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025년 5월 9일 열린 전승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뉴스1
2025.06.13 15:0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흔들리지 않는 우정"이라 치켜세운다. 군사·경제 협력이 정점을 찍었다며 "황금시대"를 외친다. 하지만 모스크바 루비얀카에 위치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본부 복도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오간다. FSB 산하의 비공개 정보부서에서는 중국을 노골적으로 "적"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었던 이 부서는 중국이 러시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 부서 관계자들은 중국이 러시아 정보요원들을 포섭하고 있고, 종종 불만을 품은 러시아 과학자들을 유인해 민감한 군사 기술을 빼내려 시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 정보부서 관계자들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 군사 작전을 면밀히 관찰해 서방 무기와 정보 방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또한 중국 학자들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북극에서는 광산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를 위장한 첩보 활동도 감지된다고 경고해왔다.
이런 경고를 담은 해당 문서는 8쪽 분량의 FSB 내부 계획 문서로, 중국 첩보 활동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필요사항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해당 문서는 날짜가 명시돼 있지 않아 초안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문맥상으로 볼 때, 작성 시점은 2023년 말에서 2024년 초 사이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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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범죄집단 '아레스 리크스'(Ares Leaks)가 이 문서를 입수했으나, 입수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진위 여부를 확정지을 수 없는 상황에서 뉴욕타임스는 동 문서를 6개 서방 정보기관에 공유했고, 이들 기관 모두 문서가 위조문서가 아님을 확인해주었다. 문서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중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드러낸 매우 상세한 내부 자료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새로운 결속은 글로벌 세력균형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양국의 협력 관계는 현재의 지정학에서 가장 중대한 동시에 가장 불투명한 관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년간 서방의 금융 제재를 견뎌냈으며, 이는 러시아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 예측했던 수많은 정치인과 전문가들의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러시아가 제제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상당 부분 중국 덕분이었다.
중국은 러시아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며, 러시아에 필수적인 반도체, 소프트웨어, 군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자, 그 자리는 중국 브랜드들이 빠르게 메웠다. 양국은 영화 제작부터 달 탐사 기지 건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무제한 파트너십'을 내세우며 집요하게 양국 협력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기밀 FSB 문건은 중러 관계에 실제로는 제한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정치 지도부는 모두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지만, 정보 및 안보기관은 매우 경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보기관 전문가로 영국에서 망명 중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뉴욕타임스의 요청으로 해당 문서를 검토한 뒤 이렇게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관련 논평을 거부했고, 중국 외교부 역시 문서에 대한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러시아 내부 문건은 겉으로는 우호적인 두 국가 사이의 "긴장되고 역동적으로 전개되는" 어둠 속 첩보 전쟁을 묘사하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하기 불과 사흘 전, FSB는 '앙탕트-4'(Entente-4)라는 명칭의 새로운 방첩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이 코드명은 표면적으로는 베이징과의 우호를 암시하는 명칭처럼 보이지만, 실제 목적은 중국 스파이들이 러시아의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데 있었다.
이러한 시점 선정은 거의 확실히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러시아는 군사 및 정보 자원을 대부분 중국과의 국경으로부터 6400km 이상 떨어진 우크라이나 전선에 집중시키고 있었고, 이 헛점을 중국이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이후 FSB는 실제로 중국이 그러한 행동에 나서는 것을 포착했다. 중국 정보기관은 모스크바 권력 핵심부와 가까운 러시아 관료, 전문가, 언론인, 기업인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려는 시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FSB는 자국 요원들에게 해당 '위협'을 차단하고 "중요한 전략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중국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는 러시아인들을 직접 만나, 중국이 러시아를 이용해 첨단과학 연구정보를 얻으려 한다는 사실을 경고하라는 명령도 내렸다고 문서는 전하고 있다.
FSB는 중국 메신저 앱 '위챗'(WeChat) 사용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 축적"을 명령했다. 문서에 따르면, 여기에는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해킹하고, FSB 산하 특정 부서가 보유한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해당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 포함되어 있다.
합하면 약 16억 명의 인구와 6000기에 달하는 핵탄두를 보유한 두 권위주의 정권의 장기적인 결속 가능성은 미국 정부에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푸틴 대통령과의 외교적 접촉을 통해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표현한 바 있는 "미국에 맞서는 두 핵 강국의 동맹"을 피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직전, "나는 저들을 분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건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반드시 분리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FSB 문서를 한쪽 관점에서 해석하면,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낼 수 있다는 이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문서는 양국 관계에 존재하는 상호 불신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첩보요원이 귀국하는대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실시하고, 중국 내 러시아 유학생 2만 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인 배우자를 둔 러시아인을 스파이로 포섭하려는 시도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서를 반대로 해석하면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의 밀착이 초래할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이 러시아의 노선을 전환시킬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푸틴은 중국의 포옹 속으로 훨씬 더 깊숙이 들어가도 된다고 믿고 있어요. 위험이 없진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거죠."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뉴욕타임스의 요청으로 문서를 검토한 뒤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체제 내부에는 그러한 접근에 회의적인 인사들도 존재한다는 점도 드러납니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수년간 관계를 공들여 왔고, 40회 넘게 직접 만나는 등 양국 협력을 심화시켜 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더욱 밀접해졌다. 양국은 경제적으로도 상호보완적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에너지 공급국 중 하나이고,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러시아 방첩 요원들에게 매우 민감한 과제를 안겨준다. 문서에 따르면, 이들은 양국 관계에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중국 정보기관이 가하는 위협을 통제하려 애쓰고 있다. 요원들은 공개적으로 "중국 정보기관을 잠재적 적(敵)으로 언급하지 말라"는 경고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서는 FSB 산하 지역 사무소에 배포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 정보기관 내부에서도 가장 강력한 부서 중 하나인 FSB 방첩작전국의 내밀한 세계를 드물게나마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문서는 방첩작전국 소속 제7과가 작성했으며, 이 부서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첩보 활동을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건 전반에는 점점 더 강해지는 중국에 대해 러시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둘러싼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러시아 정보 및 안보기관 전반에 걸쳐 일반적인 정서인지, 혹은 방첩 부서 내부에 국한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실제로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첩보활동은 흔한 일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러시아 근무를 포함해 25년간 작전국 요원으로 활동했던 폴 콜브 하버드대 벨퍼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옛말대로, 우호적인 정보기관이란 건 존재하지 않아요. 러시아 군이나 정보기관 관계자에게 조금만 들어가 봐도, 중국에 대한 깊은 의심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아무리 '무제한 파트너십'이니 유용한 관계니 해도 중국은 잠재적 위협입니다."
중국의 목표는 러시아의 전쟁 기밀과 과학 인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직후, 중국 국방 관련 기업 및 정보기관과 연계된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러시아로 대거 몰려들었다. FSB 문서에 따르면, 이들의 목적은 전쟁을 더 잘 이해하는 데 있었다.
중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자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군사적으로는 1979년 베트남과의 한 달간의 국지전을 끝으로 실전 경험이 없다. 이로 인해 중국 내부에서는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서방 무기와 충돌할 경우, 자국군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중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서방의 지원을 받는 군대와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그 전술을 파악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FSB 문서는 "중국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드론을 활용한 전투 방식, 소프트웨어의 현대화, 새로운 서방 무기에 대응하는 전술"이라며,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실제로 이 전쟁은 전쟁 기술과 전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항공 분야에서 중국은 오랫동안 러시아에 뒤처져 있었으며, FSB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이 분야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은 공기역학, 제어시스템, 공력탄성(Aeroelasticity) 분야의 군 조종사와 연구자들을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으며, 특히 소련 시절 배치됐다가 폐기된 공중부양형 함정 '에크라노플란' 개발에 관여했던 러시아 전문가들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보고서는 "우선적으로 포섭 대상이 되는 인물은 과거 항공기 공장 및 연구소 출신자, 또는 러시아 국방부가 에크라노플란 개발을 중단한 것에 불만을 품고 있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직 종사자들"이라고 밝혔다.
문서에서는 이러한 포섭 시도가 단순히 러시아 전문가를 중국의 민간 프로젝트에 고용하는 데 그치는 것인지, 혹은 스파이로까지 활용하려는 것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FSB 문서는 또 러시아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중국 측 첩보망에 자국 군사작전의 긍정적인 정보만을 의도적으로 흘리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베이징의 대외정책에 변화가 감지될 경우 크렘린(대통령궁)에 보고하라는 지시도 포함돼 있다.
서방 지도자들은 중국이 러시아에 핵심적인 무기 부품을 제공하면서 이를 은폐하려 한다고 비판해 왔다. FSB 문서는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서방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공급망을 모스크바에 제안했으며, 드론 및 기타 첨단 군사 장비 생산에 공동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제안이 실제 이행됐는지는 문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중국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한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FSB 문서는 또 중국이 러시아가 후원하는 용병 집단 '바그너 그룹'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바그너 그룹은 아프리카의 여러 정부를 뒷받침하며 오랫동안 활동해왔고,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도 러시아군과 함께 싸웠다.
문서에는 "중국은 자국 군대 및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에서 활동하는 민간 군사기업에 바그너 전투원들의 전투 경험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
보고서의 문구만으로는, FSB가 중국이 바그너 전투원들을 자국 군대에 편입시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그들의 전투 경험을 학습하려는 것인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모스크바의 또 다른 불안: 중국의 영토적 야심
러시아는 오랫동안 양국이 접하고 있는 4200km 국경선을 따라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경계해 왔다. 특히 중국의 민족주의자들은 19세기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광대한 영토를 병합한 조약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전쟁과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국력이 약화된 지금, 이 문제가 다시 핵심 우려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압박에 맞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FSB 보고서는 중국 학계 일각에서 러시아 영토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고대 중국 민족의 흔적"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중국의 영토 주장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2023년, 중국은 러시아 영토 내 도시와 지역에 대해 과거 중국식 지명을 포함한 공식 지도를 발표하기도 했다.
FSB는 문서에서 중국이 러시아 과학자들과 사료 보관소를 활용해 국경 지역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연구를 시도하는 등 이른바 '실지(失地) 회복' 활동을 밝혀내라고 요원들에게 지시했다.
또한 문서는 "이러한 활동에 연루된 러시아 국민에 대해 사전예방 조치를 실시하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함으로써 러시아의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북극에서도 러시아를 불안하게 하는 중국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는 극동 국경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련 시절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모스크바의 지배를 받았지만, 현재 FSB에 따르면 중국은 이 지역에서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이 전략을 우즈베키스탄에서 먼저 시행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인도주의적 교류를 중심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즈베키스탄과 인근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소련 영향권 회복'을 자신의 유산으로 간주하는 만큼, 러시아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보고서는 또한 중국이 러시아의 북극 지역과 '북방항로'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 항로는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상 통로로, 역사적으로는 얼음으로 인해 항행이 어려웠으나, 기후 변화로 인해 향후 점점 더 활발히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북방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운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다. 따라서 해당 항로가 개발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제품의 수출이 한층 수월해진다.
과거 러시아는 북극 지역에서 중국의 활동을 엄격히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FSB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가 노후한 북극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결국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가스 대기업 노바텍은 북극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의 운영을 위해 과거 미국의 베이커휴즈를 대신해 중국의 지원을 받아낸 바 있다.
FSB는 중국 스파이들이 북극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주장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보기관은 특히 고등교육기관과 광산회사를 활용해 러시아의 북극 개발 관련 정보를 입수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취약성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FSB 문서는 중국의 지원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문서는 모든 민감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반드시 러시아 안보체계 최고위층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6월 7일자 기사를 통해 러시아의 해외 정보기관 FSB의 내부 문서 하나를 폭로했습니다. 내용은 러시아 정부기관이 중국을 '잠재적 위협' '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최고위 지휘부에서는 이렇게 보는 관점을 통제하려 하고 있는데, 현재로선 긴밀한 중러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는 현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인 '역(逆) 키신저 전략' 즉 닉슨과 키신저가 공산국가인 중국과 손잡고 또다른 공산국가 소련에 맞섰던 1970년대 외교전략의 변형된 재판(再版), 즉 이번엔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에 맞서는 외교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러한 외교전략이 완전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어느 사이버범죄집단이 해킹을 통해 8쪽 짜리 비밀문서를 구했는데, 그 내용을 뉴욕타임스가 입수해서 읽어보니 러시아 정보기관, 특히 '방첩' 부서는 중국의 러시아 침투 및 다양한 첩보활동을 경고합니다. 사실 우호적인 국가들끼리도 이런 첩보전은 항상 있습니다. 하지만, 특히 러시아측이 두려워하는 것은 러시아가 자신의 세력권으로 생각하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침투, 그리고 하바로프스크-블라디보스톡의 극동 연해주에 대한 침투입니다. 연해주는 중국으로서는 구 러시아제국의 팽창으로 '잃어버린 땅'입니다. 게다가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이후 이주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연해주 거주 러시아인들이 모스크바쪽으로 대거 이주해 나갔습니다. 연해주는 비어가고 있고, 인접한 중국의 동북 3성엔 인구가 수억 명이 있고, 경제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로선 중국이 학자들을 동원해 연해주가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땅이었다고 학술적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고 현지의 러시아인들을 포섭해나가는 것도 우려스럽습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군사적 경쟁만을 보는 경향이 강한데,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정보기관들의 치열한 전쟁이 매일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만 아니라 한반도에서도 이러한 정보전쟁은 현재 진행중입니다. 이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면서 중러의 정보전쟁과 함께 한국에서는 어떤 나라들이 어떤 정보전쟁을 벌이고 있을지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고스란히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어디서나 국가와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