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1일 파키스탄 라왈핀디 육군 본부에서 열린 특별 의장대 행사 중 신임 원수 아심 무니르 장군이 순교자 기념비에 헌화한 후 기도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5.11.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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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실질적 통치자로 불리는 아심 무니르 원수는 요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적어도 그의 측근들은 그렇게 말한다.
단정한 콧수염을 기른 이 육군 장교가 2022년 말 육군참모총장에 취임해 사실상 파키스탄의 권력을 장악했을 때, 핵보유국 파키스탄은 정치적 혼란에 더해 경제적으로 국가 부도 직전에 몰려 있었고, 국제 무대에서도 점점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수십 년 동안 파키스탄과 간헐적 동맹 관계를 이어온 미국은 2021년 8월 파키스탄의 인접국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한 뒤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지난 50년 동안 파키스탄의 가장 충실한 후원자이자 최근 10년간 핵심 경제 원조국이었던 중국 역시 서서히 불만의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파키스탄은 다시금 세계 외교의 장으로 복귀했다. 무니르 참모총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두 차례 회담을 가졌으며, 트럼프는 공개석상에서 그를 "내가 좋아하는 육군원수"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난 9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두 사람이 함께 찍은 다소 감상적인 사진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무니르가 미국 대통령에게 '투자 유치'를 기대하며 주요 광물 표본을 보여주는 장면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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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파키스탄 관리들 사이에서는 지난 5월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 이후 촉발된 4일간의 공중전이 끝난 뒤 형성된 두 지도자 간의 '브로맨스'를 두고 놀라움 섞인 평가가 오간다.
트럼프가 휴전 성립의 공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자, 무니르는 과장된 감사 인사를 전하며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까지 했다. 이는 해당 분쟁 지역을 자국의 것으로 여기는 인도의 모디 총리가 미국의 휴전 중재설을 인정하지 않은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파키스탄의 원로 정치인이자 평론가인 무샤히드 후세인 사이드 전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우리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파키스탄이 다시 미국의 호의 속으로 들어간 것도 기쁘지만, 지난 20여 년간 이어져 온 인도-미국 간의 우호 관계가 눈에 띄게 냉각된 점은 더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무니르 참모총장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최근 이집트에서 보여준 트럼프의 '평화중재 노력'을 찬양하는 와중에도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구애 외교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초 두 사람은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고, 불과 2주 뒤에는 오랜 후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상호방위협정을 체결했다. 또 두 사람은 지난 8월 이후 최소 세 차례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이처럼 숨 가쁘게 전개된 지정학적 반전 속에, 무니르는 10월 18일 해발 2500미터의 산들에 둘러싸인 파키스탄 육군사관학교 연단에 올라 "파키스탄은 점진적이지만 확실하게 국제사회에서 제자리를 되찾기 시작했다"고 선언하며 성취를 자축했다.
그러나 그가 직면한 국내 여론은 훨씬 더 냉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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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은 무니르가 산적한 난제를 돌파할 강단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하지만, 반대자들은 그를 또 한 명의 군 출신 통치자로 본다. 즉, 안정을 약속하며 등장했으나 결국은 억압과 부패, 파멸적 전쟁으로 귀결된 불명예스러운 군부통치의 전통을 잇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1947년 독립 이후 파키스탄은 네 명의 군사독재자에 의해 직접 통치되었으며, 나머지 시기 대부분에도 군부는 배후에서 정치권을 조종해왔다.
형식상 무니르 원수는 민선 정부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가 구축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체제 아래에서는 공식적으로 계엄하에 통치했던 일부 독재자들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자들은 주장한다. 무니르는 또한 거수기 국회로부터 3년에서 5년으로 임기 연장 얻어냈는데, 연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10년 임기를 보장받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6월 트럼프와의 단독 오찬 역시 그가 파키스탄의 절대 권력자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국가 선전 기구는 현재 열심히 선전 작업 중이다. 중앙 평야지대에서 오랜 상업 도시 라호르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는 트럼프, 무니르, 샤리프 세 사람의 얼굴이 담긴 대형 광고판이 줄지어 서 있다. 한쪽에는 "단결하라, 세계의 존경을 받는 파키스탄을 위해"라는 문구가, 다른 한쪽에는 "그들의 지도력 덕분에 파키스탄은 우뚝 선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무니르와 가까운 한 인사는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빈살만이 경쟁자와 반대 세력을 제압하며 권력을 확립한 뒤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한 것처럼, 무니르도 그 길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은 그를 1961년부터 1979년까지 재임하며 급격한 경제개혁을 단행한 한국의 군사독재자 박정희 장군에 비유한다.
무니르는 확실히 권력 강화에 있어서 냉혹함을 보였다. 법원은 과거보다 훨씬 순응적이 되었고, 방송 진행자와 칼럼니스트들은 "가혹한 검열"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제1야당인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의 주요 지도자 대부분은 투옥되거나 잠적 중이다. 그 사이 군은 점점 더 민간 경제 영역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취약하고 분열된 사회를 개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파키스탄은 국경선 두 곳에서 미해결 분쟁을 겪고 있으며, 두 개의 반군 세력과 싸우고 있다. 반세기 넘게 고착된 반(半)봉건적 연고자본주의 구조, 2억 5천만 명 대다수 국민을 외면한 실패한 경제, 그리고 인기 정치인 임란 칸 PTI 대표의 투옥에 분노한 유권자들까지, 문제의 목록은 끝이 없다.
야당의 원로 의원 메흐무드 아차크자이는 "이 늪에서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첫째는 우리가 좋은 나라가 되어 독립적인 사법부, 자유 언론, 자주적 의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때 파키스탄은 비로소 자유로운 나라가 될 것이다. 둘째 길은, 국민이 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현재 무니르 원수의 책상 위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안정'이다.
이맘(이슬람 사제)의 아들로 자란 그는 코란을 (그의 주장에 따르면) 완전히 암송한 첫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다. 그는 코란의 구절을 인용하며 천연자원의 보고인 파키스탄 서부 지역을 괴롭히는 두 개의 반군을 "철저히 소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군경(軍警)은 여전히 무장세력 진압에 고전하고 있으며,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파키스탄의 과거 '대리자' 탈레반과 서부 국경에서 새로운 충돌을 겪고 있다.
2001년 미군 주도의 공격으로 첫 번째 탈레반 정권이 전복된 뒤, 파키스탄 군과 정보부는 20년에 걸쳐 나토 점령군에 맞선 저항에서 은밀히 이 강경파 운동조직을 후원해 왔다. 그러나 2021년 탈레반이 다시 집권한 이후 두 나라 간 긴장은 고조됐고, 이달 들어 양국은 전쟁 직전까지 내닫는 위기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휴전은 중재로 성립됐다. 다만 외교관들은 아프가니스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무장세력들이 파키스탄에서 올해만 1400명 이상을 살해하는 등 10년 만의 최다 희생을 낳은 상황에서, 탈레반이 이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 혹은 통제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군의 대(對)게릴라 작전은 서부 지방 주민들에게 자행된 활동가 구금 및 실종 등의 강경 대응으로 수년간 지역 민심을 잃어온 탓에 제약을 받고 있다. "군대는 단순히 그 지역에서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이슬라마바드의 연구단체 '코라산 다이어리' 설립자 이프티카르 피르두스는 지적한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내심을 상실했다고 분명히 선언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잔혹한 힘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1979년) 이후 가족이 파키스탄에 뿌리내린 이들도 있는 140만 명의 아프간 난민에게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하기까지 했다.
"현 상황을 참을 수 없다"고 파키스탄 군 대변인 아흐메드 샤리프 초드리 중장은 탈레반을 겨냥해 말했다. 그는 "너희[아프가니스탄]가 내부를 정리하지 않으면 우리가 어떤 조치든 취할 것"이라며 "정원 뒤뜰에서 뱀을 키우면 그 뱀에게 물리고, 독이 온 몸에 퍼질 것이고,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군의 강경 진압은 미국 내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군이 다시 이 지역에 개입하길 원치 않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무니르 체제의 공세는 미국 대신 지역 안정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트럼프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믿는 진짜 매력 요소는 파키스탄의 '미개발 광물 자원', 특히 구리와 희토류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 투자자들이 아라비아해 연안의 파스니 항을 개발해 내륙 광물을 수출하는 구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스니는 중국이 운영 중인 과다르 항 및 이란 국경 인근에 위치해 있어, 미국이 이곳에 거점을 두는 방안은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이 프로젝트가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로 공개되자 파키스탄 내에서는 즉각적인 정치적 파문이 일었다. 핵심 우려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였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400억 달러가 넘는 개발 자금을 제공해온 주요 후원국이기 때문이다.
샤리프 중장은 "파키스탄은 파스니 혹은 다른 어떤 항만이라도 개발할 수 있는 사업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미국과는 매우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과는 '철통 같이 단단한 형제 관계'"임을 강조했다.
파키스탄에게 있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줄타기는 오래된 외교 전략의 핵심이다. 독립 이후 네 차례 전쟁을 치른 인도와의 경쟁 구도가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후세인 전 상원의원은 "우리는 서방과도, 중국과도 절친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누구도 우리에게 한쪽을 택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지원은 지난 5월 인도와의 충돌 결과에 결정적이었다. 중국의 전투기, 미사일, 그리고 정보 공유가 파키스탄군이 인도 전투기 2~6대를 격추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 공중전 승리는 파키스탄 국내에서 큰 자부심의 원천이 됐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언제나 순탄한 것은 아니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파키스탄 내에서 자국 근로자들이 희생된 무장 공격이 계속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해왔다.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전쟁은 총탄이 아닌 '언어의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측은 서로를 '테러 지원국'으로 비난한다. 인도는 "인도령 카슈미르 내 무장세력은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파키스탄은 "탈레반과 인도가 발루치스탄과 카이버파크툰크와주 서부 지역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최근까지 '실패한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고 우려해온 파키스탄의 안정을 무니르에게 기대하기로 결정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19%의 관세율을 확보했다며 들떠 있다. 이는 인도에 부과된 50%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노련한 파키스탄 외교관들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성향을 잘 알고 있다. 그와의 관계는 언제든 하룻밤 새에 냉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집권세력에게 진짜 위협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인구의 3분의2가 30세 미만인 이 나라에서, 젊은 세대가 지난 18개월간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네시아, 모로코,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처럼 거리로 나선다면, 체제에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감 중인 임란 칸의 정당 PTI는 다음 총선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한때 세계적인 크리켓 스타였던 73세의 임란 칸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리로 재임했다. 그는 초기에는 군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갈등이 격화되며 결별했다. 2019년 당시 정보부장(파키스탄 정보부 ISI 수장)으로 재직하던 무니르를 경질한 뒤, 칸은 2023년 체포되어 구금됐다. 그는 부패와 테러 혐의 등 150건이 넘는 기소를 당했지만, 이를 "정치적 음모"라며 일축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PTI는 각종 제약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군부와, 수십 년 동안 정권을 번갈아 잡아온 두 개의 정치 명문가 정당이 연합해 PTI의 집권을 차단했다. 현재 두 당은 불안한 연립체제로 집권 중이다. 칸 정부는 재임 당시 불안정한 국정 운영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많은 젊은 파키스탄인들은 그가 장군들과 정치 기득권층에 맞서 싸운 인물로 존경하고 있다.
최근 라왈핀디 교도소 밖에서 열린 소규모 집회에서, 칸의 여동생 알리마는 수십 명의 카키색 제복 경찰들 앞에서 단호한 어조로 지지자들에게 연설했다.
"이 '권력 찬탈' 정권이 직면한 문제는, 그들이 감옥의 좁은 감방 안에 있는 그(임란 칸)를 결코 무너뜨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비로소 파키스탄에서 민주주의가 태어나고 있습니다." 알리마는 말을 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이른바 '관리된 민주주의' 속에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모든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분노는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무니르, 국민은 당신을 선출한 적이 없다!"
현재 PTI 인사들은 피로와 위축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근거지인 카이버파크툰크와(약칭 KPK) 주 주도 페샤와르에서도, 당 간부들은 자극적인 발언을 삼가며 정부의 탄압으로 인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사라졌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군부는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전문관료들은 지금이 투자 유치와 구조 개혁을 추진할 '기회의 창'이라고 강조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세계은행은 파키스탄의 빈곤 감소 노력이 "사실상 멈춰섰다"고 경고했다. 빈곤율은 2001년에서 2022년 사이 46%포인트나 감소해 18.3%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25.3%로 치솟으며 8년간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급등과 대규모 홍수로 인해, 파키스탄은 2023년 국가 부도 위기 직전까지 몰렸다. 세계은행은 올해 발생한 또 한 차례의 '재앙적 수준의 홍수'로 인해 2025년 6월까지의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낮춰 2.6%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JP모건 출신의 금융가로 현 재무장관인 무함마드 아우랑제브는 자신감에 차 있다. 그는 70억 달러 규모의 IMF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세수 확충, 투자 활성화, 수입관세 인하 등 구조개혁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낙관론에는 근거도 있다. 2024년 3월 취임 당시 20%를 웃돌던 인플레이션을 잡고, 14년 만에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했으며,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파키스탄의 국가 신용전망을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채 부담은 여전히 악화하고 있다. 2026년 6월까지의 회계연도 기준으로, 전체 예산의 46% 이상이 대출 이자 상환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우랑제브는 경제성장률이 인구 증가율과 같거나 그보다 낮다는 것은 "존립 위기 수준의 문제"라고 경고한다. 연 2.5%대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그것은 전혀 지속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라고 그는 단언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투자율은 13.8%에 불과해 남아시아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다국적 기업들의 잇단 철수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34년간 파키스탄에 진출해 있던 프록터앤드갬블(P&G)이 이달 철수를 결정했다.
지금까지 무니르의 지정학적 줄타기는 양자 간 부채 만기 연장과 IMF 구제금융에 대한 미(美)의 동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달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인터내셔널홀딩컴퍼니(IHC)가 소규모 국영은행을 인수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2년 전 출범한 군 주도의 투자유치는 걸프 국가 자금 750억 달러 약속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보였고, 군의 경제 개입은 구조개혁 시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7월 말 섬유업계 로비와 기타 산업단체들은 파키스탄 육군본부가 있는 라왈핀디로 날아가 무니르에게 세무당국의 구속 권한 강화 제안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육군사관학교 연설에서 무니르는 투자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십 년간 우리 땅에 숨겨져 있던 보물이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한 희망의 빛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측근 가운데 한 명은 무니르의 비전이 "국가를 안정시킨 뒤 야심찬 개혁을 단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에서는, 군 참모총장이 장교단의 재정적 이익을 돌보아야 했던 전통적 관행과 정부의 취약한 지지 기반을 고려할 때 무니르에게 그런 개혁을 추진할 의지와 뒷받침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에 대해 책임지는 지배계층이 없다면,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협하는 강도 높은 개혁에 대한 동기가 결여된다"고 임란 칸 정부의 전 고문이자 상하이 푸단대 방문연구원인 자베드 하산은 말했다.
지금은 어쨌든 무니르의 국제적 위상과 자신감이 불과 6개월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의 반대자들은 그저 지켜보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법들을 '아심 (무니르) 법'이라고 부릅니다"라고 임란 칸의 여동생 알리마는 말했다. "그에게 반대하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대인도 외교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이웃나라이자 세계 최대 인구대국인 인도를 미국 편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금년에 이상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파키스탄의 군부 지도자 아심 무니르를 단독으로 백악관에 초청해 두 차례나 사실상의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후 트럼프는 갑자기 인도를 무시하고 인도에 예상 못한 수준의 고율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러고는 인도 경제를 "죽은 경제"라고 폄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와의 친분을 자랑해왔던 무디 총리는 크게 모욕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트럼프가 갑자기 인도를 버리고 친중 노선을 밟아오던 파키스탄에 접근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량 수입하는 인도를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도를 때려 러시아를 때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의 10월 27일자 '빅리드' 기사는 파키스탄의 천연자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파키스탄이 미국측에 '희토류' 개발을 제안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는데, 그렇다면 퍼즐이 어느 정도 맞춰집니다.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 계기로 김해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은 '1년간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미국은 엔비디아 첨단 GPU를 포함한 반도체 수출통제를 무기로 삼았고, 이에 맞서 중국은 희토류의 수출통제를 내밀었습니다. 양국의 수출통제가 팽팽히 맞선 와중에 양 정상은 '1년간 휴전'에 합의한 것입니다. 미국은 무역전쟁 승리를 위해 신속히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고, 중국은 신속히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갖추려 할 것입니다. 물론, 이 정도로의 설명으로도 미국의 파키스탄 접근은 충분히 납득되진 않습니다. 이 FT 기사를 통해 독자 여러분도 아심 무니르라는 파키스탄의 실질적인 통치자에 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파키스탄의 외교, 국내정치, 경제정책도 함께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인구 2억5000만명에 핵무장되어 있는 무슬림 대국 파키스탄은 국제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