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테크

AI 전쟁로봇의 실전 배치를 향한 美中 경쟁

호주 시드니항에 모인 엔지니어들이 인간 승무원 없이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는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AI가 제어해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군함이나 전투기 개발을 둘러싼 미국 및 그 동맹국들과 중국 간의 치열한 경쟁 중 일부다. 이 경쟁의 결과에 따라 전 세계에 걸친 세력구도의 향방이 결정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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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다인FLIR의 초소형 드론 블랙호넷3. /사진제공=Teledyne FLIR

2023.12.01 13:20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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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은 과거의 군사교리를 고수해 대형 전함battleship으로 전쟁을 치르려다 항공력을 적극 활용하는 미 해군에 쉽게 격파되었습니다. 전쟁은 늘 앞서가는 쪽이 승리합니다. 따라서 항상 상대방에 앞서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을 이뤄야 합니다. 미래의 전쟁에서는 드론과 AI가 새로운 핵심무기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누가 먼저 이 새로운 무기를 전술에 녹여낼 것인지 현재의 군사경쟁의 요체입니다. 로이터가 심층취재한 이 기사는 현재 진행중인 드론 및 AI 관련 군사혁신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새로운 방산강국으로 떠오르는 우리 나라 역시 이러한 군사혁신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인데 문민civilian 지도자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합니다. 조종사, 함장 등 유인체계 병과에 익숙한 군 지도부가 무인체계 도입에 저항감을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 해군은 급부상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잠수함 기술 분야에서 두 가지의 상반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두 과제 중 하나는 값비싸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호주의 납세자들은 최대 13척의 공격원자력잠수함(약칭 공격원잠)으로 구성된 새로운 잠수함대를 구성하기 위해, 척당 평균 280억 호주달러(약 2조3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13번째 잠수함이 호주 해군에 인도되는 시기는 아마도 21세기의 절반이 지나간 이후일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저렴하고 빠를 것이다. 호주 해군은 AI로 작동하는 저렴한 무인 잠수정인 고스트샤크Ghost Shark 3척을 최대한 신속하게 건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군은 척당 2300만 달러를 지출할 예정인데, 이는 공격원자력 잠수함 한 척을 도입하는데 드는 비용의 1%가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고스트샤크가 인도되는 시기는 2025년 중반으로 예정되어 있다.


두 잠수함은 규모와 복잡성, 성능 면에서 극명하게 다르다.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는 고스트샤크의 크기는 스쿨버스 정도지만, 호주 최초의 공격원자력잠수함은 132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기 위해 축구장만큼 길어질 것이다.



비용과 생산속도 면에서 엄청난 격차를 보여주는 이 두 잠수함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가 무기, 전쟁, 군사력에 어떤 혁신을 가져올 것인지, 그리고 중국과 미국 간의 격화되는 경쟁이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두 계획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인 호주는 자국 최초의 공격원자력잠수함이 초계임무에 투입되기 몇 년 전부터 수십 척의 무서운 자율로봇으로 수중 초계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고스트샤크 잠수정의 개발사인 미국 방위산업체 안두릴Anduril의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인 셰인 아르놋Shane Arnott은 잠수함에서 승조원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가 불필요해진다면 설계와 제조과정, 그리고 성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르놋은 시드니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에 "승조원을 위해 막대한 비용과 구성요소가 투입되어야 한다" 고 지적했다.


2022년 12월 호주 해군이 공개한 무인 잠수정 고스트샤크. /사진제공=Royal Australian Navy

2022년 12월 호주 해군이 공개한 무인 잠수정 고스트샤크. /사진제공=Royal Australian Navy


실제로 승조원이 사라진다면 잠수함을 훨씬 쉽고 저렴하게 건조할 수 있다. 고스트샤크에는 깊은 심도의 엄청난 수압에서 잠수함의 승조원과 민감한 부품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강도 강철 케이스인 내압선각1耐壓船殼이 없다. 외부의 해수는 고스트샤크의 내부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이런 '구조의 단순화'는 안두릴이 다수의 고스트샤크를 빠르게 제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안두릴은 실제로 빠른 생산속도를 목표로 삼고 있다. 아르놋은 호주에서 호주가 추가로 발주할 경우 건조될 고스트샤크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안두릴은 호주 외에 영국, 일본, 싱가포르, 한국, 그밖의 유럽 국가나 기타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해 유사한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고스트샤크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것은 빠른 사업 진행의 필요성이다. 아르놋은 지난 4월 발표된 호주 정부의 전략평가인 국방전략평가Defense Strategic Review (DSR)을 인용해 호주가 위험한 시기에 진입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가 인용한 국방전략평가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국가들을 통틀어 가장 크고 야심찬 규모"로 이뤄지고 있으며, "심각한 위기가 별다른 징후 없이. 혹은 아무런 징후 없이 시작될 수 있다."


아르놋은 이 상황을 간단하게 요약했다. "이제 우리는 주문한 무기를 손에 쥘 때까지 5~10년, 혹은 그 이상을 기다릴 처지가 아닙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방전략평가는 미국과 호주의 전직 군 장교와 보안관계자 20여명의 인터뷰, AI 연구논문과 중국의 군사분야 발행물, 중국 국방장비 전시회의 정보 등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군사기술 분야의 군비경쟁이 격화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갈등의 한쪽에는 미국의 경제적, 군사력 지배력에 의해 장기간 형성된 세계질서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지배력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이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에 저항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면서 이 대립구도를 가열시키고 있다.


이 첨단 기술 경쟁에서는 고스트 샤크의 전력화처럼 자율 무기체계 분야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최종 승자를 결정지을지도 모른다.


기술이 전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 왔으며, 전쟁 중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도 했던 호주의 예비역 육군 소장 믹 라이언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 전략적 경쟁에서는 소프트웨어 전투의 승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는 기상예측, 기후 변화 모델링, 새로운 시대의 핵무기 실험부터 전장과 그 너머에서 우위를 제공할 수 있는 생소한 신무기와 소재개발까지, 모든 것을 지배합니다."


기술과 군사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 경쟁구도에서 중국이 승리한다면 그들이 무력을 사용해 세계 정치와 경제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이 주도하는 미국의 초당적 전문 싱크탱크인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는 지난 5월에 'Offset-X'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군사기술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우위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담고 있다.


'Offset-X'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현대의 대다수 미국인들은 미국이 유일한 군사적 초강대국이었던 시절만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적인 세력균형이 바뀌고 미국이 인도-태평양 방면에서 80여년 간 유지해 온 평화와 안정에 직접적인 위협이 가해질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더이상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아닌 중국 공산당이 지배적인 세력이 된 세계에서 살아갈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다."


현재의 상황은 베이징의 관점에서도 심각한 위협이다. 만약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보통 중국군이라 불리는 인민해방군(PLA)이 민주주의인 대만을 점령하고 동아시아 항로를 통제하며 주변국을 지배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간 대만을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일부로 간주해 왔으며, 대만을 진압하기 위한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Offset-X 보고서에 대한 질의에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국방 지도부가 중국을 "속도를 겨루고 있는 상대로서 매우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대변인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다른 고위 관리들은 현재 작용하는 억지력이 매우 강력하고 현실적이기 때문에, 대만에 대한 중국의 침략이 임박했거나 침략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점을 매우 명확하게 강조했다." 중국 국방부와 외교부는 이 사안에 대한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호주 국방부 대변인은 "현재 호주의 최우선 과제는 혁신적인 신기술을 군의 역량으로 전환하는 것이며, 현재 유인 잠수함과 수상함대를 보완하고 파괴력과 생존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율 수중전 능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킬러 로봇

몇몇 주요 군사 전략가들은 AI가 군사 분야에서 핵무기의 실용화 만큼이나 극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다른 사람들은 AI 기반의 로봇이 독립적으로 '살상 결정'을 내리게 될 경우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AI의 군사적 적용과 관련된 규제에 합의하기 전까지 군사 분야의 AI 연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중 양 진영은 잠수함과 수상함, 전투기, 기타 드론, 지상전투차량 등,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AI를 탑재한 무인전투장비를 전력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개발되는 무인전투장비들은 아직은 인간 의사결정자의 지휘 하에 임무를 수행하는 킬러 로봇에 속한다. 군사분석가들에 따르면 이런 로봇(몇몇은 유인 함정이나 항공기, 지상병력과 팀을 구성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들은 이미 화력을 급격히 강화하거나 전투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일부 무인 무기체계는 기존의 군용 장비들에게는 불가능한 기동을 수행할 수도 있다. 해수면 아래 수천 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는 고스트샤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자율무기보다 훨씬 혁명적인 것은 위성과 레이더, 소나(음탐기) 네트워크, 다양한 신호정보와 온라인 트래픽에서 수집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해 지휘관에게 제공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도록 지원해주는 AI일 것이다. 정보 기술자들은 이런 정보들이 지나치게 방대해져서, 인간 분석가들로 소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훈련된 AI체계는 지휘관이 전장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군사작전에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분쟁은 매우 개인적인 영역까지 파고들 수 있다. 감시영상, 의료기록, 소셜 미디어 활동, 심지어 온라인 쇼핑 습관까지 분석할 수 있는 AI 시스템의 능력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마이크로 타게팅'을 현실화해 준다. 주요 전투원이나 지휘관이 전선戰線 근처에서 발견되지 않아도 위치를 파악해서 드론이나 정밀 무기를 사용해 공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키이우가 러시아의 고위 지휘관들을 성공적으로 제거한 사례는 이런 마이크로 타게팅 전쟁의 시작이라고 할만하다.


인공지능은 비전투원을 공격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치명적인 소형 드론 군집이 특정 도시, 지역, 혹은 특정 민족집단의 징병 연령 남성 인구 전체와 같은 큰 집단의 사람들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대학 컴퓨터과학 교수인 스튜어트 러셀은 2021년 말 '현대전 내에서 AI의 역할'을 다룬 BBC 프로그램에 강연자로 출연해서 AI의 활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예를 들어, 한 도시에서 12~60세 연령의 모든 성인 남성을 골라 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 무기는) 핵무기와 달리 방사능 구덩이를 남기지 않으며, 모든 가치있는 물리 자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AI로 구동되는 드론 군집을 시험했다. 지난해, 미군은 드론 군집과 함께 훈련하는 병사들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지난 2021년 말에 테네시주 포트 캠벨에 모여 비디오게임처럼 고글을 쓰고 드론 군집을 시험하는 인원들을 볼 수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게는 저렴한 드론 군집이 중국의 미사일과 전투함, 전투기 등의 수적 우위를 상쇄할 수단이 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을 막기로 결정한다면, 드론 군집이 결정적인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 국방부 차관인 캐슬린 힉스는 8월 28일자 연설을 통해 미국은 무기의 보유량과 병력의 규모 측면에서 중국이 점한 우위를 상쇄하기 위해 향후 2년 내에 '수천 대'의 자율 무인시스템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인민해방군에게 규모로 맞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대규모 전력들은 상대하기 어렵고, 맞추기 어렵고, 몰아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제한된 AI 기능을 갖춘 드론도 전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정한 자율성을 갖춘 소형 원격 제어 감시 드론은 이미 운용중이다. 여러 국가에서 운용중인 블랙 호넷 3이 이런 사례에 해당할 것이다.


블랙호넷3의 제작사인 텔레다인FLIR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주머니에 들어가거나 손바닥 위에 올라갈 만큼 작아 탐지하기 어려운 드론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에서 케냐의 무장세력을 소탕하는 임무에 동원된 작은 벌레를 닮은 드론을 떠올리게 한다.


중량이 1온스, 즉 33그램 미만인 블랙호넷3는 25분 가량을 별다른 소음조차 내지 않고 비행하며 오퍼레이터에게 사진이나 영상을 전송할 수 있다. 개발사인 텔레다인FLIR은 이런 기능을 통해 전장에 있는 군인들이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블랙 호넷 3 나노드론의 중량은 33g 미만이며, 소음을 거의 내지 않고 비행할 수 있으며, 군인들에게 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사진제공=Teledyne FLIR

블랙 호넷 3 나노드론의 중량은 33g 미만이며, 소음을 거의 내지 않고 비행할 수 있으며, 군인들에게 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사진제공=Teledyne FLIR

저렴한 소모품

군사분야의 AI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주도하고 있다.


AI 잠수정 고스트샤크의 개발사 안두릴은 인간-지능형 기계 간의 팀 구성을 최대한 빨리 전력화하려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톨킨의 소설인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등장하는 가상의 검에서 이름을 따온 이 회사는 2017년 팔머 럭키가 설립했다.


럭키는 현재 페이스북(메타)이 소유한 VR 헤드셋 업체인 오큘러스의 창업자로, 2014년에 23억달러를 받고 오큘러스를 이 소셜미디어 공룡에게 매각한 후 안두릴을 설립했다.


고스트샤크 개발을 지휘하고 있는 아르놋은 현재 안두릴이 우크라이나에도 자사의 장비를 공급중이라고 말했다. 상대편의 러시아인들이 전투에 투입된 장비에 빠르게 적응했기 때문에, 안두릴은 전장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했다.


아르놋은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무언가 상황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한 방 얻어맞았거나 우리의 고객이 난관에 직면한 거라면 우리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방향을 전환해 새로운 기능을 투입합니다."


아르놋은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장비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안두릴 측은 로이터와의 소통 과정에서 지난 2월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패키지 내에 자사의 ALTIUS 600 군용 드론이 포함되었음을 언급했다. 이 드론은 정보, 감시, 정찰용도로 사용되며, 폭발성 탄두를 장착하고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카미카제 드론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 해군의 함정을 공격하기 위해 폭발물을 탑재한 무인수상함정USV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례를 본 군사평론가들은 대만이 중국의 침략에 대응하려면 해변으로 향하는 상륙함대의 경로에 자폭 무인수상함정을 대량 투입해서 우크라이나와 유사한 전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이잉원 총통실은 대만의 드론 프로그램에 대한 로이터 통신의 질의에 "지난 6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해 드론을 사용한 사례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고 답했다.


중국, 미국,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은 조종사가 탑승한 항공기와 함께 편대를 짜고 임무를 수행하는 스텔스 드론 전투기 전력을 갖추기 위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드론은 이륙해서 목표물을 공격하거나, 통신을 방해하거나, 레이더나 다른 센서로 조기경보를 제공하거나, 목표물을 찾기 위해 전방으로 진출할 수 있다. 군사 기술 전문가들은 이런 드론들이 서로, 혹은 인간 관리자와 즉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3월, 콜로라도에서 개최된 컨퍼런스에서 프랭크 켄달 미국 공군장관은 미국이 1000여 대의 강력한 드론 전투기 세력을 구축할 예정임을 밝혔다. 중국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도 지난 11월 주하이 에어쇼에서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갖추고 유인전투기와 합동 작전을 수행하며 추가적인 정보습득능력과 화력을 제공하는 제트 전투기형 드론인 FH-97A를 공개했다. 그리고 중국과 미국, 일본은 모두 호주의 고스트샤크와 유사한 대형 무인잠수정을 건조중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자율 무기의 압도적인 장점 가운데 하나는 지휘관이 인간 승무원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적극적으로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성능도 향상된다.


일례로, 로봇 제트전투기는 조종사가 기절할 만큼 중력가속도가 높은 급선회와 같이 인체가 감당하지 못하는 급기동을 해낼 수 있다. 그리고 인간 조종사에게 가압 조종석, 산소공급장치, 사출좌석 등을 제거할 수 있으며, 피로를 느끼지도 않아 전원이나 연료가 공급되는 한 계속 임무를 수행한다.


대부분의 로봇은 유인 병기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첨단 유인 전투기는 수천만달러에 달하지만 무인기는 수백만 달러 선이다) 경제적 손실이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지휘관들은 보다 많은 위험과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 서구권의 군사전문가들은 정찰 임무에 로봇 정찰 차량을 투입한다면 나중에 격파당하더라도 적의 면전까지 접근해 방어시설이나 장애물을 초고화질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가 앞서고 있나?

현재로서는 AI기반의 무기체계를 선점하기 위한 전쟁에서 누가 승기를 잡았는지 단정짓기 어렵다.


중국은 거대하고 정교한 제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대량생산에 유리하다. 반대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시장지배적인 테크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거점이다. 그리고 양측이 진행중인 프로젝트들은 철저하게 감춰져 있다.


중국정부는AI 지출을 포함해 국방분야의 지출증가에 대한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분야에 대한 AI 연구내역 공개자료들을 보면 2010년부터 10년간 AI와 머신러닝에 대한 지출이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산업, 기술분야에 대한 공개 소스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네덜란드 소재의 민간연구업체인 데이테나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2011년 중국 대학과 기밀로 분류되지 않은 AI 연구에 약 310만달러를, 머신러닝 분야에 850만달러를 지출했다. 그리고 2019년까지 AI에 대한 지출은 8600만달러, 머신러닝에 대한 지출은 5500만달러 가량으로 증가했다.


전임 CIA 분석가이자 현 데이테나 전무이사인 마르틴 래서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 AI를 군사분야에 적용하는 데 있어 어떤 실적을 거두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중국 인민해방군과 산하 연구기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7월 1일, 베이징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중국 AI전문가의 사례는 중국의 야망을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38세의 펑양허馮洋河 대령이 '중요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사망했다고 간략하게 보도했다. 펑은 하버드 대학 통계학과를 졸업한 전문가로, 중국에서 '지안루戰顱'(전쟁 두뇌)로 명명된 AI 체계 개발 팀을 지휘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지안루가 '불완전한 전술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전계획을 작성하고 위험 평가를 수행하며 예비계획을 사전에 제공하는' 기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지안루는 인민해방군의 훈련에 사용되고 있다.


중국을 상대로 하는 기술 경쟁에 대해 우려해 온 바이든 행정부는 AI와 기타 첨단기술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바이든은 군사력 강화에 사용될 수 있는 민감한 기술을 대상으로 중국에 신규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VR 헤드셋의 선구자 팔머 럭키가 설립한 방위산업 스타트업인 안두릴은 주요 첨단기술 방위산업체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코스타메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현재 미국, 영국, 호주에 걸쳐 18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회사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된 창업자 약력에 따르면, 럭키는 '인공지능과 최신 하드웨어 개발을 융합하여 미국과 그 동맹국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안두릴을 설립했다고 한다. 다만 안두릴은 럭키가 이 취재를 위해 인터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안두릴이 진행하는 사업의 핵심은 센서 퓨전, 컴퓨터 비전, 엣지 컴퓨팅, AI 기술 등을 결합한 레티스 운영체제OS다. 레티스 운영체제는 무인기, 드론대응체계, 고스트샤크 잠수정 등 안두릴이 공급하는 다양한 하드웨어에 자율 임무 수행능력을 구현하도록 제작되었다.


안두릴은 작년 초 미 특수전사령부SOCOM에 드론 대응 체계를 공급하는 1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역대 최대규모의 상업적 성과를 달성했다. 영국 국방부도 안두릴의 기지방어체계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아르놋은 고스트샤크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피했다. 이 잠수정은 호주 해군, 방위산업 분야의 과학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시드니항의 비밀공장에서 건조될 예정이다. 아르놋은 (기밀규정으로 인해) "이 잠수정이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절대 누설할 수 없다"고 간단히 대답했다.


다만 안두릴의 제품군에 포함된 고스트샤크보다 작은 3톤급 자율잠수정인 Dive-AD를 살펴보면 인공지능 기반의 잠수함이 어떤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안두릴의 웹사이트 공개정보에 의하면 Dive-AD는 수심 6000m까지 잠수할 수 있고, 10일간 자율 운항이 가능하다. 3D 프린트로 제작된 이 잠수함은 소해(기뢰 제거) 임무와 대잠수함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


내압선각이 불필요한 안두릴의 Dive-AD는 군용 유인잠수함보다 훨씬 깊은 수심까지 잠항할 수 있다. 군용 잠수함의 최대잠항심도는 일반적으로 기밀 취급이지만, 로이터 통신의 질문을 받은 해군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잠수함의 잠항심도는 300~900m 사이라고 응답했다. 이렇게 통상적인 잠수함보다 훨씬 더 깊은 심도까지 잠항할 수 있는 능력은 무인잠수정을 보다 탐지하고 공격하기 어렵게 한다.


베테랑 해군 장교들은 고스트샤크 같은 무인잠수정 수십척이 어뢰, 미사일, 기뢰 등으로 무장하고 적국의 해안에 매복하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수로와 요충지에 전개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AI 기반 운영체계에 목표물을 학습시켜 자율 공격을 하도록 사용할 수도 있다.


호주의 공격원자력잠수함 함대는 현대의 무인 잠수함들에 비해 성능면에서 훨씬 더 강력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구현되기까지는 훨씬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프로젝트의 첫 단계에서 미국은 최대 5척의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호주에 공급할 예정이다. 최초의 잠수함은 10년이 지난 뒤에야 취역할 것이다. 그 뒤에는 호주, 영국, 미국의 방위기술 협력을 명시한 AUKUS 협정에 따라 새롭게 설계된 공격원자력 잠수함 8척이 도입된다. 신형 잠수함 8척을 2040년대부터 전력화하는데 3680억 호주 달러(약 31조6000억원)가 투자될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이 잠수함들이 작전능력을 갖출 무렵에는 병사 개인이나 승무원이 탑승하는 무기와 팀을 구성해 활동하는 치명적인 로봇들이 전쟁의 본질을 뒤바꿀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아르놋은 이렇게 말했다. "전쟁에는 지루하고, 더럽고 위험한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기계로 하는 편이 훨씬 낫죠."

인간-기계 연합팀이 전장을 재편한다

일부 기술 전문가들은 현재 방위산업 시장에 진입중인 혁신적인 상용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값비싼 무기를 생산하는 전통적 방위산업에 도전하고 있다고 믿는다.


잠수함이나 정찰 헬리콥터와 같이 유인有人의 대형 무기체계가 항공력의 시대가 오면서 쓸모를 잃어버린 대형 전함戰艦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간과 팀을 구성해 임무를 수행하는 공중, 지상, 수중 로봇들은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준비를 마쳤다.


이와 같은 변화의 증거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장에서는 이미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성 없이도 인간과 기계로 구성된 팀이 전장의 구도를 재편해나가고 있다. 이 전쟁을 연구하는 군사분석가들은 원격으로 조종되는 단순한 드론들이 우크라이나에서 포병과 로켓, 미사일의 공격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미국 국방부 차관보 캐슬린 힉스는 지난 8월 28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군사기술 컨퍼런스의 연설을 통해 전통적인 군사 역량들이 '여전히 필수적' 이라고 말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상용 기술과 군사분야의 전통이 없는 기업들이 개발한 신기술이 '현대의 군사적 공세를 방어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고 지적했다.


미국의 초당적 전문가 싱크탱크인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모두 AI, 위성 화상과 통신, 스마트폭탄과 배회폭탄(공중에 떠돌다 목표물 발견후 공격하는 폭탄)까지, 다양한 요소를 전통적인 무장과 혼합해 나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제 전장은 군인들이 '생존을 위해 땅을 파고들어가거나 지하실에 웅크려야 하는' 깊은 참호와 벙커로 뒤덮인 곳이 되었다.


일부 군사전략가들은 이번 전쟁에서 공격 헬리콥터나 수송 헬리콥터들이 매우 취약해져서 사실상 하늘에서 퇴출되는 단계에 진입했으며, 그 역할을 점점 드론에게 빼앗기고 있음을 지적했다.


분쟁에 대해 정기적 논평을 발표하는 호주의 예비역 육군 소장 믹 라이언도 이런 견해에 동의했다. "무인항공기는 이미 유인 정찰 헬리콥터에게서 많은 임무를 빼앗아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포병 관측수단이 드론으로 대체되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1851년 설립된 영국의 뉴스(통신사) 및 정보제공기업입니다. 2007년 캐나다의 정보서비스 대기업 톰슨 코퍼레이션이 인수하면서 '톰슨로이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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