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AFP=뉴스1) 김지완 기자 = 10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1.10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5.11.14 16:33
- 0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일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주오사카 총영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다카이치 일본 총리에 대해 "참수"를 거론한 것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참수" 위협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고는 "많은 우리 동맹국들도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라면서 "중국보다 우리의 동맹국들이 무역에서 우리를 더 이용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트럼프의 이 말은 많은 점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첫째, 트럼프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입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계기로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김해)에서 트럼프는 시진핑과 '1년간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특히 AI에 필요한 GPT의 수출제한을 무기로 중국을 압박하려 했는데, 중국은 고성능 모터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수출제한을 무기로 미국에 맞섰습니다. 트럼프는 이 반도체-희토류 대치상황에서 일단 '1년간의 휴전'을 만들어놓고 빠르게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하려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론 시진핑은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둘째, 트럼프는 국제질서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능하긴 하지만, 장기적 시야를 갖고 신뢰 자본 같은 소프트파워를 키우는데는 아무래도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중국의 전국시대에 맹자가 양혜왕(梁惠王)을 만났을 때 왕이 자꾸 국익을 이야기하자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何必曰利)라며 "오직 정의만 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는데, 현대 국제정치에서 국익이 비록 중요하긴 하지만 정의롭다는 외견은 갖춰야 장기적으로 리더십이 튼튼해질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가 '하필왈리'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의 이 발언에 크게 실망했을 것 같고 '미국만 믿고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품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실 다카이치는 중국의 예상되는 반발을 각오하고 "대만 유사시"를 언급했을텐데 '동맹국이라고 친구는 아니다'라는 말을 들은 것입니다. 중국에 대한 견제를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트럼프가 과연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같은 서태평양 동맹국들에 대해 어떤 외교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트럼프에 대한 다큐멘터리 '조작'으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사장과 보도본부장이 트럼프에게 잘못을 사과하면서도 "체계적인 왜곡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트럼프측은 사과와 지도부 사퇴에도 BBC에서 10억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BBC 보도부문에는 '파노라마'라는 유명한 시사 코너가 있는데 과거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대선에서 패배했을 때 발생한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사건과 관련해 트럼프의 발언 두 가지를 교묘하게 짜집기 편집해 마치 트럼프가 선동한 것처럼 방송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막후에서 트럼프 측을 달래려 하고 있는 듯 한데, 미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와 스타머 사이에 이견이 있음을 인정한 후 트럼프는 소송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BC 뉴스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 중 하나인데, 이번에 지도부가 사퇴하는 위기를 맞으면서 영국 내에서는 그간 BBC 보도부문이 보여왔던 문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모든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고 있는 BBC가 런던의 젊은 세대의 의견을 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지방의 중장년층은 정치적으로 좀 더 보수적인데 이들의 관점이 소외되는 게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예컨대 2월에 BBC다 내보낸 가자지구 다큐멘터리에서 13살짜리 청소년이 증언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중에 이 아이의 아버지가 하마스 간부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BBC는 이러한 사실을 감춘채 평범한 청소년의 이야기라고 소개한 것입니다.
이번 BBC 사태를 맞아 영국의 우파들 중에서는 이번참에 BBC를 폐지해버리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BBC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유럽의 공영방송, 국영방송 중에서 BBC가 가장 정치적 중립을 잘 지켜왔다면서 폐지보다는 개선을 권했습니다. 어느 나라든 공영방송, 국영방송은 집권세력의 스피커가 되기 쉽습니다. 매우 중립적이라는 평판을 얻어온 BBC조차 보도의 편향성으로 이렇게 위기를 만나는 것을 보면 공영방송의 중립성 확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튀르키예(터키) 검찰이 11일 에크렘 이마모을루 전 이스탄불 시장에게 징역 2430년을 구형했습니다. 이마모을루 전 시장은 장기집권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그는 금년 3월에 구속되어 뇌물 수수 및 반정부 테러단체 지원 등 140건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집권 정의개발당을 이끌어온 에르도안은 2003~2014년간 총리로 재임했고, 2014년부터는 대통령으로 재직중입니다. 이마모을루는 주민 수가 1600만명이나 되는 거대 도시 이스탄불의 수도로서 한 때 차기 대통령 지지율에서 에르도안에 15%포인트 앞서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검찰이 그를 전격 체포했고, 이번에 2430년을 구형한 것입니다. 튀르키예는 오랫동안 군이 세속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이슬람주의가 너무 강해진다고 판단할 때마다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교체한 후 다시 물러난 오랜 전통을 가졌는데 2016년에 에르도안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군 쿠데타를 진압한 후 입법, 사법, 언론 등 공공기관 전반에 숙청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 쿠데타 진압 이후 에르도안은 철권 독재자로 군림해오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의 차기 대통령선거는 2028년에 실시될 예정입니다.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이 13~17일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즉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합니다. 태국 국왕으로는 첫 중국 국빈방문입니다. 그리고 와찌랄롱꼰 국왕은 2016년 즉위 이후 금년 4월의 부탄 방문이 유일한 외국 방문입니다. 이번 중국 방문이 두번째 외국 방문입니다. 이번 국왕 방중을 앞두고 태국 경찰은 미얀마에서 범죄단지를 만들어 놓고 중국인 등을 납치감금해 온라인 사기를 일삼던 중국 출신 두목을 중국으로 송환한다고 밝혔습니다. 양국간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중국-태국 관계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은 태국에 대해 일대일로 사업으로 쿤밍-방콕을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이 말라카해협을 우회할 대안으로 태국의 폭이 좁은 크라(Kra) 지협에 파나마 운하같은 운하를 중국 주도로 건설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진 않고 있지만 중국 당국도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