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어떻게 일본을 스파이 소굴로 만들었나

도쿄 도라노몬 고토히라 타워에 있는 아에로플로트 사무실. 일본은 허술한 간첩 관련 법과 발달한 첨단산업으로 인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위한 핵심 거점이 됐다. /사진=Chang W Lee/The New York Times

일본은 별도의 대외 정보방첩 기관이 없었습니다. 정보수집은 내각조사실이 맡았고, 방첩은 경찰이 담당해왔습니다. 그렇다보니 뉴욕타임스 7월 12일자 기사의 표현대로 "첩보원(스파이)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미사일 등에 장착할 첨단부품을 조달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데, 그 헛점이 일본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러시아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직원으로 가장한 러시아 스파이들이 도쿄에서 부품 조달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에 추락한 미사일을 뜯어보면 태반이 일본제라는 것이 서방 당국의 판단입니다. 일본이 "첩보원의 천국"이라는 것은 한반도와도 관련된 이야기인 듯합니다. 북한 관련 첩보, 반대로 한국 관련 첩보도 일본을 통해 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은 첩보의 유통로이고 제재 부품의 조달처입니다. 일본의 다카이치 정부는 다른 나라처럼 이러한 첩보활동들을 통제할 기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이 기사는 일본에 왜 이런 기관이 필요한지를 설명합니다. 새로운 정보 및 방첩 기관이 자리를 잡게 되면 일본은 더 이상 외국 첩보원의 '천국'이 아니게 될 것이지만, 일본의 새 정보기관의 해외활동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그들은 서울, 평양, 베이징을 지켜볼 것입니다. 일본 정보 수집 능력의 강화는 이렇게 여러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한국의 독자 입장에서는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 얼마나 다를지 자문하게 됩니다. 한국도 방첩 관련 제도가 취약한 편이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서방 지도자들은 자국 수도에 주재하던 러시아 첩보원 수백 명을 추방하고 러시아와 연계된 기업들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러한 공조 조치는 러시아가 정보를 수집하고 마이크로칩, 송신기, 무기 제조에 쓰이는 기계 같은 장비를 구매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후 추방된 첩보원 수십 명이 뜻밖의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일본이다.


허술한 방첩 관련 법률과 번성하는 하이테크 산업으로 인해 일본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핵심 고리가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의 약 90%에 일본산 부품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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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진행되는 작전의 중심에는 '제20국'으로 알려진 러시아 군사정보 부서가 있다. 이 비밀 조직의 역할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다. 서방 정보기관 5곳의 전현직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 조직의 요원들은 외교관이나 사업가로 위장해 전쟁에 쓰이는 기술을 사들이거나 훔친 뒤 러시아로 밀반입한다.


이들 정보기관 중 4곳의 현직 당국자들에 따르면 제20국의 도쿄 작전을 총괄하는 인물은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Aeroflot 직원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활동이 낳은 피해는 밤마다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도시 공격과 난타전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도시 전체를 지도에서 지워버린 전쟁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에서 확보하는 것과 같은 기술에 계속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러시아의 Kh-101 순항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고층 주거 건물을 파괴해 최소 24명이 숨진 뒤, 조사관들이 잔해를 뒤졌다. 우크라이나 측 평가에 따르면 미사일의 유도 장치에는 러시아 수출이 광범위하게 금지된 일본산 부품이 사용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기밀문서와 기업 기록, 3개 대륙에 걸친 정보기관 및 정부 당국자 수십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제20국의 운영 방식과 도쿄 거점의 핵심 역할을 추적했다. 도쿄 거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을 지원한다. 당국자 대부분은 정보 사안을 공개적으로 밝힐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했다.


문서와 인터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일본의 기술이 러시아의 공격에 쓰이고 있다는 증거를 일본 정부에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대응에는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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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오래전부터 첩보원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배경 중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이 설계한 전후戰後 제약으로 일본 정보기관의 역량이 약하게 유지돼 왔다는 점이다. 일본에는 해외 정보기관조차 없다. 당국자들은 첩보 활동의 위협을 인식하고 있으며 정보 수집에 대한 수십 년 묵은 제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요."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의 시오자키 아키히사 의원이 말했다. 그는 과거 산업 스파이 사건을 다뤘던 변호사 출신이다.


일본 외무성은 첩보 활동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정부가 서방 동맹국들과 협력해 군사 관련 물품의 대러시아 수출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입니다." 외무성은 서면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스파이들은 일본 당국의 코앞에서 활개 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의 아에로플로트 사무실은 첩보 사건을 수사하는 일본 경찰청 본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서방 정보기관 당국자들에 따르면 도쿄에 있는 제20국 요원이 치명적인 작전을 지휘하는 곳은 바로 그 건물 22층의 항공사 사무실이다.


그 요원의 이름은 막심 블라디미로비치 필첸코프Maksim Vladimirovich Filchenkov다.


7월 촬영한 도쿄 아에로플로트 사무실 입구. GRU 첩보원들은 소련 시절부터 아에로플로트 직원 신분을 위장에 활용해 왔다. /사진=Chang W Lee/The New York Times

도쿄에 온 스파이

49세의 필첸코프가 2024년 2월 도쿄에 부임했을 때 러시아에는 첨단 기술 부품이 절실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1차 세계대전식 포격전에서 드론전으로 바뀌고 있었고 우크라이나는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전쟁을 지속하려면 러시아는 재래식 군사력에 신기술을 결합해야 했다. 중국이 도울 수는 있었지만 러시아군의 최첨단 무기에는 대체할 수 없는 물품들이 있었다. 갑자기 많은 기업이 러시아에 판매할 수 없게 된 첨단 장비와 공작기계, 그 밖의 부품들이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러시아 군정보기관 총정찰국(GRU)의 베테랑 요원 필첸코프다. 정보기관 당국자들에 따르면 일본에서 한 차례 복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필요한 장비를 찾아내 러시아로 보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


기업 기록과 인터뷰에 따르면 필첸코프는 일본에서 러시아로 화물을 운송하는 물류업체들과 유대 관계를 쌓기 시작했다. 서방 당국자들은 이런 관계를 통해 GRU 요원들이 민감한 기술을 거짓 명목으로 구매하고 때로는 허위 선적 서류를 이용해 러시아로 보낼 수 있다고 일본에 경고했다.


전·현직 정보기관 당국자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제20국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이 조직의 연혁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전했다. 당국자들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제20국이 러시아의 군사 기술 확보 노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GRU 첩보원들은 소련 시절부터 서방 기술을 찾아다니며 아에로플로트 직원을 위장 신분으로 이용해 왔다.


아에로플로트 도쿄 사무소 출입문은 좁은 틈새 창문과 초인종이 달려 있어 마치 감옥 문처럼 생겼다. 올해 초 취재진이 찾아갔을 때 밀짚색 머리에 러시아 정교회 십자가 목걸이를 건 중년 여성이 문을 열었다. 방문객이 찾아온 데 놀란 듯했다.


필첸코프는 그곳에 없다고 그 여성은 말했다. 그가 언제 돌아올지도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아에로플로트는 일본의 제재 명단에 직접 올라 있지는 않지만 필요한 항공기 부품과 서비스를 확보할 수 없어 사실상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아에로플로트의 공식 협력업체들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프로코에어Proco Air는 스스로를 "일본과 러시아 사이의 가교"라고 홍보한다. 프로코에어는 스리랑카나 우즈베키스탄처럼 아에로플로트가 취항하는 국가로 향하는 다른 항공사의 화물 공간을 임차한다. 그러면 아에로플로트가 현지에서 화물을 인수해 러시아로 운송한다. 이런 방식 자체는 불법도 아니고 이례적이지도 않다. 여전히 많은 물품이 러시아로 합법적으로 반입될 수 있으며 이러한 협력 관계가 그 운송을 가능케 해 준다.


서방 정보기관 당국자들은 이런 방식이 제20국의 작전에도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선적 기록에 따르면 일본은 러시아가 노리는 민감한 이중용도 기술의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밀수업자들은 해당 장비를 러시아로 직접 실어 나를 필요가 없다. 러시아에 이를 기꺼이 되팔 의향이 있는 곳으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예컨대 일본산 민감 기술이 가장 많이 수출되는 국가는 베트남인데, 베트남은 다시 러시아로 민감 기술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프로코에어는 아에로플로트 사무소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도쿄의 항만 공업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도 필첸코프는 없었지만 회사 대표인 미키 다케히코와 그의 아내는 취재에 응했다.


일본인인 미키는 2018년 무렵 필첸코프를 처음 만났으나 6년 뒤 필첸코프가 도쿄로 돌아온 뒤에야 그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키의 아내는 필첸코프에 대해 웃음기가 전혀 없고 오직 업무적인 면모만 보여주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사안을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관계자 2명에 따르면 미키는 지난해 필첸코프가 소개해 준 중국 현지 지인에게 연락을 취했다. 관계자들은 미키가 대러시아 반출이 금지된 품목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운송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키는 인터뷰와 후속 연락에서 필첸코프가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금지 물품을 러시아로 운송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부인했다. 프로코에어는 합법적으로 승인된 물품만 취급하며 "대부분 의료 장비와 일부 화장품"이라고 미키는 말했다.


이를 증명하겠다며 미키는 아내에게 최근 항공화물운송장 사본을 가져오라고 했다. 운송장을 건네기 전 미키는 펜으로 관련 회사들의 이름을 까맣게 칠해 가리려 했다.


문서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했다. 문서에는 3월 12일 스리랑카를 경유해 러시아로 의료 장비를 운송한 내역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먹칠은 이름을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 문서에는 미키가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회사와 거래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문서에 적힌 수하인은 모스크바의 제약회사인 R팜R-Pharm으로 명확히 확인됐다.


R팜은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이 회사의 설립자 알렉세이 레피크Aleksei Repik는 푸틴과의 긴밀한 유착 관계로 인해 호주, 영국, 캐나다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일본은 제외됐다). 레피크는 푸틴 대통령 곁에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내며 전쟁 지원 활동을 설명했다. 2025년 5월 회의에서는 러시아 기업들을 동원해 전선에 "전례 없는 지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모든 러시아 기업인을 대표해 조국을 지키는 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레피크는 지난해 이렇게 말했다.


프로코에어는 어떠한 불법 혐의로도 기소되지 않았으며 미키는 일본 당국으로부터 자신의 운송 건과 관련해 연락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 대상자에게 화물이 전달되는 것을 알면서도 운송을 도운 적은 없다"고 말했다.


도쿄에 있는 일본 경시청. 아에로플로트 사무실은 이곳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사진=Chang W Lee/The New York Times

외교적 경고

외국 정부들은 일본의 기술이 러시아로 밀수출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일본에 경고했다.


2025년 4월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 외무성에 공식 외교 서한을 최소 8차례 보냈다. 서한에는 민간인 공격 현장에서 수거된 러시아 무기와 군사 장비에 일본산 부품이 들어 있다는 증거가 상세히 담겼다.


한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그해 외교 문서를 약 8차례 더 보냈다고 말했다. 서한에는 회로 기판, 송신기, 반도체 등 수거된 일본산 부품 수십 종의 목록과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 뉴욕타임스 취재진이 확인한 서한 한 통에는 탄도미사일에서도 일본산 부품이 발견됐다고 적혀 있었다.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한 조치나 제3국으로 이전되는 민감한 물품과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를 검토할 때 이 정보를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들에게 보낸 서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수거된 부품 목록을 일본에 건넸다. 일본 유수의 대기업인 일본전기(NEC), 파나소닉, 도시바 등이 제조한 부품들이었다. 해당 문서에는 이들 기업이 제3국으로 수출된 뒤 재판매된 것이 아니라 제품을 러시아에 고의로 판매했다는 증거는 나타나 있지 않았다.


관련 기업들은 모두 위법 행위를 부인하며 일본 정부의 경제 제재와 무역 규제를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NEC 측은 우크라이나가 지목한 전자 부품들이 수년 전 단종된 구형 제품으로 이미 오래전 판매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제재 회피 시도에 관해 기업과 업계 단체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의 수출 금지 우회를 지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해외 기관 및 기업 수십 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외에도 서방 당국들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일본 기술을 조달하려 획책하고 있음을 일본 정부에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당시 논의 상황에 밝은 2명에 따르면 서방 당국들은 스파이들이 제재 대상 품목을 러시아로 반출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정보기관이 의심하는 프로코에어 등 기업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도 일본 당국에 전달했다.


일본 당국자들은 필첸코프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의 입장에 냉담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푸틴이 침공을 감행한 당일 일본은 미국, 유럽연합(EU)과 보조를 맞춰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이후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관례를 깨고 방탄조끼와 헬멧 같은 군사 지원 물자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 시작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체제에서 일본은 정보 역량을 강화하는 야심 찬 계획에 착수했다. 불법 수출을 더 효과적으로 막고 첩보원들의 활동을 저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지난 1월 도쿄 경시청은 우크라이나인으로 위장해 일본인 노동자로부터 영업비밀을 빼내려 한 러시아 정보 요원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스파이 행위를 처벌할 간첩법이 없는 탓에 경찰은 해당 노동자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 스파이는 혐의가 적용되기 훨씬 전에 이미 일본을 떠난 상태였다.


뉴욕타임스 취재진이 아에로플로트 사무실을 두 번째로 찾았을 때도 필첸코프는 만날 수 없었다. 그의 텔레그램 계정과 이메일로 보낸 질의에도 아무런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세 번째로 불쑥 방문했을 때 문을 연 여성은 필첸코프에게 전화해 보겠다고 했다.


사무실 안은 커다란 서류 보관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보관함 위마다 아에로플로트 여객기 모형이 한 대씩 놓여 있었다. 창문의 블라인드는 내려져 있었다. 사무실에 있는 사람은 그 여성이 유일해 보였다.


러시아어로 짧은 전화 통화를 마친 뒤 여성이 돌아왔다. 여성은 필첸코프가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