가한 수치다.
1990년 당시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중 35%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가 아닌 아프리카 대륙 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었는데, 오늘날 이 비율은 45%로 증가했다. 이는 약 2070만 명에 해당하며, 1990년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인도(1850만 명)나 중국(1170만 명) 출신 해외 거주 인구보다도 많은 규모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4년 사이 유럽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 수는 400만 명에서 106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 외 지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이민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프랑스에는 400만 명 이상, 영국에는 100만 명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최근 이주민들의 유입은 탈식민 시기 혹은 그 이전부터 이어져온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규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과거 이주자들은 전문직 엘리트 계층 출신인 경우가 많았으며, 이들의 후손은 현지 사회에서 뚜렷한 성취를 이루고 있다. 영국에서는 아프리카계 이민자 자녀들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학업 성취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은 스포츠, 비즈니스,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점점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잉글랜드 럭비 국가대표 주장 마로 이토제는 나이지리아계 부모를 두었고,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성장한 케미 바데노크는 현재 보수당 대표로 활약 중이다.
오늘날에도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은 의사나 기타 전문직 종사자로서 영국에 입국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들과 함께 과거에는 아시아나 동유럽 출신 이주자들이 주로 담당했던 단순 노동직을 찾는 아프리카인들도 점점 늘고 있다. 2023년 영국의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중 가장 많은 국적은 나이지리아인이었다. 짐바브웨와 가나 출신 수만 명도 이 같은 분야에 대거 채용됐다.
지난 10년간 미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국가가 되었다. 미국 내 이민자 중 아프리카 출신의 비율은 1960년에는 1%도 되지 않았으나, 2020년에는 11%로 증가했다. 2010년대 미국의 순이민 규모를 비교하면, 카리브해 지역과 아프리카에서 유입된 이민자는 라틴아메리카 출신보다 두 배나 많았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 도착한 아프리카인은 대서양 노예무역 시기에 이주한 전체 아프리카인의 4배에 달한다고 컬럼비아대학교의 니라지 카우샬은 추정한다.
그녀는 출간 예정인 책에서 "미국의 미래는 블랙 아프리카에 있다"고 주장하며, 아프리카가 향후 가장 빠르게 이민자를 공급하는 원천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녀는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가나, 케냐 디아스포라가 현재 1980년 당시의 인도 디아스포라와 유사한 규모임을 지적한다. 참고로 인도 출생 이민자 수는 이후 13배 증가했다. 이와 유사한 속도로 아프리카계 디아스포라가 증가한다면, 2060년경까지 이 네 나라에서만 1000만 명이 추가로 이주하게 될 수도 있다.
카우샬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다양성 비자' 프로그램 중단 같은 정책들이 아프리카발 이민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그녀는 "미국이 계속해서 이민자의 나라로 남고자 한다면, 아프리카가 주요 이민 공급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조지아주 애틀랜타 주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의 날' 행사에는 콩고, 에티오피아, 르완다, 나이지리아 등 다양한 아프리카 출신 커뮤니티가 모였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광범위한 항공 노선을 보유한 에티오피아항공은 이 행사에 대표단을 파견해 아디스아바바 직항 노선을 홍보했다. 애틀랜타 콩고연합의 칼 카난다는 "아프리카는 오랫동안 천연자원의 수출지로 인식되어 왔지만, 오늘날 우리가 수출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는 바로 지적 자본, 즉 두뇌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가나의 애틀랜타 총영사인 이본 호슬리 맥코윈은 지난해 미국 내에 새롭게 개설된 네 개의 가나 총영사관 중 하나가 자신이 근무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부유한 가나인들이 미국에 이주할 때 문화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본국에서 가정부도 있고 요리사도 있었죠. 그래서 미국으로 와서 갑자기....'운전사는 어디 있어요?' 하게 되는 거예요."
카우샬 교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장차 아시아계를 대체하는 미국의 "새로운 모범 소수인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가운데 25세 이상 인구의 약 42%, 특히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의 경우 64%가 학사 학위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 중 33%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은 미국 평균보다 더 높은 경제활동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의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은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을 믿으며, 미국을 "기회의 땅이자 자유의 국가"라고 여긴다고 한다.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워낙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일부 아이비리그 흑인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들의 자녀가 과연 소수자 우대 정책의 혜택을 받아야 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새로운 이주자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의미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콩고 출신인 칼 카난다는 "나는 아프리카인입니다. 미국에 왔을 때 내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배워야 했다"고 말한다. 뉴욕대(NYU) 아부다비 캠퍼스의 오노소 이모아진 교수는 일부 학자들이 이민자의 정체성을 규정할 때 "인종이 민족에 우선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정체성의 형성에는 출신 문화와 민족적 배경이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가나 총영사 맥코윈 역시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미국 흑인을 의미)들은 아프리카인이 스스로를 우월하게 여긴다고 생각할 것이고, 반대로 아프리카인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길 겁니다."
아프리카인의 이주는 서방 국가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에 따르면, 2024년 걸프협력회의 소속 국가들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는 약 470만 명에 달하며, 이는 1990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이어 케냐로의 송금액이 두 번째로 많은 국가이며, 영국과 유럽연합을 앞선다.
그러나 걸프 지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들은 심각한 학대에 노출돼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그곳에서 일하는 케냐인들의 99%가 고용주로부터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우간다의 인권운동가 마리 음위자는 중동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자국 여성들이 법적 보호 없이 학대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고용주들은 그들을 물건처럼, 마치 토마토 자루처럼 대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중동에서 의심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여성들의 관을 본국으로 운구하는 활동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출신 이주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걸프 지역으로 계속 향하고 있다. 음위자는 "이건 전적으로 실업 문제"라고 말한다. "여기(우간다)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습니다."
스티븐 누우구바는 20대 초반에 카타르로 이주했다. 그는 카타르 도하의 국제공항에서 주 7일 노동하며 인종차별적인 상사들에게 시달렸다. 그는 자신의 자녀들이 그런 곳에서 일하길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한 달 수입으로 우간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년치) 두 배를 벌 수 있었다. 이 돈 덕분에 그는 귀국 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00달러는 우리나라에서는 큰돈입니다." 그는 말한다. 가정부들은 그보다 훨씬 적은 돈을 벌지만, 그 돈으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집을 짓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는 나이지리아인이 인도네시아인보다 많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도 태국인에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이우(義烏), 중산(中山), 광저우(廣州) 같은 도시는 본국에 물품을 보내기 위해 중국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수천 명의 아프리카인 상인들의 거점이 되어 있다. 2023년 탄자니아에서 중국으로 이주한 피터 소스테네스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해요. 우리나라와는 달라요." 그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탄자니아 농민들이 판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아프리카인들은 무역에 종사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학업을 위해 중국에 머무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8년 기준, 중국에는 8만 명의 아프리카 유학생이 있었는데, 이는 미국이나 대부분의 다른 국가보다 많은 수치이며,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아프리카에서의 해외 이주는 아프리카 자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랜 우려 중 하나는 '두뇌 유출'이다. 고학력층이 비율적으로 더 많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석은 보다 복합적이라는 것이 카메룬 출신 경제학자 나르시스 차응곰의 주장이다. 그는 자국에서의 해외 이주가 가져오는 손익을 분석하며,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사하라 이남 지역의 수신 금액 비교. 붉은색이 해외 송금, 회색은 외국인직접투자(FDI), 살구색은 공적개발원조(ODA). /그래픽=The Economist
한편에는 당장의 인적 자본 손실과 함께, 지역 상점에서의 소비력 약화, 그리고 조세 기반의 축소 같은 부정적 요소들이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해외로부터의 송금은 지난해 아프리카로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공적개발원조(ODA)를 모두 웃도는 규모로 집계되었다(차트 2 참조). 또한 해외 이주의 가능성 자체가 국내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자격을 갖춰야 해외 이주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해외로 못 나가 국내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차응곰 교수가 공동 집필한 2023년 논문은 174개국의 이주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대부분의 경우—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을 포함해—해외 이주로 인한 손익을 국민 1인당 GDP 기준으로 평가할 때, 출신국에게 비용보다 이익이 더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잠재력
그러나 차응곰 교수는 "해외 이주가 가져오는 이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은 전적으로 정책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필리핀과 인도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다. 필리핀은 간호사 해외이주를 자국 내 의료인력 교육 예산 확보와 연계시켰고, 인도는 해외이주민들이 나중에 기술과 자본을 가지고 귀국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와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몇몇 아프리카 정부는 "디아스포라 채권"을 발행해 해외이주민들로부터 인프라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케냐는 지난해 독일과 잠정적인 이주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케냐인은 독일의 노동력 부족을 채우는 대가로 독일 정부가 직업훈련과 독일어 교육을 지원하게 된다. 케냐에는 디아스포라 전담 장관직이 존재하며, 전국을 순회하며 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케냐의 노동력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3년간 매년 100만 명의 케냐인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매년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케냐 인구 규모와 거의 같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처럼 "수출로서의 노동력 송출" 구상을 검토 중이다. 에티오피아는 올해 초 노르웨이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 간호사를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보냈으며, 탄자니아는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8개국과 이주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많은 아프리카인들은 그 많은 천연자원을 제대로 활용 못 했던 자국 정부들이 인적 자원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회의적이다. 일부 젊은 케냐인들은 루토 대통령이 독일과 맺은 이주 협정을, 국내에서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그의 실패를 가리기 위한 '눈속임'으로 본다. 케냐와 우간다 국민들 중 상당수는 걸프 지역으로 이들을 보내는 해외취업 중개업체들 가운데 일부가 자국 정치 엘리트의 소유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들을 해외로 향하게 만드는 열망을 꺾지는 못한다.
아프리카는 일자리를 필요로 하고, 세계는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이 이해관계의 일치는, 양측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활용할 수만 있다면, 거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메르카토르 도법의 세계지도는 남북의 극지는 과장하고, 적도지역은 축소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러시아를 실제보다 크게 보게 되고 아프리카는 실제보다 작게 봅니다. 아프리카는 중국, 인도, 미국, 동유럽, 서유럽, 일본 다 합친 면적보다 큽니다. 그리고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증가하고 있는 대륙입니다. 특히 사하라 이남의 흑인들이 주로 사는 지역이 그렇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4월 24일자 기사는 앞으로 사하라 이남 사람들의 해외이주가 전 세계를 변모시킬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노예로 끌려온 미국의 '흑인'과 아프리카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은 인종적으로는 유사할지 몰라도 문화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들 아프리카인들, 특히 해외 이주가 가능한 아프라카인들은 다른 어느 인종보다 교육을 잘 받았고, 생활향상에 대한 의욕이 강합니다.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인들이 미국에 가면 미국 흑인처럼 대우를 받아 우선 놀라고, 미국 흑인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모습에 놀란다고 합니다.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줄어들 예정인 한국은 출생률 제고 노력과 함께 지혜로운 이민 정책을 펼쳐야 할 텐데, 아프리카계 이민들이 전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민의 문은 열되 새 이주자들이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잘 녹아들 수 있는 방향으로 이민정책을 디자인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