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4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협정식에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5.08.01 15:51
매년 8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자가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월 말 베이징을 떠나 수도에서 동쪽으로 약 세 시간 떨어진 해변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곳에서 고위 당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여름 휴식을 보낼 예정이다. 마오쩌둥 시절부터 공산당 고위 인사들은 매년 이 휴양지의 별장들에 모이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게 되면 시진핑 주석의 권력 장악력에 대한 외부의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올해 여름의 이 '콘클라베'는 시 주석이 당 최고위층을 재편하는 데 거둔 놀라운 성과를 반영한다. 구세대 인사들은 이미 사망했거나, 노쇠했거나, 주변부로 밀려났고, 현재는 충성파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 주석은 사실상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상태로,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최대 규모 군대를 이끄는 데 있어 별다른 도전을 받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그를 만나는 것은 필수 과업이다. 그는 최근 인도와 러시아 외교장관, 유럽연합(EU) 고위 인사들을 접견했고, 호주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미국 또한 올해 안에 시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성사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거듭 밝혔다.
중국의 최고위 정치 세계는 여전히 철저한 블랙박스다. 만일 지도자가 곤경에 처한다 해도, 밖에서는 가장 나중에야 이를 알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분석가들은 시진핑 주석의 통치 방식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고 조심스레 말하고 있다. 당초 관료체계를 장악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들을 강화했던 시 주석이 이제는 그 기조를 다소 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직접 주재하는 몇몇 위원회들은 최근 회의 개최 빈도가 줄어들었다. 일부 위원회에서는 측근들에게 자신의 정책을 집행하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또 시 주석의 공개석상 등장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결코 시 주석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흐름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실제로 통치 스타일에 변화가 일고 있다면, 이는 2012년 집권 이래 권력을 무자비하게 집중시켜온 시진핑 주석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변화로 평가될 수 있다.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는 만큼 감찰 대상이 된 관리의 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한편, 최근 군 내부에서 진행된 숙청은 특히 눈에 띈다. 인민해방군을 지휘하는 공산당 기구이자 시 주석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5인 구성의 중앙군사위원회 장군들 가운데 다수가 현재 감찰 대상이 되었거나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허웨이둥何衛東이 지목된다. 그가 낙마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1967년 이후 중국 군부 내 최고위급 인사의 실각 사례가 될 것이다. 허웨이둥은 지난 3월 초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새로운 PADO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카톡으로 알려드립니다 (무료)]
충성파로 구성된 당을 이끄는 것은 몇몇 문제를 해결해주지만, 시진핑 주석은 동시에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음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충성심만으로 발탁된 인사들은 경험이 부족하거나, 나쁜 소식을 보고하는 데 주저하거나, 뇌물 받을 기회를 엿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30일 열린 24인 구성의 정치국 회의에서 "자기혁명의 끈을 더욱 팽팽히 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권 초기, 시 주석은 국가 관료 체계나 기존 기득권을 우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각종 당내 위원회를 통해 권력을 행사해왔다. 이러한 위원회는 강력한 제도적 도구로서, 자신이 임명하지 않은 인사들―이를테면 리커창 전 총리―을 주변화시키는 데에도 활용됐다. 시 주석은 지금까지 거의 10개에 이르는 위원회를 신설하여, 다양한 행정 영역을 직접 감독하고 국내 정책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당 위원회 회의에 직접 참석하기보다는 서면 지시를 보내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의 닐 토머스는 전했다.
회의의 횟수 또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위원회인 경제개혁위원회는 시 주석이 집권한 첫 5년 동안 총 38차례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지금까지는 단 6차례에 그쳤고, 2024년 8월 이후로는 단 한 차례도 공개적으로 열렸다는 발표가 없었다. 발표되는 공보문의 길이도 짧아지고 있는데, 이는 위원회가 내리는 결정 자체가 줄었음을 시사한다. 홍콩에 본사를 둔 리서치 회사 가브칼 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더도 시진핑 주석이 주재하는 다른 위원회들 역시 유사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정치국은 당 위원회의 책임 범위를 처음으로 명확히 하는 새로운 규정을 제정했다. (해당 규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여전히 대부분의 위원회 위원장을 시 주석이 맡고 있는 가운데, 해당 규정은 "선을 넘지 않도록 조율하고, 직무 범위 안에서 집행하라"고 명시했다. 글래스고대학교의 홀리 스네이프는 이 새로운 규정이 시 주석의 '규칙에 의한 통치' 전략의 일환이며, 이는 자신이 자리에 없더라도 자신의 정책 기조가 관철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모든 변화는 국가를 무엇보다도 당에 복종시키고, 그 당의 정점에 시진핑이 군림하는 구조, 즉 권력이 한 곳에 집중하는 구조를 강화하려는 흐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위임의 확대
시진핑 주석의 통치 방식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변화는 '위임'과 관련돼 있다. 그는 일부 중대한 위원회의 운영을 부하들에게 맡기기 시작했다. 미국 UC샌디에이고의 빅터 쉬는, 위원회의 권한을 제한함으로써 시 주석이 이들에게 통제권을 이양하기가 보다 수월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사실상의 비서실장 격인 차이치蔡奇, 국무원 총리인 리창李强, 부총리인 딩쉐샹丁薛祥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들 세 명은 2023년 초 각각 하나의 당 위원회를 맡아 운영하게 됐다. 이들은 모두 정치국 상무위원회 7인 체제의 최상층부에 속하며, 시 주석은 2022년 이들을 관례를 깨고 동시에 승진시켰다. 이들은 시 주석과는 깊은 인연을 갖고 있지만, 서로 간의 연결고리는 약한 것으로 보인다.
차이치는 관측통들 사이에서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널리 평가받는다. 그는 당 지도부의 일정, 의사소통, 경호를 통제하며, 동시에 당 중앙의 방대한 행정 체계의 일상 운영까지 책임지는 드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 주석이 점차 직무를 내려놓는 흐름 속에서 가장 많은 실익을 거둔 인물은 종종 간과되던 리창 총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창 총리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시진핑 주석이 아직 지방 성장을 거듭하던 시절의 성장省長이었을 때 그의 비서실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이후 리 총리는 전임 총리로부터 박탈됐던 일부 권한,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한 발언권을 다시 얻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시 주석의 신임을 받는 인물로도 보인다. 금년 7월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대신해 참석했는데, 이는 시 주석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브릭스 정상회의에 불참한 사례였다.
또한 리 총리는 국가 관료 체계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그는 관료들을 임의로 소집할 수 있으며, 자신이 정한 주제에 따라 학습 세션을 열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이러한 권한은 현재 시진핑 주석과 리창 총리만이 가지고 있다.
리 총리는 4월에 발생한 이례적인 인사이동의 수혜를 입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정치국 위원 두 명이 별다른 설명 없이 직위를 맞바꾸는 일이 있었는데, 그 결과 리 총리의 과거 동료 중 한 명이 당 인사 문제를 총괄하게 됐다. 이 직책은 2027년에 열릴 예정인 차기 당 대회(5년에 한번 열린다)를 앞두고 차기 지도부 인선을 조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2027년의 당 대회에서는 차기 정부 구성이라는 중대한 결정이 이뤄진다.
충성파에게 업무를 위임하면서도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는―즉,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를 만들지 않는―방식은 장기 집권을 준비하는 지도자의 전형적인 신호로 읽힌다. 시진핑 주석은 현재 72세이며(참고로 그의 모친 치신은 98세다), 그가 2027년 제3기 5년 임기가 종료될 때 물러날 조짐은 전혀 없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역시 만년에는 권한을 분산시켜 측근들 간 상호견제가 작동하도록 했고, 그 자신은 막후에서 이념을 논하는 '신탁神託'과 같은 존엄으로 군림했다. 시 주석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이와 유사한 구조를 구축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그가 자리에 있든 없든 궁극적인 권력은 자신에게 있는 시스템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
시진핑 실각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만 자유시보나 미국의 전직 관리가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반중 우익 유튜버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6, 7월에 맹위를 떨쳤던 '일본 대재앙' 설만큼이나 인기 있던 콘텐츠였습니다. 일부 주류 언론사까지 동참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7월 21일자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시진핑의 '통치 스타일' 변화를 지적하며 그가 공식석상에 덜 나타나고 있지만 그의 권력은 건재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실각설은 시진핑이 직접 발탁한 고위 장성들이 실각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는데, 이것도 2인자가 등장하는 것을 막고 부하들을 서로 견제시키는 시진핑의 통치 스타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튜브 등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신뢰할 수 있는 품격높은 언론매체를 골라 읽고 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짜 뉴스 1만개를 아는 것보다 정확한 정보 1개를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