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깨어난다: 잃어버린 30년의 종언?

1% 금리가 모든 것을 흔들어 깨울 수 있다

2026년 7월 29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에 표시된 닛케이 지수 주변으로 사람들이 서 있다. /사진=AP/뉴시스

일본은행, 약칭 '일은(日銀)'이 기준금리를 1%로 올린 것은 역사적 사건입니다. 일본 경제가 이제 정상적인 모습을 갖게 된 것입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커졌던 자산 버블이 1990년 중반에 터진 이후 일본경제는 30년간 멈춰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이웃국가들인 한국과 대만은 꾸준히 경제성장을 해 이제는 1인당 GDP에서 일본을 따라잡았습니다. 최근의 반도체 경기로 어쩌면 한국과 대만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환율 변화로 조만간 '1인당 GDP 5만불 시대'에 진입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일본은 여전히 3만불 대에 머물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의 7월 23일자 '빅리드' 기사는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긴 터널에서 벗어난 것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경제는 부활한 일본 경제와 다시 경쟁을 펼쳐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겠다는 강한 결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은 메모리 반도체 부분에서 80년대까지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했습니다. 반도체와 관련한 소재, 부품, 장비는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미국의 도움을 받고 일본 정부가 지원한다면 일본 반도체 산업이 예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연히 찾아온 반도체 특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다면 권토중래를 노리는 일본이 우리의 반도체 점유율을 잠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경제성장은 한국, 대만, 동남아 등 서태평양 지역의 전반적인 경제성장에 이바지 할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해야 할 일입니다. 부활하는 일본 경제와 어떻게 협력해 공동의 이익을 도모할 것인지, 그리고 그런 일본과 어떻게 경쟁을 펼쳐갈 것인지 정부와 기업이 제대로 준비를 해야할 것입니다. 세계 4위의 '경제 거인' 일본이 우리 옆에서 깨어나고 있습니다.

7월 초, 차가운 맥주와 시원한 모밀국수, 아이스 말차라떼를 앞세운 일본의 여름은 전국의 술집과 식당, 카페에 낙원 같은 성수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다.


지금 일본은 뜨겁다. 외국인 관광객 입국은 계속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달러당 약 163엔 수준의 약세 엔화는 많은 일본인들이 해외 대신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증시 랠리와 임금 상승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부(富)의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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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게 보면, 경제학자들은 이제 일본이 한때는 치유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경제적 침체에서 벗어난 나라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디플레이션은 이제 과거의 일로 밀려난 듯하다. 잠재 GDP를 밑돌던 '마이너스 산출갭'은 해소됐고, 수십 년 동안 '가격 결정력'을 잃었던 경제의 여러 부문에도 다시 가격 결정력이 돌아오고 있다.


마침내 일본은 1980년대 자산가격 거품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듯 보인다. 그 거품은 붕괴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30년이 넘는 경제 침체를 낳았다.


이 변화의 규모와 의미는 실로 놀랍다. 일본만한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 가운데 이렇게 오랫동안 물가 하락에 시달린 나라는 없었고, 다시 아직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정상 상태'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많은 미지의 과제를 안고 있는 나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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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게이오대의 경제학자로, 일본의 30년에 걸친 디플레이션 탈출 과정을 추적해온 고바야시 게이이치로는 "이는 일본의 구조적 전환"이라며 "수요부족 경제에서 공급부족 경제로의 이동"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일본 정부 핵심부와 많은 일본 기업 이사회에 퍼지고 있는 자신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부채를 안은 가계와 기업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부담의 징후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주 일본 내각은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을 승인했다. 과거 정부들과 달리 이제는 인플레이션이 세수 증가를 뒷받침해 줄 것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총 2조 3천억 달러(약 3275조원) 규모의 경제 청사진은 스스로를 "경제·재정 운영 방식 자체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고 규정했다. 수년간 정체된 물가가 국내 투자와 혁신을 억눌러 왔지만, 이제 일본은 "비(非)디플레이션 상태로 전환했다"고 선언했다.


다만 보고서는 "새로운 성장 지향 경제로의 본격적인 전환은 아직 절반 정도만 이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은행은 한때 세계적으로 '비정상'의 대명사가 됐던 통화정책 체제를 '정상화'하고 있다.


2024년까지 8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일본은행의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렀다. 이는 일본이 이른바 '잃어버린 수십 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상징적인 수준인 1%까지 인상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올해에도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정부는 금리 상승 폭을 제한하기 위해 일본은행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며 자본조달 비용을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올해 2.91%까지 치솟으며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때 당국이 사실상 장악하고 생명력을 잃은 시장으로 치부됐던 일본 국채시장은 다시 변동성을 되찾고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본 증시는 2024년 이후 시가총액이 두 배로 불어났고, 이에 따라 새로운 세대의 일본인들이 투자를 배우기 시작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 경제학 교수들은 학생들로부터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자산 대부분을 은행 예금으로 보유하는 데 익숙했던 일반 국민들은 이제 자신의 자산을 물가 상승률보다 더 빠르게 불려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한 번도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를 배출하지 못했던 일본의 자산운용업계는 이제 수십조 엔 규모의 자금을 맡아 이를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저금리와 저물가의 보호를 받아온 일본 산업계의 광범위한 분야에서는 이제 투자자들이 1990년대에 이미 추진했어야 한다고 여겼던 기업 간 합병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은행권은 전한다.


은행권은 새로운 환경과 함께 정부 및 도쿄증권거래소가 인수합병(M&A)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 기조를 내세운 것이 맞물리면서, 2025년 일본 관련 인수합병 규모가 3859억 달러(약 550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JP모건은 분석했다.


통합 움직임은 아직 비교적 더디지만, 핵심 산업에서 잇따라 성사된 대형 거래들은 기업들의 유인이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9월 국내 경쟁사인 미쓰이화학, 이데미츠코산, 스미토모화학은 일상용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폴리올레핀의 일본 내 생산을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또 이달에는 미쓰비시전기의 최고경영자(CEO)가 한때 치열한 경쟁 관계였던 도시바와 롬(Rohm)의 전력반도체 사업을 통합할 계획을 공개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화학, 전력, 반도체 산업의 통합을 유도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 왔는데, 인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업들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 모건스탠리와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합작사인 모건스탠리 MUFG의 알베르토 다무라 최고경영자는 "가장 큰 변화는 금리 상승을 계기로 일본인과 일본 기업의 사고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라며 "행동 자체가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사업 재편과 국내 투자에 훨씬 더 큰 시급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1% 시대를 맞고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난 일본은 동시에 불안정한 사회이기도 하다. 지금 일본에는 마지막으로 비슷한 경제 환경을 경험했을 당시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 스테판 앵그릭은 "일본은 인플레이션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완전히 체화하지 못했다"며 "아직도 그 현실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세계적 기준이나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1.5%는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많은 가계에는 이것이 심각한 생활비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까지는 실질임금 상승률이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계소득 가운데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고통지수'인 엥겔계수는 지난해 12월 30.7%를 기록해 25년 만에 최고치에 올랐다. 이는 선진국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다.


앵그릭은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젊은 가구들이 순채무자이기 때문에 이자율 상승 국면에서 가장 큰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분석한다.


불안감을 보여주는 보다 극적인 신호들도 있다. 전국의 술집과 식당, 카페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온 오사카의 무명 결제대행업체 젠토신(全東信)이 갑작스럽게 1150억 엔 규모의 파산을 신청하면서, 여름 성수기를 맞은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사건으로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수천 개의 소상공인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사태가 당장은 통제가능한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보지만, 일본의 지방경제 상당 부분이 여전히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불과 2년 만에 세계 4위 경제대국 일본을 오랫동안 규정해 온 경제적 현실이 완전히 뒤집혔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고바야시는 "지난 25년 동안 기업 경영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디플레이션과 제로금리만 경험해 왔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경험해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서 퇴실

사실 일본이 '정상 상태'에서 벗어나 있었던 기간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길었다. 기준금리가 마지막으로 1%였던 1995년에도 일본은행은 여전히 금리를 인하하고 있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증권사 CLSA의 일본 전략가 니컬러스 스미스는 "그때가 일본이 중환자실에 들어간 시점이었다"며 "이번의 1% 금리는 그때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스미스는 고객들에게 디플레이션이 과거의 일이 된 지금 일본 금융시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그는 디플레이션을 "파괴자"라고 표현하며 "기업의 이익을 짓밟고, 성장 투자를 급감시키며, 소비를 죽이고, 금융 시스템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그야말로 지옥"이라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일본의 물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4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은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일본 역시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발생한 세계적인 물가 충격의 영향을 함께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에 시대를 가르는 전환점이 됐다. 식품·에너지 가격과 임금이 오르면서 기업들은 비용 증가분을 거래처 기업은 물론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가격 인상을 통해 전가하는 것을 이전보다 덜 두려워하게 됐다.


오늘날 물가에 대한 기대는 디플레이션 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민간 부문과 정부는 물론 일반 국민의 역대 최고 수준인 90%가 물가 상승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미스는 일본의 구조적인 노동시장 수급 압박이 임금을 끌어올리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기업들로 하여금 대규모 기술 투자와 생산성 향상 투자를 하도록 만들 것이며, 결국 소비도 되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2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후, 보다 명확한 전략적 방향성이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일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 그녀가 따르던 전임 총리 아베 신조가 추진한 '아베노믹스' 투자 붐 당시에는 3년 동안 외국인 순주식 매수 규모가 25조 엔에 달했다.


반면 '다카이치 트레이드'는 불과 19주 만에 10조 엔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다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재정지출 계획은 디플레이션과 제로금리 시대에 더 적합한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상징적인 변화도 잇따랐다. 지난 7월 13일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를 제치고 일본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에 올랐다. 은행이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은 40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시장이 이제 일본 금융산업이 플러스 금리 체제에서 훨씬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많은 일본 기업들에게는 격변이 닥칠 것이며, 오랫동안 값싼 자금 덕분에 가려져 있던 문제들도 하나 둘 드러날 전망이다.


그 첫 번째 의미 있는 사례가 이미 발생했다. 지난 7월 6일, 고객 20만 곳 대부분이 술집과 식당, 소규모 소매업체였던 결제대행업체 젠토신은 7억 1100만 달러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특히 이 같은 사태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으로서는 우려스러운 점이, 이 회사의 부채가 자산을 약 3억7000만 달러(약 5268억원) 초과했다는 사실이었다.


정부는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전국에 378개의 긴급 상담창구를 설치해 피해를 입은 주주들을 지원하는 한편, 중소기업 대출을 담당하는 국영 금융기관인 일본정책금융공고(日本政策金融公庫)에 '안전망 대출'의 심사 요건을 완화하도록 요청했다.


1990년대 시작된 디플레이션 시대와 함께해 온 젠토신은 그 시대의 산물이었다. 신용평가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파산 역시 그런 시대적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확산되자 젠토신은 고객들이 신용카드 결제로 발생한 매출을 실제로 카드사로부터 지급받기까지 몇 주를 기다리지 않도록 해당 금액을 미리 지급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디플레이션 시대가 지속되면서 영업이익률이 계속 줄어든 소상공인들에게 이 서비스는 갈수록 필수적인 금융지원 수단이 됐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젠토신 고객 상당수가 폐업했고,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 기반 결제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회사는 수수료를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일본의 지방은행과 신용금고 60여 곳이 젠토신에 자금을 빌려줬다가 이번 사태에 재무적으로 노출됐다는 사실은, 금융권이 얼마나 큰 위험을 떠안아 왔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사례라고 지적한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 오사카 지사의 후지사카 와타루 연구원은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추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2만4천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44%가 차입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당시 기업들이 기대를 걸었던 것은 매파적 성향의 일본은행이 엔화 강세를 이끌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이후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4% 이상 더 하락했다.


후지사카는 "기업들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자율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면, 재무실사와 각종 조사 과정에서 분식회계 등 과거의 금융 부정행위가 드러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도쿄 시로카네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20년 넘게 젠토신을 이용해 온 산노미야 마사유키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그는 6월 중순 이후 젠토신으로부터 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고, 그 돈으로 식재료 값을 치를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와 같은 식당은 완전한 '현금 없는 결제' 체제로 전환할 수 없다. 도쿄 도요스 시장(豊洲市場: 옛 쓰키지 시장)에서 생선을 사려면 반드시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젠토신과 같은 결제 서비스 업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이런 업체들의 사업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산노미야는 "젠토신 파산과 같은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 금리와 함께 살아가기

이 같은 고통의 징후는 다른 곳에서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기준금리가 1%까지 올랐음에도 일본은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일본 당국이 시장에 개입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엔화 약세의 부담은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최신 분기 국민경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는 경제 상황이 1년 전보다 악화됐다고 답했고, 약 50%는 1년 뒤에는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95% 이상은 물가가 크게 또는 다소 상승했다고 답했으며, 같은 비율이 앞으로도 물가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행에 대한 신뢰도는 14.1%에 그쳤다.


지난주 신용조사기관 도쿄쇼코리서치는 건축비 상승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노동력 부족 등의 영향으로 중소 주택건설업체들의 파산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6월 중소 주택건설업체 파산은 모두 1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증가했다. 상반기 파산 건수가 100건을 넘어선 것은 디플레이션 시대 이후 처음이다.


대기업에서도 디플레이션 시대가 남긴 왜곡은 새로운 경제 환경 속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다. 그와 함께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자리 잡은 지금,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화요일 일본 기업들이 수년간 이어온 보수적인 투자 전략과 현금 비축 관행을 전면 재검토하고, 성장 투자를 위해 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경제산업부에 따르면 일본 350대 기업 가운데 투자자본의 65%는 여전히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사업 부문에 묶여 있다. 성장에 투자해야 할 기업들이 오히려 "획일적이고 관행적인 주주환원 정책만 계속 시행하고 있다"고 새 지침은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모두 바뀔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씨티리서치의 이코노미스트 나카무라 소스케는 일본 기업들이 그동안 쌓아둔 현금을 성장 투자, 특히 국내 투자에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분명한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기업들의 가격 결정 방식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지도자들은 1% 금리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1980년대 자산가격 거품과 그 거품이 남긴 오랜 후유증의 기억을 마침내 지워낼 수 있는 일본의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한 세대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않은 채 성인이 되고 가정을 꾸렸다. 또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자금조달 환경 속에서 경력을 쌓은 기업인들이 경영자가 됐으며, 30~40대 은행원과 예금자, 자산운용사 종사자들은 이제 새로운 금융 언어를 배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는 두려운 변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가나가와현에서 지역 주차장 운영회사의 임원으로 일하는 64세의 H 에다노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는 오히려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나는 나이가 있어 1980년대의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를 기억한다. 그렇다고 그 시절이 다시 오는 것을 특별히 기대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가끔은 회사의 젊은 직원들에게 이런 것들을 설명해줘야 하나 생각하지만, 결국 그들도 직접 경험하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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