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를 향한 글로벌 경쟁

2026년 4월 8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2026 전기차 및 충전 엑스포'에서 기술진들이 전기차의 배터리 구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지금도 전기차는 여러 가지 매력을 갖고 있지만 내연기관차 대비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려면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있습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내연기관차 대비) 낮은 에너지 밀도(덩치와 무게에 비해 항속거리가 짧음)와 느린 충전 속도입니다. 화재 위험도 만만치 않죠.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대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도 이 신기술 개발에 회사의 앞날이 걸려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5월 20일자 기사는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인 측면과 업계 동향을 일목요연하게 전합니다.

정상에 너무 오래 머문 챔피언이 그러하듯 리튬이온 배터리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스마트폰부터 전기차, 드론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동안 모든 기기에서 선호되는 배터리로 자리 잡으면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설계는 에너지 밀도와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없이 수정되었다. 하지만 과학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성능 향상이 이론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뛰어난 모델이라도 추운 날씨에는 쉽게 방전되거나 용량이 빠르게 감소하며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경우 자연발화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와 동시에 배터리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026년에 판매되는 자동차의 30%는 전력을 리튬이온 배터리에 의존하는 전기차(EV)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의 가정과 기업들은 기록적인 수의 대용량 배터리를 설치했다. 컨설팅 기업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2030년 말까지 배터리 설치량은 거의 40% 증가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맞설 훌륭한 대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료과학의 발전 덕분에 마침내 몇몇 대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기존 소재를 수정하고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그 어떤 제품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이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설계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던 왕좌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가장 기대되는 대안 중 하나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가 충전될 때는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고 방전될 때는 다시 양극으로 돌아온다. 이온이 왕복하는 매개체를 전해질이라고 부르며 일반적으로 배터리의 모든 구성요소에 스며든 가연성 유기 용매를 사용한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음극, 양극, 전해질이 함께 널빤지 형태로 압축되어 있다. 이는 동일한 공간에 더 많은 전도성 물질을 채워 넣을 수 있음을 의미하며, 액체 전해질의 에너지 밀도가 약 300Wh/kg인 것에 비해 전고체 배터리는 최대 500Wh/kg의 에너지 밀도를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가능성이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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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는 수십 년 동안 연구되어 왔지만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의료용 임플란트와 같은 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크기만 만들 수 있었다. 전고체 배터리의 크기를 키우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취성brittleness이다. 배터리가 충전되고 방전될 때 이온은 전극 물질에 반복적으로 박힌다. 이로 인해 배터리가 팽창하고 수축하며 구성요소 사이에 빈 공간이 생겨 균열과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현상은 이온의 이동 속도를 늦추고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킨다.


지난 1월, 중국과학원(CAS) 산하 선전선진기술연구원(SIAT)의 연구진은 취성 문제를 극복하는 데 큰 진전을 이뤘다. 연구진은 1~100nm 두께의 세라믹 층과 비슷한 두께의 폴리머 시트를 번갈아 쌓아 올려 고성능 전해질 소재를 만들었다. 그 다음 이렇게 쌓아 올린 층을 전극 표면에 수직으로, 마치 케이크를 옆으로 눕혀 놓은 것처럼 배치했다. 세라믹 자체는 좋은 전도체지만 쉽게 금이 가는 성질이 있다. 반면 폴리머는 유연하지만 전도율이 낮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함으로써 기존 최고 수준의 고체 전해질만큼 이온이 원활하게 흐르면서도,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은 훨씬 낮아졌다.


극복해야 할 또 다른 장애물들도 있다. 배터리가 충전되고 방전됨에 따라 전극 표면에는 덴드라이트dendrite라고 불리는 뻣뻣한 선 모양의 결정이 자라나서 균열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합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양극에서 나온 잉여 리튬이온이 음극에 흡수되지 않고 표면에 축적될 때 이러한 결정이 형성된다고 여겨왔다. 균열을 견딜 수 있는 더 강력한 전극 소재가 명백한 해결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 3월 발표된 논문에서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이끄는 팀은 이러한 이해가 잘못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화학 반응으로 인해 전극의 특성이 변하고 전극이 약해질 때 덴드라이트가 자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는 과학자들이 단순히 물리적 강도만이 아니라 화학적 안정성이 더 뛰어난 전극을 찾아야 함을 시사한다.


재료과학은 전고체 배터리의 충전 및 방전 속도 또한 높일 수 있다. 기존 폴리머 전해질에서 이온은 주변 폴리머 사슬이 허용하는 속도로만 이동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테네시주 소재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의 연구진은 이 두 가지 움직임을 분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원래 전도율이 낮은 폴리머 사슬에 쌍극성 이온zwitterions이라는 화합물을 첨가하여 이를 달성했다. 쌍극성 이온은 중성 분자이지만 이온의 이동을 촉진할 수 있는 전하를 띤 영역을 가지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구성을 통해 이온이 전해질을 통과하는 속도가 최대 100억 배까지 빨라질 수 있다. 향후 진행될 테스트를 통해 이 기술이 실제 배터리 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원소로 도전

고체 전해질의 주목할 만한 장점 중 하나는 리튬 이외의 물질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이다. 양극의 리튬을 나트륨으로 대체한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특히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나트륨은 리튬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지각에 1000배나 더 풍부하게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나트륨 원자는 리튬 원자보다 크고 무거워서 기존의 흑연 음극에 결합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그 결과 에너지를 더 적게 저장하면서도 무게는 더 무거운 배터리가 나온다. 스펀지 같은 구조로 나트륨이온을 흡수할 수 있어 흑연보다 성능이 뛰어난 하드카본hard carbon과 같은 더 나은 전극을 사용하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지만 아직 적합한 액체 전해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작업이 더 쉬워질 것이다. 일례로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덴드라이트 생성 위험이 줄어들어 반응성이 매우 높은 나트륨 금속으로 음극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킬로그램당 현재 가능한 수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게 된다. 하드카본 음극을 사용하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약 175Wh/kg인 반면, 나트륨 금속 음극을 사용하면 500Wh/kg에 가까운 밀도를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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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용량을 더욱 높이기 위해 연구자들은 음극을 완전히 제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나트륨을 더 많이 채울 수 있는 두꺼운 양극을 위한 공간이 생겨 결과적으로 배터리가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늘어난다. 음극을 제거한다고 해서 배터리 작동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충전하는 동안 나트륨이온은 양극에서 집전체current collector라고 알려진 다른 배터리 구성요소로 이동하며, 방전이 일어날 때까지 그곳에 축적된다. 사실상 배터리가 작동하면서 음극이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다.


"이토록 빠른 발전 속도는 최고의 전고체 설계를 만들기 위한 전 세계적인 경쟁의 산물이죠." 시카고대학교의 재료과학자 셜리 멍Shirley Meng은 말한다. 이 경쟁은 배터리 제조 방식에도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는 전극을 용매 통에 담근 후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이를 건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조된 전고체 배터리는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생겨 오작동의 위험을 높인다. 더 두꺼운 전극은 불균일하게 건조되기 때문에 제작하기가 더 까다롭다.


따라서 건조한 분말을 함께 압착하여 전고체 배터리를 만드는 이른바 건식 전극 제조dry electrode manufacturing 공정이 점점 더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이 방식은 에너지 사용량을 약 절반으로, 제조 비용을 약 5분의1로 줄이는 동시에 배터리의 전반적인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및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와 한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이 기술을 가장 먼저 완성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과장광고와 현실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의 발전은 이러한 야심 찬 약속들이 실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의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의 CATL는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올해 중반까지 최초의 나트륨이온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은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고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 토요타도 비슷한 약속을 했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는 이번 달 배터리 제조 부서를 출범시켰으며 내년까지 데이터 센터와 산업용 기업을 위한 대규모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배터리 제조 업계에 있어 지금은 짜릿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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