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도=AP/뉴시스]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사진에 24일(현지 시간) 이란 포르도 농축 시설이 미군의 지난 23일 공습으로 파괴돼 있다. 2025.06.25.
2025.06.27 14:27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성동격서(聲東擊西)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쳤습니다. B-2 스텔스 폭격기를 공개적으로 하와이로 띄워놓고는 다른 B-2 스텔스 폭격기 6대를 이란의 포르도 등 세 군대로 보내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로 지하 핵시설을 공격하도록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우라늄 농축시설 등 이란의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었다"(obliterated)고 발표했지만, IAEA에서는 해당 지역에서 방사능 수치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부 핵전문가들은 지하 핵시설이 파괴되었다고 꼭 방사능 수치가 오르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만, 트럼프와 미 행정부가 일단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간주하고 싶어하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트럼프는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전제로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휴전'을 중재했고, 이란과 이스라엘 정부는 각각 '전쟁 승리'를 자축하고 있습니다. 공공연히 이런 '자축'을 한다는 것은 전쟁을 더 이상 할 의사가 없다는 생각을 보이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다음 주에 미-이란 핵협상이 재개된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가 이란에 2주간 생각을 시간을 주는 듯 하다가 갑자기 핵시설 폭격을 지시한 것은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미-이란 핵협상의 쟁점은 우라늄 농축시설의 목적입니다. 이란은 평화적 이용을 위해 우라늄 농축시설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농업이나 의료 등 여러 용도로 저농축 우라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천연 우라늄 광석에서 우라늄만을 정제해내는 것을 우라늄 '농축'이라고 하는데, 순도가 90% 이상이 되면 핵무기급 우라늄이 됩니다. 문제는 이란이 자신의 주장과 달리 상당히 순도가 높은 고농축 우라늄을 정제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3년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무기급 농축 레벨(90%)에 가까운 순도 83.7%의 입자가 이란의 포르도에서 발견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핵무기 확보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것입니다. 원자탄은 우라늄으로 만드는 우라늄탄과 플루토늄으로 만드는 플루토늄탄의 2종류가 있는데,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일정 질량(이른바 임계 질량)만큼 모으면 플루토늄탄과 달리 쉽게 폭발시킬 수 있습니다. 별도의 핵실험이 필요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유지하겠다고 하고 미국은 그 의도를 의심하고 있어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해왔던 것입니다.
트럼프의 해결책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즉, 미-이란이 합의를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우라늄 농축시설이라면, 아예 이 시설을 없애버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물론, 이 시설이 실제로 '완전 파괴되었는지'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습으로 '완전히'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는 파괴되었을 것이고, 또한 우라늄 농축시설의 흔적이 보이기만 하더라도 미국은 언제든 B-2 스텔스 폭격기와 초대형 벙커버스터를 동원해 '외과수술적' 폭격을 감행할 것임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란 지도부는 이란의 핵개발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중동지역 군사강국 이스라엘의 정보력과 공군력을 봤습니다. 이란으로서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일단 시간을 벌든지 아니면 '핵무기 없는 이란'을 전제로 국가의 미래를 재구상해야 할 것입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나토(NATO) 정상회의도 트럼프의 '원맨쇼'가 이어졌습니다. 정상들은 "공습 덕분에 세상이 더욱 안전해졌다"는 등 트럼프의 이란 공습에 대해 아부에 가까운 찬사를 늘어놨습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요구를 받아들여 'GDP 5%'를 국방비로 쓰겠다고 합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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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토 정상회의와 관련해 주목할 점은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과 일본의 이시바 총리의 협력 모습입니다. 트럼프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불참하기로 했는데, 불참 발표 직후에 트럼프가 참석을 발표했고, 더욱이 한국, 일본, 뉴질랜드 등 태평양국가들을 모아 다자회의를 갖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도 불참을 발표했습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시바 총리의 불참 결정은 이 대통령의 불참을 고려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어쩌면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협력이 강화될 여지가 클 것 같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의 아시아 섹션의 '반얀' 칼럼에서 한일간의 협력 가능성을 다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비교적 미국으로부터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이시바는 미국과의 동맹을 매우 중시합니다만, 일본 정계에서 일본의 외교적 자율성을 좀 더 중시하는 흐름에 있는 인사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통상 압력 등에 맞서 한일 양국이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게다가 현재 한일 양국의 젊은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상대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한일 양국 국민은 서로를 가까운 친구로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발 통상 압력, 국방비 증액 압력 등을 양국이 공동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 재무부가 멕시코의 3개 금융기관에 대해 제재를 결정했습니다. 이들 금융기관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자금세탁을 도왔다는 혐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혐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증거는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혐의의 증거를 제시해야 납득할 수 있겠다며, 내용을 알아야 멕시코 정부로서도 반론을 제시하거나 납득하거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멕시코의 주요 정치인들도 마약 카르텔과의 관련성으로 제재를 가하고 비자 발급을 취소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시장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우간다 출신의 인도계 무슬림이자 자칭 '민주사회주의자'인 조란 맘다니 후보가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를 꺾어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 '사회주의자' 시장이 등장할 가능성이 보이자 월스트리트가 발끈하고 있습니다. 뉴욕 금융권은 '맘다니만 아니면 된다'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해 이번 예비경선에서 패배한 쿠오모가 11월 본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지난 선거후 민주당을 탈당한 에릭 애덤스 현 뉴욕시장도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입니다. '사회주의자'인 맘다니 후보는 최저시급 30달러로 인상, 무료 공영 버스, 공공주택 임대료 동결 등을 공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맘다니의 예비경선 승리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 SNS에 "100% 공산주의자인 미치광이 조란 맘다니가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승리해 뉴욕시장이 되려 한다. 이건 좀 너무하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