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4월 19일 금요일, 이란 테헤란에서 금요일 기도회를 마친 이스라엘 반대 집회에 모인 이란 신자들이 혁명 지도자인 고(故) 아야톨라 호메이니(오른쪽)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 그리고 바시지 민병대원들을 그린 벽화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5.09.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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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이란 국영방송 단지를 폭격한 지 몇 시간 뒤, 정치 활동으로 악명 높은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여러 차례 수감됐던 압돌라 모메니는 한 이란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란의 '레짐 체인지'(체제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고 확신한 이란 지도부는 국영방송 스튜디오를 겨냥한 치명적 공습으로 그 두려움이 더욱 증폭된 상황이었고, 이 관계자는 모메니가 이 기회를 정치적 발언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려 했다.
모메니는 "제가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협박하는 건가? 나는 우리나라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것이고, 날 체포하겠다면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 관계자는 모메니가 "애국자"임을 잘 알고 있다며, 전쟁이 끝난 뒤 "다시 대화 나누자"고 했다.
사실 정보기관의 이런 전화는 필요 없었다. 네타냐후가 촉구했던 것과 달리, 이스라엘의 6월 공습은 이란인들이 정권에 맞서 봉기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외부의 침략자에 맞서는 과정에서 갈라져 있던 사회를 일시적으로 하나로 묶는 효과를 냈다. 모메니 또한 그 애국심에 휩싸인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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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늘 이란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만, 이번에야말로 제게 이란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전시의 연대감은 권위주의적 이란 지도부에게도 놀라움이었고, 가장 어두운 시기에 결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불과 12일 동안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심 군 지휘관과 핵 과학자들을 암살하고, 방공망을 파괴했으며, 미국의 짧은 군사개입의 도움을 받아 주요 핵시설들을 폭격했다.
그러나 전쟁의 먼지가 가라앉자, 이란인들은 '이슬람 공화국' 이란을 상처 입히고 불안에 휩싸이게 한 이 공격에 대해 지도부가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를 묻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미 국내 반발과 국제적 압력에 직면한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낸 만큼, 이번 갈등이 변화를 위한 촉매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란 사회와 정치 전반의 합의가 있다.
다만 현재 체제 내부와 외부에서 진행되는 논의는, 본능적으로 자기 보존에 몰두해 있는 이슬람주의 정권이 앞으로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실망한 대중을 달래기 위해 일부 사회적 규제를 더 완화할 것인지, 아니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모든 주요 외교, 국내 사안에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신정(神政) 체제의 정치 구조 자체에 변화를 도입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인지, 혹은 권력의 핵심축, 특히 혁명수비대 엘리트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 서방과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배가시키는 더욱 군사화된 국가를 밀어붙일 것인지의 선택이다.
이란 개혁파로서 이슬람 공화국에 충성하지만 내부 개혁을 추구하는 전 부통령 모하마드 알리 압타히는 "이란 지도부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국민을 결집시키기 위해 일부 규제를 완화할 생각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완화하면 정권 붕괴로 이어질까 걱정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요구와 현 체제 사이에는 20년의 격차가 있습니다. 이 두 힘을 하루아침에 하나로 합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신호는 엇갈리고 있다. 평화도 전쟁도 아닌 불확실한 공기가 나라 전체를 감싸고 있다.
정권은 내부의 정치역학과 지역 내에서 약화된 입지로 고심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태도와 더욱 대담해진 이스라엘이 주는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대중에게 가장 눈에 띄는 양보의 신호는 여성에게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법 집행의 추가 완화였다. 이제 테헤란에서는 어깨에 스카프를 걸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여성들이 늘고 있으며, 보안 당국은 수십 년 동안 이슬람 공화국 핵심 가치의 불가침 원칙으로 여겨졌던 이 규정의 위반을 눈감아 주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란인들은 정치범 석방, 국영방송의 강경 이데올로기 지배 완화, 인터넷 규제 완화 등 훨씬 더 큰 변화를 요구해 왔다. 이는 보다 실질적인 개혁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조치들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직후 정부는 "소셜미디어의 가짜 뉴스 유포"를 막겠다며 법안을 마련했는데, 비판자들은 이를 인터넷 사용을 더 억압하려는 구실로 보았다. 여론의 폭풍 같은 반발 끝에 정부는 결국 법안을 철회했으며, 이는 전쟁 이후 여론에 대한 민감한 대응으로 읽혔다.
한편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달 개혁파와의 회동에서 정부가 야권과의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우리나라의 문제는 대립이 아니라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수십 년간의 탄압과 반체제 인사 투옥, 그리고 조직적 야권 형성을 체계적으로 막아온 권위주의 정권이 내민 보기 드문 올리브 가지로 보였다. 그러나 대다수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정책 변화가 있을 거였다면 정치범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는 모습을 봤어야 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메니는 이렇게 말하며 "정권 내부로부터의 변화는 이미 늦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경험은 이러한 시각을 더욱 굳혔다. 정보 당국자가 약속했던 "대화"는 없었고, 모메니는 전쟁이 끝난 뒤 새 헌법을 위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성명서에 서명했다는 것을 빌미로 "야권과 반란 음모를 꾸몄다"며 재판에 넘겨졌다.
48세인 그는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스라엘의 공격에는 반대했지만, 그는 이 전쟁이 이슬람 공화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고 본다. 이스라엘이 마음만 먹으면 정권을 겨냥해 공격하고 고위 지휘관들을 자택에서 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수십 년간 공안기구를 통해 과시해온 권력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모메니는 "20년 동안 그들은 국민들에게 '당신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이런 정책들을 추진해왔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체제가 더는 효과적이지 않고 정당성을 잃었음을 알고 있었고, 이번 전쟁으로 그들이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안전보장 카드마저 사라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내부에서 가장 급진적인 반체제 목소리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쌓여온 사회적, 경제적 불만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제재로 옥죄인 경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이며, 인플레이션은 35%를 웃돌고 있다.
악화하는 물과 전기 부족으로 인해 지난 3주 동안 테헤란 주(주민 1400만 명 이상)는 두 차례나 공휴일을 선포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나라에서조차 전력난으로 오후에 정부 기관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
많은 이들이 서방과 이스라엘과의 적대감을 수년간 부추겨온 정책뿐만 아니라 무능, 부조리, 부패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도부를 비난한다.
전 부통령 압타히는 "사회 곳곳에서 이미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개혁파와 시민사회는 이 상황(전쟁)에 이를 것이라고 계속 경고해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테헤란 곳곳, 사무실, 식당, 그리고 수도의 역사적 바자르를 이루는 미로 같은 상점들 속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린다.
카페 주인 알리 레자는 이란 정부와 이스라엘 모두 이란인들의 반응을 오판했다고 믿는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카페 문을 닫지 않았다. 인근 경찰서가 폭격당했을 때는 직원들과 함께 달려가 구조를 도왔다. 그는 "네타냐후, 그 개자식은 정말..."이라고 거친 말을 내뱉으며, 이스라엘이 자신의 구역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음에도 계속 영업을 이어간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이들처럼, 그는 이스라엘 총리가 민중 봉기를 유도하려 했다고 의심하는 한편, 이란 지도부조차 터져 나온 애국주의 물결에 놀랐다고 본다.
그러나 그는 이슬람주의 체제에 대한 이념적 지지가 약화됐음을 암시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시민들이 앞다퉈 장병들의 장례식에 몰려들던 모습을 회상하며, 이번 전쟁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이번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순교자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은 10명도 안 됐습니다."
하메네이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33세의 그는 뇌물을 요구하는 경찰과 "광신적이고" "무능한" 파벌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현실을 불평했다.
"전쟁 전에도 필요했던 변화가 전쟁 후에도 똑같이 필요합니다...그것은 사고방식의 변화입니다." 그는 "이제 그들도 여성들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더 큰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이들은 더욱 강경하다. 한 대학생은 이스라엘 공격으로 혁명수비대 지휘관들이 죽었을 때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 구금 중 숨지면서 촉발된 시위가 잔혹하게 진압된 것에 대해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그는 "집권 세력의 행태가 계속된다면 거리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것은 하메네이에게 달려 있다. 수십 년 동안 이란 정치는 86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계 문제, 즉 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공화국을 이끌어온 그를 누가 대신할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번 전쟁은 이 후계 논의에 한층 더 절박함을 불어넣었고, 그의 사망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던 변화들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인식을 낳았다.
분석가들은 이제 그를 누가 대신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그러한 절대 권력이 지속 가능하기나 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메네이가 살아 있는 한, 상당한 정치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쟁 중 은신처로 숨어들어야 했던 그는 그 이후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핵 협상 재개 가능성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하메네이는 발언할 때마다 민족주의를 강조하며 정치적 경쟁 세력 간 단결을 촉구하고, 이스라엘과 서방을 강하게 비난해 왔다. 그러나 정치 개혁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지도부 구조에서 이루어진 한 가지 핵심 변화는, 정권의 베테랑 관료이자 전직 핵 협상가인 알리 라리자니를 최고국가안보회의의 고위직에 임명한 것이다.
분석가들은 정치적으로 중도 성향 보수파로 평가되는 라리자니의 기용을, 정권이 국내외 정책 모두에서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을 택할 것임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여기에는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 가능성도 포함된다.
그러나 정권 내부에서는 시간이 정권 편이 아니라는 우려 속에, 인내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개혁파 정치평론가 사이드 라일라즈는 말했다.
평론가들은 하메네이가 지배체제 내부로부터 자신들이 후계 문제를 직접 관리하겠다거나, 불안정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도부 구조를 개편하라는 요구받을 수 있다고까지 지적한다.
라일라즈는 "정치적, 사회적 관점에서 이 나라를 지금처럼 운영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합니다. 물도, 가스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고, 임금을 지불할 돈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권위주의를 강화하되 이데올로기적 색채는 덜하고, 사회 및 대외 정책은 보다 온건해지는 방향, 즉 자신이 '보나파르티즘'이라 부르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예상했다.
그러나 강경파들은 이번 전쟁의 교훈이 서방에 대해 더욱 강경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점을 정권 담당자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본다. 테헤란대학교 미국학 부교수이자 강경파와 가까운 포아드 이자디는 "그들(강경파)은 다음 지도자가 나라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기준에 가장 걸맞는 후보를 찾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공화국의 베테랑 군 지휘부를 암살한 뒤 더 강경한 성향의 신세대 지휘관들이 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적 역량은 줄었지만, 그것을 사용할 의지는 오히려 커졌습니다." 이자디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에도 심각한 대가가 따를 것임을 보여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핵 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전쟁은 협상을 반대하고 더 강한 군사력을 주장하며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해온 이들이 옳았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수년간 협상을 이어온 이른바 '실용주의' 그룹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 강경한 레토릭뿐 아니라 더 강경한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강경한 노선을 택하면, 고통스러운 경제난에 지치고 고립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국민들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 위험이 있다.
모메니는 "정권이 서방과 미국과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다음번에는 국민들이 연대를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상황은 매우 취약하며, 사람들이 이 정권이 너무 경직되고 전체주의적이라 진지한 협상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 결론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강경파들조차 이번 전쟁이 갈등 시기에 사회 불안을 일깨워준 만큼, 지도부가 최소한 대중에게 더 많은 '관용'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자디는 이번 전쟁이 강경파들에게 일부 사회개혁을 수용할 "구실"을 주었다고 말하며, "그들은 이러한 단합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이번 공격이 체제 교체를 노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카페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보수파들은 이제 이 여성을 이슬람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인으로 보는 것이죠.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정치적 보수파들이 기대하는 또 다른 사회 결속 요소가 있다. 바로 두려움이다. 이란인들, 특히 중산층은 오랫동안 대중 봉기와 그 후폭풍을 경계해 왔다. 아사드 정권에 맞선 민중 봉기가 내전으로 비화하며 폐허가 된 시리아의 모습은 그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이제 이스라엘의 공습은 공포를 더했다. 이란이 생존을 건 전쟁에 갇혔다는 인식이다. 이자디는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는 한, 그것은 이슬람 공화국의 수명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테헤란의 삶은 표면적으로는 전쟁 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 보인다. 거리에는 차량이 빽빽하고, 카페와 식당은 손님들로 붐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생긴 피해 복구 작업도 시작됐다. 폭격당한 에빈 교도소 입구의 벽이 재건되고, 정치범들은 다시 수감됐으며, 고위 관료 알리 샴카니의 자택이 있던 고층 아파트 펜트하우스에는 아파트 수선을 위한 비계(飛階)가 세워졌다. 폭격 지점에는 높은 건물마다 거대한 이란 국기가 걸려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6월의 공습이 단지 1라운드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의 핵시설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핵개발 프로그램 자체가 파괴된 것은 아니라고 서방 외교관들은 말한다.
이란은 여전히 우라늄 농축을 계속할 능력이 있으며 그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던 이란을 두고 이스라엘의 전쟁을 지지한 결정은, 핵 교착 상태를 타결하기 위해 미국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한 이란 정권의 입장을 더 완강하게 만들었다.
국내 정책과 마찬가지로, 테헤란의 메시지는 엇갈리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락치는 이란이 여전히 대화에 열려 있지만, 미국이 협상 중 군사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에 전쟁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고, 미국 정부는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이러한 이란의 요구는 전쟁의 타격을 입은 뒤에도 도전적인 태도를 보이려는 정권의 의지, 그리고 2015년 주요국들과 맺은 핵 합의를 파기해 핵 교착 상태를 촉발했던 트럼프와의 협상 복귀에 반대하는 정권 내 일부 세력의 저항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아락치는 "사람들이 내게 '이제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마라, 그들에게 다시 속지 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외교적 해법이 지연될수록 또 다른 분쟁이 벌어질 위험이 커진다고 전문가들과 외교관들은 지적한다.
한 서방 외교관은 "군사 작전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또 다시 분쟁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라며 "핵시설이 얼마나 심각하게 손상됐는지를 두고 논쟁이 있지만, 핵 프로그램 자체가 파괴되었을 만큼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선출돼 20년 만에 이란의 첫 개혁파 대통령이 된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정권의 딜레마를 직설적으로 표현해 왔다.
그는 지난달 말 "정부가 완전히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자신의 행정부가 잇따른 재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싶으면, 곧바로 다음 재난이 닥칩니다."
열흘 뒤 그는 미국과의 협상에 반대하는 강경파들의 압력을 암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협상을 원치 않습니까? 좋습니다. 대신 무엇을 하려 합니까? 싸움을 원합니까?" 그는 이란 언론인들 앞에서 "그들(이스라엘과 미국)은 우리를 공격했고, 우리가 (핵시설을) 재건하면 그들은 또 공격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무엇을 할지 말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감정적으로 다룰 사안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대적인 폭격 이후 이란발 뉴스가 사라진 느낌입니다. 하지만 8월 27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빅리드' 기사를 보면 이란 내부적으로 심각한 '전후'(戰後)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여성들의 히잡에 대한 규제가 눈에 띄게 완화되기도 하고,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 여러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듯 합니다. 이번 폭격으로 이란의 이슬람주의 정권은 매우 큰 정당성을 잃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미국 등과 대립해 오면서 이들 오만한 외세에 맞서 이슬람주의 정권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려 애쓰고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에 그런 주장을 하는 당사자들, 정권의 고위 요인들이 폭격으로 사망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도 못 지키는 사람들이 과연 국민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퍼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첫번째 의무는 안전보장입니다. 심지어 체제를 뒤집으려는 혁명가도 안전보장을 위해 혁명을 한다고 합니다. 중동지역에서 수천년간 언제나 중요한 나라였고 지역이었던 페르시아(이란)는 중동 지역정세의 최대 변수 중 하나입니다. 이란도 결국은 이젠 기정사실이 되어 버린 이스라엘이라는 존재와 공존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이스라엘을 부정하고는 살아갈 수가 없을 것입니다. 어떤 새로운 길을 모색할지, 아니면 지금까지의 길을 고수하려 할지, 이란은 현재 갈림길에 서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