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5월의 오후, 부퍼탈Wuppertal 인근에서 '매머드'라는 별명을 가진 거대한 궤도갱신 열차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노선 중 하나를 따라 조금씩 이동하며 낡은 침목, 자갈, 레일을 뜯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하고 있다.
독일에서 첫 상업용 열차가 운행된 지 거의 200년이 된 지금, 이 작업은 국가 철도망을 재건하려는 역사적인 노력의 일환이자 정부가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1조 유로(1760조 원) 규모의 획기적인 지출 계획에서 우선순위 사업이다.
독일 철도는 너무 신뢰성이 떨어져서 패트릭 슈나이더 교통부 장관은 시민들이 국가의 기본 서비스 제공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면 민주주의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지난 3월에 경고했다.
독일 장거리 열차 중 제시간에 도착하는 비율은 20년 전의 84%에서 60%로 떨어졌다. 작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에 따르면, 국영 철도 회사인 도이치반Deutsche Bahn은 가장 신뢰성이 떨어지는 영국 열차 운영사보다도 실적이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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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의 투자 부족으로 인해 시간은 촉박하다. 현장 노동자들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모두에게 그렇다. 독일 경제는 4년째 침체에 빠져 있으며 유권자의 3분의1이 좌파나 우파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하고 있다.생산성 증가율은 대부분의 국가들에 뒤처져 있고, 수출에 의존하는 산업 부문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으며 실업률은 느리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만성적으로 불안정한 열차는 널리 인식된 병폐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상징이 되었다"고 열차 운영사 플릭스Flix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앙드레 슈뱀라인은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철도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바탕으로 국가가 얼마나 잘 기능하는지 판단하죠."
부퍼탈에서는 '매머드'가 그러한 정서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노동자 15명으로 구성된 팀이 운영하는 이 열차는 1회 근무당 2km의 선로를 재건하고 있다. 이는 기존 방식보다 네 배 이상 효과적이다.
매머드의 배치는 독일 정부의 훨씬 더 광범위한 지출의 일환이다. 작년에 독일 정부는 수십 년간의 재정 긴축에서 탈피해 헌법상 예산 균형 의무를 우회하여, 정부가 5000억 유로(750조 원)를 빌려 병든 인프라를 12년에 걸쳐 개조하기로 했다. 철도에 우선순위를 두고 군사 부문에도 같은 금액을 지출할 수 있도록 했다.
"돈은 더 이상 주된 제약 조건이 아닙니다." 경제학 교수이자 라르스 클링바일 재무장관의 고문인 옌스 쥐데쿰Jens Südekum은 말한다. "지금 진짜 문제는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입니다."
독일의 철도 개선 사업은 독일이 대규모 적자 재정을 미래의 성장으로 전환해 지난 수년간에 걸친 표류와 쇠퇴를 되돌릴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최초의 진정한 시험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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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의 광범위한 재정 투입은 다소 고르지 못한 출발을 보였다. 2025년에는 추가 인프라 투자에 할당된 3700억 유로(555조 원) 중 2400억 유로(360조 원)만이 지출되었다. 예산의 대부분을 쏟아부은 도이치반은 눈에 띄는 예외였다.
"교통 부문, 특히 철도는 인프라 기금이 가장 강력하게 출발한 분야 중 하나입니다." 쥐데쿰 고문은 말한다. "많은 철도 프로젝트가 수년간 서랍 속에 방치되어 있었는데 이제 마침내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것이 도이치반에 달려 있다. 도이치반은 통일 이후 1994년 동서독 국영 철도의 합병을 통해 만들어졌다.
2025년 취임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메르츠 정부는 도이치반이 가진 문제의 상징이 되었던 리하르트 루츠 최고경영자를 해임했다. 그의 후임인 에블린 팔라는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비대한 조직을 능률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의 포부는 유럽 최고의 철도 회사가 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난 5월 그는 베를린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며 그 여정이 "길고 또한 험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류상 함부르크에서 뒤셀도르프까지의 기차 여행은 4시간 몇 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5월 하순의 어느 월요일 오후, 이 여정은 니콜라 크래머에게 23시간의 인내심 시험으로 변했다.
몇 시간의 기다림 끝에 그의 기차는 취소되었다. 다른 수단들은 초만원이었고 결국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한 대체 열차는 100분 더 연착되었다.
"도이치반의 위기 관리는 형편없었고 내부 업무 흐름은 완전히 비효율적인 것 같았어요." 크래머는 말한다.
자기 나라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불평하는 독일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도이치반은 손가락질 받기 쉬운 국영기업이다. 도이치반 그룹의 인프라 부문인 데베인프라고DB InfraGo는 국가의 철도망을 소유 및 유지하고 여러 운영자에게 임대인 역할을 하며 법적으로 공익에 복무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도이치반은 더 이상 유일한 열차가 아니다. 유럽연합의 1991년 지침은 주요 노선을 경쟁에 개방했다. 이제는 수백 개의 민간 운영사들이 있다. 대부분은 화물 및 지역 열차에 특화되어 있으며 이 분야에서 도이치반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40%와 59%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장거리 여행에서 정부 소유의 도이치반 그룹은 여전히 시장의 94%를 지배하고 있으며 플릭스, 유로스타, 외베베ÖBB와 같은 경쟁사들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헬스케어 컨설팅 회사 HC&S의 최고경영자인 52세의 크래머는 업무를 위해 매년 5만8000km에 달하는 철도 여행의 대부분을 도이치반에 의존하며 종종 외딴 병원들을 방문한다.
크래머는 '교수대의 유머'(자조적인 블랙유머)가 연착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라고 말한다. 올해 초 좌절한 철도 이용객들은 실시간 열차 연착에 돈을 거는 모의 베팅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는 치밀한 계획으로 대처한다. "중요한 회의의 경우, 저는 3시간에서 3시간 30분의 여유를 두고 일정을 짜요." 크래머는 말한다. 그는 또한 항상 여벌의 옷과 칫솔을 챙겨 다닌다.
작년 한 해 19억3000만 회 철도를 이용한 독일 승객들은 향후 몇 년 동안 이런 대비책을 연마할 기회를 많이 갖게 될 것이다.
철도망의 공사 현장 수는 2024년 이래 3분의1 급증하여 2026년에는 2만8000곳에 달해 추가적인 여행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도이치반의 정시 목표는 70%로 하향 조정되었고 시기도 2년 늦춰진 2029년으로 연기되었다.
FT가 방문한 부퍼탈의 선로 공사 현장은 그 딜레마를 보여준다. 이 노선은 쾰른과 독일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고 고도로 산업화된 지역 중 하나인 루르 동부를 연결한다. 1841~1848년 사이에 개통된 이 노선에는 평소에는 1일 최대 280대의 열차가 운행된다.
2월부터 7월까지 이 중요한 노선은 폐쇄된다. 장거리 열차들은 다른 곳으로 우회되어 여정 시간이 길어지고 이미 붐비는 철도망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 통근자 5만5000명 가량은 교통 체증에 갇히기 쉬운 200대 이상의 철도 대체 버스에 의존해야 한다.
"철도 이용자들은 5개월 동안 꽤 힘든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도이치반의 인프라 부문인 데베인프라고의 필리프 나글 최고경영자는 말한다. "하지만 그 후에는 상황이 정말 훨씬 나아질 겁니다."
쾰른과 하겐Hagen 사이에서 노동자들은 선로 81km를 열성적으로 교체하고, 전철기(선로전환기) 50개를 교체하며 역 12개를 개보수하고 있다. "엄청난 작업이죠." 8000억 유로(1200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도이치반 베테랑 아르노 예거가 부퍼탈의 폐기된 화물역에 있는 컨테이너 임시 사무실에서 말한다.
밖에는 산더미 같은 새 자갈 옆에 낡은 침목 수백 개가 쌓여 있다. 노동자들은 선로 밑에서 잊혀진 케이블, 파이프라인, 심지어 도로까지 계속해서 발견한다.
"루르 지역의 산업 역사를 파헤치면서 일하고 있죠." 예거는 말한다. 7월 중순 노선의 예정된 재개통까지 한 달 남은 상황에서 그는 작업이 제시간에 완료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훌륭한 팀워크 덕분에 우리는 해낼 것입니다."
핵심 노선을 몇 달 동안 폐쇄하고 처음부터 다시 짓는 것은 도이치반의 전통에서 급격히 벗어난 것이다.
과거에는 노선을 개방한 채 조금씩 개보수했다. "그러면 영원히 시간이 걸릴 거예요." 나글 최고경영자는 말한다.이러한 폐쇄 조치 중 두 건이 완료되었고 세 건이 진행 중이며 회사는 2036년까지 35건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 것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몇 달 만에 해내고 있습니다." 나글 최고경영자는 덧붙인다.
교통경제학 및 물류학 박사 학위를 가진 44세의 철도 애호가 나글은 심각한 위기의 순간에 유럽에서 가장 큰 철도망을 물려받았다. 2022년 그가 취임하기 두 달 전, 진작에 교체되었어야 할 낡은 침목으로 인한 열차 충돌 사고로 5명이 사망했다.
이 비극은 심하게 낙후된 철도망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다. 빌헬름 2세 시대의 다리와 1960년대의 신호소를 포함하여 철도망 자산의 16%가 "열악" 또는 "부적절" 등급을 받았으며 긴급한 교체가 필요하다. 모든 열차 연착의 80%는 낡은 인프라로 인해 발생한다.
문제의 원인은 독일이 높은 실업률, 낮은 경제 성장률, 증가하는 예산 적자로 고군분투하던 20여 년 전에 내려진 일련의 불행한 결정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 밀레니엄이 시작될 때 도이치반을 민영화하고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납세자들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논의되었다. 비록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 논의는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가상의 상장을 앞두고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유지보수에 인색했다. 대규모 프로젝트에 우선순위가 부여되었다. 슈투트가르트 지하역이 그 중 하나인데 수년간의 연기, 비용 초과 및 내부 고발자들의 사기 의혹 등 많은 논란에 시달렸다.
FT 추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2005~2010년 사이 철도망의 연간 예산은 1990년대 중반보다 약 20% 더 낮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은행을 구제하기 위한 막대한 차입 이후 2009년 독일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채 브레이크'를 헌법에 명시하여 정부가 연간 지출을 조세 수입에 맞춰야만 하도록 만들었다.
"균형예산 정책과 부채 브레이크라는 과거의 재정적 프레임워크에서는 투자가 동일한 세수를 두고 사회적 지출과 경쟁해야만 했어요." 경제학자 쥐데쿰 교수는 말한다. 그 결과 미래지향적 투자는 정치적 과정에서 종종 불이익을 받았다.
2022년 나글이 데베인프라고에 도착했을 때, 그의 첫 조치 중 하나는 폐쇄 후 재건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당장 제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첫번째 파일럿 프로젝트인 프랑크푸르트와 만하임Mannheim 사이의 노선은 계획대로 5개월 만에 재개통되었지만 정시성의 실질적인 개선은 1년 후에야 이루어졌다. 디지털 열차 제어 및 신호 시스템의 설치는 1년 이상 지연되었다.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했어요." 나글 최고경영자는 말한다.
2025년 8월부터 폐쇄되었던 함부르크와 베를린 간 핵심 노선의 공사는 더 큰 좌절을 겪었다. 악천후로 인해 5월로 계획된 재개통이 6주 연기되었다. 그리고 처음 몇 주 동안은 소요 시간이 이전보다 5분 더 길어질 것이다.
브란덴부르크에 있는 어헤드 부르크호텔 렌첸의 소유주인 요나스 모그는 함부르크와 베를린 사이 278km 노선의 재개통 지연이 그에게 "진짜 충격"이었다고 말한다. 두 대도시 중간에 위치한 그의 호텔 예약은 폐쇄 기간 동안 15~20% 감소했다.
국가 지정 문화재인 성 안에 위치한 이 호텔에 대해 모그는 "우리는 기차로 여길 방문하는 걸 적극적으로 홍보한다"고 한다. 베를린에서 온 손님들에게는 일반적으로 기차가 운전하는 것보다 빠르다고 덧붙인다. 폐쇄 기간 동안 철도 대체편으로 이동하면 "4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손님들은 도무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죠." 모그는 덧붙인다. 모그는 이제 여름 시즌 동안 부족분을 만회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이 끔찍해질 수 있어요."
브란덴부르크의 다른 곳에서는 철도 건설 그룹 슈피츠케Spitzke의 토르스텐 푈커 최고매출책임자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직원 3000명의 회사가 실행할 수 있는 수준 이상 수주 하지 지 않는 것이다. 연간 매출은 2025년에 68억8000만 유로(10조3200억 원)로 19% 급증했으며 올해도 두 자릿수 증가가 예상된다.
정부가 투자 사업의 윤곽을 잡은 후, 슈피츠케는 철도 공사에 필요한 중장비 기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장기적인 약속이 중요합니다." 푈커 최고매출책임자는 말한다. "우리는 이제 행동하고 투자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노이마르크트Neumarkt와 레겐스부르크Regensburg 사이의 노선에서 슈피츠케는 가공선을 위한 새로운 철탑을 설치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사용하고 있다. "비용은 조금 더 비싸지만 훨씬 빠르죠." 푈커 최고매출책임자는 덧붙인다.
나글이 "전후 재건 이후 가장 큰 철도 투자 사업"이라고 부르는 것에도 불구하고, 2025~2029년 사이에 현재 약속된 지출액 1070억 유로(160조5000억 원)는 그가 수년간의 투자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는 1300억 유로(195조 원)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매년 더 많은 인프라 자산의 수명이 다하고 있다. 유지보수 지연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올해 230억 유로(34조5000억 원) 예산의 절반 이상이 필요하다고 나글 최고경영자는 말한다.
승객들은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은 중기적인 혜택에 대해 낙관적이다. "현재 엄청난 돈이 철도망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분들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 플릭스의 슈뱀라인 최고경영자는 말한다.
작년은 어느 정도 획기적인 해였다. 데베인프라고의 연례 평가에 따르면 수년 만에 처음으로 철도망의 전반적인 상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2026년 말까지 도이치반은 2024년 이후 900km의 철도 노선을 재건할 것이며 이는 2036년 목표의 4분의1에 가까운 수치다. 이는 1945년 이후 건설된 신규 노선 1900km 가량의 절반에 해당한다.
고속버스 운영사로 출발했지만 장거리 열차도 운영하는 플릭스는 2028년부터 출시할 계획인 신형 고속 열차 65대를 위해 24억 유로(3조6000억 원)를 배정했다. 이탈리아 고속 열차 운영사 이탈로Italo 역시 다년간의 철도망 접근 권한을 얻는다면 신형 열차에 최대 36억 유로(5조4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며 독일에 대한 야망을 품고 있다.
두 경쟁사 모두 장거리 여행에 대한 도이치반의 독점 체제에 가까운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한 대대적인 공격 시기로 2028년을 주시하고 있다. 그때쯤이면 현재의 대규모 투자가 의미 있는 개선을 이뤄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심화는 결국 승객들에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로가 2012년에 국영 그룹 트렌이탈리아Trenitalia와 경쟁하기 시작한 후 처음 5년 동안 승객 수는 두 배로 늘어난 반면 평균 티켓 가격은 41% 하락했다.
"수천만 명의 승객들이 추가로 철도를 이용하게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플릭스의 슈뱀라인 최고경영자는 많은 신규 운영사들의 희망을 대변하며 말한다. "독일에서 우리는 현재에 갇혀 미래를 위해 무엇이 건설되고 있는지 놓치는 일이 너무 많아요."
독일 경제가 모두의 부러움을 사던 시절, 철도의 정시성은 가장 많이 인용되곤 하던 지표였습니다. 이후 독일 경제가 침체 일로를 걸으면서 철도 정시성 또한 심각하게 떨어졌죠. 독일이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습니다.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균형 재정' 원칙을 제쳐두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철도 인프라 개선에 176조 원 가량을 투입하고 있고요.
모든 나라가 그렇겠지만 독일 경제 또한 늘 부침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통일의 경제적 충격 등으로 경제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이코노미스트가 독일을 두고 '유럽의 병자'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2000년대 초 일련의 개혁을 통해 독일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독일 경제의 호황은 2020년까지도 주욱 이어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제조업의 부상으로 다시 위기에 빠졌습니다. 지금 당장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듯 보이는 독일 경제이지만 이미 과거에도 이를 극복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적절한 개혁과 투자가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철도로 대표되는 인프라 문제는 한국에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국 또한 KTX의 정시성 문제가 최근 들어 자주 대두되고 있고 인프라 투자 부족으로 인한 서울 주요 구간의 병목 현상은 많은 철도 이용객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죠.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송전·용수 인프라 부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과감한 개혁과 투자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독일의 철도 인프라 투자를 상세히 다루고 있는 파이낸셜타임스의 6월 10일자 기사를 함께 읽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