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일에 대한 애정을 잃었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사진=Rosie Clements/The New York Times

같은 나라에서 같은 말을 쓰고 살았어도 좁히기 어려운 게 세대차입니다. 너무나 빨리 변해온 한국 사회의 여러 맥락을 무시하고 우리는 너무 쉽게 오늘날의 20대 청년들을 재단하는지도 모릅니다. 저널리스트 에미 닛펠드의 뉴욕타임스 7월 23일 기고문은 그런 측면에서 보기 드문 미덕을 보여줍니다. 위탁가정을 전전하고 때론 노숙까지 하면서 공부를 해 하버드대에 들어가고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일했던 닛펠드의 입장에서 미국 Z세대의 '야망 부족'을 질책하기란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Z세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입장을 최대한 헤아려 보려 합니다. 읽어보시면 어쩜 한국의 20대와 이렇게 비슷할까 놀라게 될 것입니다. 미국·중국의 Z세대를 바라보는 게 한국의 Z세대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것은 글로벌 자본주의가 가져온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탕핑躺平'(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기)에 깔려있는 생각도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노력하면 행복해질 가능성도 있지만 (힘들게 노력했기에) 불행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확실히 (힘들게 노력 안 했기에) 행복하다.'


우리가 우리의 삶에 대해 갖게 되는 전망—희망 또는 절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당대의 경제적 추세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우리의 인생관에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가 미친 영향보다 삼저 호황, 외환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이 미친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닛펠드의 에세이는 바로 이 점을 상기시킵니다. 야망이 부족한 젊은이들의 태도를 탓하기에 앞서, 희망보다 절망을 가르친 세태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모든 것은 우리 모두의 탓입니다. 노력이 변화를 가져오는 세상을 못 만든 우리 모두의 탓입니다.

10대 시절 나는 더 나은 삶을 꿈꿨다. 내 엄마는 안 버리고 뭐든 쌓아뒀고, 그 탓에 나는 허리 높이로 쌓인 쓰레기 더미 사이를 쥐들이 뛰어다니는 아파트에서 자랐다. 1년 동안 위탁가정에서 지냈고, 그 밖의 시기에는 갈 곳이 없어 어떤 여름밤에는 낡아빠진 1992년식 코롤라 뒷좌석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곳을 벗어나 위로 올라가는 길을 보았다. SAT에서 최고점을 받고, 좋은 대학에서 알맞은 전공을 고른 뒤, 졸업과 동시에 돈이 되는 직업을 갖는다는 계획이었다. 성공이 보장된 계획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나는 이 계획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승부를 걸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과학 학위를 받은 뒤 구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게 됐다.


나는 이 상승의 궤적을 담은 회고록을 썼고, 책이 나온 뒤 몇 해 동안 전국의 대학에서 강연 초청을 받아 왔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학생들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롤모델로 여겼다. 그러나 올해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는 역사소설의 화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내 관점이 지금도 유효하기는 한 것일까?


2015년 대학을 졸업할 무렵 나와 동기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에 푹 젖어 있었다. 조언자들은 우리에게 꿈을 좇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여성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독려했다. 내 기숙사 방 벽에는 2010년대 기업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인물인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의 말을 담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두렵지 않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세계 최연소로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가 됐던 엘리자베스 홈스Elizabeth Holmes를 만난 일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일은 우리에게 급여뿐 아니라 삶의 목적까지 안겨줬다. 일은 구원이자 자아였고 동시에 초월이었다.


자신을 일과 동일시하는 것은 더 이상 시대의 분위기가 아니다. 나는 의욕에 넘쳐 구글에 들어갔지만 성희롱을 겪으며 환멸을 느낀 끝에 다시는 일을 사랑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회사를 떠났다. 홈스를 비롯해 사기 혐의를 받은 경영자들의 몰락은 이른바 '천재 창업가'라는 존재에 대한 사회 전반의 환멸을 낳았다. 뒤이어 코로나19가 닥쳤다. 우리 삶에서 직장이 차지해야 할 자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따져 보게 만든 사건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미국 주 최저임금은 가장 높은 곳도 시간당 18달러(2만6000원)에 못 미치는 반면, 주식시장은 하루 1200명꼴로 새로운 백만장자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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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는 일에 시큰둥하다는 비난을 자주 받으며, 실제로 스스로도 그렇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가 그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 노동자들이 번아웃에 빠지고, 임금은 정체되고, 학위는 쓸모를 잃고, 제도는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제 수년 만에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취업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최근 대학 졸업자의 거의 절반이 실업 상태이거나 자신의 학력에 못 미치는 일자리에 머물러 있다. 생활비는 치솟았고,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지구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고 나면 우리가 어디서 살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널리 퍼진 한 밈은 지금의 지배적인 정서를 그대로 포착했다. "지금 40세 미만 가운데 앞으로 좋은 일이 일어나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사실상 아무도 없어요."


젊은 세대의 전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고 싶었던 나는, 예전에 방문했던 대학들에 연락해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코앞에 닥친 성인기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모든 연령대의 구직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두려워하고 낙담해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가 두드러졌다. 많은 학생이 내가 알던 형태의 야망은 이제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와 같은 계층 상승이 이제는 불가능하다고 믿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 의미의 노동이 확실한 보상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자체를 더는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이 진입하는 카지노 같은 경제는 성공을 뜻밖의 횡재 형태로 나눠 주고, 그렇게 얻은 이익을 그만큼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든다. 야망을 품으려면 자신의 미래를 의미 있게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오늘날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내일을 준비하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가장 의욕적인 젊은이들은 여전히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야망은 대학 시절 강당에 앉아 샌드버그가 페이스북 임원이 된 과정을 들었던 나의 야망과 극적으로 다르다. Z세대는 직함보다 돈과 자유시간을 중시한다. 최근 한 글로벌 설문조사에서 관리자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Z세대 응답자들은 번아웃과 "과도한 책임"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다른 조사들에서는 Z세대 4명 중 3명이 창업자가 되기를 원했고, 절반 이상이 가능하다면 인플루언서가 되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한몫 챙기겠다"며 큰돈을 벌려 하지만 그 방법으로 상사의 승진 결정에 기대지는 않는다.


알레한드라 페레스는 창업을 자신의 미래로 보는 학생이다. 21세인 페레스는 활발하게 관리하는 링크드인 계정과 단정하게 손질한 머리, 그리고 캘리포니아 세인트메리스대에서 갓 받은 마케팅·경영학 학사 학위를 갖고 있다. 페레스의 가족은 양봉업을 하고 페레스도 일을 돕고 있으며, 페레스는 꿀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직접 차릴 계획이다. 페레스는 자신의 사업을 가지는 것이 무한한 기회의 열쇠라고 여긴다. 페레스는 기업의 승진 사다리를 오르기로 한 동기들이 진정한 잠재력을 포기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난 학생 다수가 같은 견해를 밝혔고, 들어가기를 꿈꾸는 회사를 꼽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페레스의 물질적 목표는 비교적 소박하다. 안전한 동네에 집을 사고, 주식에 투자하고, 유행하는 운동화와 근사한 디저트를 살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소득 가능성을 두고는 이렇게 말한다. "저에게 한계란 없어요." 페레스는 사업을 키워 연 100만 달러(14억 원) 이상을 버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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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높은 기대치는 같은 세대의 다른 이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Z세대는 재정적으로 성공했다고 느끼려면 평균적으로 연간 약 60만 달러(8억5000만 원)를 벌어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인 소득 상위 2%가 버는 금액과 대략 같다. 내가 만난 학생 대부분은 안정감을 느끼는 데만도 연 20만~30만 달러(2억9000만~4억3000만 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자가 되거나 자녀를 감당하려면 은행에 수백만 달러(수십억 원)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학생도 많았다. 2010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성인기에 접어들던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결혼과 자녀가 내 집 마련이나 많은 돈, 자유시간보다 훨씬 중요했다. Z세대에게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는 욕구가 사라진 것은 분명 아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적 독립"이 이를 앞지른다. 다시는 일할 필요가 없을 만큼 많은 부를 갖는 것을 뜻한다.


어떤 면에서 페레스의 야망은 2010년대의 '걸보스1'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페레스는 회사 직함을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할 생각이 없다. 페레스의 약혼자는 지난해 졸업해 현재 세인트메리스대 입학사정관으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은 내년에 결혼하며 아이 셋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 가톨릭 신자인 페레스는 집에서 사업을 꾸리면서 아이들을 직접 키우고 싶어 한다. 페레스의 롤모델 중 한 명은 라일라 로즈Lila Rose로, 팟캐스터이자 낙태 반대 활동가인 로즈는 높은 수입을 올리는 동시에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함께하는 어머니이다. 로즈와 브렛 쿠퍼Brett Cooper, 이저벨 브라운Isabel Brown 같은 젊은 보수 성향 여성 인플루언서들은 출장에 자녀를 데려가고 영상 인터뷰에서는 갓난아이를 안는다. 신앙과 가족, 경제적 여유가 균형을 이루는 생활방식을 눈에 띄게 과시하는 것이다. 인플루언서 세대판 '모든 것을 다 가지기'인 셈이다. 동시에 경제적 결핍에 개인의 선택을 더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페레스는 또래를 우려의 눈으로 바라본다. 실업률이 걱정돼서가 아니다. "마치 의욕이라는 게 아예 없는 것 같아요." 페레스는 말한다. 내가 이야기를 나눈 다른 이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마코스 캠퍼스에서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애드리애나 마린(39)은 20년 전 처음 대학에 입학했다. 마린은 내게 말했다. "솔직히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야망이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여요." 많은 학생은 이 시대의 공공의 적인 스마트폰을 탓했다. "우리가 곧 미래이고, 우리는 그 미래를 바꿀 수 있어요." 캘리포니아 포터빌칼리지에서 공학을 공부하는 야시엘 에르난데스(20)는 말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화면만 스크롤하는 게 더 쉽죠." 에르난데스의 말은 널리 공유되는 두려움을 그대로 드러냈다. 타성에 젖어 살다 보면 서른이 됐을 때 부모 집 지하실에서 일자리도 없이 빚을 진 채 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으리라는 두려움이다.


/사진=Rosie Clements/The New York Times


연구자들은 야망이 성격과 환경의 영향을 모두 받아 형성된다고 본다. 직업과 성공에 대한 태도를 연구하는 심리학자 티머시 저지Timothy Judge가 이끈 2012년의 획기적인 연구는 700명이 넘는 사람들의 70년에 걸친 궤적을 분석해, 가장 의욕적인 사람들이 중산층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안주할 만큼 부유하지도, 큰 꿈을 꾸지 못할 만큼 가난하지도 않은 환경이다. 중산층이 줄어들면서 야망도 함께 줄어드는 듯하다. 캘리포니아 세인트메리스대의 교목이자 강사인 메리 볼머는 학생들이 더 이상 "내가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를 묻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묻는다고 전했다.


내가 만난 졸업생 가운데 생존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이로 24세 메카 더홀이 있다. 더홀에게는 10년 계획도, 5년 계획도, 심지어 2027년 계획도 없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자녀인 더홀은 디트로이트의 노동계층과 중산층 사이에서 자랐고, 2026년 5월 앤아버의 미시간대를 졸업했다. 사회언어학, 인터넷문화, 이집트학처럼 지적으로 가장 흥미를 느낀 교양 과목들을 들었고 교양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 "진짜 모르겠어요." 더홀은 말했다.


고등교육의 근본적인 약속이 깨졌다는 느낌은 인문학 전공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세인트메리스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위를 받은 네이선 마지드는 한때 매끄럽게 정돈된 경로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대학에 가서 4년 동안 공부하고 졸업하는 거죠. 일자리는 사실상 보장돼 있고, 저절로 굴러들어 오고요." 상황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마지드는 IT 일자리 200곳 가까이에 지원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결국 예전 상사를 통해 자리를 구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더홀은 작가나 일본어 번역가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는 사이 AI 플랫폼이 일상이 되고 창작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이제는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리라는 기대가 없다. 더홀은 AI 이력서 자동 탈락 필터를 피해가며 온라인으로 행정 보조직에 지원하면서 연간 4만 달러(5700만 원)의 소득을 바라고 있다. 세전 월 3300달러(470만 원)인 셈이지만 더홀은 현재 친구 세 명과 타운하우스를 함께 쓰는 데 월 1700달러(240만 원)를 내고 있다. 더홀은 죽을 때까지 학자금 대출을 갚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사람들이 목표를 물으면 더홀은 이렇게 답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경제와 사회는 제가 좋은 답을 내놓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노동을 대하는 Z세대의 태도는 정서적이기보다 거래적이다. 2022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10명 중 8명은 일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거나 직업이 특별히 흥미로우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현재에도 미래에도 보상이 없다는 점 때문에 일부 젊은이는 고된 일 자체를 완전히 거부하고 있다. 더홀의 세계관에서 만족을 뒤로 미루는 것은 가치가 없는 일이다. "앞으로의 미래만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자신에게 해롭다고 생각해요." 더홀은 말했다. 마지드 역시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전했다. "우리 세대는 터무니없는 거래를 보면 한눈에 알아채요." 마지드는 말했다.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남이 정한 방식보다는 제가 정한 방식으로 겪겠어요."


이러한 변화는 Z세대가 "정신건강"을 강조하는 데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들이 말하는 정신건강은 정신질환보다 자기돌봄self-care을 중심으로 정의된다. 밀레니얼 세대의 노동 문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인물이 꿈꾸던 자리에 오르려고 폭압적인 상사를 달래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디라면, Z세대가 우러러보는 인물은 흑백 브릿지 머리로 알려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선수 알리사 리우Alysa Liu다. 리우는 더 이상 즐겁지 않다는 이유로 2022년 스케이트를 그만뒀다가 스스로 복귀해 금메달을 땄다. 리우는 한때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했던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부터 올림픽 여러 종목에서 기권했던 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에 이르기까지, 거절할 줄 아는 자세로 젊은이들의 찬사를 받은 운동선수 대열의 최신 주자다. 많은 이에게 이들이 남긴 교훈은 성취를 위해 개인이 치를 수 있는 대가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홀의 바람은 올림픽 메달보다 훨씬 소박하다. 가끔 비행기를 타고 다른 주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러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집 마련은 아예 다른 세계의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제가 그런 걸 바라는 것은 실현 가능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해서 바라지 않아요." 더홀은 말했다. 본질적으로 더홀은 중산층에서 밀려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한 연구에 따르면 18~29세의 거의 절반이 현재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축에 드는 비율이다. 내가 만난 다른 학생들도 마음이 가는 일을 하려면 평생 월세로 살아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마저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다.


내일이 어떻든 오늘을 즐길 줄 아는 이 학생들의 선과도 같은 태도는 감탄스럽다. 하지만 그들의 무력감은 나를 씁쓸하게 만든다. 2024년 에모리대의 스티븐 노위키Stephen Nowicki 교수는 자신의 대학 세미나 수강생들이 1966년 당시 평균적인 수감자보다도 자기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는 점을 확인했다. 자신이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간다는 믿음은 건강, 소득, 행복과 강하게 맞물린다. 자기 삶의 주도권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더 건강하게 먹고 더 많은 일자리에 지원하며 좌절에서도 더 쉽게 회복하는 경향이 있다. 불확실한 시기에 절망이 합리적 반응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장기간의 노력이 삶을 개선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면 더 큰 무언가를 잃게 된다. 의미 있는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다.




페레스와 더홀은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사회적 명성이나 직함에는 관심이 없다. 둘 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살 수 있게 해 주는 소득과 유연함을 원한다. 오하이오주립대 교수이자 앞서 언급한 야망 연구의 저자인 저지 교수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지금의 학생들이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훨씬 깊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바로 지금이 그것을 질문할 때예요. 경력 초기이자 자신을 형성해가는 단계니까요." 저지 교수는 말했다. "저는 이것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Z세대가 일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우리가 여전히 배울 점은 많다. 수년간의 연구는 돈이나 명성 같은 외적 동기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반면, 즐거움이나 자기 숙달 같은 내적 동기는 만족감을 키운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저지 교수의 연구에서 야망이 가장 큰 사람들은 의욕이 덜한 사람들보다 조금 더 일찍 사망했다. 성취에 집중한 이들이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과 인간관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지 교수의 해석이다.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일을 숭배하기로 한 자신의 선택에 의문을 품게 됐다. 이 글의 상당 부분을 주말에 썼고, 때로는 어린아이가 나를 찾는 동안에도 썼다. 오래 앉아 있으면 도지는 만성 통증을 안고 있으며, 나는 내 안의 의욕을 끄는 법을 알지 못한다. 이 학생들과 이야기하기 전까지 나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루는 성공"이 실제로 내게서 무엇을 앗아 갔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동시에 야망은 개인의 성취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내일이 불확실하게 보이는 더홀과 다른 청년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너무 큰 희망을 품지 않는 법을 배우는 세대를 본다. 인간은 미래지향적인 존재다.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빼앗아 간다. 사람들의 웰빙을 다루는 연구를 위해 수집해놓은 자료를 보면, 전 세계 젊은 성인들은 행복도뿐 아니라 의미와 목적, 충만한 인간관계를 포함한 자아실현적 웰빙에서도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10대 시절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에서 위안을 얻었다. 흔히 마르틴 루터가 한 말로 알려진 이 격언은 구덩이를 파는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불확실성에 맞서는 당당한 낙관주의를 상징했다. 내 젊은 날의 가장 힘겨웠던 순간들에, 나의 목표들은 내게 존엄성과 주체성을 주었다. 현재를 견디기 힘들었을 때, 나의 열망은 내가 처한 환경을 초월할 수 있게 해주었다. 녹슨 차 뒷좌석에 앉아 SAT 교재를 꼭 쥐고 있던 때를 떠올려 본다. 나는 치열하게 일했던 태도가 남긴 흉터를 여전히 안고 살아간다. 오늘날의 청년들처럼 나 자신을 좀 더 너그럽게 대하는 법을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그 꿈 자체가 내 앞길 몇 미터를 비춰 주었고 그렇게 마침내 단단한 땅 위에 설 수 있었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아주기를 바란다.



에미 닛펠드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구글과 메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위탁가정 생활과 노숙, 그리고 미국 사회의 능력주의 신화에 대해 쓴 '슬픔의 파도에서 절망의 춤을'(2022)은 NPR 선정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렸다. 와이어드, 애틀랜틱, 뉴욕타임스 등에 기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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