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4일 저녁, 문샷AI 직원들은 모처럼 시내에서 밤을 즐겼다. 이들은 베이징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춤추고 술을 마시며 주먹을 허공에 치켜들었다. 행사장의 대형 화면에는 "K3, 규모를 키워라!", "K4, 빌어먹을 규모를 키워라!", "달까지 가자!" 같은 구호가 번쩍였다.
이들은 전 세계 개발자 커뮤니티를 휩쓴 오픈웨이트 모델 키미 K3의 출시를 축하하고 있었다. 여러 주요 벤치마크에서 키미 K3는 최근 몇 주 사이에 출시된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5 및 오픈AI의 GPT 5.6 솔의 지능과 성능에 근접했다. 일부 코딩 작업에서는 키미 K3가 이들 독점 모델을 능가하기까지 했다.
34세인 양즈린杨植麟은 오래전부터 키미 K3 같은 모델을 목표로 삼았고 업계의 다른 이들 역시 그런 모델의 등장을 오래전부터 예견했다. 지난 3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기술 컨퍼런스 연설에서, 앳된 얼굴에 안경을 쓴 양즈린은 오픈 모델과 폐쇄형 모델 간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고 짚었다. 오픈 모델은 이용자가 자체 서버에서 직접 다운로드하고 실행하며 수정할 수 있는 반면, 폐쇄형 모델은 통제된 플랫폼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대체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제품을 더 효과적으로 상용화하기 위해 폐쇄형 모델을 선호하지만 중국 기업 대부분은 개방형 생태계가 승리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우리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더 나은 오픈 모델을 만드는 것이며, 우리는 지능의 민주화를 믿습니다." 양즈린은 말했다. "오픈 모델은 어디에나 배포할 수 있어요. 로컬 서버에서도, 클라우드에서도 구동할 수 있고, 블랙박스 형태의 모델을 그대로 쓰는 대신 가중치 하나하나에 직접 접근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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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AI 컨퍼런스 연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픈소스 AI를 글로벌 공공재로 치켜세우며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우리는 이 드물고 역사적인 기회를 붙잡아 오픈소스와 개방, 협력, 공유를 장려해야 합니다." 시 주석은 말했다.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 라이언 페다시우크Ryan Fedasiuk에 따르면 키미 K3는 앤스로픽과 오픈AI 같은 기업이 중국 경쟁사보다 수개월, 심지어 1년 앞서 나갈 수 있으리라는 미국 정책가 및 안보 전문가 다수의 기대를 산산이 깨뜨렸다.
"중국 연구기관들이 미국의 프론티어 모델을 아주 바짝 뒤쫓을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정 작업에서는 미국 프론티어 모델의 역량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새로운 아키텍처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페다시우크 연구원은 말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업들의 주가 급락을 촉발한 키미 K3 출시를 제2의 '딥시크 모먼트'라고까지 표현했다. 하지만 이번이 갖는 함의는 사뭇 다르다.
칭화대 중국과학기술정책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둥제린(Jielin Dong)은 2025년 2월 딥시크의 등장으로 업계가 흔들린 이유는 항저우의 이 스타트업이 경쟁사 비용의 일부만으로 AI 모델을 훈련할 수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독립 자문역으로 활동 중인 둥제린은 키미 K3로 인해 "사람들이 미국 대형 모델의 주도권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 올해의 충격"이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들은 키미 K3를 앞세운 문샷 AI의 진전을 감탄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워싱턴의 정책 입안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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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마이클 크라치오스Michael Kratsios는 문샷이 더 강력한 미국 모델을 이용해 자사 모델을 훈련했다고 비난했다. '증류'라고 불리는 논란 많은 개발 기법이다.
"문샷AI가 K3 모델 개발을 위해 앤트로픽의 페이블을 증류했다는 정보를 확보했습니다." 크라치오스는 X에 썼다. "미국의 독점 기술을 탈취하고 미국의 연구 기반을 훼손하려는 대규모의 은밀한 산업적 증류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문샷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미 행정부가 증류 기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모델들이 우리의 훌륭한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훔치는 사례가 확인된다면 이러한 절도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중국 AI의 사용이 이미 미국에서 거센 논란의 불길에 휩싸인 시점에 문샷이 세계 최대 오픈웨이트 모델을 내놓았죠."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선임연구원 샘 색스Samm Sacks는 말했다.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키미가 이처럼 훨씬 더 큰 문제를 대변하는 상징이 된 것입니다."
문샷은 이 기사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스타 연구자
중국의 수많은 정상급 AI 인재들과 마찬가지로 양즈린 역시 베이징 칭화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프로그래머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은 양즈린은 대학교 2학년 때 열공학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훗날 양즈린은 이 결정을 두고 "인생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양즈린은 탕제Tang Jie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탕제는 문샷과 더불어 중국의 'AI 4대 호랑이'로 꼽히는 또 다른 스타트업 '즈푸Zhipu'를 창업하게 되는 석학 연구자다. 양즈린은 엘리트 과정인 '야오반'에도 들어갔다. 컴퓨터과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받은 유일한 중국계 과학자 앤드루 야오Andrew Yao의 이름을 딴 코스로 그가 직접 관장한다. 야오 교수는 2015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자신이 태어난 중국으로 영구 귀국했다.
탕제 교수의 추천으로 양즈린은 2016년 미국 피츠버그의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에 돌입했다. 양즈린의 지도교수 가운데 한 명이자 애플 초대 AI 연구 책임자였던 루슬란 살라후트디노프 교수는 양즈린을 자신이 가르친 가장 똑똑한 학생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양즈린은 석사과정을 건너뛰고 통상 6년 걸리는 박사과정을 4년 만에 마쳤다.
"즈린은 항상 말수가 적었지만 믿기 힘들 만큼 생산적이었습니다." 살라훗디노프 교수는 지난해 더와이어차이나에 전했다. "박사과정 학생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수천 회씩 인용된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죠."
살라훗디노프 교수에 따르면 양즈린은 미국에서 수많은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음에도 창업에 대한 확고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조금 놀랐습니다." 살라훗디노프 교수는 말했다. "그 헌신적인 열정은 대단히 인상적이었어요."
2019년 양즈린은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 무렵 양즈린은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얀 르쿤Yann LeCun 등 저명한 석학들과 영향력 있는 논문들을 공동 집필했고, 메타와 구글 브레인에서 인턴십을 마친 상태였다. 양즈린은 그해 한 인터뷰에서 이 분야가 너무 빠르게 발전해 모든 아이디어를 연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AI 시스템에 복잡한 추론을 훈련시키는 데이터 세트에 관한 논문 중 하나의 제목은 '핫팟QA'였다. 양즈린과 동료 연구진이 뉴욕의 한 훠궈(핫팟) 식당에서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양즈린은] 논문 발표에 필요한 핵심 실험 몇 가지에 매달렸고 결코 타협하지 않았어요." 페이스북에서 양즈린과 함께 인턴으로 일한 스탠퍼드대 연구원 치펑Peng Qi은 말했다. "사명감에 기반한 직업윤리가 대단히 확고한 사람입니다. 무언가를 믿으면 반드시 실현하려고 해요."
당시 많은 외국인 박사 과정생들이 AI 산업이 더 성숙했던 미국 잔류를 선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즈린의 중국 복귀는 다소 이례적인 선택이었다고 치펑 연구원은 덧붙였다.
양즈린은 카네기멜런대 재학 중 기업의 판매 실적 개선을 돕는 스타트업 리커런트AIRecurrent AI를 공동 창업했다. 양즈린이 귀국한 뒤 리커런트AI는 훙산Hongshan, GSR벤처스, 전펀드ZhenFund 등 유력 벤처캐피털에서 수천만 위안을 조달했다. 고객사에는 중국 최대 은행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양즈린과 리커런트AI는 화웨이의 '판구Pangu' 모델 등 중국의 초기 대형언어모델 구축 프로젝트에도 힘을 보탰다.
달을 향한 도전
챗GPT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생성형 AI의 신기원을 연 지 몇 달 만인 2023년, 양즈린은 방향을 틀었다. 양즈린은 칭화대 동문 장위타오Zhang Yutao, 저우신위Zhou Xinyu, 우위신Wu Yuxin과 함께 문샷AI를 창업했다. 록 음악 애호가였던 양즈린은 핑크 플로이드의 대표작 '다크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月之暗面)의 이름을 따 회사 이름을 지었다.
"벤처투자자들은 '중국판 오픈AI'에 투자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죠." 홍콩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앰버닷에이씨Amber.ac의 류위천Yuchen Liu AI 총괄이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와 스타트업 모두에게 당시는 험난한 시기였다고 류위천 총괄은 덧붙였다. 중국이 기업공개(IPO) 심사를 강화하면서 달러 자금 조달이 말라붙고 투자금 회수 경로도 막혔다. 이른바 '백모대전百模大战'(100개 모델의 대전쟁) 기간에는 스타트업과 기술 대기업 모두 자체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경쟁했다.
모델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본과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이 알리바바나 바이트댄스 같은 거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지 회의론이 일었다.
그럼에도 양즈린의 역량과 야심에 깊은 인상을 받은 일부 투자자들은 문샷에 과감히 베팅했다.
"인공일반지능(AGI)을 진정으로 믿는 사람들을 찾아다녔어요." 룽주캐피털Longzhu Capital의 전 투자자 예치이Ye Qiyi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말했다. "키미, 그러니까 양즈린은 그 후보 목록의 최상단에 있었죠." 배달 플랫폼 대기업 메이퇀의 벤처투자 자회사인 룽주자본은 문샷의 초기 투자자였다.
란치벤처스Lanchi Ventures의 주이 탄Jui Tan 대표 파트너는 양즈린의 결단력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단지 중국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하더군요." 탄 파트너는 중국 사모펀드 전문 매체 PE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재능 있는 AI 연구자라는 양즈린의 명성은 다른 유능한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 스타트업계와 AI 업계에서도 문샷은 유난히 젊은 팀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평균 연령은 30세 미만이다. 회사의 스타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인 천광위Guangyu Chen는 선전 출신의 17세 고등학생이다. 천광위는 문샷이 3월 발표한 논문의 제1저자였다. 이 논문은 AI 시스템이 여러 계층에 걸쳐 정보를 유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소개한다. 일론 머스크는 이 논문을 "인상적인 연구"라고 평가하며 찬사를 보냈다.
직원들은 부서 간 자유로운 소통과 경영진 결정에 대한 이의 제기, 프로젝트 간 유연한 이동을 장려하는 솔직담백한 기업 문화에도 매력을 느낀다.
일례로 지난해 문샷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한 연구원은 사내 문서를 손쉽게 열람하고 창업진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다고 더와이어차이나에 밝혔다. "접근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어요." 익명을 요청한 이 연구자는 말했다.
"모두가 더 유연하고 더 빠르게 움직여요." 바이트댄스와 텐센트에서 근무한 뒤 2024년 초 문샷에 합류한 엔지니어 마크 쩡Mark Zeng은 말했다.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든 실행에 옮길 수 있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죠."
마크 쩡이 지난해 데이팅 매칭 사이트 창업을 위해 퇴사를 결정했을 때도 문샷은 이를 적극 지원했다. 공식 퇴사 전 투자 유치를 위해 일주일간의 유급 휴가를 제공받았고 언제든 돌아오고 싶으면 환영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양즈린 자신이 최고 수준의 연구자예요." 허깅페이스 아시아태평양 생태계 부문 전 책임자이자 현재 독립 컨설턴트인 왕톄전Tiezhen Wang은 말했다. "돈과 자원을 어디에 투입할지 결정할 수 있고 전체 의사결정 과정도 매우 효율적이에요."
"양즈린이 이 회사를 이끄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고무적이고, 실제로 이 모든 사람이 그의 사명을 따르도록 고무할 능력도 있어요." 과거 양즈린의 동료 연구자였던 치펑은 말했다. "빅테크가 자본과 안정성, 인재 면에서 분명 우위를 점하겠지만 자금력과 실력을 갖춘 팀이 골리앗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가장 강력한 모델을 만들어라'
2024년 문샷의 기업가치는 10억 달러(1조4000억 원)를 넘어섰다. 대표적인 인기 제품은 방대한 양의 문서와 파일을 처리할 수 있는 AI 챗봇 '키미 챗Kimi Chat'이었다.
그러나 문샷에는 여전히 힘든 한 해였다.
양즈린의 첫 스타트업 리커런트AI에 투자한 GSR벤처스와 다른 4개 회사는 승인을 받지 않고 분사 회사를 세워 수탁자 의무를 위반했다며 양즈린과 공동 창업자 한 명을 상대로 중재를 신청했다. 양즈린의 변호사는 해당 주장이 사실적,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분쟁은 여전히 홍콩국제중재센터에 계류 중이다.
아울러 문샷은 제품의 기반 모델 고도화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에 투자 유치의 핵심 지표인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광고와 보조금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문샷은] 모델 지능이 갑자기 도약하는 일은 없고 여러 기업이 한동안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생각해 상황을 오판했어요." 쩡은 말했다. "다음 단계로 가는 열쇠가 사용자 기반 확대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나 2025년 2월 당시 항저우의 다크호스였던 딥시크가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최첨단인 모델로 세계 업계를 뒤흔들었다.
딥시크의 성공으로 문샷은 어려운 선택에 놓였다. 큰 비용을 들여 자체 LLM을 훈련해 따라잡거나 의료 등 특정 산업용으로 구축된 '버티컬' LLM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문샷은 더 험난한 길을 택했다. 자사 모델의 아키텍처와 효율성,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 투자한 것이다. 문샷은 딥시크의 급부상에서 모델이 전부라는 교훈을 얻었다. "가장 강력한 모델만 만들면 나머지는 모두 따라와요." 쩡은 말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1월 문샷이 출시한 키미 K2.5는 수십 개의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조율하는 역량으로 개발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역량을 필요로 하던 중국 개발자들에게 훌륭한 대안도 제시해 주었다. 이전에는 최첨단 미국 모델을 쓰기 위해 지역 제한을 우회해야 했고 앤트로픽 같은 기업이 무단 접근을 단속하면서 차단될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일부 미국 기업조차 문샷의 모델로 눈을 돌렸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기업가치 600억 달러(82조 원)의 스타트업 커서Cursor는 키미 K2.5를 기반으로 자사의 새 코딩 도구를 만들었다고 3월 인정했다.
문샷의 투자사 가운데 하나인 캐세이캐피털Cathay Capital 투자자들에 따르면 키미 K2.5의 매출은 출시 20일 만에 문샷이 2025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금액을 넘어섰다.
키미 K3 출시에 힘입어 문샷의 연간반복매출(ARR)은 6월 중순 3억 달러(4100억 원)에 달해 3월의 3배가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벤처펀드 국가인공지능산업투자기금이 7월 문샷의 기업가치를 350억 달러(48조 원)로 평가한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다.
문샷은 8월 새로운 펀딩 라운드를 통해 500억 달러(69조 원)의 기업가치 인정을 추진 중이며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첫 딥시크 모먼트는 앞으로 닥칠 일을 보여주는 신호였어요. 더 저렴하면서도 경쟁력이 있어 서방의 최첨단 모델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의 등장이었죠." 상하이의 테크 투자자 더멋 맥그래스Dermot McGrath는 말했다. "딥시크4는 이를 실현하지 못했지만 키미 K3는 해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금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
키미 K3는 중국산 오픈소스 모델을 환영해야 할지 경계해야 할지를 둘러싼 미국 내 논쟁에 한층 더 불을 지폈다.
"실리콘밸리는 금전적 이해관계에 따라 양분되어 있습니다." 둥제린 자문역이 말했다. 많은 기업과 이용자는 중국 모델의 저렴한 비용과 오픈웨이트를 활용하고 싶어 하지만 주요 모델 개발사들은 이런 경쟁을 경계한다.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도 미국이 권위주의 정부가 지배하는 국가들에 AI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와 오픈웨이트 모델의 오용 가능성을 거침없이 밝혀왔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7월 23일 X에 썼다. "오픈소스라고 해서 미국 지식재산권을 마음대로 사냥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화인민공화국 기업들이 비밀리에 산업적 규모의 증류 공격을 벌여 지식재산권 절도의 선을 넘으면 제재와 수출통제 대상 명단 등재를 검토할 겁니다."
그러나 베선트 장관의 게시물에서 며칠 뒤 금지 가능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를 비롯한 미국 기업 수십 곳은 트럼프 행정부에 "경쟁을 억누르거나 혁신을 해외로 내모는 오픈 모델 조기 규제를 [피하라]"고 촉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폐쇄형 모델과 오픈소스 모델의 위협 및 이점이 반드시 '미국 대 중국' 구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뉴아메리카의 샘 색스 연구원은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AI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도입하려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중국산 모델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미국 대형·중소 테크기업들의 지지가 워낙 거세게 일어났기 때문에 판세가 바뀌었다고 봅니다."
AEI의 페다시우크 연구원은 전면적인 금지 대신 미 당국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중국 기업들을 제재하고 이용자들에게 중국 모델로 생성된 콘텐츠임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페다시우크는 말했다. "최선의 방어는 훌륭한 공격입니다. 프론티어 모델과 진정으로 경쟁할 수 있는 미국의 오픈소스 대안들을 육성하는 것이죠."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메타는 오픈소스 전략을 다시금 본격화했다. 8월 10일 메타는 새로운 모델인 '뮤즈 글리머Muse Glimmer'의 가중치를 전격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문샷은 중국 내부의 지정학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중국 상무부가 중국 최고 AI 모델에 대한 해외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트댄스 정책 연구를 수행한 바 있는 UC샌디에이고 21세기 중국센터의 마크 비츠케Mark Witzke 비상임연구원은 안전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중국의 기술적 우위를 지키기 위한 목적에서 이러한 잠정 조치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중국은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이나 타국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배우고 지재권과 노하우를 흡수하는 '기술 흡수국'이었지만 이제는 그 반대의 상황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새 모델을 쏟아내는 속도를 고려하면 중국의 최신 AI 총아라는 문샷의 위상도 덧없이 사라질 수 있다. 문샷도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수익을 낼 만큼 높은 '토큰' 가격을 이용자에게 어떻게 부과할지 아직 해법을 찾지 못했다.
"모든 모델 제조사의 다음 단계는 토큰 경제학을 규명하는 것이에요. 자본과 연구개발, 컴퓨팅 파워에 투입한 막대한 투자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가 관건이죠." 문샷의 최근 자금 조달에 참여한 홍콩 VMS그룹의 케빈 궁Kevin Gong은 말했다. 중국 이용자들은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서비스에 좀처럼 돈을 쓰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지만 궁은 최근 몇 년간 중국의 토큰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키미 K3의 가중치는 문샷이 상업적 배포를 통해 더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새 라이선스로도 공개됐다. 키미 K3를 서비스로 제공해 연간 2000만 달러(270억 원)가 넘는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문샷과 별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문샷은 키미 K3 이용자가 기대하는 속도와 성능을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대체 모델에 이용자를 빼앗길 수 있다. 출시 직후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컴퓨팅 용량이 감당하지 못하면서 문샷은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
"결국 누가 자사의 최첨단 역량을 신뢰할 수 있고 방대한 인원을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용자의 손에 쥐여주느냐의 문제예요." 페다시우크는 말했다. "이것이 문샷이 마주한 진짜 난제죠."




여태까지 미중 AI 패권 경쟁에 대한 분석과 전망은 대체로 중국의 오픈소스 모델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수준의 시차를 두고 미국의 최첨단 모델을 뒤쫓으리라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동안 실제로도 그래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놀라운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즈푸AI(Z.ai)와 문샷AI의 GLM과 키미 모델이 미국의 클로드, GPT의 최첨단 모델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인 것입니다. 이제는 양국의 최첨단 모델 개발 격차가 3개월 이내로 좁혀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중국의 AI 개발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건 키미를 만든 문샷AI입니다. 창업자 양즈린은 1992년생(34세)인데다가 핵심 연구원 중에는 17세도 있습니다. 중국의 인재풀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줍니다. 중국 전문매체 더와이어차이나는 8월 16일자 커버스토리에서 문샷AI의 역사를 파헤치며 중국 AI 산업의 저력을 보여줍니다. 물론 쾌속질주하는 중국 AI 업계에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기사를 읽어보시면서 중국의 고민과 한국의 AI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