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

[評천하] 모스크바 IS 테러, 김여정-기시다 '북일교섭' 공방 外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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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도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보도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일본과 북한 의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이 중요하고, 여러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4. 3 .26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4.03.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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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가 타지키스탄 사람들(2명은 러시아 국적)을 이용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민간인에 대한 테러를 감행했습니다. 3월 28일 현재 테러로 숨진 사람이 143명이나 됩니다.


이 IS 아프가니스탄 지부는 일반적으로 'IS호라산'이라고 부르는데,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넓은 중앙아시아 지역을 호라산(Khorasan)이라고 부르는데서 나온 이름입니다. 이 IS호라산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통치권을 되찾고 난 이후 정상적인 국가로 기능하기 위해 온건한 정책을 펼치고 미국, 러시아 등과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구축하려 노력하는 동안 자신들만이 순수한(다르게 말하면 과격한) 지하드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온건해진 탈레반 정부를 공격하고 전 세계적인 테러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위험한 테러단체로 세계 여러 정부들이 감시하고 있습니다.


금년 1월 이란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100명 가까운 인명이 사망했는데 이것도 IS호라산과 연결되어 있었고, 같은 1월에 튀르키에에서 발생한 테러, 그리고 얼마전 스웨덴 의회를 겨냥했다가 스웨덴 당국에 저지된 테러 시도 역시 IS호라산 소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IS호라산은 자신들의 존재를 세계에 과시하고 그것을 통해 세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는데, 이번 모스크바 테러도 이러한 계획에서 나온 사건입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모스크바 테러를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와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어떻게든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한 채 종전협정을 맺고 싶어 할 것입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우리돈 수십조 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포탄을 포함한 기본적인 병참에서 상당히 열세에 놓여 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도와주고 있는 것은 봄이면 찾아오는 악명높은 우크라이나 평원의 '진흙'(러시아어로 '라스푸티차', 우크라이나어로 '베즈도리자')입니다. 이 진흙탕을 뚫고 탱크와 병사들이 진격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5월말부터는 땅이 마르기 시작하는데, 푸틴은 포탄 등 군수물자를 충분히 비축한 후 땅이 말라 단단해지는 초여름에 '대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군수지원이 약해진 상황을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국내에서도 '전쟁 피로감'이 커져 병력 충원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이런 약점을 정확히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하계 대공세로 점령지를 더욱 확대한 후 만약 트럼프이 재선된다면 트럼프의 압박에 의해 시작될 정전협상에서 이 새 점령지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협상을 통해 새 점령지를 일부 양보하면서 기존 점령지를 유지하는 데 합의한다면 푸틴은 러시아에서 전쟁영웅이 되어 종신집권이 수월해질 것입니다. 현재의 러시아 점령지 면적은 우크라이나 국토의 20% 가량 됩니다. 푸틴은 하계 대공세를 준비하기 위해 징병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분노와 함께 러시아 국민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이번 모스크바 테러를 어떻게든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결지으려 하는 것은 푸틴의 이러한 전쟁계획과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 연구팀은 22일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국이 비축해둔 10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긴급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한국은 현재 주로 155mm 포탄을 사용하고 있지만, 구형 105mm 야포를 활용하기 위해 350만 발의 105mm 포탄을 비축해놓고 있습니다. 급한대로 한국의 10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미국은 대신 155mm 포탄으로 한국에 변제하는 방식입니다. 105mm는 현재는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고 화력도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가벼워서 이동성이 좋고 발사속도도 빠른 이점이 있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미국 연구팀의 주장입니다.




북한과 일본의 '교섭'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외교교섭은 공개적인 부분 만큼이나 물밑에서 이뤄지는 교섭이 중요한데, 겉으로는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서로 반박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매우 중요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이기도 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6일 "일본측과의 그 어떤 접촉이나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이틀 뒤인 2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일조(日朝: 일본과 북한) 간 성과를 내는 관계 실현은 쌍방 이익에 합치한다"고 말하며 북한이 어떻게 나오든 북한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에서 러시아로 '갈아타기'를 해나가고 있고 한국 대신 일본을 개방 추진의 지역 파트너로 선택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모든 것이 11월말 트럼프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됩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중국 진영이 아니다'라는 것을 미국측에 어필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일본과 어느 정도 관계를 심화시켜 놓는 것이 트럼프와의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입니다.




미국 대선은 각 주가 대의원을 파견해 이들 대의원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입니다. 어느 주에서 A후보가 한 표라도 더 많이 받게 되면 그 주가 파견하는 대의원 모두를 얻게 되는 방식입니다. 55%로 이기나 70%로 이기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부분의 주는 바이든과 트럼프 두 후보 사이의 선호가 명확해 각 후보가 몇 표를 확보할지 예상이 가능합니다. 현재 6개 주 정도가 이른바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 즉 경합주로 남아있습니다.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니아가 이 6개 주입니다. 이곳에서 11월 미국 대선의 승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그런데, 지난번 대선에서 바이든이 이겼던 애리조나와 조지아에서 공화당 지지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조지아 주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이 0.3% 차이로 겨우 이긴 곳인데, 현재 여론조사에선 트럼프가 6.5% 정도 차이로 앞서 있습니다. 조지아 주는 남부에서도 흑인 인구가 많은 곳이어서 민주당에 유리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젊은 흑인들이 바이든에 대해 큰 호감을 갖고 있지 못하고, 바이든의 온건한 국경정책 탓에 중남미의 불법이민들이 대거 입국했는데, 지난 2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가 간호사가 되려고 준비중인 학생을 죽인 사건이 조지아 주에서 발생했습니다. 현재 공화당은 불법이민자의 증가와 치안 불안을 들어 바이든과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는데, 이것이 일부 흑인 유권자들에게 먹히고 있다고 합니다. 불법 이민자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멕시코와 접경해있는 애리조나 주입니다. 애리조나도 지난번 대선에서 단 0.3% 차이로 바이든이 승리한 곳인데, 현재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5.5% 앞서 있습니다. 불법이민, 국경통제가 이번 대선을 가르는 결정적인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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