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는 20년 넘게 미국의 구애에 부응하여 원자력 에너지부터 기술, 국방에 이르는 분야에서 미국 정부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미국으로 중심축을 옮겨왔다.
그러나 이제 인도는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협정의 세부사항을 마무리하려 하면서도 위험 분산을 모색하고 있다.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관련 벼랑 끝 전술과 인도의 역내 경쟁국인 파키스탄과 그 군부 지도자 아심 무니르와의 우호적인 관계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이에 대한 인도의 대응은 일본, 브라질, 캐나다를 포함한 '중견국'들 및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급속히 심화하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인 인도는 지난 1월 유럽연합과 오랫동안 염원해온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모디 총리는 "세계 질서가 심대한 격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유럽연합과의 협정이 "국제체제의 안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뉴델리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를 "역대 최대 규모의 협정"이라고 칭송했다.
현실은 이 협정이 대체로 트럼프가 인도와 유럽연합 양측에 가한 압력에 대한 반응이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인수하려는 미국의 위협과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대한 트럼프의 흔들리는 지지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인도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대부분 동안 백악관과 지저분하고 공개적인 대결을 견뎌왔으며, 인도의 수출업체들은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줄이도록 압박하기 위해 2025년 8월 말 부과한 50% 관세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의 관세 대부분을 무효화한 판결조차 그다지 위안이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그들은 관세를 내게 될 것이고 우리는 관세를 내지 않을 거예요." 불과 몇 주 전 합의된 인도와의 무역 협정 개요에 대한 법원 판결의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받았을 때 트럼프는 말했다.
국방, 안보, 기술을 아우르는 파트너십을 20년에 걸쳐 미국과 구축했지만 결국 트럼프가 일방적인 무역 협정을 확보하기 위해 무신경한 벼랑 끝 전술을 휘두르는 것을 목격한 인도는 이제 더 작고 협력적인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현재 뉴델리에서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단어가 유행이다. 인도는 일본, 캐나다,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유럽연합 등 소위 중견국들과의 관계를 심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 행정부의 변동성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모두와 친구"라는 모디 정부의 오랜 자랑거리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모디 정부는 유라시아그룹의 남아시아 담당자인 프라밋 팔 차우두리Pramit Pal Chaudhuri가 "초강대국으로부터 독립적인 회복탄력성의 망"이라고 부르는 것을 조용히 구축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인도는 다극 세계의 강력한 옹호자였으며 이 개념을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에 대한 이론적 교정책으로 옹호해 왔어요." 차우두리는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 인도는 마침내 그 이상이 현실이 된 세계 속에서, 주장하던 바를 정말로 실천해야 하는 뚜렷한 난관에 직면했죠." 그는 덧붙인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파트너를 육성하겠다는 인도의 노력이 수십 년 된 일이며 반드시 미국으로부터의 명백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낡은 규칙을 내던질 의향이 있는 미국 대통령에 직면하여 인도의 노력은 극적으로 강화되었다.
"인도는 요동치는 미중(美中) 관계에서 독립해서 안정을 제공하는 중견국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제3의 길'을 추구하고 있어요." 외교 문제 논평가인 브라마 첼라니는 미국과 중국을 암시하며 말한다.
"여기에는 유럽연합을 가장 안정적인 경제 및 기술적 지주로 재정립하는 것이 포함되며, 이를 통해 미국에 의존하지도 중국에 지배되지도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해요."
모디 정부의 노력은 공급망 위험에 대해 일본과 협력하는 것에서부터 드론 생산 및 수자원 관련 기술에 대해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것, 라틴아메리카에서 핵심 광물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 그리고 동남아 국가연합(ASEAN)과의 해상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인도는 심지어 비자 제한을 완화하고 직항 항공편을 재개하는 등 중국과의 제한적인 긴장 완화에 합의했다. 2020년 분쟁 국경을 따라 벌어진 충돌로 최소 24명이 사망한 전투를 벌였던 인도와 중국에게 이번 잠정적인 관계 개선은 의미가 크다.
"인도는 더 자율적인 경제 지형을 엮어가고 있어요." 전 인도 외무부 장관인 니루파마 라오는 말한다. "블록이 아닌 격자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에요. 미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예측 불가능성과 중국의 강압에 대비한 충격 흡수 장치를 점진적으로 모으는 것이죠."
모디 총리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인도-유럽연합 협정 체결을 기념하기 위해 뉴델리에서 카메라를 향해 실크 스카프를 두르고 있을 때, 몇 달간 분쟁에 휘말렸던 백악관과의 무역 협상은 마침내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인도의 최대 단일 교역 상대국인 미국과의 협정 초안은 2025년 중반부터 테이블에 올라와 서명을 앞두고 있었다. 대체로 인도는자국의 식량 곡물 및 유제품 시장에 대한 보호를 허용받는 대가로 대부분의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여러 문제에 대한 격렬한 논쟁 속에서 올해 초까지도 합의는 요원했다. 트럼프는 작년에 있었던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짧은 군사 분쟁에서 휴전을 중재했다고 자랑했지만 모디 정부는 이 주장을 단호히 부인한다.
인도는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 며칠 전, 트럼프가 무니르 장군을 백악관 오찬 및 회담에 초청했을 때 더욱 실망했다.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모디 총리는 트럼프의 전화를 피했다. 총리의 측근들은 미국 대통령이 이미 논의된 내용을 자기 마음대로 지어내 홍보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황은 2025년 8월에 극에 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여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지 못하게 하려 했을 때였다. 인도에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트럼프의 결정은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미국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온 인도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마침내 대화했고, 일주일도 채 안 되어 임시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트럼프가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한 이후에 이루어졌으며 인도는 이후 이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지만 반박하지도 않았다.
이 협정은 대체로 인도에 불리하며, 이는 관세 위협 이후 강압하에 체결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트럼프의 비대칭적 무역 거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도의 대미 관세 부담은 50%에서 18%로 감소하는 반면, 대부분의 미국 공산품은 0%에 가까운 세율로 인도에 들어오게 된다. 인도는 또한 5년간 미국으로부터 5000억 달러(700조 원) 상당의 상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현재 수입 속도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인도의 양보에 더해,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재개하는지 "감시"할 것이며, 만약 재개할 경우 관세를 즉각 복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비상권한을 사용한 트럼프의 조치가 위헌이라는 미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세부사항을 최종 확정하는 과정은 이제 더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
인도 상무부가 판결의 "영향을 검토하는" 동안 2월 워싱턴에서 예정되었던 미국과의 회담은 "연기되었다"고 한 인도 관리가 밝혔다.
1947년 막대한 인적 희생을 치르며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이래 확고한 자립을 자랑해온 인도에게 이번 사건은 공개적인 굴욕이었다. 미 대법원 판결 이후인 2월 21일, 야당 지도자 라훌 간디는 모디 총리가 "재협상할 수 없고,그는 다시 항복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인도는 독립 이래로 소련, 소련 붕괴 이후엔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S 자이샹카르 외무부 장관은 이전에 인도의 에너지 공급자 선택을 "전략적 자율성"의 문제로 설명했는데 이는 인도가 동맹을 맺지는 않으면서 친구를 찾는 정책에 사용하는 주요 문구이다.
작년 트럼프와의 대결 훨씬 이전부터 자이샹카르 장관은 "다극성multi-polarity"과 인도가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를 찾아야 할 필요성을 옹호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와의 무역 마찰이 이러한 노력을 가속화시켰다고 말한다.
"인도는 대안적 파트너십에 두 배로 힘을 쏟고 있어요." 뉴델리 소재 사회경제진보센터Centre for Social and Economic Progress 선임 연구원인 콘스탄티노 자비에르는 말한다. "이는 새로운 일이 아니에요. 기존 체제의 실패에 대비한 보험으로서 수년 동안 준비되어 온 것이었지만 이제 인도가 그것을 활용하고 있는 거죠."
인도가 유럽연합을 포용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으로부터의 위험을 줄이려는 모디 정부의 노력은 많은 해외 파트너들의 부응을 얻고 있다.
"인도의 전략은 미국과 중국이 모두 점차 거래적인 방식으로 행동함에 따라, 글로벌 사우스 중견국들 사이에서 단일 초강대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려는 더 광범위한 변화를 반영해요." 상파울루의 제툴리우 바르가스 재단 싱크탱크 국제관계대학원 부교수인 올리버 스투엔켈은 말한다.
이러한 생각의 일치를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예 중 하나는 인도와 캐나다 간의 화해 무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월 말 인도를 방문할 예정1이다.
이는 작년 앨버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모디 총리와 카니 총리의 회동에 이은 것으로, 2023년 밴쿠버 근처에서 발생한 시크교 분리주의자 하르딥 싱 니자르2의 암살 사건으로 양국의 외교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이래 캐나다 지도자로서는 첫 인도 방문이다. 캐나다 당국은 인도 정부가 이 암살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주장했다.
카니 총리의 인도 방문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있었던 그의 1월 연설이 호평을 받은 지 몇 주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그는 이 연설에서 중견국들에게 "함께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가 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메뉴에 오르는 게 우리가 되기 때문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인도와 캐나다는 또한 2023년 외교 위기로 결렬되었던 무역 협정에 대한 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무역 외교는 2014년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래 그의 의제의 핵심이었다. 이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동안 가속화되었으며, 인도는 영국, 유럽연합, 오만, 뉴질랜드와 자유무역협정 또는 기타 협정을 체결하고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4개국의 자유무역지대)과의 무역 협정을 발효시켰다.
"인도의 정치경제는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고 있어요." 뉴델리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전략 문제 전문가인 조라와르 다울렛 싱은 말한다. "우리가 수출하고 수출 기반을 강화해야 하며, 세계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죠." 유라시아그룹의 차우두리는 또한 50% 관세로 인한 "고통"이 작년 모디 정부가 세제 및 노동법 개혁을 포함한 전면적인 경제 개혁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라고 말한다.
인도는 또한 라틴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도는 2023년 G20 의장국 임기 동안 아프리카연합(AU)의 영구회원국 가입을 주도했다. 또한 지난 2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국빈 방문 기간 동안 기업인 200명 이상을 포함한 사상 최대 규모의 브라질 대표단을 맞이했다.
모디 총리는 두 차례의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 정상회의를 주재했으며 올해 브릭스(BRICS)의 브라질, 중국, 러시아 등 11개 회원국 정상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브릭스의 의장국을 맡고 있는 인도가 현재 세계에 대한 논의와 그것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논의를 이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룰라 대통령의 수석 외교 보좌관인 셀수 아모링은 말한다. "우리 모두는 다각화된 관계를 원하며 어느 한 나라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요."
인도의 글로벌사우스 리더십 추구는 부분적으로 중국과의 권력 다툼이지만 인도가 자국의 전기차 제조, 재생에너지 기술 및 전자제품에 필요한 리튬과 같은 핵심 광물을 생산하는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목적도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세계 최대의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국영 광산 기업들이 발견된 자원의 대부분이 위치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에 걸친 '리튬 삼각지대'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도록 압박해왔다. 인도가 아르헨티나와 5개의 리튬 블록을 탐사 및 최종 개발을 위해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한 지 1년 후인 2025년 7월, 모디 총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났다. 인도는 작년에도 이임을 앞둔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을 초청하여 광물에 대해 논의했다.
인도는 또한 일본과의 관계를 조용히 심화시키고 있다. 양국은 작년에 반도체, 태양광 모듈, 영구 자석 및 기타 핵심 기술을 포괄하는 경제 안보 이니셔티브에 서명했다.
지난 2월 델리에서 열린 'AI 임팩트 서밋'에서 모디 총리는 인도가 "인도 고유의 가치와 우선순위에 뿌리를 둔 접근 방식을 계속 따를 것"이며 이를 통해 세계 질서에서 "지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총리의 자신감 넘치는 수사가 일부 불편한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가 세계 모든 지역의 다른 파트너들을, 주로 무역을 위해 찾도록 강요했죠." 예일대학교 남아시아학 강사인 수샨트 싱은 말한다.
"그것이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미국의 매력을 약화시키지는 않았으며 대외정책의 중심축을 미국으로부터 옮기는 것으로 보면 안 됩니다." 그는 덧붙인다.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행동을 벌충하기 위한 전환에 더 가깝죠."
인도가 전방위적인 실리 외교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이후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인도는 이란 당국과의 신속한 협상을 통해 자국 국적 유조선들이 안전하게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이끌어냈습니다.
냉전 시대부터 인도는 철저한 비동맹 노선을 견지해 왔습니다. 당시 미·소 양극 체제 편입을 거부하고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후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 질서가 확립되면서 인도의 입장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신냉전'으로 불리는 지정학적 경쟁 구도의 재편과 함께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현재의 인도는 과거와 다릅니다. 이미 중국을 넘어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했으며, 경제 성장률은 중국을 추월한 지 오래입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미국의 '탈중국' 기조가 맞물리며 인도는 최적의 대안 생산 기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 등 첨단 전자제품의 핵심 생산 라인이 인도로 이전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입니다.
한국은 인도보다 훨씬 부유한 나라이지만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을 무작정 따라할 수는 없습니다. 인도의 외교 노선은 세계 1위 인구로 뒷받침되는 내수 시장과 높은 경제 성장률로 뒷받침됩니다. 인구 5000만 명 규모인 한국은 내수 시장만으로는 충분한 부를 형성할 수 없어 국가 부의 절대다수를 대외 무역에 의존합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대외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낳습니다. 반면 인도의 경우, 미국이 50%의 관세를 부과했을 때에도 내수 시장 덕분에 장기 성장 전망에 영향을 못 미치리라는 S&P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인도의 행보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미국이 더 이상 과거처럼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캐나다, 호주, 유럽연합(EU) 등 가치를 공유하는 중견국들과 '자유무역 연대'를 구축하는 것은 통상 국가인 한국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과제입니다.
나아가 한국과 인도의 협력 잠재력은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열려 있습니다. 한국의 첨단 제조업과 테크 산업에 있어 인도는 이미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았으며, 향후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특히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며 자립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양국 간 기술 및 자본 협력의 여지는 무궁무진합니다.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을 치밀하게 따져보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