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9.2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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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이자 적어도 자녀를 12명 둔 아버지인 일론 머스크는 인구 붕괴가 문명의 미래에 대한 가장 큰 잠재적 위험이라고 한다. 매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의 말이 맞다. 세계 인구가 무한정 감소한다면 인류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파국론자들이 수 세기 동안 자신 있게 예측했던 것처럼 인구 증가가 세계 자원을 고갈시키고 대규모 기아를 유발하지 않았듯이, 인구 감소 역시 보통 사람들의 시간 척도에서는 재앙이 아니다.
인구 감소는 심대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주택에서부터 온실가스 배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기대를 뒤집어 놓을 것이다. 노동력 감소와 소비자 수 급감은 많은 상품, 서비스, 자산의 가격 재조정을 강요할 것이다. 정부는 연금과 의료서비스 재원 조달 방식을 재고하고, 도시와 마을을 깔끔하게 축소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여러 면에서 기존 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순탄치 않다는 것이 재앙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인구 감소를 재앙으로 보는 이들은 인간 사회가 팽창 없이는 번영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빈약하다.
인구 비관론자들은 세 가지 잠재적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첫째, 그들은 국가, 특히 정부가 몇몇 고정비용—대표적으로 정부 부채—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구가 감소하면 1인당 부담하는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둘째,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는 고령화 사회이기도 하며, 노인 부양 비용이 계속 줄어드는 노동자 수에 분산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인구 감소가 더 적은 양질의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따라서 생산성 성장률이 낮아져 앞선 두 문제에 대한 명백한 해결책을 요원하게 만들 것이라 우려한다. 하지만 이 문제들 중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다루기 어려운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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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를 예로 들어보자.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인구 감소는 실제로 경제 성장 둔화를 의미한다. 성장 둔화는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정부 부채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또 다른 변수가 있다. 바로 금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경제 규모뿐만 아니라 차입 비용에도 달려 있다. 결과적으로 인구 감소로 인한 부채 문제의 규모는 더 작고 고령화된 사회의 저축 및 소비 패턴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다시 금리를 결정할 것이다.
정부가 노년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며 환심을 사려 할 것이고 이것이 노년층의 소비 폭주를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는 금리를 급등시키고 GDP 대비 부채 비율도 함께 끌어올릴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더 낙관적이다. 전 세계 사람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돌봐줄 것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노후를 위해 저축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래의 고령화 사회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한다. 고령 노동자들은 은퇴를 대비해 더 많이 저축할 것이다. 축소되는 경제에서는 투자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이들은 더 낮은 수익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고, 따라서 금리는 하락할 것이다. 이는 정부가 부채를 더 쉽게 관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다른 면에서도 고령 인구는 보기 보다 큰 부담이 아니다.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은 줄고 돌봄이 필요한 노인 인구의 비율은 증가하리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중·고소득 국가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정점에 가깝거나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1인당 생산량을 억제할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처할 방법이 있다. 경제적으로 볼 때 중요한 요소는 인구 수가 아니라 취업자 수다. 이는 단순히 생산가능인구의 함수가 아니라, 일을 하고 있거나 구직 중인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인 경제활동참가율의 함수이기도 하다. 적어도 모든 부유한 국가에서 취업자 수는 생산가능인구보다 훨씬 적다. 예를 들어 2024년 영국의 생산가능인구 4300만 명 중 약 900만 명은 직업도 없고 학업에 종사하지 않고 있었다.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면 생산가능인구의 큰 폭의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 게다가 경제는 경제활동참가율 변동에 놀라울 정도로 잘 대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인구 감소도 견뎌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1990년에서 2024년 사이 영국의 비경제활동인구는 15% 증가했다. 반면 영국 통계청은 2100년까지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에서 불과 7%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또 다른 대처 방법은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다. 이 또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골드만삭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의 일반적인 노동자는 2000년보다 4년 더 오래 일하고 있다. 놀랍게도 고령 노동자들의 생산성 또한 향상되고 있다. 2022년의 일반적인 70세는 2000년의 53세와 동일한 인지 능력을 보였다.
젊은이들 역시 사회에 부담을 준다. 교육 기간이 길어지면서 청년들이 20대가 되어서야 노동 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에 오늘날 청년기는 과거 수십 년 전보다 일반적으로 더 길다. 이로 인해 선진국 정부에 이들은 막대한 비용 부담이 되었다. 영국 정부는 매년 일반적인 노인보다 평균 25세 미만 인구에게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이는 주로 교육과 의료비 지출로, 노인에 대한 의료비와 연금 지출보다 많다.
인구 감소는 저성장의 고통을 완화할 것이다. 인구 감소 경제에서는 새로운 자본 형성의 필요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투자가 실제로 위축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감소가 발생하는 곳들은 1인당 자본 저량stock이 증가하는 '자본 심화capital deepening'의 혜택을 받으며, 이는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브라운대학교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웨일David Weil은 작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속적으로 낮거나 높은 출산율이 미치는 광범위한 경제적 효과를 모델링했다. 인구가 증가하든 감소하든 1인당 소비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청년과 노인 부양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생활 수준은 향상되었다.
다음으로 인구 감소가 혁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아이디어가 생산성을 이끌고, 생산성 향상이 노동력 감소를 보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인구가 많을수록 더 많은 연구를 창출하고 더 많은 사업체를 설립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 노동력의 성장 둔화가 최근 신규 사업체 창출 감소의 약 3분의1을 차지한다고 추정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추세는 시장을 더 집중시키고 경제를 덜 효율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계는 혁신 역량을 소진하기에는 아직 먼 길을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나라보다도 연구개발 분야에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는 이스라엘조차도 전체 노동자의 1%만을 이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이는 노동력 풀이 줄어들더라도 상당한 비율이 여전히 연구에 집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파키스탄처럼 1만 명 중 1명 미만이 기술이나 연구 분야에서 일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혁신의 주된 장애물이 인구 수가 아니라, 그들의 경제적 잠재력 실현을 가로막는 열악한 교육 시스템과 기업 환경이다.
게다가 기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데이터 처리와 같은 일상적인 업무 수행에서 인간을 돕는 용도에만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AI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20년 스탠퍼드대학교의 경제학자인 찰스 존스와 닉 블룸은 연구자들이 과거보다 더 적은 발견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그들은 혁신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현재 존스 교수는 AI가 최첨단 아이디어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AI 기업들은 늘 그렇듯 낙관적으로 2028년즈음이 되면 AI 모델들이 스스로의 개발을 감독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획기적인 발전은 향후 75년간 세계 경제에 매력적인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에 비하면 느리게 연구를 생산해내는 학자들 숫자가 수백만 명이 더 줄어드는지는 사소한 문제로 보인다. 존스 교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AI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세계에 충분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육아보다 노인복지를 챙기는 정치
세계 인구는 혁신을 저해하거나 정부를 파산시킬 만큼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 않다. 다른 '인구 붕괴' 위기론자들과 함께 머스크는 인류가 재앙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수십억 명의 출생을 장려하여 추세를 역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베이비 붐을 유발할 정책이 존재하더라도 정부는 아직 그것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은(찾아낼 수 있다면)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사회를 낳을 것인데 이는 영구적으로 고령화되는 사회 못지않은 재정적 골칫거리다.
정부는 대규모 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많은 부분이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앞으로 수년간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투표하고 소비하는 연금 수급자가 더 많아질 것이다. 산업혁명이 서구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면서 19세기와 20세기 대부분 기간 동안 출산율은 하락했다. 그 후 노인 부양의 필요성은 국가연금 및 현대식 요양원과 같은 혁신으로 이어졌다. 동일한 압력이 정부와 기업가들로 하여금 고령화 사회를 위한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가 문을 닫고, 도시는 젊은이들에게 덜 친화적인 장소가 되며, 정치인들이 노인 유권자들에게 집중함에 따라 젊은이들은 소외될 수 있다. 고령화 시대의 진정한 위험은 경제적 재앙이 아니다. 오히려 고령화 과정에서 세계가 아이를 낳기에 더 나쁜 곳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엔(UN)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녀를 둔 사람들의 수와 더 적은 자녀를 둔 사람들의 수가 거의 같다. 그러나 고령화에 따라 주변에 비슷한 처지의 부모가 적어지고 국가 지원이 거의 없게되는 상황에서, 출산을 선택하는 부부가 줄어들어 출산율이 하락하고 그로 인해 자녀를 갖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경제적 재앙을 걱정하거나 출산율을 높이려 헛되이 노력하기보다는, 고령화 사회와 그 사회에 태어날 새로운 생명들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인구 감소는 분명 심대한 문제이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을 우린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추세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서구(특히 북유럽)의 사례에서 어느 정도 확인된 데다가 세계 각국 정부들이 다들 재정난에 허덕이기 시작해 그조차도 충분히 지원할 수 없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9월 11일자 '롱리드' 브리핑을 통해 추세를 뒤집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보다 냉정한 대응을 촉구합니다. 인구 감소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며, 그로 인해 발생할 많은 문제들은 시장 경제의 '적응'으로 저절로 해결되리라는 겁니다.
기사는 또한 '인구감소가 문제'라는 관점에 갇혀 있기만 해서는 못 보는 점들을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특히 선거의 '표심'에 예민한 민주주의 국가들은 노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게 될 노인층의 '표심'에 정책을 맞춰나갈 가능성이 많고 이러한 정책 방향이 출산과 육아에 불리하게 되어 오히려 저출산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가재정과 관련해 노인들의 은퇴 시기가 늦춰지고 AI의 도움으로 생산성도 높아지게 되면 십수년간 청소년들의 교육 등에 사용되는 예산보다 노인 복지에 사용되는 예산이 오히려 적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인구감소의 시대의 척후병 역할을 하게 될 대한민국은 본 기사가 다루고 있는 범위 너머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시각은 기존의 글로벌 질서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을 때를 상정합니다. 그러나 '하드파워'가 격돌하게 되는 본격적인 '지정학'의 시대, 강대국과 세력권 다툼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면 인구문제는 병력 부족 등 국가의 존망, 안보를 좌우하는 이슈가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