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 동안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관한 국제사회의 논의는 중국이 어떻게 제조업과 수출 강국을 건설하고, 대륙적 규모로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정책을 활용해 왔는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중국의 세계경제 지배에는 또 다른 어두운 측면이 있다. 바로 세계 '불법'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압도적인 역할이다. 중국은 제재 대상인 이란의 석유 수출량 중 약 90%를 구매하고 있다. 이 석유는 말레이시아산으로 원산지를 바꿔 표시한 채 반입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금은 중개 역할을 하는 소규모 은행과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지급된다. 중국과 홍콩의 암호화폐 중개업자들은 악명 높은 라자루스 그룹과 같은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암호화폐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으로 바꾸는 일을 돕고 있다. 또한 중국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들은 펜타닐을 판매하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연계된 자금세탁업자들, 동남아시아의 온라인 사기 조직들, 전 세계 야생동물 밀매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불법 활동을 추적하는 기관과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불법경제는 연간 약 1조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스위스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전 세계 세관 당국이 압수한 위조상품의 약 3분의 2는 중국에서 생산되거나 홍콩을 경유한 것이다. 또한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급증한 악명 높은 사기 범죄단지들은 최소 66개국에서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신매매를 통해 끌어들여 강제노동에 종사시키면서 매년 약 4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 범죄단지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 범죄조직이 운영하거나 이들과 연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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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이러한 활동 가운데 일부를 단속하려고 노력해 왔다. 필리핀에서는 중국 공안부가 현지의 역외 도박 사업에 연루된 중국인 수백 명의 여권을 말소해 이들을 체포와 추방이 가능한 도피자 신분으로 만들었다. 2023년 이후 중국과 미얀마의 합동작전으로 온라인사기 혐의를 받는 중국인 5만 7000명 이상이 체포됐고, 중국-미얀마 국경을 따라 자리 잡은 수십 곳의 사기 범죄단지가 폐쇄됐으며, 이들 범죄단지를 운영하던 두목 여러 명이 처형됐다. 미국 역시 이러한 활동을 중단시키려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남아시아의 사기 범죄단지들을 수사하기 위해 '사기 범죄단지 특별수사팀(Scam Center Strike Force)'을 출범시켰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약탈적 사기 수법을 포함한 사이버범죄 대응을 정부의 우선 과제로 삼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 가운데 어느 것도 불법경제를 제대로 위축시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불법경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이러한 불법 활동들이 중국의 합법경제를 떠받치는 것과 동일한 여러 요인에 의해 추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조직들은 중국의 엄격한 자본통제와 산업 과잉생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달한 핵심 금융-상업 인프라를 악용해 왔다. 중국 정부의 단속은 실제로 이뤄지고 있지만, 선별적이고 부분적인 데 그치고 있다. 불법경제의 일부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교역을 지속하는 것과 같이 중국의 보다 큰 전략적 목표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서로 무관한 범죄들로 보일 수 있는 현상들이 실제로는 중국의 불균형한 성장모델 및 대외정책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세계 불법경제에서 중국이 수행하는 역할은 전 세계에서 미국의 정책적 우선순위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돈의 흐름을 추적하라
중국의 불법경제를 추동하는 핵심 요인은 중국의 경제모델이 만들어낸 구조적 불균형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금융과 관련돼 있다. 엄격한 자본통제로 인해 중국 밖으로 자금을 빼돌리려는 막대한 수요가 생겨난 것이다. 중국의 경제 호황은 800명이 넘는 억만장자를 탄생시키는 등 엄청난 부를 창출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부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개인이 매년 구매할 수 있는 외화를 5만 달러로 제한하는 한도를 두고 있으며, 개인이 국내 통화를 자유롭게 환전해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중국 내 예금의 이자율은 낮은 반면, 투자 수익률이 더 높은 해외 자산에는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부유층과 기업 소유주들은 자금을 해외로 빼돌릴 방법을 모색해 왔다.
1990년대부터 지하 금융업자들은 중국 본토의 자본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홍콩에 페이퍼컴퍼니와 은행 계좌를 설립했다. 흔히 무역회사로 위장한 이들 회사와 계좌는 중국 내에서 모은 위안화와 해외에 보유한 달러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결제했다. 또한 브로커와 금융 중개업자들은 중국인들이 국내 통화를 이용해 해외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해외 투자를 대가로 외국 비자, 외국 여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역외 거래 상대방에게 대금을 송금했다. 한편 부유층 고객들을 마카오의 카지노로 데려가는 정킷(junket) 사업자들은 이들에게 홍콩달러로 신용대출을 해준 뒤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로 채무를 회수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국내에서 빚을 갚는 동시에 해외에서 외화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이는 대규모 자본 유출을 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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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민간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기 위해 구축된 바로 그 지하 금융망은 국경을 넘어 자금을 이동시키고 그 출처를 은폐해야 하는 범죄조직에도 유용하게 활용됐다. 예를 들어 마약 카르텔들은 이 금융망을 이용해 범죄 수익을 세탁해 왔다. 금융 중개업자들은 보유한 달러를 처분하려는 마약 밀매업자들과 해외에서 달러를 확보하려는 중국인 고객들을 연결해 준다. 이와 유사한 금융망은 중국 공급업체들이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면서 러시아에는 탄약 제조에 사용되는 니트로셀룰로오스와 같은 원료를, 이란에는 미사일 추진제의 전구물질인 과염소산나트륨을 판매할 수 있도록 금융 경로를 제공해 왔다.
금융 중개업자들과 범죄 사기 조직들이 점점 더 밀접하게 얽히면서 이들의 활동을 구분하고 차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의 반부패 운동과 같은 정치적 변화로 인해 카지노 정킷 사업자들과 지하 금융업자들은 홍콩, 마카오, 중국 본토의 기존 거점에서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이미 사업적, 정치적 관계를 구축해 놓은 범죄조직들과 결합했다. 사기 조직들이 범죄 수익을 창출하면 지하 금융업자들은 중국인 고객들이 개인 자산을 해외로 이전할 때 사용하는 것과 상당 부분 동일한 경로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이동시킨다. 2023년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자금세탁 단속 작전은 금융 경로와 사기 조직들이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지를 보여줬다. 당국은 최종적으로 22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 콘도미니엄, 금, 암호화폐, 은행 계좌 등을 압수하고 10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사람들은 모두 중국 출신이었으며, 대부분 캄보디아, 키프로스, 튀르키예 또는 바누아투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싱가포르 경찰은 이 조직의 구성원들이 해외 사기 범죄와 불법 온라인 도박 사업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추적해 밝혀냈다.
중국의 산업 과잉생산 역시 불법 사업체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낮췄다. 2021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부동산 경기 둔화는 철강, 시멘트 등 건설자재에 대한 국내 수요를 약화시켰다. 중국에서 수출된 잉여 건설자재와 중국의 건설 서비스는 동남아시아에서 카지노, 경제특구, 사기 범죄단지들이 빠르게 개발되는 데 기여하는 동시에 중국의 수출 수입을 뒷받침했다. 저렴한 휴대전화, 컴퓨터, 통신장비 등을 포함해 중국의 거대한 전자산업에서 발생한 공급 과잉은 범죄조직들이 산업적 규모로 사기 범죄를 운영하는 것을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2025년 11월 미얀마 군부가 미얀마 최대 사기 범죄단지 가운데 하나인 쉐코코를 급습했을 때, 단일 시설에서 약 1만 대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에서 제조됐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유산업의 과잉생산 능력 역시 독립계 정유업체들이 할인된 가격의 이란산 원유를 특히 매력적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비용이 안 드는 외교
간헐적인 단속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여러 계층에 있는 지도자들이 불법경제에서 얻는 이익 때문에 이를 근절하기는 어렵다. 지방 관리들은 불법 활동에 관여하고 있더라도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경제적 가치가 높은 기업과 자금 흐름을 보호하려 한다. 또한 중국 중앙정부는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할 경우 의심스러운 자금과 상품의 흐름을 선별적으로 용인한다.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기관들도 일정한 역할을 한다. 국내외에서 영향력을 구축하기 위한 공산당 조직인 '통일전선' 관련 단체의 일부 인사들과 해외 화교 단체의 일부 구성원들은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는 범죄조직과 인적 관계가 겹친다. 이를 통해 이들은 해당 국가의 정치 엘리트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인맥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에서 친중 영향력 확대 활동에 관여하게 된다.
성장 실적을 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는 성(省) 정부 지도자들은 합법적인 기업 확장에서 비롯됐든 불법경제에서 비롯됐든 경제활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예를 들어 푸젠성 닝더(寧德)시의 관리들은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을 지원하고,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반면 같은 푸젠성의 안시(安溪)현에서는 경제적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비공식 금융 경로에 접근할 수 있었던 현지 사업자들이 광범위한 온라인사기 조직을 구축했고, 이 조직은 결국 동남아시아로 확장됐다. 닝더와 안시는 모두 푸젠성의 광범위한 상업-화교-금융 네트워크에 속해 있었지만, 그 결과는 극적으로 달랐다. 한쪽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됐고, 다른 쪽에서는 불법적인 초국가적 경제가 형성됐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경우 모두 지도자들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성과로 내세울 수 있었다.
불법 경제활동에 대한 지방정부의 지원은 중국 중앙정부의 외교정책 목표에도 기여할 수 있다. 2024년 러시아와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사이의 교역액은 322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공작기계, 초소형 전자부품 및 기타 이중용도 물품을 러시아에 공급해 온 보다 광범위한 무역 관계의 일부다. 이러한 판매 가운데 일부는 미국의 제재 대상 기업과 기관을 상대로 이뤄진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교역을 통상적인 상업활동이라고 설명하지만, 성 정부와 민간기업을 통해 거래를 수행함으로써 잠재적인 제재가 공산당 국가체제 자체가 아니라 중개업자들에게 가해지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이란산 원유 구매와 북한의 암호화폐 현금화를 결제하는 주체는 공식 국가기관이 아니라 홍콩과 중국 본토의 민간 브로커, 페이퍼컴퍼니, 금융 중개업자들이다. 이 역시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는 거래와 거리를 둘 수 있게 해준다.
일부 소수의 사례에서는 범죄조직 두목들과 중국 정보기관 사이에 직접적인 연계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범죄조직 두목들은 민간 사업 거래를 통해 다른 나라의 집권당 내부에 침투하고 정치 지도자들과 가까워짐으로써 중국의 공식 대사관들이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얀마의 쉐코코 사기 범죄단지 개발을 주도한 범죄조직 두목 셰즈장은 방콕에서 범죄인 인도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자신이 중국 국가안전부의 지시를 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필리핀의 한 소규모 지방자치단체 시장(앨리스 궈)이 중국 정부의 정보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당국은 이 시장이 중국 국적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필리핀 법원은 온라인 도박 사업 운영에 관여하면서 저지른 인신매매 범죄로 이 시장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중국 정부도 불법 활동을 단속할 의지가 있다. 미얀마 국경 지역의 사기 범죄단지 사례처럼 중국인들이 납치나 사기의 피해자가 되면 중국 당국은 신속하게 움직여 체포에 나선다. 마찬가지로 범죄조직 두목들이 중국의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저해할 수 있는 국제적 부담이 되거나, 이들을 비호하던 정치적 후원자들이 몰락해 단속에 따른 정치적 비용이 줄어들면 중국 정부는 행동에 나선다. 예를 들어 2025년 10월 미국은 동남아시아 최대 범죄 기업집단 가운데 하나인 프린스그룹의 배후 설계자인 중국 태생 천즈를 기소했다. 여러 나라가 그와 연계된 자산을 동결하거나 압수하자 중국은 그의 체포를 촉구하고 캄보디아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천즈와 같은 범죄조직 지도자들을 중국에서 재판하는 것은 중국 정부에 이상적인 결과다. 해외에 중국이 법을 집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외국 법정에서 국가와의 연계를 드러내는 증언이 나올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속 강화
가능한 분야에서는 중국과 미국이 불법 활동에 맞서 협력해야 한다. 중국은 지하 금융망을 통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2015년 이후 수천 명의 부패 관리와 경제사범 도피자를 추적해 중국으로 송환해 온 중국 정부의 '톈왕(天網, 하늘의 그물)' 작전은 자금을 해외로 이동시키고 해외 자산을 은폐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가 중국 국가의 통제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고위급 회담을 이어가는 가운데 불법경제의 지하 금융 구조를 제약하는 것은 양국 모두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다. 양국은 각자의 금융정보기관이 확인한 페이퍼컴퍼니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최대 규모의 지하 금융망에 대한 단속을 조율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 체계는 2024년 1월 양국이 펜타닐 밀매에 대응하기 위해 마약퇴치 실무그룹을 설치하면서 이뤄낸 협력을 재현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지 않거나 그럴 의지가 없는 다른 분야에서는 미국이 자체적인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미국은 동남아시아와 연계된 초국가적 범죄에 맞서 싸우는 데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싱가포르, 한국, 대만, 태국 등 국가들과 중국 연계 불법 금융망의 거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상설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금 흐름을 공동으로 추적하면 국제 범죄조직들이 특정 국가의 관할권을 넘어 활동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정부 간 기구인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국경을 넘는 자금세탁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해 놓았다. 현재 부족한 것은 중국 연계 불법 금융망에 관한 실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공유하겠다는 미국 동맹국과 협력국들의 정치적 의지다. 각국 정부는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와 동맹국 금융정보기관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이러한 금융망과 관련된 거래를 식별할 수 있다. 상설 협력체계는 이러한 약속을 일상적인 관행으로 정착시킬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재무장관에게 외국 금융기관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내 계좌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권한을 부여하는 미국 애국법(USA PATRIOT Act) 제311조를 발동할 수도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 구매를 지원하거나 마약 카르텔의 수익을 세탁하거나 탈취한 암호화폐를 사용가능한 자금으로 전환하는 중국과 홍콩의 금융기관들에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 재무부는 이미 이러한 권한을 행사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2017년에는 북한의 금융 거래 통로 역할을 한 중국 은행(단둥은행)에 제311조를 적용했으며, 2025년 10월에는 북한의 사이버 절도와 동남아시아 사기 범죄단지에 연계된 자금세탁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캄보디아의 후이원그룹을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차단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이와 유사한 조치들은 매년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에서 발생하는 수백억 달러의 수익을 처리하는 금융기관들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
미국은 너무 오랫동안 불법 활동의 상당 부분이 자국의 외교정책 우선순위를 훼손하고 있음에도 이를 묵인해 왔다. 미국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를 막지 못했으며, 그 결과 이란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을 제한하려는 노력이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해커들이 탈취하고 중국 금융 중개업자들을 통해 세탁한 암호화폐는 평양의 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핵확산 방지 정책을 약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범죄 네트워크가 동남아시아 전역에 구축한 사기 범죄단지들은 이제 미국인을 포함한 전 세계 피해자들로부터 매년 수백억 달러를 빼앗고 있다. 중국의 구조적 불균형이 이러한 불법 경제활동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이 진정으로 중국과 경쟁하고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초래한 결과에 대응하려 한다면, 장부에 기록된 경제활동뿐 아니라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경제활동에도 대처해야 할 것이다.
앨빈 캄바는 존스홉킨스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방산테크 스타트업 라이비Lyvi의 수석 과학자이자 연구총괄 책임자이다.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산하 스코크로프트 전략안보센터의 인도태평양 안보 이니셔티브에서 비상근 연구위원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가 합법 부문도 놀라온 성장세를 거듭해왔지만, '불법' 부문도 마찬가지의 성장세를 보여왔습니다. 중국 주변국들에 독버섯처럼 자라났던 온라인 사기 범죄단지들이나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등의 돈세탁, 불법 해외송금 네트워크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8월 21일자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사회학자인 앨빈 캄바(Alvin Camba)는 크게 두 가지를 짚습니다. 첫째는 외환을 철저히 통제하는 중국에서 해외로 송금하거나 해외로 투자를 하고싶은 중국 부자들이 '불법적'으로 송금하는 채널을 확보해나가고 있는데, 이것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범죄자들이 비공식적으로('불법적으로')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들인 후 이것을 말하자면 중국 부자들에게 대출해주고 중국 국내에서 위안화로 되돌려받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해외에 달러가 확보되어 있어야 합니다. 해외에서 불법적으로 확보한 달러와 중국 국내의 위안화를 '맞교환'하는 이 방식은 중국 당국이 외환흐름을 통제하는 한 계속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두번째는 중국 정부가 과거 영국이 '사략선(私掠船, privateer)' 같은 해적과 동인도회사 같은 '반관반민' 기업을 활용해 초기 자본축적을 하던 것과 비슷한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즉, 돈벌이를 하긴 해야겠는데 정부가 직접 하기에는 떳떳치 못한 부문에서는 '회색'의 플레이어들을 동원해서 돈을 대신 벌게하고는 혹시나 문제가 되는 경우엔 이들을 처벌하고 '나는 모르는 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사략선은 '사적으로 약탈해도 좋다'고 묵인한 영국 해적들인데, 이들이 카리브해에서 중남미 은을 싣고 본국 스페인으로 이동하던 스페인 배들을 약탈했습니다. 평소에는 영국을 위해 은을 약탈했지만, 이것이 외교문제가 되면 영국 정부는 해적들을 처벌하기도 했습니다. 동인도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성기때 사병이 20만명이나 되는 사실상의 국가기관이었지만, 형식상으로는 민간기업이어서 혹시라도 외교문제가 되면 영국 정부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을 수 있었습니다. 대략적으로 이런 두 가지 이유로 중국과 연계된 '범죄 산업'이 발달했다는 것이 이 기고문의 주장입니다. 국내정치는 합법과 불법이 명쾌하게 나눠지지만, 국제정치의 영역에서는 그 사이에 상당히 큰 '회색' 지역이 있습니다. 이런 회색 지역을 선악(善惡)의 잣대로 보지말고 사실의 세계로 보면 국제정치의 민낯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