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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반격, 세계 안보질서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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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로제베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14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이 탈환한 도네츠크 스토로제베에서 병사들이 파괴된 러시아 군 BMP-2 장갑차를 점검하고 있다. 2023.6.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6.16 12:18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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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몇몇 지역의 수복에는 성공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손실도 적지 않습니다. '전격전'으로 러시아에게 통한의 일격을 가하고 전황을 뒤집겠다는 게 우크라이나의 계획인데 짧게는 1~2개월, 길어도 3~4개월 안에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반격의 결과, 그리고 이어지는 전쟁의 결과는 향후 국제정치의 지형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아래 전문 번역으로 소개하는 6월 6일자 분석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는 점잖게 "유럽의 미래 안보질서"가 걸렸다고 표현했지만 PADO는 이 기사에 좀 더 대담한 제목을 달았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세계전략도 이 결과에 따라 변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경제는 약해도 군사력은 강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던 러시아가 그 마지막 남은 이빨마저 잃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대결에 쏟을 수 있는 여력이 더욱 커지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의 완패를 막으려 하지만 그렇다고 유럽과의 관계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결국 우크라이나의 투지와 능력이 관건입니다. 한편 이번 전쟁에서 의외의 변수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개입하는 데 비판적이고, 때문에 푸틴이 트럼프 재선을 기다려 전쟁을 보다 유리하게 마무리지으려 할 수도 있습니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일 전날,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노르망디에서 동쪽으로 28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을 거의 80년 전에 벌어졌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빗댔다. 그는 작전의 목표가 그때와 거의 같다고 말했다. "침략국에게, 여기선 러시아죠, 부당하게 공격당한 국가를 자유롭게 하고 점령된 지역을 해방시키기 위해섭니다."


8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투는 유럽의 미래 안보질서를 결정지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궁극적인 목표는 1944년 연합군이 갖고 있던 목표에 비해 (적어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구 국가들에겐) 훨씬 불투명하다. 나치 독일과 달리 러시아는 핵보유국이다. 러시아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가 천명한 목표는 러시아가 2014년 이후 점령한 모든 지역을 수복하고 국경을 소련 해체 직후인 1991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달성할 수 있다 할지라도(서구에서는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가 이를 참을 수 없는 굴욕으로 여기고 이를 피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려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그 결과 목표는 더 모호해진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최대한의 손실을 입히고 최대한 넓은 영토를 수복해, 보다 우위에서 쇠약해진 러시아와 협정을 맺고자 한다. 이런 관점에서 서구의 무기로 새롭게 무장한 우크라이나군 여단들이 러시아와 크름(크림) 반도를 잇는 지역을 점령해 연결을 끊거나 크름 반도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걸 기대해 볼 법하다. 하지만 서구 관계자 대부분은 그보다 덜 거창한 결과를 기대한다. 우크라이나가 작년에 잃은 덜 전략적인 지역을 수복하되 적어도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가 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비관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데 애를 먹고 미미한 소득과 함께 교착 상태에서 반격이 끝나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실패하고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인해 후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에겐 대대적인 진군을 추진할 수단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전황을 결정짓는 것은 우크라이나군의 의지와 능력이지만 외부의 요인도 반격 작전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두 가지 목표를 천명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지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나토(NATO)가 핵전쟁으로 비화할 리스크가 있는 러시아와의 직접 대치 상황에 휘말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당초부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하거나 우크라이나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막대한 물량의 첨단 무기를 지원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이 제공하는 정보, 계획, 훈련 또한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군대를 갖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나토 수준의 훈련을 받고 있진 않지만 서구 관계자들은 승기를 잡기 위해선 "그저 러시아군보다 잘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도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유럽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는 러시아가 완전히 패배하는 일은 없길 바라는 한편, 유럽과의 관계가 무너지거나 핵무기가 사용되는 상황은 피하려 한다.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국의 친선 관계에는 "한계가 없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었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할인된 가격에 사고 중국산 제품을 러시아에 판다. 그 중 일부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진핑은 지금까지 서구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수준의 대규모 무기 지원을 거부해왔다. 서구 관계자들은 중국이 러시아가 궤멸되기 직전이라 생각하게 되면 입장을 바꿀 수 있음을 우려한다.

어떻게 장기전을 막을 것인가

하지만 최근 미군 지도부는 이런 리스크가 현실화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용인한 범위 안에서 러시아에게 "전략적 패배"를 안기는 게 가능하다고 여기는 추세다. 시간이 지나면서 핵 확전의 가능성을 덜 두려워하게 됐다. 재래식 군사 지원을 조금씩 늘리는 '끓는 물의 개구리' 전략이 핵 확전 리스크를 낮추는 데 일조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접경지 벨고로드 공격과 크렘린에 대한 소형 드론 공격 등으로 러시아의 위협이 공갈에 불과함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미군 지도부는 러시아가 군사력을 잃게 됨은 물론이고 또다른 침략전쟁을 획책할 엄두를 못 내게끔 만드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절대 재발 방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 아니죠." 한 서구 관계자의 말이다.


이는 특히 미군의 전략가들에게 매력적인 목표다. 유럽에서 러시아와, 아시아에서 중국과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벌여야 될 상황을 오랫동안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위협이 적어도 수 년 동안 크게 줄어든다면 이제 미국 최대의 군사적 맞수가 된 중국을 억제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서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앞날에 대해 세 종류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첫째는 우크라이나가 대대적인 돌파에 성공해 크름 반도에 대한 보급선을 끊거나 러시아가 2014년과 작년에 점령한 돈바스 동부의 상당 부분을 수복하는 것이다. 러시아군이 이렇게 궤멸될 경우 푸틴은 권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몇몇은 이것이 유럽의 평화를 되찾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군기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평가하기란 어렵다. 푸틴 정권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가늠하기란 더욱 어렵다. 핵 확전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몇몇 미국 관계자들은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보다는 러시아가 혼란에 빠져 핵무기의 통제권을 잃어버릴 가능성을 더 우려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보다 작은 규모로 패배하지만 전쟁이 계속될 경우 추가적인 패배의 가능성이 커 러시아가 움츠러들고 푸틴의 위세가 약화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소강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 대부분을 계속 통제하게 되는 우울한 시나리오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구의 믿음은 흔들리고 푸틴은 더욱 대담해질 것이다. 베를린 소재의 싱크탱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는 러시아가 그간 겪은 군사적 차질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더 많은 영토를 병합하고 키이우에 괴뢰정권을 세워 우크라이나 전체를 예속시키려는 의도를 저버리지 않은 듯하다고 말한다. 푸틴은 어쩌면 전쟁을 몇 년 더 지속시켜 이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러시아의 공군과 해군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국내의 반발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병력을 추가로 동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푸틴은 서구가 나자빠지기를 기다리려 할 것이다.


특히 푸틴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권좌에 오르길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수십억 달러를 허비하면서 자군의 무기 보유량을 떨어뜨리고 전쟁을 장기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자신이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어떻게 할 것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주장한다. 우크라이나는 트럼프가 군사 지원을 끊거나 푸틴의 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우려한다.


(키이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2월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포옹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이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2월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포옹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어떻게 장기전을 피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희망은 우크라이나가 푸틴이 목표를 수정하게 만들 정도로 통한의 군사적 패배를 안기는 것이다. 몇몇 서구 관계자들(특히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 이후 강화 협상을 시작하길 바란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들(특히 미국)은 푸틴이 쓰디쓴 패배를 겪지 않는 이상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준비가 안 돼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협상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러시아의 협상 참여는 진심이 아닌 지연 전술에 불과할 수 있다. 진정한 외교는 내년까지 추가로 전투가 이어진 후에나 가능할 수 있다.


그리하여 서구는 우크라이나에게 "필요하면 언제든지"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약속에 어떻게 더 큰 신빙성을 부여할지 논의하고 있다. 가장 첨예한 논쟁은 단기적,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어떤 안전 보장을 제공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몇몇 서구 지도자들은 적대행위가 중단된 후에 이를 논의하는 것이 최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협상으로 평화를 이룰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서구가 더는 논의를 질질 끌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보다 강력한 안전 보장을 제공하면 장기전으로 승리를 노리는 푸틴을 좌절시켜 전쟁의 끝을 보다 앞당기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 동유럽에서는 그가 미국을 싫어하며 러시아에 유화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최근 슬로바키아에서 행한 연설에서 놀라울 정도로 강경파적인 입장 전환을 보였다. 그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게 "실질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 보장"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불충분한 '각서'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라고 불리는 협정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의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 영국, 러시아로부터 안전 보장을 '약속'받았는데 이는 완전히 불충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의 우호국들은 오직 나토(흔히 '5조'(Article 5)로 불리는 강력한 상호방위공약을 갖고 있다)에 가입하는 것만이 우크라이나를 향후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구 동맹국들의 입장은 분열돼 있다. 독일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영토 분쟁, 특히 전쟁을 겪고 있는 국가는 나토 회원으로 가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다른 이들은 냉전 당시 독일이 분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서독도 나토에 가입했었다고 반박한다.)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투입하는 걸 꺼리는 걸 볼 때, 그가 근시일 내로 미국의 핵우산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리라 보긴 어렵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2단계 계획을 제안한다. 첫째로 서구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실질적인" 안전 보장을 발표한다. 다음달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 이전에 발표하는 게 이상적이다. 그 다음 나토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게 나토 가입 초청을 하거나 적어도 다음해에 가입 초대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한다. 이는 러시아에게 누가 나토에 가입하는지에 대해 거부할 권한이 없음을 분명히 할 것이다. 라스무센 전 사무총장은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나토 안에서 보호하는 게 우크라이나 홀로 러시아를 격퇴할 수 있을 때까지 무기한으로 무장을 공급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고 주장한다.


한 가지 어려움은 어떻게 해야 사전의 안전 보장 공약이 나토 회원 가입의 대안이 아니라 나토 회원 가입으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느냐이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에릭 시아라멜라는 "5조보다는 약하지만 부다페스트 각서보다는 강한"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5단계 계획에 대한 보고서를 썼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명문화하는 것도 포함돼 있는데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대만과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에 부분적으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미국과 유럽의 지도자가 바뀌더라도 공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또한 여러 해에 걸쳐 우크라이나의 무장을 지원하는 자금을 제공하고 우크라이나의 군수 산업을 재건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나토 헌장의 4조와 비슷한 정치적 협의 메커니즘을 제공하고 유럽연합(EU) 회원 가입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뒤늦게 깨달은 것처럼 "오늘날 유럽을 지키는 건 우크라이나"다. 러시아의 침략을 야기할 뿐인 회색지대에 두는 것보다는 우크라이나를 굳건히 유럽과 통합시키는 게 좋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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