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테크

오픈AI, 1400조 규모 거래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다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여러 거대 테크 그룹과 계약을 체결하며 AI 업계 전반에 걸친 재정적 상호의존성 그물망을 더욱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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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3일(현지시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일본 도쿄에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을 홍보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5.10.31 13:21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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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1400조 원 규모의 거대한 거래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AI 업계의 중심에 자리잡은 과정을 분석한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입니다. 주목할 점은 오픈AI의 자금 조달 방식이 전통적인 투자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과연 천조국이라 돈이 많네" 하고 가볍게 넘길 이야기가 아닙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모습에서 2000년대 초 전 세계를 강타했던 '닷컴 버블'의 그림자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기업들이 서로 돈을 돌려가며 장부상 매출을 부풀리다가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지금 AI 업계는 단순히 주식 거품을 넘어, 수천억 달러의 '부채'까지 동원하며 그 위험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만약 이 거대한 AI 붐이 꺼진다면, 그 충격은 단순히 실리콘밸리에만 머무르지 않을 겁니다. AI 산업 전체는 물론, 세계 금융 시스템까지 뒤흔들 수 있는 '시스템적 위험'이 되고 있습니다. 과연 오픈AI의 야망은 세상을 바꿀 혁신일까요, 아니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위험한 도박일까요? 이번 기사에서는 오픈AI가 얽혀있는 1조 달러 규모의 거래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잠재적 위험을 자세히 파헤쳐 봅니다.


인간과 유사한 인공지능을 추구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테크 업계 내 AI 경쟁을 촉발한 기업 오픈AI는 이 여정에 기업 역사상 그 어떤 투자 프로젝트보다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할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 결과 오픈AI는 업계 거물들과 새롭고 이례적인 재정적 유대를 맺어오고 있다.


"우리는 매우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를 감행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어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10월 초 벤처 캐피털 회사인 안드레센호로위츠와의 팟캐스트에서 말했다. "이런 규모로 투자를 하려면 업계 전체나 업계의 상당 부분이 우리를 지원해 줄 필요가 있어요."


챗GPT를 개발한 기업이 컴퓨팅 파워에 1조 달러(1400조 원) 이상을 지출할 수 있는 일련의 계약을 추진하면서 그 도박의 규모가 최근 몇 주간 분명해졌다.


이렇게 막대한 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오픈AI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재정 자원을 끌어오는 거래를 성사시켰고, 이는 AI 업계 전반의 재정적 상호의존성 그물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픈AI는 이미 '버블' 영역에 진입했을지도 모르는 산업에 새로운 차원의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하는 데 일조하고 있을 수 있다.



올트먼의 가장 최근의 파격적인 거래는 10월 초 칩 제조업체 AMD와의 계약으로, 이는 결국 오픈AI가 후버댐 용량의 3배에 달하는 6기가와트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막대한 양의 칩을 구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컴퓨팅 용량 1기가와트마다 약 500억 달러(70조 원)의 자본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간주되며, 이 중 약 3분의2는 칩 대금으로 AMD에 흘러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오픈AI는 첫 1기가와트에 대해서만 확정 주문을 냈을 뿐이며, 이 거래나 다른 거대한 지출 계획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불분명하다. 이 계약에는 AMD가 사실상 오픈AI에게 현재 가치 360억 달러(50조4000억 원)에 달하는 자사 주식의 약 10%를 제공하는 이례적인 추가 혜택도 포함되었다.


이는 오픈AI가 최근 시장에 선보인 여러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달 말, 오픈AI는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000억 달러(140조 원)의 지분 투자를 10회에 걸쳐 유치하는 예비 계약을 체결했으며, 각 투자는 오픈AI가 엔비디아 칩 1기가와트 분량을 주문하는 것과 연계된다. 오픈AI는 또한 지난달 오라클로부터 데이터센터 용량을 구매하기 위해 5년간 3000억 달러(420조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이와 같은 거대 거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분석하는 것은 AI 붐의 자금 조달에 새로운 복잡성을 더했다.


한 가지 과제는 이러한 거대 계약들이 과연 완전히 이행될 것인지 그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이다. AI 서비스 수요가 모든 데이터센터 구축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할지, 새로운 시설의 자금 조달, 건설, 장비 구축이 가능할지, 그리고 이를 가동할 전력이 충분할지가 모두 미지수다.


미국 회계기준에 따르면 기업들은 취소 불가능한 계약에 대해서만 '잔여 이행 의무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로 불리는 예상미래수익을 보고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오라클 주주들이 오픈AI의 3000억 달러 약속을 이미 확보된 현금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약 오픈AI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오픈AI는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양측이 재협상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오라클의 주가는 AI 사업 수주 증가 소식에 36% 급등했지만 이후 상승분의 3분의1을 반납했다.


한편 이러한 계약의 엄청난 규모와 불확실성을 넘어, 이것이 AI 업계에 새로운 상호의존성과 더 광범위한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일부 거래에서 기업 간 자금이 순환하는 방식은 명목상 수요 수준을 부풀릴 수 있다.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 한 대형 AI 기업에서 발생한 차질이 업계 전체에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자금 조달 방식에 따라 그 영향은 AI 업계를 넘어 더 넓은 금융 시스템에까지 흠집을 낼 수 있다.


오픈AI와 다른 기업들이 약속한 막대한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자금을 조달하거나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온 회의론자들에게, 최근의 연이은 거래들은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 모든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려고요?" 테크 투자자이자 전직 마이크로소프트 임원인 찰스 피츠제럴드는 말한다. "어쩌면 그들의 진정한 가치는 금융공학에 있을지도요."




공급업체와 이례적인 계약을 체결한 것은 오픈AI만이 아니다. 이는 상당 부분 일부 거대 테크 기업들이 자신들의 강력한 대차대조표와 현금 흐름을 이용해 자신들의 고객이기도 한 신생 AI 스타트업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구글과 아마존은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 고객인 AI 모델 개발사 앤트로픽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러한 거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클라우드 고객이자 광범위한 비즈니스 파트너인 오픈AI에 130억 달러(18조2000억 원)를 쏟아부은 것과 유사하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 람다랩스 등 자사의 고객이기도 한 차세대 AI 인프라 기업에 여유 자금을 지원하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2025년 9월 23일 화요일,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디 애링턴 하원의원(왼쪽부터),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클레이 마고이르크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5년 9월 23일 화요일,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디 애링턴 하원의원(왼쪽부터),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클레이 마고이르크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일각에서는 공급업체 자금에 대한 이러한 높은 의존도를 잠재적 불안정성의 징후로 본다. "엔비디아는 'AI 중앙은행'이 되었어요. 그들이 '최종 대부자'인 셈이죠." 피츠제럴드는 말한다. 공급업체로부터 지분을 받고, 그 돈을 추가 차입을 지원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AI 붐이 고도로 복잡한 금융공학에 의존하게 만들었다고 그는 덧붙인다.


이러한 순환성은 또한 수익이 얼마나 지속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투자회사 워버그 핀커스의 전 회장인 빌 제인웨이는 이것이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당시에 흔했던 거래 방식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당시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가 신생 인터넷 미디어 회사에 광고비를 지불하면, 그 대가로 미디어 회사가 그들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곤 했다. 그런 인위적인 거래 방식은 두 회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 강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으리라고 제인웨이는 덧붙인다.

오늘날 AI 인프라 붐과 가장 유사한 사례로, 1990년대 루슨트, 노텔과 같은 통신 장비 회사들이 고객들에게 장비 구매 자금을 선지급했다가 업계에 파산의 물결이 닥쳤을 때 대규모 손실 상각write-off에 직면했던 것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의 붐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AI 기업들은 자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고 보고하는데 이는 당장의 필요도 없는 용량을 구축했던 1990년대 통신 버블과는 거리가 멀다고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시어리벤처스의 토마스 퉁구즈는 말한다.


이러한 유형의 순환성이 아직 심각한 우려를 낳을 정도는 아닐지라도, 이는 투자자, 고객 또는 파트너로서 다양하게 중첩된 관계를 맺고 있는 AI 업계 기업들 간의 광범위한 상호연결성 및 높은 수준의 고객 집중도를 부각한다.


만약 오픈AI와 같은 회사가 긴축 경영에 내몰린다면 그 여파는 업계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러한 집중도를 보여주는 한 가지 징후는 가장 최근 분기에 엔비디아 매출의 46%가 단 4개의 고객사에서 발생했으며, 7월 말 기준으로는 단 3개사가 매출채권의 56%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집중도는 테크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얼라이언스번스틴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짐 티어니는 말한다. 5~6개의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AI 시장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만약 오픈AI가 자본 지출을 줄인다면, 매우 강력한 재무 상태를 가진 일부 다른 대형 AI 기업들은 이를 자체 투자를 늘릴 기회로 볼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더 심각한 우려는 AI 인프라 구축에 사용되는 부채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테크 버블이 터지면 주식 시장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지만 경제 전체에 더 광범위한 피해를 주지는 않을 수 있다고 전 워버그 핀커스 회장인 제인웨이는 말한다. 버블이 막대한 양의 부채로 인해 부풀려질 때만 금융 시스템에 대한 위험이 심각해진다.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면 현금흐름의 순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요." 제인웨이는 말한다. "진정한 경제적 파괴는 파산하고 상환할 수 없는 돈을 빌린 기업들로부터 오죠."


부채는 이미 AI 인프라 구축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10월 초, 일론 머스크의 xAI가 200억 달러(28조 원) 규모의 자본 조달의 일환으로 125억 달러(17조5000억 원)의 부채를 조달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 시장에서 180억 달러(25조2000억 원)를 조달했다.


한 가지 의문은 증가한 차입 수준을 감당할 현금흐름이 어디에서 나올 것인지, 그리고 AI 수요가 예상대로 증가하지 않을 경우 누가 결국 책임을 지게 될 것인지다. 데이터센터 자금 조달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구조는 막대한 규모의 사모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방식은 관련된 테크 기업의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고 다른 프로젝트와 분리된다는 장점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죠."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퉁구즈는 이러한 사모 신용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런 유형의 대출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며 은행과는 한 단계 떨어져 있다"고 제인웨이는 덧붙인다. 그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부채를 감당할 현금 흐름을 창출하지 못할 경우, 그 손실이 은행 시스템에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오픈AI의 CEO는 연간 130억 달러(18조2000억 원)에 달하는 회사의 매출이 계획 중인 1조 달러(1400조 원) 규모의 투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다가올 지출 규모에 대해 별다른 우려를 보이지 않는다.


올트먼은 그에 대한 보상은 아직 구상 단계에 있는 AI 기술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회사가 아직 개발하지 않은 AI 모델을 기반으로 하며 내년 하반기에나 출시될 차세대 칩에서 실행될 것이다.


"우리 앞의 연구 로드맵과 그 모델들을 사용함으로써 얻게 될 경제적 가치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확신합니다." 그는 말했다.



역자 임준서는 연세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로 AI반도체혁신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고, 컴퓨팅 프로세서와 진화 연산에 대한 연구를 하였고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AI 반도체 기술 지정학과 생태계 혁신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칩퓨처'(21세기북스, 2025)가 있다.



1888년 창간된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 경제지. 특유의 분홍빛 종이가 트레이드마크로 웹사이트도 같은 색상을 배경으로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도 자유주의 성향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식을 갖고 있는 화이트 칼라 계층이 주 독자층입니다. 2015년 일본의 닛케이(일본경제신문)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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