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

[評천하] 가봉 군사쿠데타, 폭스콘 창업자 총통선거 출마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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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봉 수도 리브르빌 시내에서 군인들이 은구마 장군을 헹가래 치는 모습 /Gabon24 via AP

2023.09.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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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에서 군사쿠데타가 발생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중서부 아프리카의 가봉에서 군사쿠데타가 또 발생했습니다. 가봉은 니제르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어를 쓰는 프랑스식민지였던 나라입니다. 2020년 이후 아프리카에 8건의 쿠데타가 있었는데, 짐바브웨를 제외한 7개 국가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나라입니다. 영국과 달리 프랑스는 식민지였던 나라에 직접 개입하는 외교정책을 유지하고 있는데, 가봉에도 프랑스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가봉은 한국에도 유명한 봉고 가문이 56년간 통치해왔습니다. 현재 가택연금 상태인 2대째 대통령인 알리 봉고는 3선에 도전했고, 군사쿠데타 터지기 몇 시간 전에 대통령 당선을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이 선언이 있자마자 군부가 알리 봉고를 축출하고 쿠데타 성공을 선언한 것입니다. 이번 선거일 전후로 해서 가봉에서는 인터넷이 먹통이 되고 통금이 실시됐으며 해외선거감시단의 참관이 금지됐습니다. 해외언론은 야당후보가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선거결과는 알리 봉고의 당선으로 나온 것입니다. 선거결과에 대한 가봉 국민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군부가 쿠데타를 감행한 것입니다. 군부는 과도 정부의 대통령으로 은구마 장군을 추대했습니다. 은구마 장군은 아버지 봉고 대통령의 부관 출신이고, 최근에는 엘리트 부대인 대통령 친위부대의 사령관으로 일해왔습니다. 알리 봉고 대통령은 2018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이후 영부인과 아들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것이 군부의 주장입니다.


가봉은 망간과 니켈을 생산하는 자원부국으로 1인당 GDP가 8000달러 가량 되는 아프리카에서 부국으로 손꼽히는 나라이지만, 봉고 가문의 장기집권과 집권세력의 부패로 빈부격차가 매우 큽니다. 프랑스는 아버지 오마르 봉고 대통령을 옹립한 이후 오랫동안 정권의 후견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가봉 쿠데타는 니제르 등에서 발생한 이전 쿠데타들과 성격이 좀 다릅니다. 니제르에서는 쿠데타 세력이 '반(反)프랑스'를 내세우면서 프랑스세력을 내쫓으려 하고 있는데, 가봉의 쿠데타 세력은 아직 프랑스에 반대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옹립된 은구마 장군은 알리 가봉 대통령과 가까운 친척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서방언론에서는 집권세력 안에서의 권력교체인 '궁정 쿠데타'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유럽연합(EU)에서도 비난을 삼가고 있습니다.


최근 아프리카에서 빈번해지고 있는 쿠데타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미국과 서방의 제재와 압박 앞에서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지만, 이제는 러시아가 제공하는 바그너용병 같은 군사적 지원, 중국이 제공하는 재정적, 정치외교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쿠데타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 아프리카의 천연자원 확보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에 쿠데타가 발생한 가봉의 경우 망간 생산량이 세계 2위인데, 망간은 배터리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미래 전략자원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감기처럼 쿠데타도 전염성이 강하다"라고 표현했는데, 향후 프랑스식민지였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쿠데타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 등 이제 몇 나라 남지 않았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불참한다고 합니다. 중국은 현재 경제문제가 심각한데 시진핑이 국내에 머물면서 직접 챙겨야할 것입니다. 게다가 인도는 중국과 국경문제 등으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시진핑으로서는 인도 방문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문제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인지 중국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를 대대적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 반일 감정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소금 사재기도 나타나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에 6000통의 전화를 걸어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 중국내 일본인학교에 돌과 계란을 던지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중국에 입국하거나 체제하는 일본인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역사에서는 반외세 운동이 커지면서 정권타도 운동으로 변한 경우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어느 선에서 반일 감정을 제어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국제형사법원(ICC)이 지난 3월 체포영장을 발부한 후 해외방문을 꺼려왔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금년 가을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남아공에서 개최된 브릭스(BRICS) 정상회의도 화상으로 참여했습니다. 중국에서 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시진핑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의 휴전을 중재하는 모습을 보이려 할 것이고,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에너지 수출 등 경제협력을 중국측에 요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만 총통 선거가 내년 1월로 예정되어 있는데,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훙하이 정밀) 창업자가 총통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폭스콘은 아이폰 등 애플제품을 중국내에서 조립생산한 회사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궈타이밍 회장은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의 처남으로, 대만에서 부자 순위 6위에 올라있습니다. 그는 지난 총통선거에서 국민당에 입당해 경선에 나섰으나 패배했습니다. 이번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만이 우크라이나의 길을 걷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대결구도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친중노선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집권당 민진당이 홀로 '반중국'이고, 야당 후보 2명 모두 '친중국'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궈타이밍까지 출마하게 되면 야권의 표가 또 분산됩니다. '친중국'을 표방한 궈타이밍의 출마로 인해 '반중국' 진영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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