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아시아 전역으로 번지는 Z세대 혁명

네팔은 분노한 젊은 세대에 의해 지배 엘리트가 무너진 최근 사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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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9일 화요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소셜 미디어 금지 및 부패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네팔 정부 부처와 사무실이 있는 싱하 더르바르를 불태운 뒤 시위대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5.09.19 15:27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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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사태가 전 대법원장을 과도정부 수반으로 임명함에 따라 일단은 진정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몇년 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에서 전개된 시민 봉기는 이른바 Z세대가 주도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9월 15일자 '빅리드'는 이 현상에 주목합니다. '왜 Z세대인가?'라는 거죠. 이 기사는 여러 요인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Z세대의 특징과 관련된 것은 이들이 소셜미디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 자라온 세대라는 점일 것입니다. 이들은 앞선 세대들보다 바깥 세상의 트렌드에 밝습니다. 이들은 틱톡, 인스타그램으로 해외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매일, 매시간 보고 자랐습니다. 즉 이들은 전 세대에 비해 욕구와 취향은 국제수준에 맞춰져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처해있는 상태는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의 가난과 실업입니다. 눈은 높아졌지만 딛고 있는 땅은 여전히 낮습니다. 한국에서도 Z세대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들이 전 세대보다 말이 없는 것도 어쩌면 아직 밖으로 내진 않지만 현실에 대해 불만이 크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좋은 일자리를 꿰차고 있는 기성세대와 달리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있는 한국의 Z세대가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네시아에서처럼 쌓인 분노를 폭발시키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에 번지고 있는 젊은이들의 저항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카트만두의 거리에는 혁명의 흔적이 뚜렷하다. 늦은 몬순 비에 씻겨 내려가는 보도 위의 굳은 핏자국, 정치인들의 자택에서 박살 난 도자기 조각, 불타버린 공공건물에서 풍겨 나오는 연기 냄새가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러나 그때의 순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다음 문장인데, 불길에 휩싸인 국회의사당의 대리석 벽에 검은 매직으로 적혀 있다. "이제부터 이곳은 오직 Z세대 청년들만 있을 것이다. 부패한 지도자들은 나라 밖으로 쫓겨날 것이다. 네팔 만세. Z세대 청년 만세."


네팔에서 벌어진 시위는 "Z세대"—일반적으로 1997년부터 2012년 사이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시위로 불린다. 일부는 교복 차림으로 거리로 나온 이들 젊은이는 노쇠하고 부패했다고 여긴 정치 엘리트에 맞섰다.


이틀간 이어진 파괴적인 유혈 시위 끝에 샤르마 올리 총리는 지난 화요일 사임했다. 경찰은 지난 금요일, 이번 소요로 인한 전국 사망자가 51명에 이르고 부상자는 거의 14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시위의 발단은 정부가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용을 차단한 것이었지만, 이는 부패 정치인과 그 가족들에 대한 오랜 불만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24세 법학도 안잘리 샤는 시위 도중 일부 동료들이 경찰의 실탄 사격을 받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단지 부패에 맞서기 위해 나왔을 뿐이에요. 온라인에서 우리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거리에서 정부에 세금이 어디로 가는지, 공직자 월급으로는 누릴 수 없는 호화로운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따질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렇게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데 말이죠."


중위연령이 25세로 아시아 평균 32세보다 낮은 네팔은, 올리 세대의 고령 지도자들이 기회 부족과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낀 야심 찬 청년층—이들은 일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과 충돌하는 범지역적 흐름을 보여준다.


이곳은 무너진 도미노 중 최신 사례일 뿐이다. 2022년 스리랑카의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 대부분이 젊은층이었던 수만 명의 시위대가 경제 수도 콜롬보로 몰려들어 대통령궁을 점거했다. 당시 76세였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군용기를 타고 몰디브로 도피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방글라데시에서는 다카대 학생들이 주도한 대규모 시민 봉기로 77세의 권위주의 지도자 셰이크 하시나가 결국 인도로 망명했다.


지난달에는 잠시 인도네시아가 다음 도미노처럼 보였다. 경제 침체 국면에서 자카르타 최저임금의 10배인 월 3000달러의 고급 주택 수당을 스스로에게 지급한 국회의원들 소식에 분노한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73세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국회의원 특혜를 폐지하고 재무장관을 해임함으로써 간신히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다.


이 모든 봉기의 공통점은,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서 고령화되고 뿌리 깊은 정치 엘리트들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독점하고, 젊은 세대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높고 부패 수준도 심각하다. 각 시위마다 고유한 맥락이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본다.



방글라데시 평화안보연구소의 샤프카트 무니르 선임연구원은 "아시아 전역에서 Z세대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처럼 정치 지도자들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날 Z세대는 매우 글로벌한 시각을 갖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 있다. 인터넷은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그들에게 불길을 지필 수 있는 생명줄"이라고 말했다.




네팔의 '마리 앙투아네트식'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 모멘트는 소셜미디어에서 비롯됐다. 차단 조치 몇 주 전부터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는 정치인 자녀들이 고급차, 명품 가방, 해외 휴가를 즐기는 영상이 #NepoKids, #NepoBabies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확산되고 있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제투명성기구의 연례 부패인식지수에서 180개국 중 107위를 기록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연간 1400달러로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한 남아시아 모든 이웃 국가보다 낮은 네팔에서, 권력층 가족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은 도화선이 됐다. 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샴페인을 마시는 네팔 정치인 자녀들의 사진과 함께 "시민들은 소금조차 없는데, 너희는 금은(金銀) 식기에 밥을 먹는다"고 비판했다.


법학도 안잘리 샤는 이렇게 말했다. "이 운동의 출발점은 '네포 키즈'—정치인 자녀들이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그 모습을 스스로 SNS에 자랑하는—를 폭로하는 소셜미디어 트렌드였어요. 우리는 안전한 식수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일자리와 기회도 없는 나라에서 부패가 극심한 현실을 겪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9일 화요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소셜 미디어 금지 및 부패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네팔 정부 청사가 있는 싱하 더르바르에서 카드가 프라사드 올리 네팔 총리의 사진을 불 속에 던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5년 9월 9일 화요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소셜 미디어 금지 및 부패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네팔 정부 청사가 있는 싱하 더르바르에서 카드가 프라사드 올리 네팔 총리의 사진을 불 속에 던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인도와 중국 사이에 낀 히말라야 국가 네팔의 거리로 나온 시위대 중 일부는,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던 마지막 대규모 시위를 기억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2006년 봉기는 네팔의 전제 군주가 239년 된 왕정을 끝내도록 길을 열었다.


그러나 '새로운 네팔'을 약속했던 공화국 시대는 10년 내전을 치른 나라에 안정을 가져오지 못했다. 그 이후 12번 이상의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많은 정치인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총리직을 네 차례 맡았던 올리를 포함해—개혁의 희망이 이 오래된 정치인들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자란 신세대의 좌절감을 키웠다.


카트만두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치 평론가이자 '모든 길은 북쪽으로 통한다: 네팔의 중국 접근' 저자인 아미시 라즈 물미는 "국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총리들과 정치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왕이라고 여기며 아무도 자신들의 특권에 도전하지 못할 것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좌절과 분노가 이번 주 폭발한 것이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최근의 인도네시아처럼 청년의 불만이 폭발해버린 것이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서의 소요는, 당시 집권 아와미연맹당에 유리하다고 여겨진 공공부문 채용 할당제에 대한 항의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곧 이 사안이 훨씬 더 큰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지난해 '몬순 혁명'을 주도한 학생 단체에서 출범한 방글라데시 전국시민당의 나히드 이슬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는 파시스트적 정치 합의, 깊게 뿌리내린 부패, 그리고 이제는 국민이 아니라 정권의 충복들과 통치 가문만을 위한 낡은 정치 방식에 대한 거부였습니다."


네팔과 마찬가지로, 방글라데시 당국의 강경 대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경찰과 보안군은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며 군중을 향해 실탄을 발사하고 학생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약 1400명이 사망했지만, 시위대는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거리에 나섰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자카르타 도심 시위 현장 인근에서 배달 중이던 21세의 오토바이 배달 기사 한 명이 경찰 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건 이후, 시위는 급격히 격화됐다.


컨설팅 회사 컨트롤리스크스의 부대표 아흐마드 수카르소노는 "그의 죽음은 부유하고 권력 있는 자들이 어떻게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짓밟는지를 상징하며 불길에 기름을 부은 셈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네팔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국회의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행태, 정부 고위층의 부패 스캔들, 그리고 이미 전국적으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엘리트 지위를 과시하는 문화를 부추기는 소셜미디어가 대중의 분노를 끓는점까지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시위 과정에서 최소 10명이 사망했고, 여러 지방 의회 건물이 불탔다. 분노한 군중은 당시 재무장관 스리 물리아니 인드라와티와 여러 국회의원들의 자택에 침입해 약탈했다.


인도네시아 국립연구혁신청의 듀이 포르투나 안와르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면, 국민이 겪는 실제 고통에 더 민감했을 것"이라며, 그들은 "자신들만의 작은 성 안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젊은 인구 비중이 높다. 예컨대 2023년 네팔에서 15~24세 인구는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해, 세계 평균(15.6%)을 웃돌았다.


젊은 인구는 혁신과 기술,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력 있는 노동력을 가져오는 경제적 호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인구 이점'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생산적인 노동력을 흡수할 만한 충분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네팔 해외고용청 추정치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매년 약 70만 명의 네팔인이 더 나은 미래를 찾아 주로 중동 걸프 지역의 부유한 국가들로 떠났고, 이는 2900만 인구를 잠식하는 결과를 낳았다. 세계은행은 해외 노동자들이 송금한 돈이 네팔 경제 성장의 "핵심"이었다고 평가하지만, "국내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해 기회 상실의 악순환과 네팔인들의 지속적 이탈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네팔 노동자의 80% 이상이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청년 실업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스리랑카의 15~24세 실업률은 약 22%, 네팔은 21%로, 모두 세계 평균보다 높았다.


파리 시앙스포(Science Po)의 남아시아 전문가 크리스토프 자프를로는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청년층의 불만은 주로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정권의 성격에서 비롯됐지만, 동시에 사회경제적 좌절감을 반영한다"며 "초부유층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빈곤해지고 있는 중산층 청년 사이의 불평등은 곳곳에서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이 청년들은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방글라데시에서 그들은 전국시민당을 창당해 내년 총선에 참여할 예정이며, 당선될 경우 새로운 민주 헌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청년 표심이 지난해 좌파 성향의 아웃사이더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56)를 대통령으로 깜짝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부패 척결과 기득권층 특권 폐지를 약속했었다.


네팔에서는 지난 금요일, Z세대 시위대 대표들이 부패와 무관한 인물로 평가받는 전 대법원장 수실라 카르키를 과도정부 수반으로 임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자신들의 히말라야 혁명을 가로채려는 세력을 차단하기 위한 시도였다.


카트만두의 거리는 지금 잠잠하다. 불에 타 껍데기만 남은 차량과 그을린 정부 건물 잔해 사이, 미로처럼 이어진 군 검문소들 뒤편에서 젊은이들은 "지금 우리 나라를 재건하려 애쓰고 있다"고 'Z세대' 운동 지도자 중 한 명인 수단 구룽은 말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카르키 과도정부 수반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은 신속히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3월 새 총선을 소집했다.


또 다른 Z세대 시위자 야티시 오자는 "Z세대를 묶어주는 공통점은 우리의 나이대와 불만"이라며 "우리는 부패에 맞서고, 정치인들에게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 이웃 나라들로부터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수도 출신의 25세 오자는 "이틀 만에 정치 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1888년 창간된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 경제지. 특유의 분홍빛 종이가 트레이드마크로 웹사이트도 같은 색상을 배경으로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도 자유주의 성향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식을 갖고 있는 화이트 칼라 계층이 주 독자층입니다. 2015년 일본의 닛케이(일본경제신문)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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