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30 14:47

영국이 이탈리아, 일본과 함께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 '템페스트'의 모형. /사진=로이터/뉴스1
"속도, 기동성, 탑재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이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이제껏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 F-47이 항공우주 대기업 보잉에 의해 제작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투기는 현재 세계 곳곳에서 설계 단계에 있는 이른바 6세대 전투기들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2월, 중국은 스텔스 기능과 대형 날개 모양의 위압적인 전투기 J-36의 프로토타입으로 추정되는 기체를 공개했다. 영국은 이탈리아, 일본과 함께 203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 중이며, 영국 내에서는 임시로 '템페스트(Tempest)'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도 함께 '차세대 전투항공체계(FCAS)'를 개발 중이며, 2040년까지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다. 이들 기체는 공중전의 미래를 대표하게 될 전망이다.
전투기는 대체로 등장 시기, 기술적 특징, 정교함의 정도에 따라 세대별로 분류된다. 1세대 전투기는 1940~50년대에 처음 등장했으며, 현재 나토 소속국에서 운용 중인 많은 기체들—예컨대 미국의 F-16처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전투기—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에 제작된 4세대 기체다. 최신 기종인 5세대 전투기, 예컨대 F-35와 F-22(F-22는 현재 운용 중인 전투기 중 가장 뛰어난 기체로 평가받는다)는 스텔스 기능, 지속적인 초음속 비행 능력, 첨단 전산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6세대 전투기는 과거 세대의 전투기들과 비교할 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덩치가 크다는 점이다. F-47의 초기 이미지들은 대부분 흐릿하거나 조작된 상태로 공개되어 실제 완성기와는 크게 다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의 J-36 실물 사진이나 영국의 템페스트 모형(사진 참조)을 보면, 이들 기체는 4세대 중국 전투기 J-20이나 유럽의 타이푼, 5세대 미국 전투기인 F-35, F-22보다 훨씬 크다. 이러한 유사성은 각국이 공중전의 미래에 대해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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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공통적으로 예측하는 변화 중 하나는 지대공 미사일 체계의 수적 증가와 성능 향상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입증된 대공방어 체계의 강력한 효과로 인해 더욱 명확해진 교훈이기도 하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려면 적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도록 기체의 스텔스 성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스텔스 기능을 극대화하려면 표면이 매끄러워야 하므로, 폭탄과 미사일을 날개에 걸지 못하고 기체 내부에 수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체 자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원격 전투
또 다른 변화는 공중전의 교전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0년 동안, '가시거리 밖'에서 이루어지는 공대공 격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1970년대에는 극히 낮았던 '가시거리 밖' 격추가 1990년부터 2002년 사이에는 전체 격추의 절반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그 이후로도 공대공 미사일의 사거리는 점점 더 길어졌다. 유럽의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은 10여 년 전 처음 시험 발사되었을 때 200km의 사거리로 첨단 기술의 정점에 있었다. 현재 미국의 AIM-174B와 중국의 PL-17은 400km 떨어진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이는 곧, 전투기가 더 멀리 떨어진 표적을 탐지하고 공격하기 위한 더 나은 센서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며, 동시에 날아오는 위협을 차단할 수 있는 전자전 장비도 향상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기술들은 많은 전력을 요구하며, 발열이 심한 전자 장비에서 생기는 열을 처리할 공간도 필요하다. 따라서 기체의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마지막으로, 전투기는 지상에 있을 때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특히 취약하다. 이는 전투기들이 보다 먼 공군기지에서 이륙해야 한다는 뜻이며, 결과적으로 더 큰 연료탱크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효율적인 비행 구조가 요구된다. 항공 전문가 빌 스위트먼은 템페스트(영국, 이탈리아, 일본)와 J-36(중국)에 장착된 대형 날개가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킨다고 설명한다. 비행 거리 문제는 특히 미국에게 중요한 과제다. 일본에 위치한 미군 공군기지들은 다수의 중국 탄도미사일 사거리 안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전시 상황에서 전투기들을 보다 넓은 지역에 분산 배치하고, 호주나 태평양 섬들처럼 더 먼 활주로에서 이륙시키는 전략을 계획 중이다.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전투기는 여러 이유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다. 영국 공군에서 템페스트 운용 전략을 담당하는 공군대령 빌은 최근 템페스트 개발 컨소시엄이 제작한 팟캐스트 '팀 템페스트'에 출연해 "우리는 지금 매우 극단적인 비행 거리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자신의 성을 밝히지 않았다). 템페스트는 단 한 번의 연료 주입으로 대서양을 횡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운용 중인 타이푼 전투기로는 이 거리를 날기 위해 최소 3~4회의 공중급유가 필요하다. 이렇게 장거리를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에는 최전선 후방에 안전하게 자리잡고 있을 수 있었던 대형 급유기가 이제는 중국의 PL-17과 같은 최신 공대공 미사일로 인해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템페스트가 러시아의 방공망을 우회하는 장거리 우회 항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면, 전투기는 마치 구식 폭격기를 연상케 하는 외형을 띠게 된다. 항공 전문기자 빌 스위트먼은 거대한 날개와 널찍한 무장창을 가진 J-36을 "공중에서 움직이는 순양함(airborne cruiser)"에 비유하며, 이는 근접 공중전 기동성보다는 항속거리, 스텔스, 탑재 능력에 최적화된 설계라고 평가했다. 템페스트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대량의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빌 대령은 강조하며, 그 탑재량은 가장 무장된 F-35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투기 1회 출격 시 더 많은 화력을 투입해 위험을 무릅쓰고 적진에 반복적으로 침투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한 설계 방향이다. 영국 국방부의 전투기 설계 자문을 맡은 마이크 프라이스는 "결국 모든 기체에 대해 같은 해답이 나온다"며 이렇게 정리했다. "멀리서 쏴라, 들키지 마라, 먼저 공격하라, 근접 칼싸움은 피하라."
기체 크기가 커짐에 따라 기체 내부도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방산기업 레오나르도 CEO 로베르토 친골라니는 최신 전투기의 내부는 사실상 "공중에 떠 있는 슈퍼컴퓨터"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레오나르도는 현재 템페스트 개발을 영국의 BAE 시스템즈, 일본 미쓰비시와 함께 진행 중이다. 영국왕립항공학회 소속 팀 로빈슨에 따르면, 템페스트는 1초 만에 중형 도시 전체의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데이터에는 교신 내역부터 방공 레이더의 전파 신호까지 모든 것이 포함될 수 있으며, 핵심은 이를 위성 등을 통해 아군 세력—탱크나 함정 등—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중앙 인공지능(AI)"이 타격 대상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격할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친골라니는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리고 있는 미래"라고 말했다.
함께 비행하는 전투기
6세대 전투기에 인간 조종사가 탑승할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논쟁의 중심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는 최근 "아직도 유인 전투기를 만들고 있는 바보들이 있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공군들이 AI와 자율 비행 기술이 아직 인간 조종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영국 공군은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2040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종 완성 기체에 대한 신뢰할 만한 자료는 아직 없지만, 군사 전문매체 '워존'의 토머스 뉴딕은 F-47의 이미지에 대해 "상당히 큰 버블 캐노피가 눈에 띄며, 이는 조종사에게 매우 탁월한 시야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민감한 임무의 경우 유인 전투기가 여전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FCAS(프랑스, 독일, 스페인 공동개발)를 통해 핵무기 운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인데, 이는 앞으로도 인간 조종사의 고유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6세대 전투기가 더 큰 '전투 항공 체계'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개념이 지배적이다. 이 체계에서는 조종석에 탑승한 인간 조종사가 무인기(드론) 편대 전체를 통제하게 되며, 미국식 용어로는 이 무인기를 '협동전투 항공기(CCA)'라 부른다. 로베르토 친골라니는 "이 구상은 일종의 항공모함이 공중을 나는 것이며, 하늘을 이동하는 하나의 함대 전체가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군대령 빌은 조종석에 앉은 인물은 전통적인 의미의 '조종사(파일럿)'라기보다는 센서와 무장을 운용하는 '사격통제 장교'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한다. 이는 영국 공군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미국 공군은 지난 5월 1일, 두 대의 CCA 시제기에 대한 지상 시험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연내 예정된 비행시험에 앞선 절차다. 현재까지의 주문 수량을 보면, F-47 전투기 한 대당 CCA 무인기 두 대가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프랭크 켄달 전 미국 공군장관은 이 드론들이 선행 정찰을 수행하거나 표적을 식별하고, 무장 자체를 운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모두 조종사의 시야 내에서 '엄격히 통제된 상태'로 운용된다고 설명했다. 템페스트의 사례에서 친골라니는, 이처럼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연산의 대부분은 유인 모선(母船) 내부에서 처리되어야 하며, 관련 데이터는 모든 기체에 실시간으로 공유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통신망이 반드시 철저히 보안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향후 10년 안에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와 그의 회사(레오나르도)가 이러한 기술을 실현해낸다 해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공군장관을 지낸 켄달은 F-47 개발을 일시 중단시킨 바 있는데, 이는 해당 기종의 단가가 F-35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F-47 한 대당 가격은 1억6천만~1억8천만 달러 수준에 이르며, 이는 정부가 총 200여 대만 보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국방부 내에서는 F-35 기체군을 보완하는 CCA 무인기 제작에 더 많은 비중을 두자는 목소리가 컸다. 새로운 플랫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봤자, 실제 전쟁 발발 시기에는 실전 배치가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유사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공군력 전문가 저스틴 브롱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실험용 무기와 실전용 무기의 차이를 비유로 들며, 유사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국방 예산 전부를 하나의 프로그램에 쏟아붓는 일이, 아무리 잘 되어도 2040년 이전에 완전한 전력화를 기대할 수 없는 사업이라면, 이는 마치 1936년 영국 항공성이 모든 자원을 실전 전투기 대신 애브로 벌컨 개발에 집중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애브로 벌컨은 결국 전쟁이 끝난 후 10년이 지나서야 등장한 반면, 당시에는 실질적 전과를 낳은 허리케인, 스핏파이어, 블레넘, 휘틀리, 웰링턴 등의 기체가 필요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이 개발해 생산을 막 시작한 KF-21은 이른바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됩니다. 5세대 전투기는 이른바 '스텔스' 전투기입니다. 레이더로 발각이 어려운 기체입니다. 현재로선 미국, 중국, 러시아만 5세대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러시아 전투기들의 스텔스 능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6세대는 스텔스 능력은 더 강화하되 새로운 방식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인기(드론)의 '엄마 비행기'처럼 만들어져 주변에 무인기를 끌고 다니며 전투를 지휘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 대의 무인기(드론)에 한 대의 유인 '엄마 비행기'로 하나의 공중 함대를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 유인 엄마 비행기가 고성능 컴퓨터와 AI 능력, 고성능 센서 등을 가지고 무인기들의 전투를 지휘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6세대 전투기는 더욱 원거리에서 전투를 하게 될 것입니다. 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을 정리한 이코노미스트 5월 15일자 기사를 읽으면서 현재 수많은 항공 선진국들이 독자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초강대국들이야 독자 개발이 가능하지만, 독일, 영국, 일본, 이탈리아 같은 중급 항공 선진국들은 독자 개발보다는 컨소시엄을 만들어 공동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막 KF-21을 개발했을 뿐인 한국 항공산업은 어떻게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려는 것일까? 어쩌면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잉사가 개발한 F-47을 구매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시작한 상태라면 독자 개발보다 돈 많은 UAE나 사우디와 함께 공동개발하면 어떨까? 이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도 6세대 전투기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유인기가 무인기 여러 대를 이끄는 '멈티'(MUM-T)라는 표현도 자주 만나시게 될 겁니다. 방위산업 부가가치 피라미드의 정점에는 우주항공이 있습니다. 한국의 항공산업이 과연 어떻게 길을 찾아나갈지 독자 여러분도 함께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