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외통수에 걸린 미국

미국은 이 전쟁에서 패배한 결과를 되돌릴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유명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케이건의 애틀랜틱 매거진의 5월 10일자 칼럼은 트럼프의 '이란 전쟁'에 대해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보여줍니다. 미국은 항공력에 의한 공습 이후 현재는 해군 함정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석유 수출길을 막아버리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에게는, 이란도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도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는 것을 결국 참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이란은 2015년에 이미 한 차례 핵합의를 이뤄냈던 일이 있습니다. 트럼프의 체면을 살려주는 수준으로 이 2015 핵합의(JCPOA)를 조금만 수정해서 합의하면 될 듯도 합니다. 하지만, 로버트 케이건은 과거 핵합의가 트럼프의 결정 하나로 백지가 되었고 이번 전쟁처럼 일방적으로 공격을 받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합의해주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게다가 2015년 당시보다 이란의 핵농축은 이제 핵무기급인 90%에 좀 더 가까워졌습니다. 또 미국과는 합의를 어떻게든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스라엘은 미국과는 별도로 움직이는 성향이 있어서 언제 판을 뒤흔들지도 모릅니다. 이란은 이라크와의 전쟁, 그리고 오랜 서방의 제재를 견뎌왔기 때문에 지금 정도의 시련은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로버트 케이건은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이 전쟁에서 빨리 '패배'를 시인하고 빠져나올 것을 권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전쟁에서 보여준 미국의 약한 모습, 예컨대 두 달도 채 안되는 공습으로 토마호크 등 미사일 재고가 바닥을 보인 점 등은 앞으로 미국 동맹국들과 여타 국가들이 이제는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각자도생'의 길을 찾도록 하는 촉매가 되었다고 엄한 평가를 내립니다. 아직도 미국과 이란은 '협상중'입니다. 양쪽 모두 비관과 낙관 사이에서 최대한의 국익을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케이건의 이 비관적 전망 역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하나의 렌즈를 제공합니다. 아마도 실제로 도출되는 결과는 비관적 전망과 낙관적 전망 사이의 애매한 지점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주관적 관점은 명쾌하지만 객관적 현실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케이건의 '비관' 렌즈를 통해 미-이란 협상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미국이 어떤 분쟁에서 완전한 패배를 당한 사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즉, 전략적 손실이 너무도 커서 복구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는 패배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진주만, 필리핀, 그리고 서태평양 전역에서 미국이 입은 참혹한 손실은 결국 만회됐다.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패배는 대가가 컸지만, 세계 경쟁의 주된 전장이 아니었던 만큼 미국의 전반적인 세계적 지위에 지속적인 손상을 남기지는 않았다. 이라크에서의 초기 실패 역시 전략 전환을 통해 어느 정도 완화됐고, 그 결과 이라크는 비교적 안정적이며 주변국을 위협하지 않는 국가로 남았고, 미국은 이 지역에서 지배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재 이란과의 대결에서의 패배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그것은 복구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더 이상 과거의 현상 유지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고, 가해진 피해를 되돌리거나 극복할 궁극적인 미국의 승리도 없을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더 이상 예전처럼 "열려 있지" 않을 것이다. 해협을 통제하게 되면서 이란은 이 지역의 핵심 행위자이자 세계의 핵심 행위자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이란의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은 강화되고, 미국의 역할은 크게 축소되고 있다. 전쟁 지지자들이 반복적으로 주장해온 것처럼 미국의 역량을 입증하기는커녕, 이번 분쟁은 자신이 시작한 일을 끝마칠 능력도 없고 신뢰할 수도 없는 미국의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의 친구들과 적국들이 미국의 실패를 지켜보면서 전 세계적으로 연쇄반응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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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패를 쥐고 있는지"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만, 그에게 아직 내놓을 만한 좋은 패가 남아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37일 동안 파괴적일 정도로 효과적인 공격으로 이란을 두들겼고, 국가 지도부 상당수를 제거했으며 군사력의 대부분을 파괴했다. 그럼에도 정권을 붕괴시키지도 못했고, 아주 작은 양보조차 받아내지 못했다.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항구를 봉쇄함으로써 대규모 군사력이 이루지 못한 일을 달성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5주간의 끊임없는 군사 공격에도 무릎 꿇지 않은 정권이 경제적 압박만으로 굴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한 이 정권은 자국민의 분노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란 전문가 수잰 멀로니는 최근 "1월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자국민을 학살했던 정권은 지금 국민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것도 완전히 준비돼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부 전쟁 지지자들은 군사 공격 재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들은 왜 또 한차례의 폭격이 37일간의 폭격으로도 이루지 못한 일을 달성할 수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추가적인 군사 행동은 필연적으로 이란이 인접한 걸프 국가들에 보복하도록 만들 것이지만, 전쟁 옹호론자들은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란 공격을 중단한 것은 지루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란이 이 지역의 핵심 석유·가스 시설들을 타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환점은 3월 18일 찾아왔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폭격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 수출 시설인 카타르의 라스라판 산업도시를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생산능력에 수년이 걸려야 복구될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트럼프는 이란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이어 이란이 단 한 가지 양보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휴전을 선언했다.


한 달 전 트럼프를 물러서게 만들었던 리스크 계산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설령 트럼프가 추가 폭격을 통해 이란의 "문명"을 파괴하겠다는 위협을 실행에 옮긴다 해도, 이란 정권이 붕괴하기 전까지는 여전히 많은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권의 붕괴는 가정에 불과하다. 단 몇 차례의 성공적인 공격만으로도 이 지역의 석유·가스 인프라는 수년, 아니 수십 년 동안 마비될 수 있으며, 이는 세계와 미국을 장기적인 경제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트럼프가 철수 전략의 일환으로, 즉 후퇴를 감추기 위해 강경한 모습을 연출하는 차원에서 이란 폭격을 원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재앙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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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외통수이거나 그에 매우 가까운 상황이다. 최근 며칠 사이 트럼프는 단순히 승리를 선언하고 떠나는 경우의 결과에 대해 미국 정보기관에 평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 정권 붕괴를 기대하는 것은 전략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특히 그 정권이 이미 반복적인 군사·경제적 타격을 견뎌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권은 내일 무너질 수도 있고, 6개월 뒤 무너질 수도 있으며, 아예 무너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심지어 200달러를 향해 치솟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며, 글로벌 식량 및 기타 원자재 부족 사태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에게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는 더 빠른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의 사실상 항복'을 제외한 어떤 해결책도 트럼프가 지금까지 감수하려 하지 않았던 막대한 리스크를 수반한다. 트럼프에게 "일을 완수하라"고 쉽게 요구하는 사람들은 좀처럼 그 완수의 비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이 현재의 이란 정권을 제거하기 위해 전면적인 지상전과 해상전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현 이란 정권을 제거한 후 새로운 정부가 자리 잡을 때까지 이란을 점령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분쟁 지역이 된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하는 과정에서 군함 손실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지금 물러나는 것이 가장 덜 나쁜 선택지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란의 보복으로 인해 초래될 가능성이 높은 이 지역 에너지 생산능력의 장기적이고 파괴적인 손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이 경우에도 역시 지금 물러나는 것이 가장 덜 나쁜 선택지일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도 트럼프는, 어차피 실패로 끝날 수 있는 훨씬 더 크고 길며 비용이 많이 드는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패배를 감내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고 느낄 법하다.


따라서 미국의 패배는 가능한 시나리오일 뿐만 아니라, 실현될 것 같은 시나리오다. 미국의 패배는 다음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이란은 계속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게 된다. 위기가 끝나면 어떤 식으로든 해협이 다시 개방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가정은 근거가 없다. 이란은 과거의 현상 유지 상태로 돌아가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테헤란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의 분열을 이야기하지만, 온건파조차 이란이 어떤 좋은 거래를 얻는다 하더라도 해협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우선, 트럼프와의 합의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는 협상 도중 이란 지도부 제거를 승인함으로써 일본의 진주만 기습공격을 재현했다고 거의 자랑하듯 말해왔다. 이란은 트럼프가 합의 체결 몇 달 만에 다시 공격을 결정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이스라엘 역시 자신들의 이익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할 경우 행동을 자제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이익은 실제로 위협받게 될 것이다. 많은 이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이란 정권은 이번 위기를 통해 전쟁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잠재적 핵 능력을 유지할 뿐 아니라, 훨씬 더 효과적인 무기까지 손에 넣게 됐기 때문이다. 그 무기란 바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인질로 잡을 수 있는 능력이다. 이란이 해협의 "재개방"을 이야기할 때조차, 그것은 여전히 해협에 대한 통제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이란은 통행에 대한 통행료를 요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과 우호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에만 통행을 허용할 수도 있다. 어떤 국가가 이란 지도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할 경우, 이란은 그 국가의 화물선이 해협을 드나드는 흐름을 늦추거나, 혹은 늦추겠다고 위협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흐름을 차단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힘은, 이란 핵 프로그램이 지닌 이론상의 위협보다 훨씬 더 크고 즉각적이다. 이러한 지렛대는 이란 지도부가 각국에 제재해제와 관계정상화를 강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 수단이 될 것이다. 이란이 더 부유해지고 재무장하며 미래의 핵무장 선택지까지 유지하게 되면서, 이스라엘은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이란의 대리세력에 대해서도 행동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세계 여러 국가의 에너지 공급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가자지구, 혹은 다른 어떤 곳에서든 테헤란을 자극하지 말라는 엄청난 국제적 압박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협을 둘러싼 새로운 현상 유지 상태는 지역적·세계적 차원 모두에서 상대적 권력과 영향력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이 지역에서 미국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게 되며, 걸프 국가들과 다른 아랍 국가들은 이란에 순응하도록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란 전문가 르엘 게레흐트와 레이 타키예는 최근 "걸프 아랍 국가들의 경제는 미국 패권의 우산 아래 구축됐다. 그것이 사라지고, 그와 함께 항행의 자유까지 사라진다면, 걸프 국가들은 결국 테헤란에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썼다.


걸프 지역 에너지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모두 이란과 각자의 협정을 맺어야 할 것이다. 다른 선택지가 무엇이 있겠는가? 막강한 해군력을 가진 미국조차 해협을 개방할 수 없거나 개방할 의지가 없다면, 여럿이 힘을 합쳐봤자 미국 전력의 일부밖에 안되는 역량을 가진 나라들은 더더욱 해협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휴전 이후 해협을 감시하겠다는 영국, 프랑스의 구상은 다소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이 "연합체"가 해협이 평온한 상황에서만 활동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즉, 선박을 호위하겠지만, 그것은 호위가 필요하지 않을 때에만 활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란이 통제권을 쥔 상황에서 해협은 오랫동안 다시 안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이란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조차 혼자 힘으로 해협을 다시 열 수는 없다.


이러한 변화의 한 결과로 강대국 간 해군 경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중국을 포함한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이러한 위기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역할을 미국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제 페르시아만 에너지 자원 접근에 의존하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정치적 안정에 필수적인 에너지 공급 상실 앞에서 무력한 상태다. 질서와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고 각자도생의 세계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체 함대를 건설하기 시작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이런 상황을 참아 내려 할 것인가?


걸프 지역에서의 미국 패배는 더 광범위한 세계적 파장을 초래할 것이다. 세계 전체가, 2류 강대국과의 몇 주간 전쟁만으로도 미국의 무기 비축량이 위험할 정도로 낮아졌으며 이를 단기간에 보충할 방법도 없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제기하는 의문, 즉 미국이 또 다른 대규모 분쟁에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는 시진핑으로 하여금 대만 공격에 나서게 만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게 만들며, 블라디미르 푸틴으로 하여금 유럽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게 만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게 만든다. 하지만, 최소한 다음만은 확실하다. 즉, 동아시아와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은 미래의 분쟁 상황에서 미국이 그들을 위해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켜줄 것인지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미국 이후'의 세계에 맞춘 글로벌 재편은 가속화되고 있다. 걸프 지역에서 한때 압도적이었던 미국의 지위는 이제부터 사라질 것들 중 첫 번째가 될 것이다.



로버트 케이건은 브루킹스연구소 선임펠로우로 주로 국제문제에 대해 평론한다. 워싱턴포스트 소속 칼럼니스트였고, 뉴욕타임스, 포린어페어스, 월스트리트저널에도 기고했다. 저작으로 <밀림의 귀환: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붕괴하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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