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 왕의 '브레이크넥' 표지. /사진제공=WW Norton & Company
2025.09.0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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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중국의 뒤늦은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상하이 상공에는 드론이 떠다니며 굶주린 시민들이 아파트에 모여 있는 곳곳을 향해 명령을 큰 소리로 반복했다. "자유에 대한 영혼의 갈망을 억제해주세요." 여성의 목소리는 이렇게 지시했다. "창문을 열고 노래하지 마세요.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마치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상하이의 2500만 주민들은 이미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오거나 아니면 집안으로 들어가라는 드론의 고함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온라인에서도 도피처는 없었다. 반(反)봉쇄 시위대가 중국 국가(國歌)의 첫 구절인 "일어나라,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는 이들이여"를 인용해 저항하자, 검열관들은 신속히 관련 게시물과 영상을 삭제해버렸다.
중국계 캐나다인 테크분석가로 당시 상하이에 거주하던 댄 왕Dan Wang에게, 이런 테크 역량과 사회 통제의 극적인 결합은 중국식 '엔지니어 국가'가 지닌 장점과 광기를 동시에 상징했다. 이 역동성은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그의 저서에서 중심 주제가 되었으며, 세계 신흥 초강대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현재 스탠퍼드대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왕은 홍콩, 베이징, 상하이에서 6년간 근무하며 가장 통찰력 있는 중국 분석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의 신간 '브레이크넥'에서 그는 데이터가 풍부한 분석을 생생한 개인적 일화와 직설적인 견해와 절묘하게 엮어낸다. 이 책은 중국의 강점과 약점을 탐구하는 동시에, 자기 파괴적 행보를 이어가는 미국 지도부가 어떻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라이벌에게 패할 수 있는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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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핵심 주장은 중국은 '만들어내는 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엔지니어 국가'로 운영되는 반면, 미국은 '막아내는 일'을 우선시하는 '변호사 사회'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공학을 전공한 반면, 미국은 "변호사에 의한, 변호사를 위한, 변호사의 정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법조 엘리트 계급은 성과보다 절차를 중시하고, 체계적으로 부유층을 편들게 됐다고 왕은 주장한다. 1984년부터 2020년까지 민주당 대통령, 부통령 후보 전원이 로스쿨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상반된 접근법은 양국의 고속철도 건설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2008년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800마일 철도 자금 지원을 승인했고, 같은 해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연결하는 비슷한 규모의 철도 공사를 시작했다. 3년 뒤 중국 노선은 360억 달러의 비용으로 개통해 첫 10년간 14억 명의 승객을 실어 날랐다. 반면 캘리포니아 노선의 첫 구간은 2030~2033년이 되어야 개통될 것으로 예상되며, 총 비용은 128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일곱 살 때 부모를 따라 중국에서 이민 간 캐나다인인 댄 왕은 중국과 미국에서 거의 비슷한 시간을 보내며 두 나라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통찰할 수 있었다. 그는 "내게 이 두 나라는 미치도록 흥미롭고, 극도로 기묘하다"고 쓴다.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국인과 미국인만큼 서로 닮은 사람들은 없다고 왕은 본다. 양국 모두 낙관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사'들로 가득하며, 종종 속물적 물질주의를 드러내고, 자신들의 국가가 독보적인 힘과 특별한 사명을 지녔다고 믿으며, 작은 나라들을 줄 세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것이다. 또 위협을 느낄 경우, 국내외에서 엄청난 잔혹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물론 이러한 일반화는 중요한 예외들을 간과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변호사들은 재산권 수호와 법치주의 유지 등에서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댄 왕이 가장 날카로울 때는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이 이룬 비범한 경제적, 기술적 변혁을 묘사할 때다. 그가 인용하는 일부 데이터는 대형 해머처럼 독자의 뇌리를 강타한다.
예컨대 1990년 중국의 자동차 수는 고작 50만 대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4억 3500만 대로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전기차다. 중국은 현재 연간 60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과잉)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판매량이 9000만 대인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규모다. 중국은 드론, 정밀 제조, 산업용 로봇, 태양광·풍력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선두로 떠올랐고, 미국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이는 인공지능(AI)에서도 빠르게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서도 중국은 31기를 진행 중인데, 미국은 단 1기뿐이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중국은 세계 산업 생산능력의 45%를 차지하게 되고, 미국, 유럽, 일본 등 모든 고소득국가를 합친 38%를 능가할 것이다. 물론 이는 여러 분야에서 방대한—그리고 비효율적인—과잉 생산능력을 반영하지만, 동시에 경쟁국들이 따라잡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의 절반은 제대로 기능도 못하지만, 5%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작동하며, 중국의 선도적 기술 기업들은 이제 세계 최강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댄 왕은 주장한다.
그는 또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보이는, 최신 생성형 AI 모델 같이 완전히 새로운 발명에 집착하는 사고방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기술은 특정 발명품보다 제조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인력과 공정 지식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발명했지만, 대부분의 기기를 제조한 것은 중국이었으며, 이는 선전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전자산업 허브로 탈바꿈시켰다.
미국이 기술 리더십으로 가는 사다리를 만들어 왔다면, 이 사다리를 가장 먼저 타고 올라간 것은 중국이었다. 왕의 표현대로 "과학 실험실보다 공장에서 더 큰 영광과 경제적 이익이 나온다"는 논리는 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동의하는 듯하다.
그러나 왕은 중국의 '엔지니어 국가'가 성취한 업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같은 사고방식이 정치와 사회 통제까지 확장된 점을 강하게 비판한다. 중국은 잠재적 외부의 적보다 국내 안보 위협 대응에 더 많은 자금을 쓰고 있으며, 100만 명이 넘는 위구르 무슬림을 구금해 중국적 가치를 주입하려 한다. 중국에서의 체험은 그로 하여금 민주적인 서방에서 누릴 수 있는 다원주의라는 특권을 더욱 갈망하게 만들었다.
댄 왕은 "스탈린처럼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도 영혼의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한다"고 쓴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파괴력이 있는 장에서는, "그릇된 과학주의"가 불러온 인도적 참사를 다룬다. 미사일 과학자 쑹젠이 인구 추계 작업을 주도하면서 1980년 시작된 한 자녀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댄 왕은 러시아 농학자 트로핌 리센코가 1930년대 소련에서 기근을 부른 유사과학을 퍼뜨린 것처럼, 쑹젠 역시 산업적 규모의 죽음과 고통에 책임이 있다고 쓴다. 35년에 걸친 한 자녀 정책 기간 동안 3억 2100만 건의 낙태가 이루어졌고, 1억 800만 명의 여성이 불임 시술을 당했다. 남아가 여아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면서 여아 살해 또한 흔했으며, 그 결과 1999년까지 출생 성비는 120 대 100에 달했다. 인구학자들은 이로 인해 4000만 명의 "사라진 여성"이 발생했다고 추산한다.
자신 또한 한 자녀 정책의 산물이며, 집필 도중 아내가 유산을 겪었던 댄 왕은 이 비인간적 정책에 대해 억눌린 분노를 토해낸다. 중국의 가족 전통과 정면으로 배치되었던 이 정책은 결국 폐기되었다. 그는 "한 자녀 정책은 오직 '엔지니어 국가'에서만 시행될 수 있었다"고 쓴다.
'브레이크넥'의 결론은 미국에 대한 냉혹한 고발이다. 절차 집착에 사로잡힌 좌파 정치와 파괴적인 우파가 미국을 망쳤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만들어내는' 능력뿐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국가를 운영하는' 능력까지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자기파괴적 권위주의 덕분에, 미국이 여전히 지정학적, 기술적 패권을 유지할 기회는 남아 있다고 본다. 최소한 스스로를 더 해치지 않으면 된다. 그는 "패권 경쟁은 이제 누가 더 덜 나쁜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내가 보기엔 미국과 중국 모두 통치 역량을 스스로 갉아먹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적었다.
댄 왕의 분석은 단순화됐다는 지적이 가능하지만, 그렇기에 그의 제언은 더욱 뚜렷하다. 그는 미국이 새로 출범한 '정부효율성부'의 초점을 인력 감축이 아니라 관료적 절차의 축소에 맞추고, 목적지향적 정부를 재활성화하며, 변호사들의 '죽은 손'을 느슨하게 하고, 엔지니어링 역량을 되살려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미국은 자신을 여전히 '개발(발전)도상국'으로 받아들이고, 중국의 엔지니어 국가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개발(발전)도상국이라는 용어는 자부심을 갖고 껴안을 만한 표현"이라며 글을 맺는다.
중국계 캐나다인이자 스탠포드에서 연구원으로 활동중인 테크분석가 댄 왕의 최신 저작 '브레이크넥'이 화제입니다. 목이 꺾일 정도로 빠르게 달린다는 의미의 '브레이크넥'인데, 중국이 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너무 빠르게 뛰다보니 목이 꺽이는 부작용도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파이낸셜타임스(FT) 8월 16일자 서평을 보면 저자의 생생한 관찰이 돋보인다고 하니 이 책을 통해 중국의 테크 기술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롭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또 보통 중국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 대부분은 공학 전공자라는 장점이 있다'는 식의 생각은 좀 진부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이 책의 미덕은 서평을 읽어보거나 직접 책을 읽어보면 아시게 되겠지만, 좀 더 흥미롭게 읽기 위해 이 책에 문제제기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중국 지도자들은 공학 전공자가 많은데 미국이나 서방은 법률, 경제학, 정치학, 철학 등 인문사회, 법률 전공자가 많다면서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에 찬사를 보내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데, 이것은 중국이나 사회주의 국가의 시스템이라는 맥락을 빼놓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주의 국가는 국영기업이 많기 때문에 엘리트가 행정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까지도 관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경제를 택한 나라들에서는 행정 엘리트가 기술을 포함한 기업 경영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합니다. 즉, 국가부문과 시장부문이 좀 더 엄격히 나뉘어져 있어서 양쪽에 필요한 지식이 달라집니다. 반면 공산국가는 국가와 경제가 하나로 합쳐집니다. 그래서 공학 전공자가 당 조직뿐만 아니라 국영기업까지도 경영하는 경험을 쌓아가며 공산당 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통 공학이 경제발전에 기여하면서 세상을 바꾸는데 인문사회과학이 도대체 경제발전에 무슨 기여를 하느냐는 식으로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너무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영국의 산업혁명기에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을 포함한 수많은 역사적 발명품들이 쏟아져나왔고 이것이 영국의 산업혁명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매우 중요한 것을 하나 놓치고 있습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특허법을 창안해낸 나라입니다. 특허라는 제도가 없으면 20년간 연구해서 새로운 기술로 상품을 내놓았을 때 다른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이 기술을 베껴 복제품을 만들어 생산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무도 고생해서 발명을 안 하고 다른 사람이 발명하는 것을 옆에서 기다리고만 있을 것입니다. 영국은 이 특허법 덕분에 수많은 발명들이 이뤄졌다는 것이 독일의 제도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입니다. 물론 발명을 실제로 이뤄낼 수많은 천재들이 반드시 있어야겠지만, 특허라는 제도가 없이는 발명할 의욕이 꺾일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것이 제도의 힘입니다. 그런 점에서 '엔지니어의 중국'이니 당연히 기술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도 이 점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물론, 특허법만 있다고 발명이 이뤄지고 경제가 발전하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제도와 천재적 발명가/공학자는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양자가 조화를 이뤄야 할 것입니다. 이런 논점을 염두에 두고 이 서평을 읽으시거나 댄 왕의 '브레이크넥'을 읽으시면 더욱 흥미로운 읽기가 되실 겁니다. 글은 질문하는 만큼 대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