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시간) 독일 운터뤼스의 방산업체 라인메탈 공장 생산 라인에 레오파르트 2 전차들이 보인다. 이날 공장에서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포탄 공장 착공식이 열렸으며, 올라프 숄츠 총리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이 현장을 방문했다. 2024.2.12 /사진=로이터/뉴스1
2025.07.11 14:45
미국 오하이오에 위치한 JSMC(합동체계제조센터)는 1942년부터 미군의 주력 장갑차량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이 공장 내부에서는 최신형 에이브럼스 전차의 조립 라인이 공장 바닥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은 완전히 새로운 전차를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이 공장은 앨라배마 주에 보관 중인 구형 전차의 차체와 포탑을 분해해 재정비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이어간다. 며칠에 한 번씩 조립 프레임이 몇 미터씩 전진하면, 한 명의 작업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차를 정밀하게 재조립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전차 한 대의 개조에는 약 2년이 소요된다.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6주도 채 되지 않아 이 공장에 에이브럼스 전차를 대거 주문했지만, 주문량은 대부분 아직 인도되지 않았다.
이처럼 고통스럽게 느린 생산 방식은 지리적으로나 개념적으로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교외에 위치한 한 첨단 드론 제조업체의 사무실과는 거리가 멀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이 업체는 몇 달에 한 번씩 새로운 드론 모델을 설계하고, 이를 불과 4주 만에 완성한다. 공장이라기보다는 말쑥한 차고처럼 보이는 소규모 시설에서 생산이 이루어지며, 러시아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다. 이 업체는 매달 JSMC의 두 배에 달하는 장비를 생산한다.
자국의 방위 산업이 지나치게 느리고 규모가 작다는 인식은 서방 정부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고착된 통념에 따르면, 장기적이고 고강도의 전쟁은 언제나 더 큰 생산 능력을 갖춘 국가가 승리해왔다. 미국이 대만을 둘러싸고 중국과 장기전에 돌입하거나, 나토(NATO)가 러시아의 또 다른 유럽 국가 침공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과연 서방은 적국의 무기에 맞설 수 있을까? 이런 우려 속에서 서방의 전략산업을 평소 보존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믿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거대한 미국 공장 JSMC와 민첩한 우크라이나 업체의 사례는 이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쟁은 경제를 변화시킨다. 더 많고 더 정밀한 무기를 시급히 생산해야 하는 상황은 하룻밤 사이에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킨다. 전시의 압박은 국가의 노동력과 자본을 전방위로 재배치하게 만들고, 제조업체들은 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산업 혁신은 결국 전장의 판도를 바꿔놓는다. 2022년 당시 우크라이나 해군은 주력 전투함 한 척뿐이었고, 러시아의 막강한 흑해함대에 맞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처지였다. 우크라이나는 호위함이나 구축함을 건조할 산업 역량은커녕,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자국에서 자체 제작한 해상 드론이 러시아 군함 여러 척을 침몰시키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나머지 함정들은 먼 항구로 피신해 몸을 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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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방위산업은 과거에 비해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여전히 전 세계 무기 수출 총액의 43%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유지하고 있지만(중국은 6% 수준),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전쟁 수행을 뒷받침하던 물자 생산량에는 훨씬 못 미친다. 대신 오늘날의 미국 방위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고가의 군사 장비를 소량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956년 당시 미 공군은 2만 600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2025년에는 그 수가 5000대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개발 중인 6세대 전투기는 드론 편대를 통합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지만, 기체 한 대당 가격은 최대 3억 달러(약 41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미 공군이 이 6세대 전투기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수량은 향후 10년 동안 도입 예정인 5세대 전투기의 20%에 불과하다. 1980년 이후 무기가 점점 더 정교해지면서, 기존 장비의 정비 및 유지에 쓰이는 국방 예산 비중은 두 배로 증가했다.
미국 방산업체들은 자연스럽게 이처럼 고급 무기 조달 방식에 적응해 왔고, 그 과정에서 산업 전반이 통합과 집중의 방향으로 재편되었다. 2000년에는 4만 2000개에 달하던 방산업체 수는 2022년 기준 2만 9000개로 줄어들었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장비나 부품의 유일한 공급처다. 예를 들어,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에 들어가는 로켓 추진체나, 잠수함용 특수 베어링 같은 부품이 그렇다. 이 같은 통합은 결과적으로 노동력의 고령화와 축소로 이어졌고, 한 대형 방산공장 조립라인의 평균 노동자 연령은 59세에 이른다.
이처럼 규모가 축소되고 고도화된 산업은 필연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 이른바 '시스템'(무기 '체계')이라 불리는 고급 무기 대부분은 제작에 1년이 걸리며, 5세대 전투기는 18개월, 장거리 미사일은 2년이 소요된다. 방산테크업체 안두릴(Anduril)의 대표 크리스 브로스는 "이 무기들은 본질적으로 장인(匠人)의 수제품과도 같다"며 "전문 인력과 특수 소재, 정밀 공정을 요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속도
이 같은 구조는 미국의 무기 비축량을 줄일 뿐 아니라, 무기를 신속하게 보충하거나 증산하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현재의 조달 속도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시작되기 전 수준으로 미국의 탄약 비축량을 회복하는 데 7년이 걸릴 전망이다. 대만을 둘러싼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군의 탄약은 빠르게 소진되고, 함정과 항공기는 파괴되며, 전력은 급속히 고갈될 수 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23년 실시한 중국과의 가상 전쟁 시뮬레이션에서는, 미군이 보유한 장거리 미사일을 단 3주 만에 모두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사이버전에 의해 무기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2015년 미 해군사관학교가 천문항법(天文航法)을 교과과정에 다시 포함시킨 것도 GPS 등 위성항법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미국의 무기 생산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55mm 포탄을 월 7만 5000 발까지 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올해 4월 기준 실제 생산량은 월 4만 발에 그쳤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한 달간 사용하는 양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미국 방산업체들은 비상시 생산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그 폭은 제한적이다. JSMC의 경우 최대한 증산해도 월 전차 생산량을 15대에서 30대로 늘리는 것이 한계다. CSIS에 따르면, 앞서 3주 만에 소진된 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보충하는 데는 8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계획 수립자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시나리오는 중국이 핵심 부품이나 소재의 수출을 제한해 미국의 무기 생산을 차단하는 경우다. 미국 방산업체들은 일부 중국산 부품을 다른 국가에서 조달할 수 있지만, 모든 품목이 대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서방 정책 입안자들이 반도체의 자국 내 생산을 장려해 온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공급망 병목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드론 추진에 쓰이는 제트 엔진과 브러시리스(brushless) 모터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으며, 화약의 핵심 성분인 질산셀룰로오스의 주요 공급처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이 물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이미 중국과 러시아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 최대 국방비 지출국이었던 미국은 지난해 국방 예산으로 약 1조 달러를 투입했으며, 이는 중국의 4배에 달한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국방비로 3780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이는 EU 전체 GDP의 1.9%에 해당하는 수치로, 2021년보다 30% 증가한 것이다. 이번 주 NATO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일본도 지난 10년간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거의 두 배로 늘렸다. 전 세계 국방비는 2023년 2조 5000억 달러에서 2024년 2조 7000억 달러로 증가하며, 냉전 종식 이후 최대 연간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러한 막대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무기획득 체계의 문제로 인해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월등한 산업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제조업 생산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미국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서방 각국은 군사비 지출과 더불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산업 보조금에도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전 세계 산업 정책의 20%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보조금 정책이었다고 추산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알루미늄,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수입 관세(소위 232조 관세)를 미국의 방위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정당화한 바 있다.
이처럼 대규모 산업 보조금이 정당화되는 배경에는, 한 국가의 산업 기반이 크고 다양할수록 이를 전시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낮아진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는 과거에는 타당한 논리였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디트로이트에 있는 포드자동차 공장을 B-24 리버레이터(Liberator) 폭격기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했다. 두 기계에 들어가는 부품과 기술이 상당 부분 유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강력한 민간 산업 역량 덕분에 무기를 더 빠르고 저렴하며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평시 산업력과 전시 생산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는 오늘날에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최근 수십 년간 거의 모든 제조 분야의 기술은 더욱 전문화되었기 때문이다. 런던정경대(LSE) 연구진의 추산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7년 사이 선진국 제조업에서 노동력 대비 자본 장비의 비율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한 제조업계 임원은 "몇십 년 전만 해도 공장은 숙련 노동자들이 표준 기계를 다루는 곳이었다"며 "지금은 그 구조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제조업 제품은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자동화 기술과 정밀 기계의 발전은 생산 라인을 개별 제품에 맞춰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대의 제조 장비 중 일부는 다목적 기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우크라이나의 임시 공장들에서는 3D 프린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방산기업 안두릴의 크리스 브로스 대표는 "지금 포드의 자동차 생산라인을 B-21 스텔스 폭격기 조립에 전환할 수 있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라며, "그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미국 방산업체 헤이드리언(Hadrian)은 군사적 수요 부족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위산업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한 직원은 "단순히 생산 품목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순항미사일의 탄두를 개조하는 문제"라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 내에서 구하기 힘든 장비들로 공장을 채워야 한다"고 설명한다.
기존 산업, 심지어 방위산업조차 현대전의 수요에 맞게 전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는 과거 소련의 공업 심장부였고, 지금도 방치된 군수공장이 많지만,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 유산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소규모 무기 산업의 82%가 국영 기업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 점은 국가와 행정적 조율을 간소화해 생산 증대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해 말까지 국영 부문이 군수 생산의 89%를 차지했으며, 기존 공장들이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더욱 빠른 성장은 이듬해 민간 부문에서 나왔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전쟁 1년 차 이후부터 민간 방산업체들이 국영 업체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24년 기준 우크라이나의 빠르게 성장하는 방위산업 중 58%가 민간 부문에 속했다. 국영이든 민간이든, 구소련 시절의 무기 공장을 활용한 경우는 없었다. 전환보다는 아예 새로운 소형 공장을 다수 신설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무기 중 일부는 생산 확대가 비교적 쉬웠다. 포탄 생산량은 2022년 5만 발에서 지난해 240만 발로 늘었고, 장갑차량 생산량도 2024년에 3배 증가했다. 자국산 곡사포는 생산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현재는 월 10문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드론은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다.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는 서방의 첨단 무기와 달리, 드론은 훨씬 저렴하고 생산이 수월하다. 물론 가장 발전된 드론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의 기술과 부품에 의존하지만, 2024년 우크라이나 기업들은 약 220만 대의 드론을 생산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한 전체 드론의 약 95%에 해당한다.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한 전직 장관은 "작고 무인(無人)인 것이라면 우리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무인 장비는 승무원의 안전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단순하고 견고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희소한 인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소형 무기의 구성 요소는 고도 특수 장비 없이도 만들 수 있어 생산과 조달이 용이하다. 일부 부품은 수백 대의 장비가 들어선 지하 공장에서 3D 프린터로 제작되며, 다른 부품들은 비교적 쉽게 수입이 가능하다.
2022년 우크라이나의 무기 산업은 약 10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생산했지만, 지난해에는 350억 달러 규모로 생산 능력이 확대되었다고 헤르만 스메타닌 전략산업부 장관은 밝혔다. 그는 전쟁 전까지 전차 공장을 운영하던 32세 장관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구매할 수 있는 규모보다 200억 달러가 많았으며, 우크라이나 무기의 40%는 여전히 자국산"이라고 말했다.
드론의 시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 드론 생산에 성공하면서, 드론은 전장의 양상을 바꾸는 주역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고문 올렉산드르 카미신은 "우리는 드론을 사용한 첫번째 세계대전으로 이 전쟁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제1차 드론대전 속에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전선을 채우던 참호는 이제 드론 공격에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이유로 사라졌고, 대신 병사들은 2~3명 단위로 여우굴 속으로 분산 배치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더 많은 폭탄을 탑재한 드론은 전차를 선두 돌격용으로 쓰거나 전선 10km 이내에 접근시키는 것조차 위험하게 만들었다. 해상 드론은 러시아 해군의 기동을 거의 마비시켰다.
한 제조업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화를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줄거리에 비유한다. 이 영화에서 한 아이는 장난감과 집안 도구를 조합해 도둑들을 물리치며 가족의 집을 지킨다.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군의 목표는 당장 손에 닿는 장비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다. 많은 드론은 차량으로 운반 가능할 정도로 작게 설계된다. 드론이 입힌 피해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고, 운용자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포병과 군용 차량의 지원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론은 점점 더 치명적인 무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2022년 드론은 양측 사상자(死傷者) 발생의 약 10%에 책임이 있었다. 이후 드론의 역할이 더욱 커졌는데, 영국의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2024년 3월 기준으로 러시아 군사시설에 입힌 피해의 최대 70%, 전체 사상자의 약 50%가 드론에 의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방산업이 자국의 모든 군사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박, 미사일, 중대형 무기와 같은 장비는 단기간에 대량 생산하기 어렵다. 이는 나토 국가들 역시 장기전에서 부족을 우려하는 무기들이다. 중국은 민간 조선업에서 세계 선박의 60%를 생산하며, 미국보다 훨씬 빠르게 군함을 만들어낸다.
서방이 전시에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를 민간 산업 기반을 미리 육성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들고, 그 효과도 불확실하다. 서방 동맹국 중 조선업 규모가 중국 다음으로 큰 한국조차 선박 건조를 위한 인건비가 중국보다 훨씬 높다. 서방 정부들은 이 추가 비용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산업 보조금은 일반적으로 생산자가 자생력을 확보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지원된다. 그러나 전시에 대비해 이중용도로 생산 능력의 여분을 유지하는 것은 그런 방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는 기한 없이 계속 이어지는 재정적 약속이 된다.
게다가 그것이 무의미할 가능성도 있다. 전쟁이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벌어질지는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 무기 제조업체들은 전쟁의 구체적 양상과 적의 기술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적응해야 한다. 어떤 무기가 실제로 필요하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우크라이나가 드론 생산에 능숙해지면서, 러시아가 우위를 가진 전함, 전차, 대형 무기 플랫폼이 부족한 상황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렇다고 산업 역량이 완전히 무용하다는 뜻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쟁 중 가장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산업 자원이 숙련된 노동자임을 확인했다. 석유-가스 기술자를 항공우주 엔지니어로 전환하는 데는 약 2년이 걸린다. 미국은 제조업체 수에서는 중국에 뒤지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엔지니어와 역동적인 민간 혁신 부문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전시의 기술 혁신을 평시 산업이 따라잡을 순 없다. JSMC는 2023년 우크라이나에 에이브럼스 전차 31대를 보냈지만, 이 중 20대는 불과 석 달 만에 러시아군에 의해 파괴되었다. 이후 대부분은 전선에서 철수되었다. 미 당국은 나중에서야 이 전차들이 러시아 포격과 자폭 드론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생산 라인은 여전히 느릿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미국이 이런 전차를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지는 미지수다.
이코노미스트의 6월 26일자 기사는 서방의 재무장이 서방 경제를 왜곡시킬지 모른다는 불안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차분히 '평소 공장 많이 만들어 둔다고 그것이 전시에 무기 생산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득합니다. 과거에는 포드 자동차 공장이 폭격기나 전차 생산에 투입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 기사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 중 하나가 최근의 무기 '체계'는 자본집약적이라기 보다는 지식노동집약적이라는 점입니다. 대규모 공장보다 잘 훈련된 유능한 엔지니어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제조업 공장을 많이 만들 생각을 하지말고 유능한 엔지니어를 평소 확보해 두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전시에 이들이 새로운 전쟁에 맞춰 유연하게 필요한 무기를 생산해낼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전쟁 양태가 어떻게 변해갈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안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서 보조금을 줘가며 그리고 보호무역을 해가며 국내 제조업을 억지로 키우는 것이 과연 경제 뿐만 아니라 안보에도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트럼프에 대한 우회적 비판입니다. 트럼프는 '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제조업 부활을 추진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들어 제조업이 공장 중심이 아니라 고도로 숙련된 엔지니어의 인적자본 중심으로 변모했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의 재산업화 정책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번 기사도 같은 맥락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