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육군 원수의 승부수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의 국제적 위상을 새롭게 구축하는 동시에 국내 권력 강화에 나서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원수)이 2026년 6월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호가 내려다보이는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 이란, 파키스탄, 카타르간 4자 회담에 앞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세계 정치를 이끄는 인물로 최근 주목을 끄는 인물 중 한 명이 파키스탄의 실질적인 통치자 아심 무니르 원수입니다. 아심 무니르는 작년 6월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담을 가졌습니다. 국가의 공식 수반이 아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라고 부르긴 어렵지만 사실상 정상회담을 가졌던 것입니다. 현재 파키스탄의 사실상 통치자는 샤리프 총리가 아니라 무니르 원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파키스탄의 최고 권력기관 중 하나인 정보기관 수장을 거쳐 육군참모총장, 그리고 해공군까지 아우르는 군 최고사령관 지위에 오른 인물입니다. 현재 진행중인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도 아심 무니르의 중재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외교에서도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인도를 미국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대중국 봉쇄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인도를 중국 견제에 이용하려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하와이의 태평양사령부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꾸는 등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구사해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2기에 들어 갑자기 파키스탄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중국에 가까웠던 파키스탄 역시 미국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미국만 바라보고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동의 강호들과 군사동맹을 맺어가고 있습니다. 작년엔 사우디아라비아와 군사동맹을 맺었고, 얼마전엔 튀르키예까지 끌어들여 사우디와 함께 '3국 동맹'을 맺었습니다. 원래 이들과 가까운 이집트는 아직 밖에 있지만 언젠가는 이집트까지 끌어들여 '4국 동맹'을 만들어내리라 예상됩니다. 현재 미국이 빠져나가려는 범중동(남아시아까지 포함한) 지역에서 파키스탄-사우디-튀르키예-이집트가 하나의 축을 만들고 있고, 이에 맞서 이스라엘-UAE-인도가 라이벌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7월 24일자 '빅리드'는 아심 무니르의 야심찬 외교적 행보를 조명하면서 문제는 '국내정치'라고 지적합니다. 이 육군 원수가 국내정치를 힘으로 누르기만 하면 결국 국민이 힘으로 저항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는 결국 국민에게 경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고, 향후 국가를 이끌어갈 '서사'를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힘이 아니라 '설득'의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아심 무니르를 FT의 이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정치에서 불가피하게 힘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피치자(被治者)들의 동의입니다. 아심 무니르 원수의 행보가 기대되고 또 우려됩니다.

아심 무니르 육군 원수가 금년 4월 미국과 이란 간 평화 정상회담을 주최하기로 예정돼 있던 바로 전날, 사우디아라비아가 특별한 요청을 해왔다.


이 사안을 보고받은 두 사람에 따르면, 사우디의 모하메드 알자단 재무장관은 4월 10일 저녁 이슬라마바드의 화려한 총리 관저를 찾아 무니르와 차관 문제를 논의하면서 사우디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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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우디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고 있었다. 지난해 파키스탄과 방위협정을 체결한 사우디는 파키스탄의 사실상 지도자인 무니르에게 병력과 군수품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런 조치가 임박한 미-이란 종전회담을 위태롭게 하고, 이란에 동조하는 사람이 수천 만 명에 이르는 파키스탄 국내에서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파키스탄으로서는 사우디의 재정적 후원이 절실했다. 불과 며칠 전 아랍에미리트(UAE)가 35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해 파키스탄 정부를 충격에 빠뜨린 터였다. 이는 파키스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무니르는 전투기 1개 비행대와 공군 병력, 중국제 HQ-9 방공체계를 이란 해안을 마주 보는 사우디의 한 공군기지에 파견했다. 그 다음 주 사우디는 동맹국 파키스탄에 30억달러를 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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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화는 무니르가 사우디, 미국, 중국과 맺고 있는 파키스탄의 관계를 적극 활용하고, 자신의 권한을 동원해 외교정책을 재편하면서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으로 억누르려 하는 파키스탄의 경제적·정치적 난제도 여실히 드러낸다.


무니르는 이와 함께 역내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파키스탄보다 부유하고 강력한 숙적 인도를 견제하려 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관할하는 전략계획국(SPD)에서 근무했던 페로즈 칸 예비역 준장은 "남아시아에서 파키스탄은 영원히 인도에 이은 2인자다. 인도는 더 부유하고 강력하며, 이 지역에서 미국에 더 유용한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파키스탄은 중동에서는 미 중부사령부와 사우디의 지원을 등에 업고 독자적인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란 전쟁을 계기로 파키스탄은 사우디-이집트-튀르키예와 공조를 한층 강화했다. 이들 4개국은 함께 중동 지역의 안정에 기여하고 전후 안보질서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들 4개국의 연대가 UAE-이스라엘-인도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는 군사협력에 맞서는 균형추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국내로 눈을 돌리면 파키스탄의 경제-안보 문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니르의 야심 찬 외교 행보가 국내 위기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나아가 그가 결국 이런 위기 때문에 좌초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인구 2억5500만 명의 파키스탄은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으며, 지금까지 25차례나 구제금융을 제공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제약을 받고 있다. 지난해 공식 빈곤율은 29%로 치솟아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파키스탄군은 서부 지역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발루치 분리주의 세력과 파키스탄 탈레반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의 최빈곤 지역을 자원 개발의 거점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미 해군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페로즈 칸은 "파키스탄은 경제적, 정치적 취약성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중견국으로서 국력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핵무기, 재래식 군사력, 외교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에도 한계는 있다. 사우디 재무장관을 만난 다음 날 무니르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이란 지도부 사이에서 21시간에 걸친 협상을 주재했다. 이 협상은 지난달 체결된 14개 항의 휴전 합의인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의 토대가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외교적 성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란의 선박 공격에 대응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휴전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이란은 걸프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으로 반격했고, 파키스탄이 수입하는 화석연료의 거의 전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봉쇄했다.


파키스탄의 국내 문제가 갈수록 쌓여가는 상황에서 비판론자들은 무니르가 이처럼 외교정책에 힘을 쏟는 것이 과연 시급한 일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과 영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를 지낸 말리하 로디는 "집에 불이 났는데 국제무대에서 목소리가 커진들 무슨 소용인가"라며 "파키스탄은 먼저 내부의 균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건 탄압뿐"

무니르는 파키스탄을 자신이 말하는 "강한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한다. 그를 여러 차례 직접 상대해본 전직 미국 외교관은 무니르가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파키스탄을 통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니르는 파키스탄 보안 당국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무장세력을 뿌리 뽑고 수십 년간 이어진 정치적 불안을 끝내는 한편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1968년생인 무니르 원수는 이맘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파키스탄 군 수뇌부 가운데 코란 전체를 암송했다고 밝힌 최초의 인물이다. 그가 공개적으로 내세우는 독실한 신앙심에 더해, 전임자들이 주로 거친 영국식 전통의 명문 사관학교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장교 양성학교에서 교육받았다는 점도 파키스탄군의 보다 세련되고 국제적인 엘리트 장교층과 그를 구별 짓는 특징이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2022년 11월 무니르를 파키스탄에서 가장 막강한 자리인 육군참모총장에 임명했을 당시, 파키스탄은 외환보유액이 급속히 고갈되는 가운데 카리스마 넘치는 전직 크리켓 스타 출신인 임란 칸 전 총리의 축출로 큰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었다. 무니르와 그의 측근들은 이러한 위기의 원인을 파키스탄이 지난 10년간 시도했던 민간 주도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찾는다. 무니르는 이후 3년 반 동안 파키스탄 국내 정치와 국정 전반에 군부의 영향력을 확고히 뿌리내리는 데 주력해왔다.


칸 전 총리에게 충성하는 후보들이 2024년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하자, 샤리프 정부는 정권 유지를 위해 군부에 의존했다. 칸은 앞서 2019년 무니르를 파키스탄 최고 정보기관 수장 자리에서 해임한 바 있다.


그 대가로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한 의회는 무니르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의사결정 권한을 넘겨줬다.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그의 임기를 연장해 향후 최대 10년까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데 이어, 공군과 해군에 대한 통제권까지 부여했다. 새로 제정된 법률과 막후에서 이뤄지는 협박과 압박으로 사법부의 독립성도 약화됐으며, 군부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 역시 봉쇄됐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파키스탄 서부 지역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은 최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이란-아프가니스탄 국경 인근의 구리 매장량이 풍부한 사막지대까지 이어지는 총 1300㎞의 간선도로를 무장세력과 비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잇따른 습격과 자살폭탄 공격으로 캐나다의 광산회사 '배릭 마이닝'은 90억달러 규모의 레코디크 구리-금광 개발 사업을 연기했다. 인근의 중국 자본이 지원하는 구리광산 역시 지난달 조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델리에 본부를 둔 데이터베이스 '남아시아 테러리즘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는 최근 20여 년 사이 파키스탄 보안 병력의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해이기도 했다. 올해 1월 이후 사망한 민간인과 보안 병력은 1270명을 넘어섰다. 이는 2025년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한 수치다.


파키스탄군 대변인 아흐메드 샤리프 초드리 중장은 파키스탄이 무장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경찰 조직을 전면 개편하고, 각 주정부의 치안 및 개발 관련 지출을 늘리는 한편, 무장세력의 은신처를 소탕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벌이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는 라왈핀디의 육군 총사령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테러와 범죄의 결탁'이라고 부르는 구조를 끊어내기 위해 "지역 주민을 위한 지역 자금이 있고, 지역 사업이 있으며, 지역 내 소비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폭력 사태의 상당 부분이 인도의 개입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인도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또 현재 공개적으로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무장세력에 은신처와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오히려 파키스탄 내부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억압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옥스퍼드대 개발경제학 부교수 아딜 말리크는 정권이 독립적인 사법제도와 자유언론, 시민들의 시위·항의 활동에 접근할 길을 차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불만을 품은 세력에게 국가를 상대로 무기를 들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남서부 도시 퀘타에서 활동하는 26세 변호사 나디아 발로치는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자신이 아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새로운 제3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로치의 언니 마흐랑은 2024년 군중을 선동해 군인 한 명을 살해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대테러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마흐랑은 수년 동안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전역에서 시위를 이끌며, 국가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수천 건의 실종과 살해 사건에 대해 책임을 규명하라고 요구해왔다.


마흐랑과 지지자들은 군인 살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자신들의 운동은 철저히 비폭력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군부는 마흐랑을 "테러리스트들의 끄나풀"이라고 규정했다.


발로치는 언니에게 내려진 판결을 두고 "이것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강한 국가'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침해는 항상 존재했지만, 과거에는 시위와 농성, 기자회견을 할 공간은 있었다"며 "이제는 오로지 탄압뿐"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힌두교도들이 2025년 5월 1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열린 파키스탄 육군 지지 집회에서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의 사진이 담긴 팻말과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친구는 가까이 두라

파키스탄은 1947년 독립 이후 국경과 주변 지역에서 끊임없이 안보 위협에 직면하면서, 생존하고 국력을 행사하기 위해 복잡하게 얽힌 동맹과 의존관계를 구축해야 했다.


냉전 시기 파키스탄이 가장 중시했던 동맹은 강력한 반공국가인 미국 그리고 이웃국가인 마오쩌둥 치하의 중국이었다. 1971년 7월 동파키스탄(지금의 방글라데시 지역)에서 벵골 분리주의 세력과 유혈 내전이 한창이던 당시, 군사독재자 야히아 칸은 이 두 나라와의 관계를 활용해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의 베이징 비밀 방문을 성사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인도군이 참전하면서 파키스탄은 결국 전쟁에서 패했고, 방글라데시는 독립했다. 이 패배가 남긴 국가적 트라우마를 계기로 줄피카르 알리 부토 총리는 석유가 풍부한 중동에서 새로운 우방을 찾기 시작했다. 예비역 준장 칸에 따르면 부토는 당시 파키스탄을 "이슬람 세계의 동쪽 요새"로 내세웠다.


사우디의 파이살 국왕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는 파키스탄의 초기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후 이 두 권위주의 지도자의 이름은 각각 파키스탄의 주요 도시와 국립 크리켓 경기장에 붙여졌다.


중국 역시 파키스탄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아라비아해의 과다르 심해항을 비롯해 파키스탄 전역에서 30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전력 및 인프라 사업을 추진해왔다.


파키스탄군 대변인 초드리는 "파키스탄이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두 곳,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라며 "이들과의 관계에서는 결코 '주고받기식 거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여전히 파키스탄의 최대 무기 공급국이다. 중국과 사우디는 파키스탄의 양대 채권국이기도 하다.


초드리는 지난 4월 파키스탄군의 사우디 파병과 리야드가 제공한 30억달러 차관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이는 매우 강력한 종교적 유대와 상호 존중을 토대로 수십 년간 이어져온 특별한 관계"라고 말했다.


그리고 무니르의 파키스탄이 공들여 관계를 구축해온 세 번째 나라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지난해 6월 파키스탄 정부는 한 달 전 벌어진 인도와의 나흘간의 무력충돌을 끝내는 데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적인 외교적 개입"을 했다며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한때 파키스탄이 미국에 "거짓말과 기만 외에는 아무것도 준 것이 없다"고 비난했던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무니르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육군 원수"라고 불렀다.


이제 무니르는 최근 수년간 파키스탄 지도자 가운데 백악관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누리고 있다.


워싱턴의 스팀슨센터에서 남아시아를 담당하는 선임연구원 아스판디야르 미르는 무니르가 이란과의 양해각서 체결을 성사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을 두고 "무니르는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던 외교에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걸면서 상당한 위험을 감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 10년간 미국의 대외정책을 규정해온 인도 중심의 컨센서스에서 벗어나, 파키스탄이 자신의 승부수를 던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파키스탄의 역할을 새롭게 규정하려는 무니르의 시도는 강력한 후원자가 될 수 있는 강대국들의 환심을 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주 무니르는 앙카라에서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군 수뇌부를 만났다. 그가 튀르키예 및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에 나선 것은 걸프의 일부 산유국들이 미국의 안보 공약과 무기·장비, 군사기지에 대한 의존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새롭게 부상하는 이 동맹은 사우디의 막대한 자금력에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의 실전 경험이 풍부한 군대, 탄탄한 방위산업 역량을 결합할 수 있다.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은 이미 드론 개발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파키스탄군 대변인 초드리는 "파키스탄은 보다 넓은 이슬람 세계, 특히 걸프 지역의 평화에 분명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걸프 국가들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파키스탄을 안보 파트너이자 공정한 중재자로 상대하는 데 한층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파키스탄은 이란과 사우디 양측과의 관계를 활용해 역내 두 강국이 서로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지 않도록 설득해왔다.


초드리는 "파키스탄은 이번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거나 확대되지 않도록 걸프만 지역의 모든 이해당사국은 물론 이란과도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사우디와 체결한 상호방위협정은 아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며 의회의 별도 비준 없이 승인됐다. 사우디와 파키스탄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협정에는 "어느 한 나라에 대한 공격도 양국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사안을 보고받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파키스탄과 사우디는 공동 방공체계 구축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과 2019년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통해 드러난 사우디 방공망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서다. 2019년 당시 후티의 공격으로 사우디의 일부 석유시설은 한동안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중동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걸프 지역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국민 550만 명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연간 200억달러 이상의 송금은 파키스탄의 외환보유액을 떠받치는 중요한 버팀목이다.


리야드 소재 '파이살국왕 연구센터'의 우메르 카림은 사우디에 대해 "파키스탄이 절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언제나 어느 정도의 재정적 완충장치를 제공하려는 나라"라고 말했다.


현재 파키스탄이 사우디에 진 빚은 약 80억달러로, 파키스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의 46%에 해당한다. 파키스탄은 파산을 피하기 위해 사우디가 채무 상환기한을 계속 연장해주는 데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파키스탄이 이란의 위협에 직면한 채권국에 이처럼 극도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파키스탄 국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특히 4000만 명에 이르는 시아파 주민들 사이에서 동정 여론이 강하다. 지난 2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되자 파키스탄 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나 최소 24명이 숨졌다.


파키스탄의 재정적 후원국들이 언제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지난 4월 UAE는 한때 긴밀한 방위 파트너였던 파키스탄이 친사우디 노선을 취하고 이란과의 중재에 나선 데 반발해 35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즉각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후티 반군이 사우디와 사우디 유조선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하면서 파키스탄으로서는 분쟁에 휘말릴 새로운 위험도 커졌다. 카림은 "파키스탄이 재정적으로 사우디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핍한 시기

파키스탄이 해외에서 행사할 수 있는 힘은 결국 경제력에 달려 있지만, 아직 파키스탄에는 그런 경제적 기반이 없다. 1인당 경제력 기준으로 보면 인도를 비롯한 역내 경쟁국들에 뒤처져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GDP 대비 보건-교육 지출은 다른 중하위소득국보다 훨씬 적다. 그 결과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동이 2500만 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78%는 10세가 돼도 기본적인 읽고 쓰기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체 아동의 40%는 발육부진 상태다.


IMF는 금년 5월 파키스탄 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2027년 6월까지 1년 동안 파키스탄 정부 수입의 약 40%가 부채 이자를 갚는 데 들어갈 전망이다.


파키스탄은 이번 주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100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국제수지 위기의 근본 원인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6년 6월까지 1년간 경제성장률은 3.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출 감소와 수입 증가, 걸프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무역적자는 396억달러로 불어나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경제개혁을 자문하고 있는 옥스퍼드대의 스테판 더콘 교수는 "소수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경제를 바로잡지 못하면 심각한 경제위기, 나아가 정치위기라는 절벽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긴축을 요구하는 와중에도 군부는 여전히 우선순위를 누리고 있다. 파키스탄 의회는 지난달 국방비를 18% 늘리는 예산안을 승인했다.


파키스탄 라호르경영과학대(LUMS)의 알리 하사나인 경제학 부교수는 "지금 우리는 강제적인 지출 삭감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과세 기반은 넓히지 못하면서 국방비는 해마다 실질적으로 늘려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니르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군 주도의 투자기구는 그가 2023년 약속했던 걸프 지역 750억달러 투자 유치 목표 가운데 극히 일부조차 아직 실현하지 못했다. 중국 고위 당국자들도 이제 치안 문제 해결이 대규모 투자의 선결조건이라고 말한다. 파키스탄 중앙은행에 따르면 6월까지 1년 동안 파키스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입액은 16억달러에 그쳤다. 이전 12개월보다 3분의 1 줄어든 규모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국내의 강경한 탄압 정책은 그 자체로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 파키스탄 섬유 수출업계의 생명줄이 된 유럽연합(EU)의 무역특혜 제도를 파키스탄이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를 점검한 이달 보고서는 "중대한 법치주의 우려"를 제기했다. 강제실종과 초법적 살해가 늘어난 데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도 심해졌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의 말리크는 "군부와 민간 협력세력은 기존 질서를 대신할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지도, 성과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정치-경제 상황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으로 정권은 무력을 거칠게 사용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무력화하고 반대 목소리를 침묵시켰다"며 "그러나 침묵을 안정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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