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사우디와 화해하면서도 미국에는 여전히 강경한 이란의 속내는?

경제위기와 대대적인 대중 시위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핵개발을 강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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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1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학생 모임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4.28 10:38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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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석유입니다. 그만큼 중동지역, 특히 석유의 대부분이 나는 걸프만 지역의 움직임은 전 세계의 관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만큼이나 걸프만 지역에서 중요한 나라는 이란입니다. 미국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이란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고, 이런 와중에 이란 국내에서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있는 이란이 최근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외교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이 최고 통치권을 행사하며 대통령을 포함한 세속 정부 위에 있는 현재의 독특한 정치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의문입니다. 여기에 중동에서 발을 빼는 듯한 미국을 대신해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란의 변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킬 것입니다. 당장 과거 '악의 축'으로 지목되면서 직간접적으로 이란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북한의 행태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란 국내상황을 다룬 지난 주에 이어 이번에는 이란의 국제관계를 다룬 2023년 3월 25일자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전문번역으로 소개합니다.



이란의 종교지도부를 모든 위험과 불화의 근원으로 보는 사람들은 최근 몇 달 그러한 생각을 입증하는 증거를 많이 보았다. 이란 정권은 러시아에 수백대의 자살공격 드론을 공급했고 이것이 우크라이나의 민간 목표물 폭격에 이용되었다. 또 더 많은 드론을 공급하기 위해 러시아에 공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월 초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민수용으로 보기에는 너무 순도가 높고 핵폭탄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정제된 우라늄의 흔적을 이란의 어느 시설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광범위한 대중 시위에 대한 이란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은 이제 6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중국 및 러시아와 함께 남쪽 근해에서 해군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이란과 역내 라이벌 국가들 사이에는 수년 만에 가장 큰 긴장 완화가 있었다. 3월 10일 이란 정부는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7년 만에 국교를 회복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사우디에 초청했는데, 이는 이란의 역대 대통령 중 두번째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이란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시리아도 이웃 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이번 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했다.


유화적인 태도와 호전적인 태도의 이 독특한 조합은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란은 진짜 변하고 있는 것일까? 겉으로 보기엔 일관성 없는 이란의 행동은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이란의 혼란스러운 행동이 지역과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불과 2년 전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을 때 자신이 미국과 이란의 오랜 불화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큰 희망을 가졌다. 그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2015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협정에서 탈퇴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다시 부과했다. 바이든은 경제가 휘청거리는 이란이 핵 협정을 복원함으로써 일부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하지만 바이든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비엔나에서 열린 수차례의 힘든 회담은 아무런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인내심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가 포착한 사실은 이란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적어도 적대국으로부터의 제안에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 동안 사우디와의 관계는 미국과의 관계보다 더 나빴다. 이란과 사우디는 예멘과 시리아의 오랜 내전 등 여러 분쟁에서 서로 반대편에 섰다. 이란은 예멘 내전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을 통해 사우디에 일련의 굴욕적인 반격을 가했다. 예를 들어, 작년에 후티 반군은 사우디의 제2 도시 제다에서 F1 자동차경주가 열리기 며칠 전 제다의 석유저장소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사우디는 미국이 이란과 체결하는 협정이 너무 관대해지지 않도록 바이든에게 로비를 벌여왔다.

걸프만의 화해 분위기

미국과 사우디 양국의 관리들에 따르면 이란은 갑자기 사우디와의 외교 관계를 회복하는 것 외에도 후티 반군에 대한 무기공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사우디 측의 모하메드 알자단 재무장관은 이번 합의가 유지된다면 사우디의 대이란 투자가 "매우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걸었다.


다 아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양국 관계의 '해빙'(解氷)에는 양측 모두 경제적 논리가 있는 것 같다. 사우디는 석유와 석유화학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각화하기 위해 기대하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안정이 필요하다. 반면 이란의 경제는 벼랑 끝에 몰려있다. 2월에 이란 리알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약 58만 리알까지 떨어져 1년 전보다 55%, 10년 전보다 94% 약세를 보였다 (표 참조). 부분적으로 리알화의 약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 동안 약 50%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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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한 경제상황은 지난 9월 이란의 젊은 여성 마흐사 아마니가 수도 테헤란에서 이른바 "도덕 경찰"의 구금 상태에서 사망한 후 폭발한 시위를 더욱 악화시켰다. 군중 시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쿠르드족이 사는 북서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아마니는 쿠르드족임-역주). 이란 전역의 여성들은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히잡 착용의 법적 의무를 공개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사우디와의 협상이 체결된 직후 이란의 리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14% 상승했다 (이후 다시 좀 하락했다). 비엔나 국제경제연구소의 이란 경제학자 마흐디 고도시는 "국내 정치와 경제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어떤 종류의 협상이든 환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이 되살리고 싶어하는 핵 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는 이러한 '무조건 환영'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이란은 동 협정에 따라 우라늄 축적과 관련해 순도는 3.67%, 양은 202kg의 제한을 받게 되었다. 그 대가로 서방과 UN은 이란 경제에 대한 제재를 완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이후 비슷한 제안이 다시 테이블 위에 올랐다. 그러나 사우디와의 해빙은 소소한 이익을 위해 약간의 양보를 하는 것이지만, 이란이 증오하는 미국과의 거래에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은 이란 지도자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끔찍한 양보가 되는 것 같다.


2021년 라이시 대통령 당선 이후(온건파 후보들의 입후보가 모두 금지되었다) 강경 매파는 이란 정부의 모든 부분을 장악했다. 최고 결정자인 하메네이는 항상 서방과의 협상을 꺼림칙하게 여겼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핵합의 폐기로 하메네이는 자신이 옳았다고 느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의 라즈 짐트는 "하메네이는 '내가 미국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했잖아'라고 말하고 있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하메네이는 '우린 제재완화를 위해 약속을 지키려 했잖아. 그런데 나중에 가서 미국이 협정을 깨버렸잖아. 왜 우리가 이런 실수를 다시 해야 하는지 나를 설득해봐'라고 말하고 있는 거죠."


게다가 이란의 지도자들은 장기적인 제재를 견딜 수 있는 '저항 경제'를 구축했다고 믿고 있다. 폭락하는 리알화와 치솟는 인플레이션도 큰 걱정거리가 안된다. 이란 정권은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을 떠받쳐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란은 2021년 중국과 25년간 '전략적 파트너십'에 합의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했다. "그들은 서방에 '우리에겐 파트너가 있으니 당신들은 필요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어 합니다." 비엔나 국제경제연구소의 고드시는 말한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는 일방통행일 뿐이다. 이란은 동쪽으로 많은 염가의 석유를 보내지만 중국은 서쪽으로 그다지 많은 것을 보내고 있지 않다. 이란 관리들은 낙관적으로 동 파트너십 약속으로 4000억 달러의 중국투자가 촉진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작년에 중국 기업들은 고작 1억 8500만 달러를 투자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을 폐기한 직후 이란은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인 토탈을 대신해 50억 달러를 투입해 규모가 큰 남(南) 파르스 가스전을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는 1년 후 철수했고,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러시아는 중국을 제치고 이란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양국은 또한 일부 양국간 무역에서 자국 통화를 사용하고 은행 시스템을 연결하는 등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약 15억 달러였던 이란-러시아 교역은 연간 20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양국의 공식 통계는 신뢰할 수 없지만).

기대의 간극

하지만 제재로 묶인 두 나라가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는지의 한계가 있다. 라이시 대통령이 작년에 약속한 것처럼 교역을 연간 1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이야기는 양국의 경제가 취약하고 양국이 비슷한 제품을 수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투자도 급증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두 나라는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자가 되어 아시아 구매자들에게 석유를 할인한 가격에 제공하려고 한다.


최근 인터뷰한 어느 친정부 학자는 이란의 경제난을 바라보는 이란 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이란이 "생산한 석유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판매"하고 있으며, 제재로 인해 할인을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핵 협정이 살아있을 때보다 석유 판매로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맥락이 생략되어 있다. 즉, 이란은 2017년 이후 하루 400만 배럴에서 250만 배럴로 생산량이 거의 절반으로 감소했기 때문에 완판(完販)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2022년 평균 유가가 5년 전보다 100% 더 높아졌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제재로 인해 이란의 생산량이 심각하게 감소해 연간 수백억 달러의 판매 손실이 있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란의 수입 중 일부가 현금이 아닌 중국과의 물물교환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출에 의한 수익이 리알화를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비용이 어떻든 간에 이란의 "브레이크아웃" 시간(폭탄 한 개 분량의 우라늄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이란은 이미 순도 60%로 농축한 우라늄을 최소 70kg 이상 보유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찾아낸 우라늄 입자의 순도는 83.7%로 폭탄 제조에 필요한 순도 90%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란은 핵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확실한 것은 알기 어렵다. 미국 정부관리인 콜린 칼은 이란이 12일 이내에 무기용 핵분열 물질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이란이 그렇게 할 가능성은 낮다. 농축에는 성공했지만 농축 우라늄을 탄두로 만들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에서도 꾸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탄도미사일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사거리가 더 긴 미사일을 공개했다.


이제 세계는 나쁜 선택지들만 가지게 되었다. 하나는 외교노력을 지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란이 핵합의에 복귀하고 싶었다면 벌써 복귀했을 것이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은 없이 우라늄을 무기급으로 정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엄격한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허용하고 그 반대급부로 제재의 제한적 완화를 얻어내는 가끔 'JCPOA-마이너스'라고도 불리는 더 낮은 수준의 합의가 선택될 수도 있다.


이 아이디어는 일부 유럽 정책결정자들에게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란에 핵무기 개발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기 때문에 인기가 없을 것이다. 워싱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바이든이 협상하겠다고 약속한 "더 긴 내용의 더 강력한" 합의문 대신 더 짧고 약한 합의문에 만족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란이 관심을 보일지가 불분명하다.


두 번째 선택지는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이다.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는 10년 넘게 이 선택지를 만지작거렸다. 바이든 당시 부통령도 이란이 핵폭탄 제조에 너무 가까워졌다고 판단되면 미국이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타격이 이란의 핵 개발을 뒷걸음 치게 할 것은 분명하지만, 얼마나 뒷걸음 칠지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많은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피해는 몇 달 안에 복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짐트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완전히 멈춰 선 두 개의 초기 핵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이란 것은) 1981년 이라크나 시리아 원자로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미국의 공격은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이 피해조차도 복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공격은 무엇보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 명분을 강화하게 된다. 이란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막대한 대가를 치르며 핵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이란의 가장 큰 적 중 하나(또는 둘 다)의 공격은 정책결정자들에게 핵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확신시킬 것이다.


이란 정권에 반대하는 많은 이란인들도 이러한 공격으로 인해 이란 국민들 전체가 통치자들을 중심으로 뭉치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자기 나라에 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 미국이 이란의 고위 장군인 카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했다고 해서 이란 정권에 대한 지지가 크게 강화된 것 같지는 않다(비록 많은 군중을 불러 모았지만). 2020년 이란의 최고 핵 과학자 살해부터 지난 1월의 드론 생산시설 공격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의 사보타주와 암살로 의심되는 장기간의 작전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일부 이란인들은 이러한 사건들이 배반자를 만들고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도 없어 보이는 이란 정권의 취약성을 폭로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보복의 문제도 있다. 이란은 레바논과 시리아에 있는 친이란 무장세력을 통해 이스라엘이나 걸프만 국가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사우디인들은 자국이 이를 악물고 그런 공격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다수의 견해는 아니며 이란의 공격이 '안정의 오아시스'라는 명성에 지속적인 피해를 입힐 것을 우려하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마찬가지다. 역내의 일부 관리들은 이란을 공격하지 말도록 이스라엘을 설득했다.


세번째 선택지는 현상유지다. 이란의 모든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어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까지는 아직 1-2년은 더 걸릴 것이다. 이란이 무기급 우라늄을 빠르게 대량생산한다고 해도 이는 억지력이 크지 않은 조잡한 장치인 '더티봄'1으로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제대로 작동하는 핵무기는 아직 멀었다.


게다가, 이란 정권은 밉살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모하지는 않다. 이란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 이스라엘 또는 다른 강대국으로부터 더 강력한 대응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끔찍한 것이지만, 시나리오 자체가 이란의 무모한 행동을 제어하는 효과는 있다. 즉,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외교나 군사공격으로 막을 수 없다면 이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심리적) 억지 메커니즘을 통해 막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제재를 통해 이란정권을 압박하고 여러 사보타주 행위2를 통해 이란의 핵 개발을 방해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이 중 어느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완전한 핵 군비통제 협정이나마 유지하지 않고 폐기한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잘 보여준다. 이러한 교착 상태는 걸프 지역에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으며, 이는 사우디가 이란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의 도움을 요청한 이유 중 하나다.

공포의 만연

사우디는 적어도 10년 동안 미국과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다. 사우디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랍의 봄' 지지를 잘못된 것으로 간주했고 이란과의 협상 시도에도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훨씬 더 따뜻한 태도를 보였지만 2019년 사우디 석유시설이 이란산 드론의 공격을 받았을 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선거 유세중에 사우디를 세상의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미 의회는 수년간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를 막기위해 노력해왔다.


가장 강력한 파트너는 신뢰할 수 없고 가장 큰 적은 위협적이라면 사우디가 다른 방법을 찾아 위험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사우디는 동네 깡패에게 보호비를 지불하는 상점 주인처럼 이란을 자극하기 보다는 달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에게 더 큰 외교적 역할을 해주도록 부탁할 것이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는 경우 중국이 그 경제적 영향력을 통해 이란 정권을 제어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사우디의 기대다.


그러나 이러한 도박이 실패하거나 중국이 기대대로 안 움직인다면 사우디 정책결정자들은 중국이 미국을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걸프 지역의 안보가 위협받을 때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도와주러 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우디는 모든 불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결별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한 아시아 외교관은 걸프 국가들을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안보를 위해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는 싱가포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3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과 37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사우디 국부펀드가 설립하는 새로운 항공사를 위해 787 드림라이너 72대를 구매한다고 발표했다. 관리들은 이 거래가 순전히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미국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워싱턴에서 사우디의 위상도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사우디는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문도 열어 둘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은 극우 정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로 수개월째 정국이 마비된 상태이며, 점령지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외교관들은 모두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적절한 상황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란과 외교관계를 복원했다고 해서 사우디가 역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외부세력으로 미국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제 막 시작한 이스라엘과의 안보협력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전쟁과 국내불안으로 지친 중동지역에서 더 넓은 의미의 데탕트(해빙) 분위기에 부합하는 것이다. 피로 얼룩진 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는 시리아 정권의 전복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게 된 이웃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튀르키예(터키)는 정치적 이슬람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로 인해 수년간 냉랭했던 이집트 및 걸프만 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카타르 역시 이집트 및 사우디와의 해묵은 분쟁을 해결하고 있다.


새로운 분위기는 미국의 입장에도 부합한다. 바이든은 유럽에서의 전쟁과 중국과의 경쟁에 몰두해 있다. "바이든의 보좌진은 중동문제를 대통령의 책상에서 떼어놓기를 원할 뿐"이라고 한 의원 보좌관이 귀띔한다. 따라서 긴장이 완화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중국이 미국의 역내 중재자 역할을 빼앗아가는 것조차 처음에 생각했던 것만큼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 한 미국 관리는 "우리는 이란과 외교관계 없기 때문에 이번 협상(이란-사우디 외교관계 복원)을 중재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사우디 외무장관 파이살 빈파르한 왕자가 말했듯이 사우디와 이란의 합의는 "모든 분쟁에 대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란이 핵보유국으로 남는다면 사우디 같은 국가들은 계속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미국은 준비된 해결책이 없을지 모르지만, 중국은 해결책을 찾고 있지도 않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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