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마음을 얻으려는 대만의 절박한 몸부림

초고속 반도체, 거액의 투자금, 새벽 3시 30분의 전화...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보다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대만은 초긴장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3월 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웨이저자(CC Wei) TSM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월스트리트저널(WSJ) 3월 22일 자 기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흡수통일' 위협에 맞서 미국의 안보 보장을 확고히 이끌어내려는 대만의 절박한 노력을 생생하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이 2027년을 대만 문제 해결의 시한으로 거론하고 있으나, 군사적 무력을 통해 섬나라인 대만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과제입니다.


오히려 해당 기사가 지적하듯, 대만 국민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중국의 경제적 번영에 호감을 품도록 유도하는 '정치 공작'이 중국의 주된 대만 정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시 주석은 이를 위해 왕후닝과 같은 최고 전략가를 권력 서열 4위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하여 대만 업무를 총괄하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선전·선동 공세는 통제하기 어렵다 해도, 대만 국민의 대미(對美) 신뢰는 미국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충분히 유지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존재입니다. 그는 철저한 '거래주의 외교'를 앞세워 중장기적 동맹의 신뢰보다는 단기적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고, 대만은 바로 이 지점을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을 상쇄하기 위해 대만이 기울이는 사활을 건 노력을 상세히 전합니다. 이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결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수 없는 대목입니다. 우리 역시 1950년 1월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이 발표한 이른바 '애치슨 라인'에서 방위 대상국으로 제외된 후, 그해 6월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남침을 겪은 뼈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강대국의 대외 정책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 급변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곧 냉혹한 국제정치와 권력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격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요동칠 미국의 외교 지형을 우리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다루어 나가야 할지, 깊은 숙제를 안겨주는 기사입니다.

2025년 4월, 대만 관리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를 발표하는 모습을 충격 속에 지켜봤다. 대만에는 32%의 관세율이 부과됐는데, 이는 대부분의 다른 선진국보다 더 높은 수준이었다.


이들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불과 한 달 전, 대만의 재계 거물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는 백악관에서 애리조나에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을 대거 건설하기 위해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트럼프는 웨이저자를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칭하며, 그가 이끄는 TSMC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는 타이베이 권력 중심부의 분위기를 고무시켰다.


그러나 이번 관세 충격은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이는 다양한 무역 제안과 그 이상의 조치를 통해 트럼프를 달래기 위한 총력 대응을 촉발했다. 관리들은 '대만 모델'이라 불리는 첨단 산업 클러스터를 미국에 수출하겠다는 제안을 통해 조건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들은 이 청사진을 황금색 표지로 묶어 '골든플랜(Golden Plan)'이라 이름 붙였다.



대만을 자신의 정치적 업적 문제로 여기는 시진핑이 트럼프를 설득해 양보를 이끌어내고는 대만 흡수통일에 더욱 대담하게 나오는 것은 아닐까.


이후 이 계획은 5000억 달러 규모의 거래로 포장됐다. 미국 협상가들이 "트럼프는 큰 숫자를 좋아한다"고 말한 점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대만은 지난 15개월 동안 기존의 관례를 잇달아 무시하는 현존하는 가장 예측 불가능한 미국 지도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숨가쁜 노력을 기울여왔다.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이 섬에 있어 그 중요성은 더 이상 높아질 수 없을 정도다. 중국은 대만을 흡수통일하려 하고 있으며, 대만의 방어는 미국의 지원에 달려 있다.


대만의 관리들은 트럼프가 대만을 안보상의 부담이 아니라 미국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핵심적인 '반도체' 카드로 인식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는 트럼프가 향후 몇 주 내로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지도자 시진핑과 납득하기 어려운 무역 휴전을 모색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있는 이가 없다.


대만을 자신의 정치적 업적 문제로 여기는 시진핑이 트럼프를 설득해 양보를 이끌어내고는 대만 흡수통일에 더욱 대담하게 나오는 것은 아닐까.


2월 한 통화에서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에 신중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10억 달러 규모의 패키지를 승인했지만, 시진핑의 압박 이후 다른 거래들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무기 공급이 줄어들 경우 대만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대만 관리들은 트럼프이 구사하는 표현에서 상징적인 변화만 있어도 중국에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미국이 신뢰할 수 없고 대만은 결국 중국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대만사람 2300만 명에게 납득시키려는 중국의 목표를 도울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트럼프가 대만 문제에서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오브라이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승리자로 보고 그의 지지자들도 그렇게 본다"며 "그는 대만을 잃는 미국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만에서 이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대만 제1 야당인 국민당의 전 국제사무국장이었던 알렉산더 황은 트럼프가 전시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모욕한 것과 같은 행동이 전반적으로 친미 성향인 대만인들의 신뢰를 흔들었다고 말했다.


황은 "대만은 트럼프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줘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대가로 대만 안보에 대한 그 어떤 약속도 확실한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꼭두새벽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대만에게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첫 신호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나타났다. 그는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쳐갔다고 비난하며, 대만이 미국에 방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은 출발을 제대로 하고자 했다. 2024년 12월, 트럼프 취임을 몇 주 앞두고 대만은 조용히 국가안보팀을 워싱턴에 보내 공화당 인사들 및 차기 행정부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을 만나게했다. 그러나 취임 불과 일주일 만에 트럼프는 대만산 반도체 수입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막후에서는 TSMC가 이미 새로 지명된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과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놓고 협의 중이었다. TSMC는 2020년 이후 650억 달러를 투자해왔지만, 러트닉은 더 많은 투자를 요구했다.


러트닉은 TSMC가 미국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압박을 가했다. 그는 이후 한 팟캐스트에서 해당 계약에 "20페이지에 달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며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엔지니어를 고용하라는 요구"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러트닉은 1000억 달러 투자를 조건으로 "그런 조항을 모두 없애줄 수 있다"고 말했다. TSMC는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TSMC의 고객사들인 미국의 거대 테크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이 대만에 집중된 상황에서 잠재적인 관세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TSMC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총 6곳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 거래는 대만에 불리한 점이 있다. 야당 지도자들은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굴복했다고 비난하며, 이는 대만을 보호할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드는 이른바 '실리콘 방패'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관리들은 이 거래가 워싱턴에서 대만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이를 지지했다.


대만 관리들은 TSMC로부터 최첨단 반도체는 계속 대만에서 생산될 것이라는 확약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어 32% 관세가 부과됐다. 관리들은 참깨빵과 망고로 허기를 달래며 밤늦게까지 '골든플랜'을 다듬었다.


대만의 무역 협상팀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워싱턴을 일곱 차례 방문했다. 라이칭더 총통은 시차 때문에 타이베이에서 대기하며 꼭두새벽에도 전화를 받았다. 1월 중순 협상 마무리 회의가 끝난 뒤 협상단은 타이베이 시간으로 새벽 3시 30분에 라이 총통에게 전화를 걸었다.

침공 저지

무역은 라이칭더의 고민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그는 또한 대만이 안보에 진지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미국 내 회의론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400억 달러 규모의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었다.


미국 회의론자들 중에는 강경 발언으로 대만에서 잘 알려진 국방부 고위 인사 엘브리지 콜비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취임 전인 2024년 타이베이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대만을 방어하는 데 강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만, 그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경우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썼다. 그는 대만의 군사 지출이 "거의 자살 수준"이라며 "대만 지도자들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우리 미군 병력만 무의미하게 위험한 일에 뛰어들도록 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했다.


인준 청문회에서 콜비는 대만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국방에 지출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요구를 지지했다. 이는 대만 정부가 불가능하다고 여긴 천문학적인 수준이었지만, 라이칭더 총통은 국방비를 GDP 대비 3.3%까지 우선 끌어올리고 2030년까지 5%에 도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지난 해 늦여름, 미국과 대만의 국방 당국자들은 알래스카에서 회담을 열어 대만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인 중국의 침공에 대비해 어떤 무기가 필요한지를 논의했다. 수년간 미국 정부와 콜비는 전차와 군함보다, 중국의 전력을 소진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기동성 전력 및 '비대칭' 전력을 대만에 권고해왔다. 대만 정부는 점차 이에 동의해왔으며, 현재 이동식 미사일 체계가 주요 도입 희망 목록에 올라 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과 상무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고, 국방부 역시 언급을 거부했다.


1년에 걸친 치열한 로비 끝에 대만은 몇 가지 성과를 거뒀다. 12월, 트럼프는 11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패키지를 승인했다. 올해 초에는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무역 합의도 발표됐다.


대만 기업들은 미국에 2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대만정부는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촉진하기 위해 추가로 2500억 달러의 신용 보증을 약속했다. 1월 한 TV 인터뷰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러한 대만의 투자를 트럼프의 보호에 대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만은 상반된 신호도 받고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트럼프는 미국 비축 무기 가운데 수억 달러 규모를 대만으로 이전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았다.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트럼프는 다카이치에게 긴장을 낮추라고 조언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인사는 대만 관련 결정 가운데 이전 행정부보다 더 많은 사안이 트럼프의 직접 승인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미국의 최근 '국가방위전략(NDS)'은 중국을 이례적으로 온건한 표현으로 다뤘다.


중국은 대만의 미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중국의 화려한 도시 이미지를 통해 대만 청년층의 인식을 바꾸려 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 차관 천밍치는 "미국이 이 지역에서 도발적으로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트럼프의 전략을 '덜 말하고 더 행동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대만 지원은 실제적이다"고 말했다.


천 차관은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만을 둘러싼 충돌 억제를 미국의 우선 과제로 규정한 문건인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을 근거로 들었다.


대만에서는 국방 협력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야로 평가되고 있다. 현지에 배치된 미국 군사 훈련 요원이 많아 눈에 띄는 수준이며, 농담처럼 "영어 교사"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그 존재는 여전히 민감한 사안이다. 사안에 정통한 인사에 따르면,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와 대만군은 위협 상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으며, 중국이 대만섬을 신속히 점령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만의 '소모전략'도 이러한 대화에서 비롯됐다.


워싱턴과 타이베이는 미국의 생산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는 무기 인도를 가속화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미국이 다른 국가로부터 무기를 구매해 대만에 전달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이 인사는 말했다.

2027 시나리오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대만 측과의 협의에서 중국의 잠재적 침공을 '2027 시나리오'로 지칭한다. 이는 시진핑이 자국 군대에 대만 점령 능력을 갖추라고 지시한 시점을 의미한다. 이는 실제 실행 시점이 아니라 준비 목표지만, 위협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약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1월, 400억 달러 규모의 특별국방예산에 반대해온 대만 야당 지도자 황궈창과의 회의에서 이 '2027'을 언급했다. 황에 따르면, 이들은 해당 예산 통과를 촉구하며 대만이 잠재적 침공에 대비할 시간이 1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들은 트럼프가 시진핑과의 개인적 관계를 활용해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그를 안심시켰다고 황은 전했다.



황은 "그래서 내 질문은 '그렇다면 왜 우리가 2027년을 걱정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며 "그들은 '시진핑이 약속을 깨는 경우에 대비해서'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에서는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미국이 대만의 공식적인 독립 선언을 단순히 '지지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이를 명시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힐 수도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중국이 오랫동안 원해온 표현상의 변화다.


텍사스의 샘 휴스턴 주립대에서 미-대만 관계를 연구하는 전문가 데니스 웡은 이러한 뉘앙스가 트럼프에게는 중요하지 않지만, 중국은 이 변화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웡은 중국이 대만의 미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중국의 화려한 도시 이미지를 통해 대만 청년층의 인식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대만에서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에는 친척들에게 줄 텔레비전을 들고 갔는데 그들이 텔레비전을 살 형편이 못 되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과거 대만인들은 중국을 안쓰럽게 여겼지만, 중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이러한 인식은 변화했다.


그는 "대만인들이 아름다운 베이징과 상하이의 번영만 보면서 그 어두운 면은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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