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의 대표적 농촌 지역인 슈롭셔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이 노인 환자들의 집에 배치돼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심지어 돌봄 서비스와 가족 방문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러한 기계는 세계경제가 인구의 구조적 변동에 대응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 출산율이 60년 동안 절반으로 감소한 이후, 많은 국가에서 일하는 나이대의 인구가 이미 감소하고 있거나 곧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통적 노동력의 축소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극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장기적으로 노동력 모델은 돌봄 인력과 로봇의 결합 형태가 될 것"이라고 슈롭셔와 11개 다른 지방정부에 도입된 '지니 커넥트' 기술을 보유한 기업 세라(Cera)를 공동 창업한 의사 벤 마루타푸는 말했다.
하지만 인구 구조의 변화는 로봇을 돌봄 인력으로 활용하면 되는 정도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일본, 중국, 이탈리아, 그리고 중동부 유럽 대부분 국가를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인구는 명확한 감소세에 있다. 지난해 프랑스는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가 출생자를 넘어섰으며, 영국도 2026년부터 프랑스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사회는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구학자부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에 이르기까지 45명의 전문가에게 변화하는 인구 구조가 향후 세계 경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정년 연장이 점점 일반화된다
"사람들은 더 오래 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건강한 고령층 상당수는 '일이 삶에 의미를 주고, 인간관계를 제공하며, 자존감을 형성하고, 기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더 오래 일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옥스퍼드대 글로벌화 및 개발학 교수 이언 골딘은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자료에 따르면 이미 일본에서는 65세 이상 인구의 4분의 1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이 연령대의 고용률은 은퇴 연령의 변화, 경제적 필요성, 그리고 사회 전반의 변화에 따라 다른 많은 국가에서도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는 평균 연령이 꾸준히 낮아졌던 20세기 후반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전환점은 밀레니엄 전환기를 전후해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OECD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년 동안 선진국에서 50세 이상 인구의 일자리 수 증가 폭은 50세 미만보다 두 배 이상 컸다.
동시에 이러한 많은 국가에서 사람들은 최소한 70대까지는 건강한 삶을 기대할 수 있다.
장수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앤드류 스콧은 "65세 이상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이들이 '경제에 부담이 되는 존재'라고 가정하는" 전통적인 노년 정의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는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생 후반기 인적 자본에 대한 더 큰 투자, 즉 건강과 문해력, 기술에 대한 투자, 그리고 일자리를 더 노인 친화적으로 만들 것"을 촉구했다.
스콧은 "그것이 상당한 추가 노동을 창출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인구학적 관점에서 보면 노동과 여가가 훨씬 더 혼합된 형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된다
이탈리아의 '빌라 산타 루치아 델리 아브루치'라는 마을은 1900년대 초 2000명이 넘던 인구가 현재는 대부분이 노인인 8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곳은 출산율 하락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럽과 동아시아의 수많은 마을 가운데 하나다.
지방자치단체 기반시설을 담당하는 부서 책임자인 파멜라 리구오리는 "안락사가 천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이 마을에서는 아이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고, 2023년에도 여자아이 한 명만 태어난 반면 훨씬 더 많은 고령 주민이 사망했다.
마을의 마지막 상점이었던 제과점은 점주의 고령으로 최근 문을 닫았고, 원격 약사도 더 이상 방문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인구 감소가 수요뿐 아니라 생산까지 약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나라들도 이러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는 "유치원이 요양원으로, 결혼식장이 장례식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국경제연구소(KEI)의 랜들 존스는 말했다.
남덴마크대 정치경제 및 공공정책 교수인 피터 반휘세는 심지어 "노년경제(gerontonomias)"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는 인구학적 변화가 "장기 침체와 노인 위주 정책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과거의 역동성을 잃은 경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OECD는 과거의 생산성 증가율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2060년까지 인구 변화가 여러 선진국의 생활수준 향상을 크게 억제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의 경우 인구 요인으로 인해 이전 20년 대비 생활수준 증가 속도가 70%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과 한국 역시 생활수준 증가율이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독일의 경우 OECD는 80%에 달하는 둔화를 전망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경우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생활수준 증가의 둔화가 아니라 1인당 GDP의 빠른 감소가 예상된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경제학 부교수이자 '정점을 찍은 이후(After the Spike)'의 저자인 딘 스피어스는 인구가 줄어들면 기업이나 정부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고정비용을 충당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지식 생산에 기여하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미래는 "가능했던 것보다 더 느린 진보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간 선진국에서는 인구감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분적으로 이민 유입 덕분에 다른 유로존 국가들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스페인은 다음달 50만 명의 불법 체류 이민자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할 계획이다.
한국은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저숙련 노동자를 위한 임시비자 쿼터를 세 배로 늘렸고, 이탈리아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비(非)EU 국적자에게 약 50만 건의 신규 취업 비자를 발급할 계획이다.
영국 역시 출산율이 급락했음에도 이민 증가로 인구가 한 때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민 규제를 강화하면서 영국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현재 감소세이며, 독일의 경우 지난해 이민 규모는 출생과 사망 간 격차를 메우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베이즈 비즈니스스쿨의 경영학 객원교수인 존 베이트슨은 인구학적 추세에 대응하는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연령차별, 성차별, 인종차별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생산성 향상이 더욱 필요해진다
브라운대 경제학 교수인 오디드 갤로어는 다른 경제학자들의 인구 결정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 150년간 기술 진보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1인당 소득 증가는 "상당 부분 출산율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출산율 하락과 교육수준 상승은 인적 자본 형성과 장기적인 번영으로 이어진다.
갤로어 교수는 "노동력 부족이 AI 도입을 가속화할 것이며... AI의 엄청난 잠재력을 고려할 때 놀라운 성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인구학자인 폴 모어런드는 AI가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낙관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만약 AI를 통해 생산성 혁명이 곧 일어날 것이라면 이미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수십 년간의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생산성 증가는 점점 더 느려지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전 기간 동안 노동생산성 증가세는 둔화돼 왔다. 시간당 산출량을 기준으로 한 이 지표는 1950년부터 1973년까지 선진국에서 연평균 4% 증가했지만, 1973년부터 2009년까지는 1.9%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금융위기 이후에는 더욱 둔화돼 2009년부터 2025년까지 평균 1.2% 증가에 그쳤다.
OECD의 경제학자인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기술 진보가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AI에 대한 가장 낙관적인 기대가 실현되지 않는 한 1인당 GDP 성장률 둔화를 피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AI가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서조차 AI가 일부 EU 국가에서 인구 감소 대응에 필요한 생산성 증가를 절반 정도만 제공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고령화 경제가 생산성 향상이 더 어려운 노동집약적 서비스 소비로 이동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더 빠른 마사지를 원하지 않고, 더 빠르게 골프를 치거나 더욱 빠르게 하이킹을 즐기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골딘은 말했다. "이는 성장 둔화와 생산성 둔화를 의미한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잰디는 고령화된 인구가 (투자에서) "낮은 위험 선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이것이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투자는 인구 증가가 예상되고 더 국제적으로 연결된 국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들이 역동적인 소비 기반과 넓은 인재 풀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지시스템은 변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1910년대 독일에서 은퇴 연령이 65세로 설정될 당시 기대수명은 50세 미만이었다. 현재 독일의 기대수명은 81세를 넘어섰지만, 은퇴 연령은 67세로만 상향될 예정이다.
빈 공대(TU Wien) 수리경제학 교수인 알렉시아 퓌른크라츠-프르스카베츠는 "오늘날의 인구 및 경제 환경은 더 이상 낡은 복지 시스템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법적으로 정년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연금과 의료 시스템에 대한 압박은 계속 커지고 있다.
런던정경대(LSE) 명예교수이자 '거대한 인구 역전(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의 저자인 찰스 굿하트는 "노인을 위한 지원은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동시에 노동자에 대한 세금은 유지되거나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인구 구조 변화는 많은 국가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탈리아 보코니대의 아른스테인 오스베 교수는 많은 국가에서 고학력·고소득 계층이 이미 "미래에는 공공 의료 서비스와 공적 연금이 더 이상 풍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계층이 민간 의료를 선택하는 반면,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은 공공 의료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연금과 의료 개혁을 제안하는 정치인들은 종종 고령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는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베아타 야보르치크는 "고령화된 유권자층은 정치적 담론과 의사결정을 연금과 의료 쪽으로 이동시키고, 교육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스퍼드대 노년학 교수인 사라 하퍼는 "대부분의 고소득 국가는 노년기 만성질환, 특히 노쇠와 치매라는 점점 커지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60년대 일본에서는 65세 이상 1명당 20~64세 인구가 89명이었지만, 현재는 1명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의 인구학자이자 '사람이 없다: 세상에 더 많은 아이가 필요한 이유(No One Left: Why the World Needs More Children)'의 저자인 폴 모어런드는 "정년을 몇 년 늦추는 것으로는 이를 보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더 일하고, 로봇이 일부 도와주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듣기는 좋다"면서도, 이러한 인구 감소 상황에서는 "이는 타이타닉호의 갑판 의자를 재배치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인센티브를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족친화적 정책이 더 많은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였던 것처럼, "이제는 고령층을 위해 유사한 전환을 해야 할 것"이라고 인구 컨설팅 회사 휴먼체인지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브래들리 슈어먼은 말했다.
그는 또 고령 노동자 채용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생애주기의 다른 한쪽 끝, 즉 출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출산율의 의미 있는 반등을 위해 사회 전반의 급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UC버클리 고령화 경제·인구연구센터 초대 센터장인 로널드 데모스 리는 필요한 핵심 변화로 "가족을 가지는 것이 즐거운 일이고 경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을 꼽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매우 다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2는 여성 1인당 2.1명인 대체출산율 이하 국가에 살고 있다. 현재 EU 국가들에서는 2024년 출생아 수가 약 350만 명으로, 1961년의 660만 명에서 크게 감소했다.
하버드대 교수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은 미국 등에서의 출산율 하락에 관한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면서, 자율성을 획득한 여성들이 더 높은 교육, 경력, 가족을 모두 갖기 위해서는 "아이의 아빠가 더 많은 육아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결국 옥스퍼드대 교수 야쿠브 비야크는 인구 변화로 촉발된 경제 문제의 해결책은 교육과 이민, 성평등 정책, 보건과 복지, 기술 변화, 그리고 노동기간 연장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할 단 하나의 '만능 열쇠'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최대 난제는 단연 '인구 감소'일 것입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특히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유교권 국가들에서 그 감소세가 더욱 가파르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저출생에 기인한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사회 전반의 고령화를 수반합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심층 기사를 통해 인구 고령화와 구조 변화가 향후 거시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를 다섯 가지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인구 감소 추세를 억제하는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고령화가 초래할 파장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지혜가 필수적입니다.
머지않아 78세 고령자가 인공지능(AI)을 능숙하게 활용하며 공유 오피스나 동네 카페에서 원격으로 근무하고, 월 350만 원의 소득을 올려 생활비를 충당하는 풍경이 일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인구 고령화가 향후 한국 사회의 지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나아가 이미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냉철하게 짚어보아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