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이우의 일상이 다시금 극심한 혼란에 휩싸였다. 울부짖는 공습경보 사이렌과 공격 임박을 알리는 앱의 날카로운 경고음이 도시 전역에서 일상이 되었다. 주유소와 기차역, 쇼핑몰, 사무실,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하는 폭발은 끊이지 않는 일상이 되었다. 몇몇 보도에 따르면 수도를 떠나 더 안전한 서부 지역으로 피난을 떠나는 가족들의 행렬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수도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시 생활의 부침에 완전히 무감각해지지는 않았어도 꽤 익숙해진 터였다. 공습경보와 미사일, 정전, 러시아의 발전소 공격으로 인한 혹한이 그런 일상이었다. 하지만 8월 말 제트엔진을 장착한 샤헤드 드론이 대규모로 등장하고 러시아 미사일의 명중도 늘면서 공포와 파괴는 새로운 수준에 이르렀다. 한층 강화된 러시아의 종심縱深 타격 능력에 우크라이나 측 요격 미사일 부족이 겹치면서 전선은 다시 한번 키이우 시민들의 턱밑까지 다가왔다.
이코노미스트 취재진은 최근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에서 전쟁의 새 국면이 우크라이나에 물리적·심리적·경제적·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취재진은 공격용 드론과의 근접 조우가 얼마나 일상화되었는지도 실감했다. 최전선 도시의 한 거리에서 드론 폭발의 충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폭발이 일어나기 전이라도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급강하하는 샤헤드 드론의 검은 삼각형 형체를 올려다보는 것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경험이다.
우크라이나가 외교를 통해 어떤 숨통이 트이기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9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우크라이나 수도를 처음 방문했다. 두 특사들이 제법 자주 찾게 된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설명을 들은 직후였다. 두 특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장시간 회담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들에 따르면 향후 몇 주 안에 제한적인 기술적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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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글로벌 디젤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자신의 이란 전쟁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대러 공격을 지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9월 20일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선거라는 정치극이 끝난 뒤, 그리고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에 대화의 창구가 열릴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는 흑해를 중심으로 러시아산 석유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양국의 곡물 수출 차질을 완화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유권자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10월 초 UAE 아부다비에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3자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
싸움은 계속된다
그러한 움직임은 모두 반가운 일이겠지만 우크라이나 역시 몇 가지 카드를 쥐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확고하게 우크라이나의 뒤를 받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앵커리지 정상회담에서 거론되었던 것과 같은 전적으로 친러시아적인 타결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없다("알래스카 구상은 끝났어요." 키이우의 한 고위 당국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더 광범위한 평화나 휴전 비슷한 것을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푸틴 대통령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봄 전에는 공세 중단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계속 싸우며 러시아에 막대한 고통을 안길 것이다. 전선과 그 후방 200km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우세를 점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영토 쟁탈전이 교착된 것은 아니지만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러시아의 순영토 획득은 약 100㎢로, 2014년 이전 우크라이나 영토의 불과 0.017%다. 한 우크라이나 소식통은 확인된 러시아군 사망자가 60만 명이며 우크라이나군이 매달 러시아군 2만2000~2만3000명을 사살한다고 추산한다. 중상자까지 합치면 러시아의 손실은 현재의 신병 모집 규모인 3만~3만1000명을 웃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소식통들은 북한의 증원군이 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전쟁이 완전한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다. 지도상의 교착상태 뒤에는 혁신과 적응을 위한 생사를 건 치열한 투쟁이 진행중이다. 드론과 미사일의 시대에는 전선 후방의 전황도 대단히 중요하다. 바로 이 장거리 타격전에서 우크라이나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는 장거리 무기의 생산과 기술 모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때 전쟁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전방과 지쳐 있지만 대체로 안전한 후방 도시로 나뉘었으나 이제 드론 혁신이 그 경계를 흐리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전장인지 가늠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전선 자체를 보자. 전선은 이어진 참호선이 아니라 폭 40~80km의 싸움 지대로 이뤄져 있다. 흔히 '킬 존'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모든 움직임이 위험하다. 군인들이 발견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머리 위 상공은 소형 원격 조종 1인칭 시점(FPV) 사냥꾼 드론으로 가득 찬다. 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러시아군이 장갑차 대신 문짝을 떼어내 재빨리 뛰어내릴 수 있는 민첩한 지프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어떨 때는 모든 짐을 등에 진 채 20km까지 걷기도 해요. 그래야 드론 소리가 들렸을 때 숨기가 더 쉬우니까요."
하지만 군인들이 경계를 오로지 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매복 드론'이 주요 이동 경로의 지붕 위나 덤불 뒤에 숨어 대기하다가 기습적으로 솟구쳐 올라 타격하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장비, 식량과 식수, 탄약을 싣고 덜컹거리며 오가는 무인 로봇 차량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로봇 운반차 곁의 병사들은 드론이 급강하해 로봇과 자신들을 함께 파괴할 수 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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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병참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적진 후방 훨씬 더 깊숙한 곳까지 드론을 투입하고 있다. 잘 은폐된 '네메시스' 드론 여단의 작전 통제실로 내려가 보면 쥐 죽은 듯 조용하면서도 분주한 작업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벽에는 위장막이 드리워져 있다. 부대 깃발에는 공상과학물 속 외계인 얼굴을 본뜬 흑백 로고가 새겨져 있다. 티셔츠 차림에 조종기를 든 조종사와 항법사들은 게이머처럼 나란히 앉아 전선 훨씬 뒤의 러시아 점령지에서 표적을 찾는다. 화면에 울창한 지류를 가로지르는 도로 교량이 나타난다. 그곳에는 이미 러시아 트럭 한 대가 불타고 있고 드론은 다른 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나무 사이에 자리 잡는다.
러시아군이 민간 트럭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개활지 사냥터에서 군용 차량을 식별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운전석은 절대 공격하지 않아요." 네메시스가 속한 정예 드론 전문 부대인 무인전력군을 이끄는 수염 난 지휘관 로베르트 '마자르' 브로우디의 주장이다. 이들은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를 고립시키기 위해 이러한 전술을 활용해 왔다. 마자르 사령관은 지하 사무실에서 이 작전을 설명한다. 사무실에는 메탈리카 핀볼 기계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탁상용 판본이 놓여 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 왕관의 보석 같은 곳이죠." 그는 특히 개전 초기에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노력이 러시아군을 어떻게 약화시켰는지 설명하며 말했다. 그 뒤 러시아군은 이동식 대드론 부대로 같은 구역을 순찰하고 통신 전파방해기를 훨씬 촘촘히 배치하는 방식으로 방어 태세를 조정했다.

드론 전쟁
이제 러시아군도 이에 상응하는 자체 공격 작전을 꾸리고 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조종되는 드론은 대부분 위성 기반 데이터 연결에 의존한다. 우크라이나에는 스타링크가 그 역할을 한다. 우려스럽게도 러시아는 국지적 전파방해 기술을 개발했고 라스베트Rassvet라는 유사한 위성 네트워크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는 드론들 사이의 무선 중계기를 연결한 '메시mesh'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장거리 게란Geran 드론을 중심으로 구축된다. 이란이 설계한 원형 기체의 이름을 따 통상 샤헤드Shahed라고 더 많이 불리는 드론이다. 이 중계망의 도달 범위는 우크라이나 영공 안쪽 약 200km에 불과하지만 그 범위 안에서는 조종 드론이 미리 설정된 좌표로 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움직이는 표적을 사냥할 수 있다.
열차는 주요 표적 중 하나다. 과거에는 군수물자를 실은 채 정차한 열차에 공격이 집중됐다. 이제 러시아군은 도시 통근열차를 포함한 모든 기관차를 노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폴란드 국경과 가까운 기차역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철도공사 사장 올렉산드르 페르초우스키는 자체 지휘센터에서 열차들이 사실상 "상어들 사이에서 헤엄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장거리 타격 면에서도 러시아의 진전이 두드러진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과 전자상거래업체 와일드베리스의 물류센터를 상대로 벌인 종심 타격은 일부에 깊은 인상을 줬다. 그러나 러시아는 훨씬 긴 사거리와 압도적으로 큰 규모로 우크라이나 내부를 타격하고 있다.
여기에 두 가지 더 우려스러운 변화가 러시아를 돕고 있다. 첫째는 구형 프로펠러 구동식 샤헤드가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제트 엔진을 장착한 기종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관총과 견착식 미사일이 대부분인 우크라이나의 지상 방공망은 더 빠르고 높이 나는 이런 공격기에 거의 대응하지 못한다. 우크라이나의 F-16과 미그-29 같은 전투기는 이들을 파괴할 수 있지만 탄약이 부족하다. 또 구형 중고 기체라 전문 정비를 받기 위해 해외에 나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지상 요격체만 남게 되지만, 우크라이나에는 임무를 수행할 만한 기종이 부족하다. 일회용 쿼드콥터 드론은 제트엔진 샤헤드를 따라잡지 못한다. 이러한 난제에 맞서 시제품들이 개발되기는 했다. 한 시험 발사 영상에는 드론이라기보다 미사일에 더 가까운 비행체가 등장한다. 이는 시험과 엔진 설계에 큰 부담을 준다. 단가도 상승한다. 서둘러 실전 배치된다 하더라도(겨울 전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을 끌어올리려면 막대한 자금과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반면 러시아의 2026년 제트엔진 샤헤드 생산 목표는 2만4000대로 알려졌다. 한 우크라이나 소식통은 러시아가 지금까지 1000대만 사용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 변화는 러시아가 탄도미사일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는 모든 종류를 합쳐 매달 100발 넘게 발사할 수 있다. 특히 미국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비축량이 매우 적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에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업체 파이어포인트Fire Point가 개발 중인 탄도미사일을 토대로 국산 패트리엇급 체계를 만들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쓸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려면 오랜 시간, 어쩌면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제트엔진 샤헤드를 요격하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다. 탄도미사일 요격에는 복잡한 레이더망과 데이터 업링크, 초정밀 미사일 유도 기술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우크라이나의 군사기술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몇 달 안에 해결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에는 화살이 아니라 '궁수', 즉 이동식 발사대를 타격할 수도 없다. 러시아 점령지 안에서는 스타링크에 접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전망에는 명암이 엇갈린다. '킬 존' 인근 지하 지휘소에 있든 도시 카페에서 차를 마시든 병사들은 전선을 굳건히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젊은 신임 총사령관 미하일로 드라파티Mykhailo Drapatyi의 지휘아래서 "이제는 더 이상 작은 소련군이 큰 소련군과 싸우는 전쟁이 아니에요." 전 총리이자 현 네메시스 전문가위원회 의장인 올렉시 혼차루크가 말했다. 이들은 키이우의 많은 이들과 달리 러시아가 다시 병력을 동원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여야 할 러시아군이 더 늘어날 뿐이에요." 한 장교는 차갑게 말했다. 그러나 이 장교들 역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벌어지는 더 넓은 차원의 전황에 대해서는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4년 반 동안 전선의 영웅적 투쟁과 방공망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의 기능을 유지해왔다. 회복탄력성이 있는 국내 경제는 정부에 세금을 내고고 시민들에게 일상성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이번 총력전 국면이 그 일상을 끝장내 버렸다.

우크라이나는 자금이 부족하다. 군수물자 비용은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에 대한 서방의 직접 자금 지원은 올해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친다. 러시아의 공격은 우크라이나 최대 납세 기업 여러 곳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다. 크리비리흐와 자포리자 같은 도시의 대형 제철소가 문을 닫았다. 8월 철강 생산량은 전년 동월보다 60% 줄었으며 이번 달에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다. 슈퍼마켓과 전자상거래, 우편 서비스도 큰 타격을 입어 수도의 창고 수용 능력이 최대 80% 감소했다. 키이우에서 전선으로 향하는 도로에서는 이런 상황이 선명하게 보인다. 주유소들은 저장 탱크 주변에 녹색 차단망과 모래주머니 방벽을 둘렀다. 창고들은 폭발로 검게 그을린 채 입을 벌린듯 뚫려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물자와 사람을 수송할 능력도 옥죄려 한다. 철도 공격으로 올해에만 기관차 250대 이상이 파괴됐다. 수리로 피해를 완화했지만 올해 후반 철도망이 극심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주유소는 날마다 폭격당하며 트럭에 연료를 공급하는 곳은 곧바로 표적이 된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러시아가 7월 들어 오데사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수심 깊은 항구들을 사실상 봉쇄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올해 수확물의 상당 부분이 선적되지 못할 위험에 놓였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국내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12월이면 저장 공간마저 바닥날 것으로 보이자, 우크라이나 최대 농업 기업 중 일부는 다음 시즌에 파종을 아예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겨울이 오고 있다
이 모든 일은 겨울이 닥치기도 전에 벌어졌다. 일부 측면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맹공에 대처할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잘돼 있다. 오랫동안 러시아가 즐겨 노린 에너지 인프라는 서방의 도움으로 방호력이 강화됐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공격은 때때로 대규모 정전을 일으킬 것이며 횟수도 지난해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여러 대도시, 특히 키이우는 완벽한 방어가 불가능한 대형 중앙 난방 시설에 의존하고 있어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해처럼 현지 발전시설이 파괴되면 키이우는 취약한 몇몇 초크포인트에 의존하는 전력의 섬이 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도시 서쪽 마카리우에 있는 대형 750kV 변전소다. 이것이 작동해야 키이우는 하루 약 16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으며, 이것이 멈추면 공급 시간은 고작 4시간에 불과할 수 있다.
지난 겨울에는 러시아가 인근 난방 발전소를 파괴한 탓에 여러 구역 전체가 영하의 혹한 속에서 몇 주를 버텨내야 했다. 올해는 식량과 물, 특히 하수도까지 엉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도시는 붕괴될 수 있어요." 한 서방 외교관이 말했다. 한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10월이면 '완전한 지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들은 키이우를 괴롭힐 거예요." 그 당국자가 말했다. 러시아의 선전 공작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분노하게 만들려 할 것이다. "그들은 피로와 탈진, 그 밖의 요인을 이용해 비극을 만들어내려 할 거예요."
불안감이 피부로 느껴진다. 8월 27일 시내에 제트엔진 드론이 등장한 뒤 일상은 중단됐다. 사업장들은 공습경보가 울릴 때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문을 닫는다. 지하철과 버스가 멈추면 통근자들의 발이 묶인다. 학교들은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수업을 지하로 옮기고 있으며 일부는 겨울 휴교를 검토한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우크라이나 서부나 해외로 보내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가족 한 가구가 떠날 때마다 세수 기반과 노동력이 줄어든다. 이미 약 100만 명이 복무 중이고 비슷한 수가 징집을 피해 숨어 있어 둘 다 고갈된 상태다.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산화 비중이 커지는 무기류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크라이나 20대 납세기업 가운데 거의 절반이 군사기술 업체다. 이 업체들은 분산돼 있어 타격하기도 더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이 새로운 수출 주역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시 경제에는 부담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출 수익 감소는 우크라이나 화폐인 흐리우냐화에 압력을 가할 것이다. 이에 중앙은행은 통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현재 500억 달러(69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외환보유액 일부를 소진하거나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
9월 12일 신임 총리 세르히 코레츠키는 러시아의 공세가 시작된 첫 몇 주 동안만 정부 세수가 700억 흐리우냐(2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군비 지출 증가에 더해 닥친 악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월 군사예산의 270억 달러(37조 원) 부족분을 메워달라고 요청해 유럽 후원국들을 놀라게 했다. 투자회사 드래곤캐피털의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전체 재정적자 전망치를 40억~90억 달러(5조5000억~12조원) 상향했다. 내년 전망도 나을 것이 없다. 세르히 마르첸코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2027년 이미 약속받은 금액 외에 해외 자금 326억 달러(45조 원)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방, 주로 유럽 파트너들이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EU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재정적자 보전과 무기 구매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143조 원)를 대출한다. 우크라이나 의회가 지원국들이 대가로 요구한 개혁안을 아직 통과시키지 않아 자금 일부가 묶여 있다. 이에 따라 지원 절차는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우크라이나 정치의 향방에 좌우된다.
대통령이 법안을 밀어붙일 능력은 수완 좋은 원내지도자이자 평화협상가인 다비드 아라하미아David Arakhamia가 의원들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렸을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라하미아 본인이 갈수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반부패 기구들의 타깃이 되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당국자는 혹독한 겨울이 가져올 '정신적 열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에게 무슨 선택의 여지가 있겠어요?" 생존에 대한 집중이 과거 우크라이나가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러시아가 한층 더 비열한 전쟁 방식으로 회귀함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다시 한번 역경을 이겨내려면 물론 돈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투지다.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보통 'total war'는 '총력전'이라고 번역합니다. 물론 이코노미스트의 9월 17일자 기사에서 말하는 'total war'도 결국 총력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total'의 의미에 좀 더 지리적 의미가 가미된 듯 합니다. 원래의 '총력'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의 총역량이라는 의미지만, 여기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 국토를 타격하고 있다는 지리적 의미가 강합니다. 러시아는 자폭 드론에 1회용 제트엔진을 장착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속 드론으로 우크라이나를 전후방 할 것 없이 공격하고 있습니다. 지도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선(戰線)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만, 그 전선을 넘어서 장거리 고속 드론으로 발전소 등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생활' 기반들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10월 이후면 추위가 몰려 올텐데 러시아는 더더욱 전력시설이나 정유시설을 겨냥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데사 항구의 시설들을 파괴해 우크라이나의 최대 수출상품 중 하나인 곡물 수출을 막을 것입니다. 이런 드론들은 이미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연결하는 철도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드론은 하나하나를 정밀 조정할 수 있는 '1인칭(FPV)' 드론 단계를 넘어 이제는 제트엔진을 장착한 '고속' 드론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전쟁과 함께 4년을 훌쩍 넘어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집니다. 전쟁은 기동전과 소모전 사이를 오가는데, 지금은 확실히 소모전 단계인 듯합니다. 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을 돌파한 것은 '움직이는 참호' 즉 전차(tank)였습니다. 그리고 독일은 2차 세계대전 개전시 이 전차를 이용해 '번개가 친다는 의미의' 전격전(電擊戰, Blitzkrieg)을 선보였습니다. 드론이 가져온 소모전이 또 어떤 군사혁신을 통해 극복될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