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로이터=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만나 회담하고 있다. 2025.09.2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5.09.2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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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드론과 전투기가 폴란드,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하고, 러시아 소행으로 의심되는 드론이 출몰해 덴마크 코펜하겐과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몇 시간 동안 중단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벨기에 브뤼셀, 독일 베를린 공항 등의 전산 시스템이 해킹으로 의심되는 장애를 일으켜 수백 편의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되었습니다. 이 역시도 러시아 소행으로 의심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 가장 노골적인 침해 및 공격은 에스토니아 상공에 몇 분간 침입한 러시아 공군의 미그-31 3기입니다. 에스토니아 공군기지에 배치되어 있는 이탈리아 공군의 F-35 2기가 긴급출격해 미그 전투기를 영공 밖으로 유도했습니다. 폴란드에 침입한 19기의 러시아제 드론에 대해서 러시아는 자국 드론이 그 멀리까지 날아갔을리가 없다고 반박했고,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었던 드론인데 신호가 끊어져 제멋대로 날아다니던 것이라며 벨라루스군도 이 드론을 몇 기 사격해 떨어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 출몰한 드론은 작전반경이 큰 이란산 사헤드 드론이 아닌 작전반경이 짧은 저가의 러시아산 드론인데 코펜하겐에서 가장 가까운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 부근에서 출발하더라도 겨우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해상의 러시아 선박에서 띄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러시아가 드론과 전투기를 이용해 나토(NATO) 영공을 침입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전' 협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나토와 유럽연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주둔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는데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방어에 너무 깊게 개입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러시아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한편 폴란드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연합 군사훈련 '자파드 2025'를 시작한 9월 12일에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의 도로 및 철도 교통을 전면 차단했습니다. 러시아가 폴란드 영공에 투입한 19기의 드론 중 3~4기를 폴란드 F-16 전투기들이 격추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입니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은 러시아 군사전략상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폴란드로서는 발틱함대가 있는 칼리닌그라드 러시아 이격지 부근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지역이 가장 위험한 최전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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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가 국경을 차단하게 됨에 따라 중국이 심각한 문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21세기의 실크로드라고도 할 '일대일로' 사업에 따라 중국은 철도를 이용해 유럽으로 상품을 대규모로 운반하고 있는데, 이 육상 물류가 막혀버린 것입니다. 폴란드가(또는 미국과 함께) 고의적으로 중국의 물류를 막았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것이 중국 기업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보통 철도 운임이 해상 운임의 5배 정도라고 하는데, 5배의 운임을 부담하고도 철도를 이용하는 것은 바로 속도 때문입니다. 그런데 폴란드의 국경폐쇄로 중국 상품들이 벨라루스 국경에서 2주간 멈춰버린 것입니다. 폴란드가 2주만에 국경을 재개방하긴 했지만 중국으로서는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영해-공해-영해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와 달리 유라시아 육상 교통로는 영토-영토...영토-영토 식으로 여러 영토를 경유해야 하는데 분쟁이 발생하면 이 영토 중 한 둘이 막힐 위험성이 큽니다. 육상 교통로는 해상 교통로보다 끊어질 위험성이 큽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31일 개막하는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는데, APEC 회의에 앞서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아세안(ASEAN) 정상회의(10월 26일~28일 개최)에 참석한 후 일본을 들러 일본의 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지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합니다. 트럼프는 이번 APEC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접촉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한달 뒤에 개최되는 경주 APEC은 미중 정상이 오랜만에 양자회담을 갖는 중대한 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깜짝 만남'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 정부는 '미북 정상 만남'을 위해 물밑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가 경제 문제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세계은행은 향후 수개월 간 아르헨티나에 최대 40억 달러(약 5조5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고,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아르헨티나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라면서 통화스와프, 달러표시 국채 매입 등 "임무 범위 내에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는 2027년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 밀레이의 재선 도전을 응원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좌파 포퓰리즘을 타파하겠다면서 대통령이 된 '남미의 트럼프' 밀레이는 신자유주의적 긴축 재정을 펼쳐 물가상승률을 2024년 4월의 289%에서 2025년 8월에 34%까지 낮추는 성과를 냈지만, 성장 둔화, 달러 비축액 감소 등 부작용도 초래했습니다. 이와 함께 재정 축소에 따라 실업도 증가해 민심이 악화했고, 9월 초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대패했습니다. 다음달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와 2027년 대선도 현재로선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남미의 우군인 밀레이 구하기에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대규모 재정투입으로 버텨온 아르헨티나의 경제체질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25일 징역 5년형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절차를 밟아 조만간 수감될 예정입니다. 사르코지는 200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에게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파리 형사법원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사르코지가 정당 대표로서 자기 측근과 지지자들이 대선 자금 조달을 위해 리비아 당국에 접근하는 것을 방치했다고 보고 '범죄 공모'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이번 재판은 1심이었는데 사르코지는 항소심(2심)이 끝날 때까지는 불구속으로 재판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예상을 깨고 1심 법원은 향후 1개월 이내에 구금이 시작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이번 판결 및 구금 결정은 단지 범죄 사건으로 보기보다는 프랑스의 정치체제와 관련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프랑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권한이 셉니다. 사실상의 임기제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력한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 물러나는 왕은 차기 왕에 의해 공격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군주제가 임기제가 아닌 종신제를 채택하는 이유는 새로운 왕이 물러난 왕의 권위를 훼손하려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도 임기 중반기에 접어들어 레임덕에 빠지면 슬슬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곧 물러날 대통령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프랑스 대통령은 임기 종료후 조용히 은거하려 합니다. 하지만 사르코지가 이 암묵적 규칙을 어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번 대선을 앞두고 우파 정당에서 유력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재출마를 준비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사르코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물러난 대통령은 은거해야 한다는 암묵적 룰을 사르코지가 어긴 것도 사실입니다. 제왕적 성격이 강한 대통령제는 늘 전임 대통령의 잔존 권위를 어떻게 끌어내릴 것인가라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미 상무부는 올해 2분기(4월~6월) 미국 GDP 성장률(연율 환산치)이 3.8%였다고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