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군사

[評천하] 이란 외무 "확전 안 원해", 中외교부장 방미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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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26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만나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왕 부장과의 건설적 대화를 매우 기대한다”라고 말했고 왕 부장은 “대화를 통해 호혜적 협력을 추구하면 양국 관계를 건전하고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궤도로 돌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23.10.27.

2023.11.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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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가장 주의깊게 봐야 할 나라는 이란입니다.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모두 이란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습니다. 이란은 금년 초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교를 정상화했고,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했던 이란핵협정을 다시 궤도에 올리기 위해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란으로서는 가급적 바이든 행정부와 불가역적인 협정을 맺고 싶을 것이기 때문에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원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란의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본격적인 이스라엘 공격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이란측의 이 발언은 솔직한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확전을 원하는 건 오직 하마스뿐일 것 같습니다. 하마스는 이 전쟁을 '이스라엘-아랍' 전쟁으로 확전시키고 싶었을텐데, 현재 관련국들은 모두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스라엘측의 가자 지역 작전이 아랍 전체의 분노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7일 방미중인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 겸 정치국원과 백악관에서 만났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시간 정도 지속된 면담에서 책임을 갖고 양국간의 경쟁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중은 세계적인 과제에서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왕이 부장은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의때 미중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미측과 협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양국의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권력집중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아무런 외교적 성과도 없이 직접 방미까지 해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을 꺼리는 입장이어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왕이는 대만 문제 등에 대해 블링큰 국무장관, 설리번 안보보좌관과 협의를 가졌는데, 총 협의시간은 10시간에 달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방위비증액을 위한 증세를 2024년에는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작년 12월에 현재 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2027년까지 GDP의 2%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증세 반대 여론이 거세기 때문에 소득세 감세와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증세에 의해 정권이 붕괴된 경우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도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경제상황을 봐가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방위산업이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히 방위비를 지출하는 경우 무기 획득을 수입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한편 일본 방위성은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호주 공군기지에 일정기간 파견하는 로테이션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사실상의 해외배치가 되는데 호주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후방 기지의 역할도 기대되고 있어서 한국과 일본의 호주 파견 훈련이나 방산 공장의 호주 이전 등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일본 국내에서는 헌법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얼마전 총선이 있었고 집권 법정의당이 패배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새로 구성되었는데, 한국에서는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했던 전임 정부 정책을 폐기하고 정책방향을 바꾸면 어떻게 하나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새 정부는 전임 정부의 국방정책을 이어받으려 한다고 합니다. 작년 2월에 이웃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의해 침공 당하자, 폴란드 국방장관 마리우시 브와슈차크는 화력을 강화하고 병력을 2배 이상 늘려 "유럽 최강의 지상군"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고, 그 일환으로 한국에서 K9 자주포, K2 전차 등을 대량 구매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폴란드 국민들 사이에는 "유럽 최강의 지상군"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어 있어서, 나토(NATO)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폴란드 국민 80%는 국방비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늘리는 방안에 대해 찬성했습니다.


2022년 3월에 폴란드 의회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표로 국가방위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안에 따르면 국방비 지출은 GDP의 3%(나토의 요구는 2%입니다)를 넘어야 합니다. 그리고 폴란드는 2023년과 2024년을 위해 95억 달러의 특별예산을 편성해 군 현대화를 추진중에 있습니다. 금년 초 폴란드 정부는 국방비 지출 목표를 GDP 4%로 올려 잡았고, 향후 5%까지 올릴 계획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가 이렇게까지 국방비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폴란드 사람들은 이웃 강대국들에 침공 당한 역사적 경험과 함께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했을 때 나토와 폴란드 방어에서 미국이 발을 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초기에는 한국 무기를 대량구매하고 있지만 점차적으로 군수공장에서 면허생산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폴란드 자체적인 방위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폴란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어서 군병력을 30만명으로 늘리는 계획은 아무래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그럼에도 러시아에 대한 공포와 국경지역 대부분이 개활지로 영토가 열려 있다는 지리적 취약성을 인해 폴란드는 지속적으로 강한 지상군을 만들어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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