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 4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뉴델리의 하이데라바드 하우스에서 열린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5.09.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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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성장하고 그들을 뛰어넘을 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8월 15일, 인도 독립 78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세계는 우리의 가치를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빌미로 다양한 인도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두 배로 높인 후 모디 총리가 처음으로 내놓은 주요 공개 발언이었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인도가 국내에서 더 강력해져 세계 무대의 중심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개혁의 여정을 가속화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경제 개혁가를 자처하는 모디 총리는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을 독립 100주년인 2047년까지 10조 달러(현재 4조 달러)로 끌어올려 "선진국 지위"를 획득하고 더 큰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각국이 무역 장벽을 세우는 시기에도 20년 이상 현재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인도는 방대한 저임금 노동력, 미활용된 인재층, 거대한 내수시장이라는 독특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문제도 막대하다. 기업들은 여전히 각종 규제로 발목이 잡혀 있으며, 농촌 주민들은 만성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다. 도시들은 대규모 도시화에 대비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잃은 뒤, 모디 총리는 강력한 개혁에 대한 의지가 약화된 듯 보였고, 그의 지지자들조차 주 정부들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제안하기 시작했다. 이제 외부 충격이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 몇 주간 "또 한번의 1991년적 순간"이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었다. 당시 인도는 국제수지 위기로 인해 자본 통제가 해제되고, '라이선스 라지(raj)'(인허가 경제 통제체제)가 해체되는 등 일련의 자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이 비교는 인도가 이미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보여준다. 1991년, 국가는 파산 직전이었고, 석유를 살 돈조차 없어 경제가 멈췄다. 당시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극빈 상태였으나, 지금은 20명 중 1명 미만이다. 인도는 곧 세계 4위 경제 대국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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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는 세 가지 분야에서 인도의 성공에 기여했다. 첫째는 경제 운영이다. 첫번째 임기 동안 그는 은행 시스템을 개혁해 부실채권을 정리하도록 압박했고, 정부 지출을 통제했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억제했다. 인도의 국제수지는 이제 훨씬 덜 취약하다. 모디 연설 전날, 신용평가사 S&P는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을 거의 20년 만에 처음 상향 조정해 그리스를 비롯한 국가들과 같은 등급으로 올렸다.
둘째는 인프라다. 모디 총리는 도로와 철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10년 만에 5만km의 신규 주요 도로가 건설되어 네트워크가 60% 확장됐다. 여기에 '국가 단일 부가가치세'(GST) 도입이 결합돼, 언젠가 중국과 미국에 맞먹는 내수시장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셋째는 디지털이다. 모디 총리는 이전 정부가 시작한 개혁을 발전시켜, 거의 모든 인도인이 온라인 신원 인증 시스템인 아다하르(Aadhaar)와 기타 공공 디지털 시스템을 사용해 정부 서비스를 이용하고 송금·결제 하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이 거래 규모는 거의 3조 달러에 육박했다.
이 모든 개혁 덕분에 모디 집권 기간 동안 성장률은 연평균 거의 6%를 유지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문제가 많다. 가장 분명한 문제는 일자리 부족으로, 인도의 인구 강점은 오히려 부담으로 바뀔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노동참여율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 분기 55%에 도달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무급 노동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도시 지역 30세 미만 인구의 약 20%가 실업 상태다.
경제는 팬데믹 이후 반등했지만, 민간 기업 투자 활동은 여전히 부진하다. 2024년 민간 투자 비중은 GDP의 12%에 불과해 2000년대 투자 호황기보다 낮았다. 인도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람 싱은 영업이익 대비 자본 지출률이 낮은 것은 기업들이 자신감을 잃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은 지난해 810억 달러로 증가했지만, 투자 철회와 기업 철수 규모가 커지면서 순FDI는 오히려 감소했다.
모디 총리의 성과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그의 인프라 투자는 소수의 선호받는 대기업을 통해 빠르게 진행됐고, 이는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전 인도중앙은행 총재 라구람 라잔은 지적했다. 디지털 인프라는 정치인들이 중간 부패를 배제하고 빈곤층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해 빈곤 감소에 기여했지만, 일부는 이 모델이 지나치게 성공적이어서 선심성 복지를 부추기고, 특히 주 정부 정치인들이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면서 예산을 잠식한다고 우려한다. 카르나타카주는 예산의 6분의 1을 현금 지원에 쓰고 있다.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델리의 많은 이들은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관계를 복원하길 바란다. 정부의 경제 수석보좌관 V 아난타 나게스와란은 이 갈등 상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며, 갈등에 따른 피해는 이번 회계연도로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그는 인도 경제가 트럼프의 주장처럼 "죽은" 것이 아니라 계속 "역동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인도의 대미 관계가 계속 불안하다면, 구조적 문제들이 더 날카롭게 부각될 것이다. 그 결과는 특히 제조업에서 분명하다. 인도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해외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속에서 인도가 수혜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가장 좋은 사례는 이미 아이폰의 5분의 1을 인도에서 생산하는 애플이었다(전자제품은 미국 관세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다른 상품에 대한 관세가 유지된다면, 인도는 방글라데시와 베트남과 같은 나라들과 의류·섬유 부문에서 경쟁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관세가 아직 IT 서비스와 테크 산업으로 확산되진 않았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인도가 미국에 고객과 기술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동시에 AI가 이 부문을 어떻게 흔들지에 대한 더 큰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인도 최대 아웃소싱 기업 TCS는 인력의 2%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일부는 이를 AI가 인도 기업들의 사업을 잠식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AI가 오히려 인도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모건스탠리의 리담 데사이는 "이곳(인도)은 대규모로 저렴하게 엔지니어를 고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이미 미국의 압박에 대응했다. 8월 15일 연설에서 언급된 가장 중요한 조치는 복잡하고 사기에도 취약한 '국가 단일 부가가치세'(GST)의 단순화였다. 기존 네 가지 주요 세율은 두 가지로 축소되며, 10월 소득세 인하와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소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8월 19일 인도 정부는 기업 활동을 쉽게 하고 사소한 실수에 대한 형사처벌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한 새 위원회의 권한을 발표했다. 모디 총리의 경제자문위원인 산지브 사냘은 잘못된 중량 표기가 된 비스킷 판매를 형사 범죄로 규정하는 구시대적 법률 등 300개 이상의 조항을 비범죄화하는 법안을 지적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분석가는 정부가 선거 이후 보류했던 개혁안을 "다시 꺼내 들"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재벌인 아난드 마힌드라는, 일련의 규제 완화 조치가 또 한번의 '1991년적 순간'을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모디 총리가 주 정부들과 협력해 인도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토지와 노동 등 '생산요소 시장'의 개혁도 필수적이다. 다른 전문가들은 느리게 움직이는 법원과 규제 당국이 투자와 역동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비록 개혁 의지가 있다 해도 모디 총리는 몇몇의 중대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가장 분명한 것은 선거 역풍의 위험이다. 지난 10년 동안 그는 여러 차례 성장친화적 정책을 제안했지만 번번이 좌절을 겪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21년 대규모 농민 시위로, 그로 인해 농업개혁을 철회해야 했다.
두 번째 도전은 "자립 인도"(self-reliant India)를 구축하는 것과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찾는 것 사이의 긴장이다. 모디 총리의 연설 이후 나게스와란 경제 수석보좌관은 두 목표가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돌출 행동이 인도를 내향적으로 돌릴 위험은 여전하다. 인도의 관료 조직은 개방에 늘 회의적이었고, 최근 다시 영향력을 되찾았다는 말이 나온다.
세 번째 도전은 헌법적 제약이다. 30년간의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혁 이후, 인도의 가장 큰 문제들은 이제 수도 뉴델리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토지, 노동, 농업은 모두 중앙정부와 주가 권한을 나누거나 주로 이양된 사안이다. 모디 총리가 시도했던 방식—주를 우회해 개혁을 강행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토지 개혁은 철회됐고, 새로운 노동법안들은 통과됐지만 시행되지 않았다. 예산이 적고 부채가 많으며 목전의 자기들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주 수장들은 자신들에게 이득이 없다고 판단했다.
주 정부의 역할 강화
이 상황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구자라트, 카르나타카, 안드라프라데시 같은 주들은 오랫동안 개혁 성향이 강했지만, 지난해에는 타밀나두에 뒤처졌다. 타밀나두는 토지수용과 노동관계에서 실용적인 접근을 취해 애플 같은 기업을 유치하며 11%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편 텔랑가나와 마하라슈트라는 농민들의 무료 전기 혜택을 종료하는 대신 태양광 패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광범위한 전력 개혁을 도입했다. 데사이는 이 변화로 주들이 예산을 안정시키고 기업의 전기 비용을 낮춰 투자와 일자리를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전은 인도의 다음 성장 단계를 이끌 수 있는 '경쟁적 연방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려면 모디 총리가 자신의 본능과 상반되는 재정 연방주의를 수용해야 한다. 그는 델리의 유명한 '붉은 요새'(Red Fort) 성벽 위에서 "우리가 이 길을 선택하고, 모두가 그것을 선택한다면, 우리가 이기주의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도대체 어떤 의미로 이 말을 했는지 주목하고 있다.
이 8월 28일자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여러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인도 경제의 문제와 한국 경제 문제의 유사점입니다. 오랫동안 온건 페이비언 사회주의를 지향해왔던 인도는 아직 중앙정부의 경제 관여가 큰 나라입니다. 돈을 쓰는 권한은 어느 정도 주 정부로 분산시켰지만 아직 돈을 거두는 것은 중앙정부입니다. 국세 비중이 큽니다. 중앙정부가 거둔 돈을 교부금, 보조금 형식으로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방 정부는 돈을 합리적으로 쓰지 않고 선심성 현금 나눠주기를 늘렸습니다. 근본적인 경제체질 개선이 못 되었던 것입니다. 이 기사는 지출 권한만 나눠주는 반쪽짜리 연방주의를 개선하기 위해 돈을 거두고 쓰는 전반적인 재정 권한을 분산하는 '재정 연방주의'를 권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각 주가 일종의 독립 채산제를 운영하면서 주 끼리 경쟁하는 '경쟁적 연방주의'가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어떤 주는 토지와 노동 부문의 규제를 완화해 결국 애플 공장을 유치했고 그 덕분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중앙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주 정부가 이렇게 스스로 경제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유사점은 기업 행위에 대한 형사범죄화 문제입니다. 인도에는 심지어 중량이 잘못 표기된 비스킷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법률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잘못은 처벌해야 합니다만, 기업 활동을 너무 위축시키지 않도록 행정적 제재나 민사적 제재로 대체해야 할 것입니다. 6%의 경제성장을 이어온 모디 총리가 50%의 트럼프 관세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