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떻게 세계 희토류 산업을 장악했나

2025.10.31 13:22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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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점 만점에 12점'이라며 자화자찬했지만 사실 그간의 진행을 보면 미국이 입장을 구긴 셈입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예전 같은 성장률을 구가하지 못하는 중국 경제에 조금만 압박을 가하면 흔들릴 것이라 자신하고 거침없이 관세 공격을 지시했지만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흔들자 계속 최후통첩을 유예하다가 결국 '휴전'을 선언했으니까요.

중국은 어떻게 세계 희토류 산업을 장악하게 되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의 10월 19일자 기사는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무기로 미국을 공격한 중국'의 자매기사라 할 수 있는데 이번에 무기로 사용해 효과를 본 '희토류 공급망 독점'을 과연 중국이 어떻게 달성하게 되었는지를 파헤치는 기사입니다. 중국은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해 국가가 경제를 일사불란하게 지도해나갑니다. 미국 정부가 축구 경기의 심판이라면 중국 정부는 감독입니다. 감독인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오랫동안 '희토류' 독점화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 이 기사의 요지입니다.

중국의 희토류 장악력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립니다만 2030년경이 되면 중국의 장악력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한번 큰 코를 다친 미국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열흘 전 호주 앨버니지 총리와 희토류 공동 생산 협정을 맺었습니다. 중국은 과거에 성공했던 전술인 가격 덤핑 등으로 맞설 것입니다. 앞으로 계속 주시해야 할 부분입니다.

중국이 10월 희토류 수출 제한을 강화해 백악관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은, 세계 경제에 필수적인 희토류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력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1990년대부터 중국은 자동차, 풍력 터빈, 전투기 및 기타 제품에 필요한 자석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에 대한 지배력을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해 왔다.

중국 정부는 자국 주요 기업들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해외 희토류 자산 매입을 독려했으며, 외국 기업이 중국 내 희토류 광산을 매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결국 중국은 수백 개에 달했던 국내 관련 기업을 몇몇 거대 기업으로 통합하여 가격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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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국이 자국 내 희토류 산업의 부활을 꾀하려 했을 때, 중국은 시장에 공급 물량을 쏟아부어 서방 생산업체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중국의 생산량 급증으로 인한 저가 공세로 서방 희토류 기업들의 가치가 폭락하자, 이들 기업은 사업 확장을 늦추고 일부는 광산을 중국 업체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전 세계 정제 희토류 공급량의 약 90%를 생산하는 중국의 이러한 체계적인 산업 장악 방식은, 미국이 우왕좌왕하는 정책결정으로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목표를, 국가가 경제를 통제하는 중국은 보다 수월하게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또한 자국 희토류 산업을 부활시키려는 미국의 새로운 노력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정부는 주요 미국 생산업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그 생산품을 구매하기로 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중국은 희토류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10월 초 중국은 자국산 희토류를 사용해 해외에서 자석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수출 전에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맞서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율을 위협했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지속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치 상황은 지난 4월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대한 희토류 공급을 중단하여 미국 자동차 공장들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해야 했던 사태를 연상시켰다. 이후 중국 정부는 미국과 합의를 맺은 뒤 자석 수출을 점진적으로 완화했지만 공급은 계속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중국 관리들은 자국의 희토류 제한 조치가 광물의 오용을 막기 위한 합법적인 조치라고 방어해 왔다. 허융첸 중국 상무부 대변인에 따르면 이들은 또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거론하며 미국이 자국의 경제를 불공정하게 방해하기 위해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기전

불과 1991년까지만 해도 미국은 '마운틴패스'라는 캘리포니아의 대형 광산 덕분에 세계 최고의 희토류 공급국이었다. 그러나 중국 역시 풍부한 희토류를 보유하고 있었고 그들의 장기 전략은 분명해지고 있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관영매체에 따르면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은 이렇게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우라늄 거래상이었던 미국인 미첼 프레스닉은 1990년대 초 중국의 한 대형 국영 무역회사에 중국 희토류 투자를 위한 협력을 제안했던 것을 회상한다. 프레스닉은 그런 합의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1991년 중국은 희토류를 '전략적' 자원으로 규정하고, 외국 광산회사가 현지 회사와 협력하여 특정 중국 광산을 채굴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중국 정부는 심지어 외국인들이 특별허가 없이 해당 광산 현장을 방문하는 것조차 막았다. 중국 정부는 수출세 환급을 이용해 국내 기업들의 생산규모 확대를 장려했다.

프레스닉은 중국의 국영 광업 및 무역 대기업인 '민메탈스Minmetals'의 관계자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중국의 인상적인 중희토류 매장량과 그것이 거대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에 대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행동하는 것보다 희토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이후 중국에서 '슈퍼 8' 호텔 브랜드를 론칭한 프레스닉은 말했다. "이 사안에 정말로 큰 중요성을 두는 것 같았죠."

중국은 또한 산업을 주도하려면 희토류 가치사슬의 상위 단계로 이동해야 함을 인식했다. 중국 정부에겐 단순한 채굴을 넘어 광석을 가공하여 자석으로 만드는 능력이 필요했는데 이는 해외에서만 찾을 수 있는 전문지식이었다.

미국 자산 매입

1995년 중국 정부에 연관된 기업들이 '마그네퀜치Magnequench'라 불리는 제너럴모터스(GM)의 희토류 소재 및 자석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몇 년간, 인수 측은 미국 내 모든 희토류 공장을 폐쇄하고 장비를 중국으로 실어 보냈다. 최고의 미국 엔지니어들은 중국으로 건너가 그곳에 새로운 공장을 세울 기회를 제안받았다.

"동료 중 일부는 '절대 중국이 우리 기술을 배우도록 돕지 않겠다'며 결사반대했어요." 결국 중국행에 동의한 한 자석 전문가는 말했다.

"도착했을 때, 제가 보고 있는 것을 믿을 수 없었죠. 새로 건설되는 공장의 수와 그 속도가 정말 경이로웠어요."

'마그네퀜치'의 전직 엔지니어인 미첼 스펜서는 인디애나에 있는 본 공장의 자매 시설이 될 예정이었던 중국 톈진시에 공장을 세우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스펜서는 톈진 공장의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혼란스러웠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인디애나 공장이 폐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미국 희토류 산업은 거의 전멸 상태가 되었다. 미국의 주요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패스'가 문을 닫았고, 희토류를 가공해 자석으로 만들던 거의 모든 미국 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약 97%를 생산하며 사실상의 세계 독점권을 쥐게 되었다.

피닉스 프로젝트

2005년경부터 중국 정부는 희토류에 수출세를 부과하여 서방 자석 제조업체들의 제품 생산 비용을 높이는 등 압박을 강화했다. 중국 외 지역에는 희토류 광산이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되자,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모터 부품 제조업체와 기타 기업들은 더 저렴한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서방에서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서방의 희토류 생산이 극히 제한되자, '몰리코프Molycorp'라는 미국 회사가 '마운틴패스' 광산을 부활시키고 자체적으로 자석을 생산하려 시도했다. 회사는 이 계획을 '피닉스 프로젝트'라고 불렀지만 실패할 운명이었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는 유럽연합(EU), 일본과 함께 중국이 수출 쿼터를 부적절하게 사용하여 해외 희토류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했다. 중국은 이러한 제한 조치가 희토류 채굴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4년 WTO는 중국의 수출 쿼터가 불공정하다고 결론 내리며 중국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중국이 쿼터를 폐지하자 미국으로의 판매가 급증했다.

미국 내 희토류 가격이 폭락하면서 '몰리코프'는 파산했다. 10여 년 만에 두 번째로 중국의 저가 공세가 미국의 유일한 희토류 광산을 폐쇄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마운틴패스'는 결국 'MP머티리얼스MP Materials'라는 미국 회사의 손에 넘어갔다. 하지만 이 회사는 광산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중국 파트너의 도움을 구했다. 중국 희토류 생산업체 '성허리소스Shenghe Resources'가 사전투자를 제공하고 MP의 소규모 지분을 받았다. 성허리소스는 MP의 희토류를 중국 내 구매자들에게 유통했고 이들은 이를 이용해 자석을 만들었다.

강경책

2021년경, 특히 코로나19로 중국 공급망이 차질을 빚으며 물가가 급등하자 미국 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을 점차 더 우려했다.

미국 정부는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Lynas'가 텍사스에 건설할 정제소를 포함한 새로운 희토류 공장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중국 정부가 "중국의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려면 국가 생산 쿼터를 완화해야 한다는 공개 경고를 발표했다.

수출 통제를 해제했음에도 중국 희토류 기업들의 생산량을 계속 규제해 온 중국 정부는 2022년 생산량을 25% 늘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는 수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었고 이듬해에도 대규모 증산이 이어졌다. 가격은 폭락했고, 이는 서방 생산업체들의 수익에 타격을 주었으며 일부는 자산을 매각하게 만들었다.

중국 정부는 또한 자국의 희토류 가공 기술이 해외로 이전되는 걸 막는 새로운 조치도 도입했다. 관영매체에 따르면 한 중국 정부 관리는 연설에서 "세계 희토류 자원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며 중국 정부의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당초 2025년 초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 공장을 계획했던 라이너스는 아직 공장을 짓지 못했다. 라이너스 측은 프로젝트 진행 여부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한다.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기를 원했던 제너럴모터스(GM)가 지원하는 희토류 공장을 비롯해 일부 투자는 진행되었다. 그러나 필요한 규모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 7월, 미국 정부는 마운틴패스를 인수하고 가공 및 자석 설비를 구축 중인 미국 대표 생산업체 MP머티리얼스의 지분 15%를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또한 이 회사가 향후 중국산 저가 광물 유입을 견딜 수 있도록 해당 기업의 희토류에 대한 최저 가격을 설정하는 등 새로운 수단도 동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우위는 하룻밤 사이에 뒤집힐 수 없다.

"우리는 20년, 25년 동안 경계를 게을리했어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한 투자 포럼에서 말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았어요. 모두가 방심하고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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