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열어젖힌 '희토류 외교'의 새 시대

핵심광물(희토류와 기타 희소 금속)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자원 내셔널리즘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바얀오보 희토류 광산에서 2011년 7월 16일(현지시간) 채굴 기계가 작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한때 국제정치학자들과 외교관들은 상호의존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케네스 월츠같은 정치 현실주의자는 이미 1970년에 발표한 논문 '상호의존이라는 신화(The Myth of National Interdependence)'에서 오히려 서로 얽히지 말고 떨어져있는 것이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호의존이 서로를 겨누는 '무기'가 될 위험성을 경고한 것입니다.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주의적 통제경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중국은 적어도 '핵심광물'의 공급에 관해서는 여러개의 사기업이라기 보다는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한 몸처럼 움직여왔습니다. 이에 따라 희토류 등 가격의 인위적 조정 등을 통해 서방의 핵심광물 생산 기업들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중국 기업들(사실상 국가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이 독과점할 수 있도록 수십년에 걸쳐 유도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첨단 산업에 꼭 필요한 이 핵심광물들을 중국의 공급에 의존하게 되었고, 중국은 이것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서방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생산 능력을 되찾아오면 될 것입니다만,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작업이고 여러 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PADO는 2025년 10월 31일에 번역소개한 '중국은 어떻게 희토류 산업을 장악했나(월스트리트저널)'를 통해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 장악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이 7월 15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좀 더 넓게 조망하는 기사입니다. 이 조망 기사를 읽은 후 작년 10월 31일 발행 기사를 읽으시면 핵심광물 외교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를 가지실 수 있습니다.

18세기 말, 핀란드의 화학자 요한 가돌린은 스톡홀름 인근 위테르뷔의 한 채석장에서 발견된 특이한 검은 암석을 전달받았다.


당시 이 암석은 텅스텐을 함유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가돌린은 그 안에 사실은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광물 물질, 즉 '새로운 토질(土質)'이 들어 있다고 발표했다. 훗날 '가돌린의 이트리아'로 불린 이 물질은 최초로 발견된 희토류 화합물로 알려졌으며, 여기서 추출된 원소 가운데 하나가 오늘날 '이트륨(yttrium)'으로 불리는 은백색 금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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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트륨은 AI의 핵심 기반인 컴퓨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현재 격화하는 지정학적 갈등의 한가운데 있는 희소 금속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트륨을 비롯해 글로벌 제조업에 사용되는 수많은 광물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미국과의 보복성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은 핵심 금속 공급에 대한 접근을 점차 제한하고 있다.


제한 대상에는 레이더 시스템에 쓰이는 갈륨(gallium), 열화상 장비에 사용되는 저마늄(germanium)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한 반도체 업계 공급업체는 "이트륨이야말로 가장 치명적인 초크포인트"라며 "우리는 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공급망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시점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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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은 최근 몇 달 동안 시장에 '공황' 수준의 불안을 초래했다고 미국 희토류 스타트업 피닉스 테일링스(Phoenix Tailings)의 닉 마이어스 최고경영자는 말했다. 그는 방산, 자동차,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끊임없이" 연락이 오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연말까지 이 금속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중국이 수출 통제를 도입하기 전부터 전문가들은 노후 광산과 전기화 및 AI 산업 확대로 인한 폭발적인 수요 증가 때문에 핵심 금속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제 서방 국가들은 금속 가공 산업을 중국으로 이전하도록 사실상 방치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 충격은 시장의 공황을 불러왔고 새로운 형태의 자원 민족주의를 촉발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은 핵심 광물 확보와 자국 광물 산업 육성에 나서며 자급형 공급망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를 '주권'과 국가안보의 문제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신중하게 추진되지 않을 경우 희소 금속이라는 작은 시장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키고, 세계를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개의 블록으로 나누는 광물 외교 경쟁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정책 결정자들에게 이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에너지 역사학자이자 S&P 글로벌 부회장인 대니얼 예긴은 "공급망은 이제 정치화됐다"며 "안보와 회복력, 그리고 공급망 다변화의 문제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생산시설을 구축하려는 병행 노력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과거만큼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효율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며 "아무리 비용이 낮아도 필요한 자재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최저비용을 추구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세계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거대한 전환기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덧붙였다.

"서방이 스스로 기회를 넘겨줬다"

중국이 금속 공급망을 장악하게 된 배경에는 30년에 걸친 투자와 보조금 정책이 있다. 중국은 전선과 케이블에 쓰이는 구리부터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그리고 희토류와 탄약 제조에 사용되는 텅스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속 생산을 적극 지원해 왔다.


중국 정부는 자국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금속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인식했다. 오늘날 중국은 이들 금속의 최대 생산국일 뿐 아니라 최대 소비국이기도 하다.


반면 중국은 서방 국가들의 탈산업화도 적극 활용했다. 값싼 노동력과 자국 내 환경 개선을 위해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그 빈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캠본 광산대학(Camborne School of Mines)의 팀 빅스 교수는 "30년 전 서방은 이런 광물의 가공을 모두 중국이 맡기를 원했다"며 "오염이 심한 산업이어서 자국에서는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서방이 스스로 그 기회를 중국에 넘겨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외주화는 2010년 중국이 외교 갈등을 이유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당시 이 사태는 "희토류 생산에서 중국의 지배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비(非)중국 업체들은 중국의 저가 생산 체제와 경쟁하기 어려웠다. 미국 우라늄·희토류 생산업체 에너지퓨얼스(Energy Fuels)의 로스 바푸 최고경영자는 "중국은 공정한 경쟁 환경에서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서방 생산업체들이 경쟁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 결과 중국산 저가 금속은 글로벌 산업이 의존하는 적시생산 공급망에 깊숙이 편입됐다. 이러한 공급망은 한번 차질이 생기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호르무즈 해협 항로 봉쇄 사태 등이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중국에 강력한 협상력을 안겨줬고, 중국은 이를 점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3년 이후 중국은 다양한 희소 금속에 대해 잇달아 수출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미국, 한국, 일본으로, 이들 국가는 주요 수입국이지만 2022년 이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감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의 산업 전문가 리타 숀로이는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반도체 산업 전체의 수도꼭지를 잠글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출 통제가 금속 거래를 완전히 중단시킨 것은 아니다. 대신 중국은 허가제를 도입해 어떤 기업에 어떤 광물을 공급할지 직접 결정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허가 신청 절차를 통해 중국 당국은 해외 기업과 협력업체들이 어떤 금속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확보한다. 신청 기업들은 해당 금속이 군사용이 아니라 민간 공급망에 사용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기업과 원자재 거래업체, 시장 분석가들은 핵심 광물이 여전히 수출되고는 있지만 허가 승인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공급 시기와 물량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미중(美中) 비즈니스협의회(US-China Business Council)의 비즈니스 자문 서비스 담당 부사장 카일 설리번은 "수출 통제 시스템은 위기 상황에서 관리 가능한 체제로 진화했다"면서도 구매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 준수와 상업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공급망에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자리 잡았으며,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핵심 금속 구매 감시 및 통제를 받지 않는 중국 부품업체로 구매선을 옮길 위험도 커지고 있다.


희토류를 대량 사용하는 일본의 한 대기업 임원은 중국이 외국 기업들을 "살아 있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로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공급망이 완전히 붕괴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 직전까지만 버틸 수 있을 만큼만 금속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공급망이 붕괴되면 일본산 소재와 부품에 여전히 의존하는 중국 기업들 역시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텅스텐 공급망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한 전문가가 "히스테리"라고 표현할 정도의 시장 혼란을 초래했다. 그는 기업들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비축하려 하고 있으며, 가격은 급등하고 일부 텅스텐 정련업체는 고객들에게 원광 등 원료를 직접 구해오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광기에 가깝다"며 "서방 전체가 지금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특히 방위산업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디언 메탈 리소시스(Guardian Metal Resources, GMR)의 올리버 프리젠 최고경영자는 중국산 텅스텐을 더 이상 조달하지 못하는 방산업체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GMR은 미국에서 텅스텐 광산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미국에는 가동 중인 텅스텐 광산이 없다.


프리젠은 "이제는 물량 확보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방위산업 수요가 앞으로 크게 늘어난다면 그 막대한 물량을 어디에서 조달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누구도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금속 가격 상승보다 공급 부족이 훨씬 더 큰 문제라고 번스타인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래스건은 지적했다.


반도체 공급업체 두 곳은 현재 비축해 둔 금속 재고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갈륨 비축량은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은 얼마가 들든 구매하겠지만, 문제는 우리가 팔 물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희소 금속으로 몰리는 새로운 자금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초래하는 위험은 새로운 금속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붐과 자원 민족주의의 확산을 촉발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서 10년간 근무한 지질학자 그레이엄 레더러는 "이 문제에 투입되는 자금이 극적으로 늘어났다"며 "2011년 중국이 사실상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을 당시에는 이런 수준의 투자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이후 핵심 광물 분야에 약 400억 달러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상당수는 조건부 지원이지만, 국내 광산기업들에 직접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18개월 동안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적용받을 수 있는 수십 개의 전략 프로젝트를 선정했으며, EU와 회원국들은 최근 수개월 동안 광물 개발 사업에 약 60억 유로를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미국과 호주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위기 상황에서 자국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핵심 금속을 국내에 비축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자원 확보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이러한 비축 전략이 효과를 거둘지, 아니면 국가 간 경쟁만 심화시킬지는 "각국이 얼마나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글로벌 광산기업 리오틴토(Rio Tinto)의 전 최고경영자 야코브 스타우숄름은 말했다. 그는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각국이 공동으로 전략비축유 제도를 구축했던 사례를 들며, 올해 이란 전쟁 당시 비축유 방출이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니와 콩고민주공화국 등 자원 부국들은 자국 천연자원의 부가가치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채굴한 광물을 에너지 집약적인 제련-가공 단계까지 자국 내에서 수행하도록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미국이 자국 공급망 확보를 위해 매물로 나온 광산을 미국 기업들이 인수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잠비아의 물람보 하임베 외무장관은 최근 미국이 광물 접근권 확보 등의 요구사항을 원조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원조와 광물 확보를 연계했다는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와 프로비던스 칼리지 연구진은 지난 6월 발표한 논문에서 "이러한 공급망에 편입될 경우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의 제국적 권력이 좌우하는 결정에 휘둘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내셔널리즘적이거나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통해 산업이 재편될 경우 시장 왜곡은 더욱 심화될 수 있으며, 특정 희소 금속은 반대로 과잉 생산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미국의 알코아(Alcoa)와 그리스의 메틀렌 에너지 앤드 메탈스(Metlen Energy & Metals)를 포함한 중국 밖의 6개 기업은 갈륨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계획이 모두 현실화될 경우 연간 300톤 이상의 갈륨이 새롭게 공급되는데, 이는 전 세계 연간 수요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원자재 기업 니르스타(Nyrstar·트라피구라 계열)의 귀도 얀슨 최고경영자는 "모두가 생산에 뛰어들면 공급 과잉으로 가격은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트륨에서도 비슷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이 없다면 이 같은 생산 확대 계획이 실제 갈륨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설령 새로운 공급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중국이 언제든 다시 수출을 전면 재개해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고 가격을 폭락시킬 수 있다. 광산업계가 지속적인 정부 지원과 구매 보장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산업용 갈륨 구매업체 관계자는 "모든 기업이 공공자금이 투자 안전망 역할을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사업 개발업체들은 고객들에게 수년간 최소 구매가격을 보장하는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이 없다면 이들 프로젝트는 어느 것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윌리엄 오플링어 알코아 CEO는 자사가 "공격적인 일정"에 따라 올해 첫 갈륨 생산을 시작해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된 갈륨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미국, 일본, 호주 정부를 중심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오플링어는 "코로나19를 통해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모두가 목격했다"며 "희소 금속도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장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신규 희소 금속 생산업체들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갈륨처럼 아연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경우가 많고, 국가안보 차원에서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예긴은 1970년대 석유위기와 마찬가지로 이번 핵심 광물 위기도 "다자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복 투자를 피하는 것은 물론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실제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도 소비국 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공급망 구축은 단순히 적절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저렴한 에너지 공급과 일관된 산업정책 등 장기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도 장기간에 걸친 인내심 있는 투자였다. 이는 상장기업 중심의 서방 기업들이 단기 성과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방식과는 크게 다르다.


스타우숄름 전 리오틴토 CEO는 "중국은 우리가 했어야 할 일을 해냈다"며 "대부분의 핵심 광물은 결국 중국으로 향한다. 실제 생산이 그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 질문은 앞으로 서방에서도 대규모 제조업 기반이 다시 구축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비즈니스협의회의 숀 스타인 회장은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지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면 사라질 2~3년짜리 정책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도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와 남미의 희토류 프로젝트를 포함한 해외 광산에 투자하거나 인수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에 사실상 어느 편에 설 건지 선택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레인보우 레어어스(Rainbow Rare Earths)의 조지 베넷 CEO는 "중국 최대 희토류 기업 가운데 한 곳이 부룬디 프로젝트에 대해 전액 현금 인수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서방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한 대형 광산기업 임원은 "우리 업계는 정치적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더 많은 금속을 생산하는 것을 해왔다"면서도 "정책 당국과의 협의 과정에 정치가 이렇게 깊숙이 개입한 지금 상황은 업계가 아주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초강대국 간 갈등이 세계 무역을 좌우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가돌린이 이트리아를 발견했던 시기에도 영국과 프랑스는 해상 무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전쟁을 벌였고, 그 여파는 대서양 양쪽의 무역 중심지로 확산됐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으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보이시주립대의 데이비드 에이브러햄 교수는 현재 각국의 대응이 "모든 나라가 자급자족하고 중국과 완전히 디커플링해야 한다"는 발상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모든 나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생산 능력을 가진 한 나라와 경쟁하려면 그런 방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것은 스포츠가 아니다. 중국을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끊어버릴 수 없는 단단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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