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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웹을 죽이고 있다. 누가 웹을 구할 것인가?

챗GPT 등 AI의 부상은 인터넷의 경제적 생태를 망가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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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뉴스1

2025.08.01 15:51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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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검색 엔진보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AI)에게 질문을 던져 바로 답을 얻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내가 직접 검색 결과를 일일이 살펴보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행위가 우리가 매일 접속하는 인터넷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면 어떨까요?


인터넷의 오랜 공식은 '콘텐츠 제공자가 정보를 주면, 사용자는 그 대가로 광고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AI가 정보를 요약해서 바로 보여주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뉴스 사이트나 블로그, 쇼핑몰에 직접 방문하지 않게 됐어요. 이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포털을 중심으로 형성된 수많은 온라인 사업자들의 트래픽 감소, 즉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장 우리가 즐겨 찾던 맛집 블로거부터 전문 지식을 제공하던 웹사이트까지, 그들의 생존이 위협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문제는 경제적 영향을 넘어 우리 일상과도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네이버나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할 때 접하는 수많은 정보는 사실 개인 창작자나 언론사 같은 콘텐츠 생산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에요. 만약 이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해 정보 생산을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요?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신뢰하고 즐겨 사용하던 양질의 정보 생태계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대표 기술주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도 AI가 가져올 인터넷 시장의 재편은 중대한 리스크이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AI가 촉발한 '트래픽 소멸' 현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 콘텐츠 기업들은 AI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고 있어요. AI가 기존 인터넷 질서를 어떻게 파괴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공짜 웹'의 종말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지, 여기 소개하는 이코노미스트 7월 14일자 기사에서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작년 초 무렵, 매튜 프린스는 대형 미디어 기업 대표들로부터 우려 섞인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전 세계 웹사이트의 약 5분의1에 보안 인프라를 제공하는 클라우드플레어의 대표인 프린스에게 그들은 심각한 새로운 온라인 위협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뭐죠, 북한인가요?'라고 물었어요." 프린스는 당시의 대화를 회상했다. "그랬더니 '아니요, AI입니다'라고 답하더군요."


이 경영진들은 이후 명확해진 추세의 초기 징후를 발견했던 것이다. 바로 인공지능(AI)이 사람들이 웹을 탐색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이 기존 검색 엔진 대신 챗봇에 질문을 던지면서, 따라가야 할 링크 대신 답변을 직접 제공받게 되었다. 그 결과 뉴스 제공업체, 온라인 포럼부터 위키피디아 같은 참고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발행업체들은 트래픽이 우려할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AI가 사람들의 검색 방식을 바꾸면서, 인터넷의 핵심에 있는 경제적 가치도 바꾸고 있다. 인간이 생성하는 트래픽은 오랫동안 온라인 광고를 통해 수익화되었으나 이제 그 트래픽이 고갈되고 있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AI 기업들이 정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할 새로운 방법을 시급히 찾고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개방형 웹은 매우 다른 형태로 진화할 수도 있다.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는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였다. 개발사인 오픈AI에 따르면 약 8억 명의 사람들이 이를 사용한다고 한다. 챗GPT는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다운로드 앱이다. 애플은 사람들이 질문을 AI에 하면서 자사의 사파리 웹 브라우저에서의 기존 검색량이 지난 4월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곧 자체 브라우저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와 다른 신생 기업들이 급부상하자, 미국 내 기존 검색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은 뒤쳐지지 않기 위해 자체 검색 엔진에 AI 기능을 추가했다. 지난해 구글은 일부 검색 결과에 AI가 생성한 '개요'를 먼저 보여주기 시작했고 이는 이제 보편화되었다. 지난 5월에는 챗봇 형태의 검색 엔진인 'AI 모드'를 출시했다. 구글은 이제 AI를 통해 사용자들에게게 "구글이 당신을 위해 대신 구글링하도록 할 수 있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구글이 구글링을 대신하면서, 인간은 더 이상 정보가 수집된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게 된다. 1억 개 이상의 웹 도메인 트래픽을 측정하는 시밀러웹은 6월까지 1년간 전 세계 (인간에 의한) 검색 트래픽이 약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 동호회 사이트와 같은 일부 카테고리는 괜찮지만 다른 분야는 큰 타격을 입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이트 중 다수는 바로 검색어에 대한 답변을 흔히 제공했을 법한 종류의 사이트들이다. 과학 및 교육 사이트는 방문자의 10%를 잃었고, 참고 사이트는 15%, 건강 관련 사이트는 31%를 잃었다.


광고나 구독을 판매하는 기업에게 방문자 감소는 곧 수익 감소를 의미한다. "저희는 오랫동안 구글과 매우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어요…그들이 그 약속을 깨뜨렸죠." 피플, 푸드 앤 와인 등의 매체를 소유한 닷대시 메러디스Dotdash Meredith의 대표인 닐 보겔은 말한다. 3년 전 닷대시 메러디스의 사이트들은 트래픽의 60% 이상을 구글로부터 얻었다. 현재 그 수치는 30% 중반이다. "그들은 우리와 경쟁하기 위해 우리의 콘텐츠를 훔치고 있어요." 보겔은 말한다. 구글은 타사의 콘텐츠를 공정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시밀러웹의 추정에 따르면 구글이 'AI 개요' 기능을 출시한 이후 다른 페이지로의 클릭으로 이어지지 않는 뉴스 관련 검색의 비율이 56%에서 69%로 증가했다.


"인터넷의 본질이 완전히 변했어요." 개발자들을 위한 온라인 포럼으로 가장 잘 알려진 스택오버플로우Stack Overflow의 최고경영자(CEO)인 프라샨트 찬드라세카르는 말한다. "AI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콘텐츠 사이트로 가는 트래픽의 숨통을 조이고 있어요." 방문자가 줄면서 스택오버플로우의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의 수도 줄고 있다. 마찬가지로 열성적인 사용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위키피디아는 출처 표시 없는 AI 생성 요약이 "사람들이 사이트에 접근하고 기여하는 경로를 차단한다"고 경고한다.


트래픽과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대형 콘텐츠 제작사들은 법적 위협을 발판으로 AI 기업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협상해왔다. 이는 뉴스코프 CEO 로버트 톰슨이 '구애와 소송'이라고 칭한 방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포스트 등을 소유한 뉴스코프는 오픈AI와 계약을 체결했다. 뉴스코프의 자회사 두 곳은 또 다른 AI 답변 엔진인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오픈AI를 고소하는 한편 아마존과는 계약을 맺었다. 수많은 다른 거래와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코노미스트 그룹은 아직 모델 훈련을 위해 저작물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았으나 구글이 자사의 AI 서비스 중 하나를 위해 일부 기사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데는 동의했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에는 한계가 있다. 한 가지 이유는 판사들이 지금까지는 AI 기업의 편을 드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두 건의 별개 저작권 소송에서 피고인 메타와 앤트로픽이 승소했는데, 두 회사 모두 타인의 콘텐츠로 모델을 훈련시키는 것이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보다 먼저 미래 기술 개발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는 실리콘밸리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듯 보인다. 트럼프는 저작권이 있는 자료로 AI를 훈련하는 것이 항상 합법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미국 저작권청장을 해임했다.



AI 기업들은 훈련 데이터보다는 지속적인 정보 접근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더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 체결된 계약들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온라인 포럼인 레딧은 구글에 자사 콘텐츠를 라이선스했는데, 보도에 따르면 연간 6000만 달러(약 836억 원) 규모다. 그러나 레딧은 지난 2월 검색 트래픽 불안정으로 인해 예상보다 더딘 사용자 증가를 보고한 후 시가총액이 절반 이상 하락했다. (이후 성장은 회복되었고 주가도 일부 손실을 만회했다.)

딜레마에 빠진 웹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인터넷에 있는 수억 개의 도메인 대부분이 테크 대기업에 구애하거나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너무 작다는 것이다. 이들의 콘텐츠는 집합적으로는 AI 기업에 필수적일 수 있으나 개별 사이트는 없어도 무방하다. 설령 힘을 합쳐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독점금지법이 이를 가로막을 것이다. AI 크롤러를 차단할 수도 있고, 실제로 일부는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검색 노출을 완전히 포기하는 걸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 클라우드플레어의 모든 신규 고객은 AI 기업의 봇bot이 자신의 사이트를 어떤 목적으로 스크래핑하는 것을 허용할지 질문받게 될 것이다. 클라우드플레어의 규모는 AI 기업들이 비용을 지불하도록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 사이트들의 집단적 대응 같은 걸 가능하게 할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한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사이트가 봇에게 입장료를 부과할 수 있는 '크롤링당 지불'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우리가 교통 규칙을 정해야 해요." 프린스는 자신이 선호하는 결과는 "인간은 콘텐츠를 무료로 얻고, 봇은 그것에 대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봇을 위한 페이월'이라고 소개하는 톨빗이 대안을 제시한다. 톨빗은 콘텐츠 사이트가 AI 크롤러에게 다양한 요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매거진 회사는 오래된 기사보다 새로운 기사에 더 높은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톨빗은 AP통신과 뉴스위크를 포함한 2000개의 콘텐츠 제작사를 위해 이러한 종류의 소액 거래 1500만 건을 처리했다. 톨빗의 CEO 토시트 파니그라히는 기존 검색 엔진이 예를 들어 "슈퍼볼은 몇 시에 시작하나"와 같은 획일적인 콘텐츠를 장려하는 반면, 접근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독자성, 차이를 장려한다고 지적한다. 톨빗의 크롤링당 최고 요금을 요구한 곳 중 하나는 한 지역 신문이다.


프로라타ProRata는 또 다른 모델을 제시한다. 이 스타트업은 1990년대에 이후 웹의 많은 부분을 지탱해온 클릭당 지불 온라인 광고의 선구자인 빌 그로스가 이끌고 있다. 그로스는 AI가 생성한 답변과 함께 게재되는 광고 수익을, 해당 답변에 콘텐츠가 기여한 정도에 비례하여 콘텐츠 사이트들에 재분배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프로라타는 자체 답변 엔진인 'Gist.ai'를 보유하고 있으며, 파이낸셜타임스와 애틀랜틱을 포함한 500개 이상의 파트너와 광고 수익을 공유한다. 이는 현재 구글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모범 사례에 가깝다. 그로스는 자신의 주된 목표가 "다른 사람들이 결국 모방할 수 있는 공정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콘텐츠 제작자들 또한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고하고 있다. "인터넷의 미래가 전적으로 트래픽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스택오버플로우의 기업용 구독 제품인 '스택인터널'을 구축한 찬드라세카르는 말한다. 뉴스 발행사들은 '구글 제로'에 대비하여, 더 이상 검색을 통해 유입되지 않는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뉴스레터와 앱을 사용하고, 콘텐츠를 페이월 뒤로 옮기거나 라이브 이벤트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의 콘텐츠 대기업인 닷대시메러디스는 구글로부터의 유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체 트래픽이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한 오디오와 비디오는 AI 엔진이 텍스트보다 요약하기에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 시밀러웹에 따르면, '답변 엔진'의 검색 트래픽이 가장 자주 방문 사이트는 단연 유튜브다.


모든 사람이 웹이 쇠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의 로비 스타인은 반대로 지금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팽창하는 순간"에 있다고 주장한다. AI가 콘텐츠 제작을 더 쉽게 만들면서 사이트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구글 봇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웹은 45% 확장되었다. AI 검색은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질문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책장 사진을 찍고 다음에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같은 방식은 트래픽을 증가시킬 수 있다. AI의 검색 조회를 통해—비록 인간의 눈으로 읽히는 것은 아닐지라도—이전보다 더 많은 사이트가 '읽히고' 있다. 답변 엔진은 하나의 답변을 제공하기 위해 수백 페이지를 스캔할 수 있으며 이는 인간 독자보다 더 다양한 범위의 출처를 활용하는 것이다.


구글이 이전보다 더 적은 인간 트래픽을 외부 사이트로 내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대해 스타인은, 회사가 외부로 나가는 클릭 수의 급격한 감소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그 수치를 공개하는 것은 거부했다. 사람들이 사이트를 덜 방문하는 데에는 AI 외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스크롤하거나 팟캐스트를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웹의 종말은 이전에도 소셜네트워크, 그 다음엔 앱에 의해 예측되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AI는 지금까지 중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웹이 현재와 비슷한 형태로 계속 유지되려면 사이트들은 대가를 받을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사람들이 AI 검색을 선호한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요." 그로스는 말한다. "인터넷이 생존하고, 민주주의가 생존하고, 콘텐츠 창작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AI 검색이 창작자들과 수익을 공유해야만 합니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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