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흔들리는 핵 균형: 미국은 핵우산을 계속 제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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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2024.05.10 14:11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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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2라는 방정식에서 핵무기가 탄생합니다. 과거 물리학의 '질량보존의 법칙'은 질량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변할 뿐이라고 했지만, 질량(M)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사라지는 대신 에너지로 바뀝니다. 그냥 바뀌는 것이 아니라 '빛의 속도'(C)의 제곱 즉 어마어마한 상수를 곱한 에너지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방정식의 의미입니다. 세상의 물질중 인간의 현 과학기술로 질량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가장 무거운 우라늄과 가장 가벼운 수소뿐입니다. 우라늄을 핵분열 시키면 원자탄이 되고, 이 원자탄을 기폭제로 사용해 수소를 핵분열시키면 수소폭탄이 됩니다. '빛의 속도'의 제곱으로 만들어내는 에너지 앞에서 인류는 공포에 떱니다. 핵무기의 공포입니다. 하지만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즉 SLBM의 개발로 선제공격은 반드시 보복공격을 받게 되는 것이 되어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이뤄왔습니다. 하지만 이 공포의 균형은 SLBM의 보복을 요격미사일로 막겠다는 '미사일방어'(MD) 개발로 흔들리게 되었고, 또 핵공격인지 재래식 공격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낮은 수준의 폭발력'(low yield)을 가진 전술핵의 존재로 또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동맹국을 위해 기꺼이 핵 교전을 각오하면서까지 핵우산을 확장해 씌워줄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지난 주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이어 이번에는 4월 6일자 이코노미스트가 정리한 '흔들리는 핵 균형' 관련 롱리드 기사를 소개합니다. 트럼프가 집권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도 핵무장 여부를 놓고 열띤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핵 억제는 쉬운가 어려운가? 이 간단한 질문은 거의 80년 동안 핵 전략의 핵심이었다. 초기 핵 이론가인 버나드 브로디가 보기에 핵폭탄은 '공포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었다. 핵무기의 정확한 수와 종류보다 중요한 것은 핵무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의 동료인 허먼 칸과 알버트 볼슈테터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핵 균형이 "불안정하다"며 반박했고, 핵 교전으로 양측이 입게 될 상대적 피해와 양쪽 핵무기들의 상대적 규모와 질 등의 변수에 진지하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이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의 영향력 있는 사상가들이 핵 억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강대국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핵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군비 통제 협정은 약화되었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핵무기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의 유령이 크게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의 동맹이 붕괴되어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국들이 자체 핵 옵션을 새롭게 검토하게 될 수도 있다.


11월 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30년 동안 1조 5000억 달러가 투입되는 핵무기 교체 프로젝트를 지휘하게 된다. 여기에는 새로운 핵탄두와 순항 미사일 설계, 새로운 플루토늄 피트(pit: 탄두 내부의 핵분열 심, 피트는 복숭아, 살구 등의 큰 씨를 뜻함-역자주) 제작, 새로운 잠수함, 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조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2010년대에 지정학적으로 다른 분위기 속에서 정해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블라디미르 푸틴이 서방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핵 위협을 사용하면서 상황 변화가 일어났다. 또 다른 상황 변화는 2019년 300개 미만이었던 중국의 핵탄두가 현재 500개로 늘었고, 미 국방부의 예상에 따르면 2020년대 말까지는 1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 미국은 두 개의 거대한 핵 라이벌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핵 전략가들은 이제 10년 전만 해도 비현실적이고 병적인 우려로 보였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핵 현대화에 관여하는 연구소 중 하나인 로렌스리버모어 내셔널 연구소의 최근 논문은 "첫 번째 핵 강대국과 대규모 핵 교전을 거친 후에도 두 번째 핵 강대국에 대해 보복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남아있도록 하는 것이 미국에 얼마나 전략적 가치가 있을까"라고 묻는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과 핵전쟁을 벌이는 경우, 러시아가 "증오하는 적을 물리치고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갖고 미국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해 핵전쟁에 뛰어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핵 회의론자들은 이러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핵무기는 여전히 중국보다 10배나 더 많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고 해서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지지할 수 없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핵 역사가인 프랜시스 개빈은 "전략적 핵 균형은 이번 위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두 핵 강대국의 핵전력 상태, 준비태세, 핵무기 규모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거의 없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가 미국보다 더 많아지더라도 미국이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현재 수세다. 지난 10월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관리들이 포함된 초당적 의회 위원회는 "핵전력 규모와 구성은 러시아와 중국의 동시 공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두 나라를 동시에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위원회는 더 많고 다양한 핵무기를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는 이미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다 유연한 핵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SLCM-N'이라는 약칭으로 알려진 새로운 '잠수함발사 핵 순항미사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비싸고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취소하려고 했다. 하지만 의회는 작년에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반대를 물리치고는 'SLCM-N'을 신형 ICBM와 마찬가지로 확정된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기록 프로그램"(program of record) 리스트에 올려버렸다. 3월에 상원은 이 프로그램에 1억3000만 달러(약 1776억원)를 추가로 지출하는 것을 승인했다. 원치 않는 핵무기치고는 꽤 큰 금액이다.


이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핵 태세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친 트럼프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로버트 피터스와 라이언 툴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몇 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이들은 미국이 플루토늄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두를 하나만 탑재할 수 있는 기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조해 더 많은 탄두를 탑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형 센티널(Sentinel) ICBM은 사일로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 위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이는 미국의 핵 태세에 엄청난 (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 핵 정책의 오랜 전문가인 프랭크 밀러는 미국과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기 및 총 탄두 수를 제한하는 뉴스타트(New START) 즉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의 제약 조건 내에서 미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1670개는 부족한 수량이며 약 3500개의 핵탄두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바이든이 재선되면 이러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시들해질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아래에서도 핵무장에는 어려움이 있다. "핵 현대화 분야에서 4년은 매우 짧은 시간입니다"라고 미국의 최고 군비통제 관리로 일했던 전 외교관 로즈 고트몰러는 말한다. 그는 트럼프가 '기록 프로그램'(확정된 프로그램)을 재검토하려 한다면 기존의 비용 초과 및 지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방부는 또한 핵무기 무기고 확장을 위해 재래식 군사력 예산을 삭감하는 것에 저항할 것이다.


핵보유 국가들의 핵탄두 보유 추정량 (단위: 1000개) /그래픽=The Economist

핵보유 국가들의 핵탄두 보유 추정량 (단위: 1000개) /그래픽=The Economist


하지만 트럼프는 다른 측면에서 상당한 여유가 있다. 미국은 엄청난 수의 새로운 핵탄두를 생산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약 1900개의 핵탄두를 배치하지 않고 예비로 비축해두고 있기 때문에(차트 참조), 미국은 이를 현재의 미사일 및 기타 투발 수단에 "탑재"해 '배치된 핵무기'의 수를 두 배(100%) 가량 늘릴 수 있다. 반면, 러시아는 단지 1000개 미만 추가로 57% 늘릴 수 있을 뿐이다. 현재 이러한 추가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다. 작년에 러시아는 조약의 사찰 체제에서 탈퇴하여 이 조약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미 의회의 초당적 위원회는 공군과 해군에 지금부터 조약이 만료되는 2026년까지 탄두 탑재 연습을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조약이 실제로 만료되면 양국은 연습이 아니라 실제로 탑재해버릴 수 있다.


트럼프의 일부 측근들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또 다른 옵션은 핵폭발 실험을 재개하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이러한 실험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대신 컴퓨터 모델링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중국과 러시아가 은밀하게 '핵 폭발력을 낮춘' 실험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정책 변경을 고려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러시아, 중국의 핵 실험장에서 터널, 새로운 시설 및 교통량이 증가하는 징후가 나타났다. 이는 아마도 각 국가가 상대방 국가의 혹시 모를 변화에 대비해 '헤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결정된 것은 아니다. 몬터레이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는 트럼프가 2018년과 2019년에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과 연극같은 만남을 가졌던 것을 지적하며 "트럼프는 자신이 협상의 달인임을 보여주기 위해 러시아 및 중국과 무기통제 협상을 추구할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북한과의 핵 갈등을 다룬 흥미로운 소설의 저자이기도 한 루이스 씨는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가 '미사일 방어'(MD)를 놓고 공화당에 맞서려 할지 여부"라고 말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제한된 국가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972년 미소(美蘇) 조약(탄도탄 요격미사일 조약, 약칭 ABM 조약)에서 탈퇴한 이후 더욱 확대된 미국의 야심찬 노력들이 미국의 선제공격과 보복(2차공격) 차단을 허용함으로써 상호 핵 억제 즉 핵 균형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이는 아마도 중국의 경우 더 큰 핵무기, 러시아의 경우 더 다양한 핵무기를 구축하도록 유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아랑곳없이 밀어붙였다. 미국은 미사일방어(MD) 개발을 자제하는 것과 맞교환으로 러시아에게는 러시아의 전술 또는 "비전략" 핵무기를 향후 군비통제 협상의 대상에 포함하도록 요청하고, 중국에게도 이에 동의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월에 트럼프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시스템의 성공을 언급하며 미사일방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루이스 씨는 이러한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향후 행정부 내부에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며 "이는 트럼프의 자아상의 두 부분, 즉 자신을 유능한 협상가로 보는 시각과 첨단 무기에 대한 열정을 건드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

트럼프가 이러한 매파의 의제를 수용한다면 모스크바와 베이징에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노르웨이 정보학교의 크리스틴 벤 브루스가드는 러시아가 이미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의 붕괴를 대비하고 있을 것이며, 미국의 새로운 계획이나 무기를 "정치선전"에 이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비한다고는 해도 러시아는 재정적, 물질적 제약이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금년말까지 러시아에 1320억 달러(약 180조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러시아는 탄두가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신형 투발 수단은 아직 생산되지 않았고 돈이 없다. 벤 브루스가드 교수는 "역량 측면에서 볼 때 러시아는 현재 나름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한다.


중국은 더 많은 재정적 여유가 있지만 플루토늄 부족으로 인해 향후 10년 정도는 핵무기 생산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전문가인 자오통(趙通)은 사일로 문에 결함이 있었다는 보도와 미사일에 물이 찼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중국이 무기생산을 급하게 서두르다가 "부실"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핵무기 증강 사업은 작년의 경제 둔화 전부터 시작되었다. 자오통은 "현재 중국의 핵무장 강화 노력은 한계에 다다른 것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핵 군비경쟁이 빠르고 격렬하기보다는 느리고 수시로 멈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들의 계산은 다소 다르다.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과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몇몇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핵무기로 '확장 억제력'의 보호를 받고 있다. 많은 동맹국들은 트럼프가 더 많은 핵무기 또는 새로운 핵무기를 만드는 것을 환영할 것이다. 예를 들어, SLCM-N(잠수함발사 핵순항미사일)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많은 지지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일부 동맹국들이 러시아나 중국의 낮은 수준의 핵 사용(전술핵무기나 '비전략' 핵무기-역자주)에 대해 미국이 더 높은 수준의 핵 교전을 유발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은 전략 무기에 의존하지 않고 같은 수준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낮은 수준의 핵사용에 대륙간탄도탄 같은 전략핵을 사용하는 것은 대규모 핵교전 상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핵억제력으로 사용하려 할지 신뢰하기 어렵다.


그러나 동맹의 성격에 극적인 변화가 수반된다면 핵무기 확대도 동맹국들에게 별다른 위안이 되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의 파트너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한다면 나토에 남겠다고 말했지만,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모두 그가 핵을 가지고 그들을 도우려 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확보는 미국 도시들을 전례없이 취약하게 만들었고, 중국의 핵군비 증강은 미국이 과거보다 핵 교전에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고 (트럼프와 달리) 동맹국을 껴안는 대통령도 걱정할 만한 일이다.

두려움

이 문제에 대한 바이든의 해결책은 안전보장을 두 배로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핵 문제에 대해 일본 및 한국과 협의를 강화했으며 2023년 7월에는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핵무기로 무장한 잠수함이 한국에 공개적으로 기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미국이 못미더워) 많은 양의 플루토늄을 비축해왔으며 핵장치(nuclear device: 핵무기 직전 단계-역자주)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력을 보유하려 한다. 한국의 대비책 모색은 더욱 눈에 띈다.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 중 유일하게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했는데, 이것은 미래에 핵폭탄을 갖게 되는 경우 그 투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뉴욕의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의 제니퍼 안은 몇년 전 트럼프와 북한의 핵포기 약속을 믿었던 한국의 비둘기파 문재인 임기 중에 한국의 핵 논의가 이미 진행됐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는 1991년 철수한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다시 들여오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적인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의 후임자인 "보수적이고 (힘의 의한) 억제를 중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완전히 다르다고 제니퍼 안은 지적한다.


윤 대통령은 2023년 1월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 우리나라가 전술 핵무기를 도입하거나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과학기술력을 고려할 때 (핵무기) 개발에 긴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금년 2월에 윤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섰고, 핵 개발에 나서면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70% 이상이 여전히 핵무기 보유에 찬성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의 '비핵화' 정책을 뒤집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함으로써 김정은 위원장과의 협상을 재개하거나 김 위원장이 7년 동안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한국의 핵 야망도 힘을 받게 될 수 있다.


유럽의 상황은 다르다. 아시아와 달리 유럽에는 영국과 프랑스라는 두 개의 지역 핵무기 보유국이 있다. 영국의 억제력(핵무기)은 나토에 '할당'되어 있어 유럽 최고 연합군사령관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자국의 사활적 이해가 '유럽적 차원'을 갖고 있다고 말할 뿐 프랑스 억제력 제공에 대해 훨씬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서류만 본다면 양국의 합계 500개의 탄두는 비록 러시아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되지만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영국의 무기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의 핵 우산을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러시아가 유럽 동맹국을 상대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라. 일부 관리들은 영국의 억제력이 전적으로 잠수함에 탑재된 트라이던트 D5 미사일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전직 영국 관리는 미사일을 한 발이라도 발사하면 잠수함의 위치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나머지 미사일들이 위험에 처해질 것이다. 러시아의 이어지는 핵 공격을 억제해야 할 무기가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옵션은 두 척의 잠수함을 순찰임무에 유지하는 것인데, 이 경우 현재의 4척이 아닌 5척이 필요하게 된다.(현재는 다음과 같은 로테이션 체제임: 1척은 순찰작전, 1척은 수리, 2척은 대기 또는 훈련 - 역자주). 다른 대안은 프랑스가 운용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옵션 모두 비용이 많이 들고 트럼프가 사라진지 한참 후에야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쟁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트럼프가 11월에 바이든을 꺾는 경우, 그가 동맹을 유지하겠다고 하더라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복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고, 힘이 강해진 중국과 약해진 러시아 모두에게 핵무기가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또 미국의 정치시스템이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하고 군대가 과도하게 펼쳐져 있는 등 악화되고 있는 안보환경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지난 2월 폴란드 외무장관인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몰아낼 수 없다면 "동맹국들은 안전을 보장할 다른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그들은 '헤징'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들 중 일부는 궁극의 무기를 가지려 하면서 새로운 핵 군비경쟁을 시작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시코르스키는 재빨리 자국이 아닌 일본이나 한국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그는 같은 행사에서 폴란드는 "다시 러시아의 식민지가 되느니 풀을 먹겠다"고 말했는데, 이 말은 1970년대 파키스탄의 줄피카르 알리 부토 당시 총리의 "풀을 먹더라도" 폭탄을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떠올리게 하는 말임에 틀림없다.


지금의 분위기

궁극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불안감은 미국의 핵 동맹에 내재된 기이함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억제는 직관적이다. '핵을 쏘면 나도 핵으로 맞대응할 테니 핵을 쏘지 마라.' 하지만 확장억제라는 것은 나의 동맹국을 공격하면 나도 너를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의미이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직면하지 않았을 핵 보복에 나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 이상한 생각이다. 따라서 동맹국에게까지 핵우산을 확장해 씌워준다는 것은 더 크고 다양한 무기를 별도로 갖춰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정말 이상한 사고다. 개빈 교수는 지리적 특성상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지 않을 미국 주에게는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기이할" 정도라고 말한다. "그것은 미국인의 DNA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1950년대에 핵 교전의 부담을 떠안고 자국 도시를 전멸 위험에 노출시킨 것은 동맹국이 자체적으로 핵폭탄을 개발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서독의 경우 핵을 가졌다면 제3차 세계대전을 또다시 일으켰을 지도 모른다고 그는 덧붙인다. 확장억제(핵우산)와 비확산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언젠가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게 될까?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되기 몇 달 전 도널드 트럼프는 이렇게 생각했다. "여러모로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지금 파키스탄, 북한, 중국, 러시아, 인도, 미국,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들이 핵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말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와 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를 구분해야 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 인터뷰에서 "핵무기의 위력은 놀랍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스라엘이든 주요 국가이든 핵무기는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문제입니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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