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경제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무기로 미국을 공격한 중국

중국은 수년간 미국의 약점을 정밀 분석하면서 자국의 약점을 보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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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30일(현지시간) 한국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자 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5.10.31 13:22

The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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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O북스가 작년 출간한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는 주로 미국이 어떻게 글로벌경제에서 가지는 미국의 이점을 "무기화"했는가를 다뤘습니다. 미국이 가지는 금융과 기술상의 우위를 미국이 무기화해서 세상을 지배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 10월 23일 기사는 중국이 미국의 이러한 지배방식을 배워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금융 쪽은 힘이 약하지만 공급망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0월 30일로 예정된 6년만의 미중 정상회담(부산 개최)을 앞두고 중국이 갑자기 희토류 등에 대한 수출통제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꺼낸 AI용 반도체칩에 대한 수출통제에 맞서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를 낸 것입니다. 미중간 무역전쟁이 관세전투에서 수출통제 전투로 확전된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기사를 냈는데, 일단 미국이 '휴전'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했고, 회담 결과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이 맞았습니다. 세계 경제는 고성능 전기모터 없이 굴러갈 수 없고, 고성능 전기모터는 희토류로 만든 강력한 자석 없이는 굴러갈 수 없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독점을 깨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미국은 일단 무역전쟁 '휴전'을 통해 시간을 벌고 이후에 다시 공세를 펼칠 요량인 듯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가진 기술적 우위, 기술적 독점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 독점을 깨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 역시 희토류 등에 대한 중국의 공급망 우위 내지 독점을 깨기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미국은 금융 무기도 사용하려 하겠지만, 중국 역시 이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PADO가 이미 보도했듯 중국은 금을 대대적으로 축적하고 있는 등 미국과의 금융 전투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10월 30일 부산 정상회담에서 '1년간'의 휴전이 합의됐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의 취약점 즉 경제적 급소를 계속 연구하고 노릴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나아갈 길을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7년 전,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막 시작되었을 때, 중국 과학기술부는 이례적인 행동을 취했다. 평소에는 중국의 성과를 치켜세우는 기사만 싣던 과학기술부 기관지가 이번엔 다른 내용을 담았다. 석 달 동안 35편의 기사를 연재하며 중국의 '약점'을 낱낱이 공개한 것이다. 각 기사에서는 중국 경제에 핵심적인 기술이지만 자국에서 생산할 수 없어 외국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공급망) 취약점'들을 집중 분석했다.


이 연재의 제목은 "무엇이 우리의 취약점인가?"였다. 자화자찬이 일상인 관영 매체에서 보기 드문 자기비판이었다. 동시에 이는 당시 베이징 바깥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지만, 결정적인 전환점을 의미했다. 중국은 무역전쟁이 단순한 관세전쟁이 아니라 '(공급망) 취약성'의 전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자국의 약점을 체계적으로 목록화한 뒤, 미국의 약점 파악에 나섰다. 7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선견지명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월 30일 한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두 정상이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번 회담은 금년 여름부터 유지되어온 관세 휴전 합의를 재확인하고, 내년에 보다 야심찬 무역 합의로 가는 길을 닦는 '무난한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주 전,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대부분의 관측통을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이 전례없이 강력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며, 사실상 미국의 공급망을 흔들 수 있는 힘을 자국에 부여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해 보복조치를 발표했고, 양국 간에는 거친 비난전이 이어졌다. 중국은 자국이 미국의 도발에 단순히 대응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상 중국의 자신감은 하나의 놀라운 현실을 반영한다. 바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경제적 압박 전술을 본떠, 그러나 더욱 정교하고 효과적인 경제적 압박 수단을 개발했다. 또한 제3국들이 미국 편에 서는 것을 단념하게 만들었고, 시진핑 주석의 국내 정치적 입지도 강화했다. 다만 무역전쟁의 승리는 결코 절대적이거나 영구적이지 않다. 중국은 이 우위를 지나치게 밀어붙였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것이다.


트럼프가 2018년 첫 번째 관세 조치를 발표한 이후, 중국 관리들은 같은 말을 되풀이해왔다. "싸우자면 끝까지 싸운다. 대화하자면 언제든 문은 열려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무게중심이 점점 '대화'에서 '싸움'으로 확연히 옮겨가고 있다.

희토류의 수렁 속으로

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 동안 체결된 미중 무역 합의는 애초부터 실현가능성이 낮은 것이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수출통제를 한층 더 강화해왔다. 이에 중국은, 미국이 애초에 화해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트럼프가 아첨이나 인내보다는 '압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결론에도 이르렀다.


만약 싸움이 단순히 관세 문제에 한정됐다면, 중국은 아마 패배했을 것이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은 중국에 1400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했고, 중국은 그 세 배가 넘는 4400억 달러어치를 미국으로 보냈다. 그만큼 미국에겐 공격할 수 있는 '표적'이 세 배나 많았던 셈이다. 그러나 중국은 싸우는 다른 방식을 찾아냈다.


중국의 정치체제는 국가 관료들에게 훨씬 더 다양한 통제 수단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최근까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하던 품목인 대두(大豆)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구매자들에게 미국산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대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다른 나라로 공급선을 옮기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미국 농부들의 작물이 밭에서 썩어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경제적 적대행위"라고 비난했다. 지난 1년간 구글, 듀폰,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중국의 반독점 조사도 잇따랐다.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자, 중국은 규제의 칼날을 노골적으로 미국 기업들에 겨누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미국의 수출통제 전략을 그대로 미러링하는 것이었다. 그 상징적인 사례가 지난해 12월,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말에 벌어졌다. 미국이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을 추가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24시간 만에, 중국은 미국으로의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들 모두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소재들이다. 만약 트럼프가 이 사건의 의미를 주의 깊게 살폈다면, 그것이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경고'였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오 마이 희토류!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해방의 날'을 맞아 대규모 관세 부과를 선언하자, 중국과 미국은 거의 희극에 가까운 보복전을 벌였다. 양국은 서로의 제품에 100%가 넘는 관세를 맞물려 부과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이러한 관세 공방은 당분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사건은 따로 있었다. 바로 중국이 무기, 자동차,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 7종과 관련 자석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한 결정이었다. 수출업자들은 희토류를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그 결과 미국 구매자들은 사실상 거래에서 배제됐다. 베이징 소재 대외경제무역대학교 투신취안(屠新泉)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제 미국의 공격을 더는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되갚을 능력이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중국은 미국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공급망 취약점' 하나를 정확히 찾아냈다. 바로 희토류다. 희토류는 거의 모든 첨단 제품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지질학적으로는 비교적 흔하지만,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도표 참조). 중국 밖의 재고가 급격히 줄어들자, 다국적 기업들은 곧 공장이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이 먼저 눈을 깜빡였다. 양국은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고, 그 일환으로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30%로 낮췄다. 이후 이 합의는 연장됐다. 중국 역시 미국산 제품 관세를 10%로 인하하며, 막아두었던 희토류 수출을 다시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몇 주 사이, 양국의 긴장은 다시 급격히 고조됐다. 9월 말, 미국 재무부의 제재 담당 국은 기존 제재 대상 기업의 자회사들까지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미국 측은 "그저 빠져나갈 구멍을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은 수천 개 기업이 영향을 받는 조치라며 이를 대규모 상황악화 조치로 간주했다. 미국은 여기에 더해,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만을 이용할 때 부과되는 새로운 요금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9일, 중국은 수출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사실상 모든 희토류와 희토류 생산 기술,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해 전 세계적인 수출 허가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가 엄격히 시행된다면, 중국은 국경 밖에서 어떤 첨단 제품이 누구에 의해 생산될지를 거의 '지시'할 수 있는 수준의 영향력을 갖게 된다. 워싱턴 소재 미중비즈니스위원회(USCBC)의 션 스타인 대표는 "중국이 사실상 미국을 희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은 중국이 14나노미터 이하의 첨단 칩을 생산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는데, 중국의 새 희토류 통제는 바로 그 칩 생산에 쓰일 희토류 수출을 정밀 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스타인은 "중국이 이제 '되갚을 때가 됐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수출통제가 강력한 이유는 그 압도적인 제조업 능력 때문이다. 중국의 제조업 생산량은 전 세계의 35%로, 미국의 세 배이자 다음 여덟 나라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 제조업체들은 미국산 중간재에 더 많이 의존했지만, 2020년에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무역경제학자 리처드 볼드윈에 따르면, 현재는 오히려 미국 제조업체가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비율이 중국의 세 배에 달한다.


미국이 여전히 우위를 점한 영역은 몇 안 되는 핵심 분야뿐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첨단 반도체다. 그러나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반도체 기술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으며, 그 결과 미국의 수출 통제 효과는 점점 희석되고 있다. 반대로 희토류 분야에서는 상황이 정반대다. 미국에는 가동 중인 광산이 단 한 곳뿐이고, 정제 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 10월 20일 체결된 호주와의 30억 달러 규모 희토류 협력 프로젝트가 이를 바꾸기 위한 시도지만, 새로운 채굴 및 정제 시설이 가동되기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릴 전망이다. 중국 싱크탱크 후퉁리서치(胡同研究)의 펑추청(馮楚成)은 "중국은 이를 단기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비대칭적 지렛대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요컨대, 미국의 반도체 통제가 중국에 '두통거리'라면,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미국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이처럼 강력한 힘에는 위험도 따른다. 이미 일각에서는 중국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수출 허가제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유럽 등 제3국들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9월까지 중국은 유럽 측이 낸 141건의 허가 신청 중 19건만 승인했다. 사실상 '의도적 압박'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동맹국들과 손잡고 중국의 지배력을 깨뜨릴 것"이라며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실질적 연대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몇 달간 호주, 캐나다, 유럽, 인도에 연이어 관세 폭탄을 퍼부은 뒤 이제 와 협력을 요구하는 것은 '위선적'이라는 것이다. 푸단대 우신보(吳心波) 교수는 "일부 국가는 미국의 '광범위한 역외 수출통제' 때문에 따르고 있을 뿐"이라며 "앞으로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훨씬 신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외교전의 첫 시험대는 중국 자본이 소유한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에 대한 통제권 분쟁이 될 전망이다. 중국의 궁극적 목표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두려워하듯, 중국 또한 함부로 거스르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문제는 이 정책을 얼마나 정교하게 운용하느냐다. 지나친 공세는 역풍을 부를 수 있고, 자국 수출기업에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미 G7 주요국들은 중국을 대체할 희토류 공급망 구축 계획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중국이 크게 긴장할 이유는 없다. G7은 불과 2023년에도 '희토류 의존 축소 5대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껏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허가제 운영에 지연이 발생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새로운 제도를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하는 행정적 복잡성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관료들이 해외 구매자들에게 매우 세세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수입업자들에게는 자사 공장이 방위산업과 관련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공장 사진을 업로드하라'는 요구까지 내려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제도가 문구 그대로 시행된다면, 이는 사실상 세계 무역 규범에 새로운 부담을 얹는 셈이다. 미국의 수출 통제 체계가 "유죄 입증 전까지는 무죄"(무죄추정)를 전제로 하는 반면, 중국의 방식은 "모든 기업이 스스로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유죄추정)는 구조다. 랜드연구소의 제라드 디피포는 "중국의 수출 통제를 글자 그대로 적용하면, 미국이 지금껏 한 어떤 조치보다도 한 단계 더 공격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중국에 이 허가제를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대적으로 출범시킨 제도를 중국이 곧바로 폐기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일부 주요 품목에 대해 '예외 조항'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비판을 달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은 이미 자신이 원하면 미국 경제에 실질적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이번 통제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전기차와 전력망 모두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이다. 중국이 제조업 능력을 '무기화'하기로 마음먹는다면, 희토류를 넘어 훨씬 더 광범위한 분야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다.


무역전쟁의 승세는 중국 공산당의 국내 정치적 정당성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배경에는 '중국 경제가 이미 위태로우며, 외부 압박이 가해지면 굴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달 초 스콧 베센트 장관은 "중국이 수출 통제를 선택한 것은 경제가 약하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역시 "중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빠졌거나, 곧 그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오판이다. 부동산 침체와 디플레이션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중국 경제는 여전히 일부 영역에서 활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관련 투자는 급증하고 있으며, 상하이 및 선전 증시에 상장된 300대 주요 중국 기업의 주가 지수는 올해 들어 20% 가까이 상승했다. 2018년 무역전쟁이 시작될 당시 급락했던 주가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주가만으로 경제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심각한 침체'라는 워싱턴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무역전쟁이 지금까지 전개된 양상은 시진핑 주석이 집착해온 '대미 방어력 강화와 공격력 제고'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존 친은 "이제 중국은 협상하자고 조르는 쪽이 아니라 공세를 펼치는 쪽이며, 미국이 오히려 방어에 급급하다"며 "트럼프가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은 듯한 분위기, 바로 그것이 중국이 원하던 그림이다. 지금은 시진핑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체제에 대한 흔한 비판은 그의 통치가 경제에 해롭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들은 그가 추진해온 국가주의적 경제 운영 방식을 불만스러워했고, 금융, 부동산, 테크 분야에 대한 각종 단속으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적 괴롭힘'에 맞서 당당히 대응하는 모습은 중국 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애국심을 드러내는 게시물과 짧은 영상들이 SNS 전역에 급증하면서 그러한 분위기를 입증한다. 친정부 성향의 인기 블로거 런이(任易)는 널리 공유된 글에서 이런 민심을 대변했다. 그는 "눈 밝은 사람이라면 미국이 거의 모든 카드를 다 꺼내 들고, 한꺼번에 내려놓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는 걸 안다"며 "하지만 중국은 이제 막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을 뿐이며, 여전히 그 패를 모두 드러내길 주저하고 있다"고 썼다.


그렇다면 중국이 말하는 '승리'는 어떤 모습일까? 중국은 행보를 조심스럽게 유지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러시 도시 국가안보 보좌관은 "중국이 희토류 통제를 유지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미국 제조업체에 공급을 죄는 상황이 된다면, 그것은 미국 경제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것과 같다. 어떤 미국 대통령도 그걸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여전히 취약한 부분을 안고 있다. 미국은 항공기 엔진 공급을 차단할 수도 있고, 트럼프가 시사했듯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첨단 소프트웨어의 수출을 제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금융 분야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글로벌 금융 지배력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 미국이 주요 중국 은행들의 달러 거래를 중단시킨다면, 중국의 국제 무역과 투자 흐름은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의 성공은 트럼프에게 굴욕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한국에서 열릴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측 참모들은 무역 합의 서명에 서두를 생각이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대신 그들은 두 초강대국 사이에 보다 안정적이고 차분한 대화 채널이 복원되길 바라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언젠가 양국이 대규모 관세 인하와 함께 중국의 미국 내 수십억 달러 투자 약속을 포함한 '큰 합의'를 성사시킬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지만, 그러한 전망은 애초부터 비현실적이었고 지금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투신취안(屠新泉) 교수는 중국의 핵심 목표가 "갈등 관리"라고 설명한다.


10월 말 트럼프와 시진핑의 회담에서 도출될 수 있는 합의는 대체로 소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더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만으로도 양국 기업들에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양국 정부는 수출통제 조치를 일부 완화하는 데에도 의견을 모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당근책'으로 삼아, 중국은 트럼프가 원하고 자국에도 부담이 적은 대두 수입을 재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난 1년 동안 이어졌던 위협과 맞대응, 그리고 긴장의 악순환은 적어도 한동안은 잠시 멈출 것이다.


희토류 교훈

휴전 연장은 양국이 언젠가 다시 불붙을 무역전쟁의 다음 국면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이제 자국의 취약점을 훨씬 더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 그 목록에는 배터리, 의약품 원료 등 다양한 핵심 품목이 포함돼 있다. 이 취약성을 줄이려면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신인 러시 도시는 "규모의 동맹" 필요성을 강조한다. 즉, 미국이 G7부터 인도까지 다른 국가들과 협력한다면 중국의 제조업 규모를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동맹과의 공조를 중시하는 백악관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며, 트럼프에게 그런 자질은 부족하다.


중국 또한 험난한 길을 앞두고 있다. 반도체 정복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 스스로 초래한 두 가지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국내적 문제다. '자립경제' 추진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며, 이는 소비로 향해야 할 자원을 빨아들였다. 무역전쟁은 이러한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다. 생산 능력 확충, 반도체 공장 보조금, 핵심 소재 비축 등은 모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그 돈은 원래 연금 확대나 의료 서비스 개선에 쓸 수도 있었다. 어느 시점에서 시진핑은 '자립자강(自立自强)을 최우선시할 것인가, 아니면 내수를 진작해 경제성장을 안정시킬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무역전쟁은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비용이 따른다.


두 번째 과제는 대외 관계와 관련돼 있다. 7년 전 중국은 미국에 의해 궁지에 몰릴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이 직면한 문제는 정반대다. 새로 얻은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의 문제다. 다른 나라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미국의 품으로 달아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중국이 이제 미국의 무역공세에 밀려 휘청거리는 대신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힘의 균형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은 과도한 자신감이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1843년 창간돼 국제정세와 정치, 경제, 사회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간지. 정통 자유주의 성향의 논평, 분석이 두드러지며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넣지 않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PADO가 가장 탐독하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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