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모디에게 굴욕을 안긴 인도 총선 결과

모디 인도 총리는 3선에는 성공했지만 이제는 불안한 연정에 의존해야 한다. 그리고 야당은 새롭게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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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총리 취임식을 치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로이터/뉴스1

2024.06.21 14:22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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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 인도의 총선이 끝났습니다. 예상대로 모디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지만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는 지난번 선거보다 적은 의석을 얻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모디의 개인적 인기와 경제성과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인도의 유권자는 집권당의 오만과 독주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제 모디는 연정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오랫동안 인도를 통치했던 네루 가문이 이끄는 국민회의(INC)가 이제 무기력을 떨치고 다시 인도 정치의 중심에 복귀할 것인지도 관전포인트입니다. 네루와 인디라 간디의 후손으로 이탈리아계 모친을 두고 있는 라훌 간디가 당을 이끌고 있습니다. 모디와 라훌 간디가 서로 경쟁해가며 인도의 미래를 어떻게 끌고 갈지 궁금해집니다. 인도 총선 결과에 대한 파이낸셜타임스(FT) 6월 8일자 '빅리드' 기사를 읽으며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인도의 미래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렌드라 모디는 장장 6주에 걸쳐 치러진 인도의 총선이 막바지에 달하자 평소처럼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선거 운동 중 '천명'을 언급했던 모디 총리는 인도 국민이 그의 인도국민당(BJP)과 그 동맹세력이 세 번째 5년 임기로 집권할 수 있도록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사흘간의 명상 캠프에서 돌아온 모디는 야당과 국민회의(INC)를 지배해 온 가문의 4세대인 저명한 야권 지도자 라훌 간디Rahul Gandhi를 공격했다. "그들은 카스트주의적이고 패거리주의적이며 부패했습니다." 그는 말했다.


6월 8일 저녁 발표된 출구조사는 모디의 자신감을 입증하는 듯 보였다. 출구조사 결과에서 인도국민당과 국민민주동맹1(NDA)은 압도적인 승리를 기록할 것으로 나왔다. 심지어 543석의 의회에서 400석 이상의 압도적 다수supermajority를 확보하겠다는 모디의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어 보였다.



그러나 개표 결과는 굴욕적이었다. 유권자들은 세계적으로 인도와 동의어가 된 모디에게 몇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이변을 안겼다.


인도국민당은 240석만을 획득하여 과반수를 잃었고 모디는 그 어느 때보다 국민민주동맹 연정 파트너들에게 더 의존하게 되었다. 국민회의가 주도하는 야당 INDIA 연합은 인도국민당에 비해 선거 자금에서 크게 뒤처지고 체계적인 법적 괴롭힘과 수사의 표적이 되었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234석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새로운 정치적 풍경이 모디를 변화시킬 것이며 그의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올해 73세인 모디는 활력을 되찾은 의회로부터 그의 힌두트바Hindutva(힌두 민족주의)에 대한 견제와 맞닥뜨릴 것이며 새롭게 힘을 얻은 야당이 인도 정치 및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모디의 존재감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모디가 좀 더 온건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건 상황을 과소평가하는 겁니다." 일간지 더힌두The Hindu의 전 편집장이자 현재 더힌두 그룹의 이사인 N 람Ram이 말했다. "그는 아예 노선을 바꿔야 할 것인데 모디는 지금까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진보 정치계에서는 독재자로 비판받지만 재계에서는 결단력 있는 정부의 상징으로서 존경받는 권위주의적 지도자 모디는 이제 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협을 해야 할 것이다. 외국 투자자들과 인도의 파트너들도 이러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


선거 운동 중 모디는 주식시장의 상승 랠리를 전망하는 이례적인 행동을 취했다. 출구조사 이후 투자자들은 인도 주식에 돈을 쏟아부었고 6월 3일 인도의 대표적인 증시 지수 NIFTY 50과 BSE SENSEX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 결과가 나오자 많은 투자자들이 도망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6월 4일 하루 동안 15억 달러어치를 매도하는 기록을 세웠다. 모디 총리의 구자라트 시절 가까운 사이였던 고탐 아다니Gautam Adani가 소유한 회사의 주식이—홍콩의 증권회사 CLSA가 대표적인 '모디 테마주'로 꼽았다—주식 시장의 급락을 주도했다.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후의 계획을 세우는 대신, 모디는 주말까지 연정이 구성될 수 있도록 갑자기 그 존재감이 커진 '킹메이커' 동맹들과의 거래를 서둘러야 했다.


6월 7일 새로 선출된 국민민주동맹 의원들에게 한 연설에서 모디는 화해적인 분위기로 그의 연정 파트너들에게 말했다. "정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수를 확보해야 하지만 국가를 이끌기 위해서는 컨센서스가 필요합니다."




모디가 어떻게 이런 예상치 못한 좌절을 겪었을까?


인도국민당은 모디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선거 운동을 벌였는데 야당은 경제적 어려움에 집중함으로써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야당 지지로 연결시킬 수 있었다. 또한 야당은 종교적 분열을 부추기는 총리 때문에 헌법적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모디가 단독 의석 과반 확보에 실패한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지역은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 우타르프라데시Uttar Pradesh다. 약 2억4000만 명의 인구가 있으며 가장 치열한 정치, 카스트 및 종교 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인도국민당은 2014년과 2019년에 나이, 카스트, 성별을 초월한 힌두교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종교적 색채의 포퓰리즘으로 압승을 거두었다.


모디는 2024년 1월 이 지역에서 이슬람 모스크가 파괴된 자리에 신설된 힌두교 사원의 개원식을 가졌는데 이는 그의 힌두 민족주의 프로젝트의 정점이었다.


'모디의 약속'이라는 제목의 인도국민당 공약은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약속과 함께 인도의 종교법을 단일한 민법으로 통일하겠다는 공약을 담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요구해왔던 것으로 많은 무슬림 소수자들이 반대하는 것이었다.


선거운동 당시의 모디 총리. 모디 총리는 400석 이상의 '압도적 과반'을 목표로 했다. /사진=로이터/뉴스1

선거운동 당시의 모디 총리. 모디 총리는 400석 이상의 '압도적 과반'을 목표로 했다. /사진=로이터/뉴스1


그러나 선거 결과가 나왔을 때, 인도국민당과 그 동맹의 주 내 의석 수는 거의 절반으로 줄어 80석 중 36석을 차지한 반면 국민회의가 이끄는 INDIA 연합은 예상을 깨고 43석을 획득했다. 인도국민당은 아요디아의 새 사원이 있는 지역구인 파이자바드에서도 패배했다. 모디는 자신의 지역구인 우타르프라데시의 성스러운 도시 바라나시에서 당선이 되긴 했지만 그 득표차는 야당 지도자 라훌 간디가 자신의 지역구 라에바렐리(마찬가지로 우타르프라데시의 도시다)에서 거둔 득표차의 절반에 못 미쳤다.


"인도국민당은 공약에서 공수표를 남발했죠. 그래서 우리는 주민들을 찾아가 공약에 대해 물어봤어요." 우타르프라데시의 도시 아메티에서 국민회의당 소속 장관 스미리 이라니를 꺾고 당선된 국민회의 후보 키쇼리 랄 샤르마가 말했다. "일자리가 진짜 2000만 개 생겼나요? 농민 소득이 두 배로 늘었나요? ... 그래서 주민들은 제게 투표하기로 결정한 거죠."


인도국민당이 잃은 대부분의 의석은 오랫동안 하위 카스트 그룹과 무슬림들의 지지를 받아온 INDIA 연합의 사회주의 정당 사마즈와디Samajwadi당으로 갔다.


2019년에는 인도국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이번에는 사마즈와디당의 29세 후보 이크라 초드하리가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한 우타르프라데시의 농촌 지역구 카이라나도 그 중 하나다. 현지의 당 활동가 나베드 초드하리는 국민회의당 선거운동원들이 "알려진 것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주민들은 야당이 농촌의 고통과 농민 문제에 집중한 것과 힌두 민족주의와 국론 분열을 추구하는 표현—무슬림을 '침입자'라고 부른 것을 포함한—모디의 선거 운동이 대조적이었다고 말한다.


"핵심 문제는 실업과 인플레이션이에요. 모든 것이 너무 비싸졌어요." 60세의 농부 아리프 칸이 말했다. "인도국민당의 가장 큰 문제는 항상 국민을 분열시켜서 통치하려 한다는 거예요."


선거를 앞두고 INDIA 연합은 반인도국민당 표를 분열시킬 정면 대결을 피하기 위해 우타르프라데시 주 내에서 국민회의와 사마즈와디당 간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대조적으로 모디의 당은 일부 지역구에서 부패 혐의를 받고 야당을 탈당한 후보들을 포함, 인기 없는 후보들을 출마시켜 유권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간단히 말해 오만했기 때문이죠." 한 인도국민당 주 의원이 익명을 조건으로 말했다. "많은 지역에서 인도국민당 후보들에 대한 불만이 있었지만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았죠."


전문가들은 INDIA 블록이 인도에서 가장 소외된 카스트인 달리트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달리트는 인도 인구의 약 5분의1을 차지하고 근래 선거에서는 전통적으로 상위 카스트 지향인 인도국민당 지지로 기울고 있었다.


라훌 간디와 사마즈와디당 대표 아킬레시 야다브를 비롯한 INDIA 후보들은 모디의 인도국민당이 개헌을 위해 의회 3분의2 과반수를 추구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이 개헌이 직업 할당제와 같은 하위 카스트 구성원의 혜택을 위협하리라는 것이었다. 모디는 이를 부인했다.


"달리트는 헌법이 우리에게 부여한 권리를 BJP가 빼앗으려고 한다는 걱정을 하게 되었어요." 카이라나에서 인도국민당과 연계된 정당에서 활동하는 달리트 카스트인 아르빈드 잘이 말했다. 여당의 선거 운동은 "오만으로 가득 찼어요. 모든 걸 모디에 대한 것으로 만들고 있었죠."


유권자들로부터 받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도인들은 우타르프라데시에서 강력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는 인도국민당을 무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직 모디만이 총리가 되어야 해요." 37세의 하위 카스트로 인도국민당 지지자인 상기타가 말했다. "저는 모디를 세 번이나 찍었어요."




인도 국민은 이제 모디의 득표율 감소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려고 애쓴다.


모디의 두 주요 하위 연합 파트너로 이번 선거에서 각각 16석과 12석을 차지 지역정당 텔루구데삼Telugu Desam당과 자나타달Janata Dal은 무슬림 유권자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 정당은 모디의 힌두 민족주의 사업 일부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연정의 하위 파트너들이 이제는 탈퇴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정말로 연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모디가 더 연정 구성원들과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디가 더 포용적이어야 하고 더 진보적이어야 하는 상황이 됐죠. 정치적 역학이 변했기 때문에 그의 의제를 그대로 추진할 수는 없어요." 하이데라바드 소재의 정치분석가 K 나게슈와르Nageshwar가 말했다.


그는 모디가 단일 민법 선언을 포함한 세 번째 총리 임기의 주요 공약에서 후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인도 기업과 외국 투자자들도 새로운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선거 결과에 이변이 발생하기 전에는 대부분 모디가 토지법 및 노동법 개정을 포함한 보다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제 개혁안 통과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연정 파트너 정당의 지지를 구해야 하고 어느 정도 양보도 필요할 겁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이머징마켓 차석 이코노미스트 실란 샤Shilan Shah가 말했다. "저는 여전히 모디의 입지가 강력하다고 봐요. 물론 지금 당장의 분위기와는 다르지만요."


지난 2019년 선거에서 인도국민당의 압승이 분명해졌을 때 인도 재계는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인도의 주요 재계 단체나 CEO 중 어느 누구도 아직 선거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모디의 세 번째 임기를 축하하지 않았다. "'망연자실' 상태처럼 보이더군요." 뭄바이 소재의 한 기업 임원이 인도국민당의 분위기에 대해 말했다. "보통이라면 전화를 걸어 축하했겠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야당의 경쟁자들은 공개적으로 환호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야당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정부를 운영했어요." 우타르프라데시의 사마즈와디당 활동가 초드하리가 말했다. "이제 독재적 국정 운영을 멈춰야죠."


일부 모디 지지자들조차 앞으로 더 어려운 시기를 예상한다. 카이라나 인근에서 활동하는 인도국민당 활동가 산지브 쿠마르는 인도국민당의 파트너들이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가 5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 것 같지 않네요."


1888년 창간된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 경제지. 특유의 분홍빛 종이가 트레이드마크로 웹사이트도 같은 색상을 배경으로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도 자유주의 성향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식을 갖고 있는 화이트 칼라 계층이 주 독자층입니다. 2015년 일본의 닛케이(일본경제신문)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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