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테크

AI 시대, 건강 데이터의 미래

과거에는 우리의 민감한 건강 데이터는 비교적 안전했고 익명성이 보장되었다. AI는 이제 그 정보가 불투명한 방식으로 당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되기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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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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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암 진단을 받는다면,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투병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될 겁니다. 하지만 한 디지털 권리 전문가는 이 개인적인 위기를 겪으며 또 다른 숨겨진 전쟁을 발견했습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 자신의 가장 민감한 건강 정보가 의사뿐만 아니라 정부 데이터베이스, AI 소프트웨어, 그리고 거대 테크 기업들에 의해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녀의 개인적인 경험은 우리 모두가 직면한 거대한 문제의 시작점이 됩니다.


우리는 아직도 개인정보 문제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해킹 사건에 자주 노출되어서 '한국인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이야기도 우스개처럼 합니다만 앱을 설치할 때 별다른 고민없이 개인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일도 잦습니다. 우리는 편의를 위해 매일 건강 앱을 사용하고 전자 의료 기록에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들여다보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의 수면 패턴과 운동 기록부터 병원 진료 기록까지, 이 모든 정보는 수백조 원 규모로 성장하는 거대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귀중한 '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데이터가 우리의 보험 가입 가부를 결정하거나, 심지어 취업 자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더 나아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정신 건강 정보나 유전적 특징까지 사고파는 '데이터 브로커'라는 그림자 산업이 존재합니다. 인공지능이 사소한 정보만으로도 우리의 가장 깊은 비밀을 추론해내는 시대에, 우리는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할까요? 이 기사는 급성장하는 헬스 데이터 시장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고, 소수의 기업이 쥔 막강한 권력을 조명하며 미래를 위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 몸에 대한 가장 내밀한 정보의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7월 22일자 노에마 기사와 함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게 진행성 유방암이 있다고 전화했던 의사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2021년 9월의 어느 오후였다.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나를 위로하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차분했고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지혜와 침착함, 공감 능력으로 노련한 의료 전문가의 품격을 보여주며 나의 고통을 다루었다. 나는 나의 고통에 연민을 느낀다고 믿었던 한 인간과 대화하고 있었다.


그 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진단 며칠 만에 나는 기묘한 기계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암 투병 과정의 모든 중요한 단계는 내 고향인 헝가리 정부가 구축한 디지털 건강 기록 시스템을 통해 내게 전달되었다. 이 시스템은 디지털화된 병리 보고서를 통해 국소 전이(암이 림프계로 퍼진 것) 사실과 치료 방법을 알려주었다. 사실상 나는 의사들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설계된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조기 사망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과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통보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몇 달간 두려운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은 나의 우울증을 심화시켰고, 내 건강과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강화시켰다. 하지만 헝가리의 데이터베이스인 EESZT를 이용하면서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누가 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게 된 것이다. 나를 담당하던 암 전문의들뿐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의사들도 접근할 수 있었을까? 정신건강 치료와 임신 관련 기록, 과거 검사 결과와 CT 스캔 등 나머지 의료 기록은 어땠을까?


나는 곧 나를 치료했던 모든 의사와 EESZT 접근 권한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내 개인정보 설정을 변경하지 않는 한 내 전체 기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연합(EU)의 엄격한 데이터 보호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의 기본 설정은 내 건강 데이터 대부분을 수많은 사람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민간 기업들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의사들은 암이 화학요법에 반응할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제안했다. 기술 때문이 아니라 내 암의 특성 때문에 결국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사용했다면 그 소프트웨어는 나에 대한 방대한 유전 데이터 세트를 수집했을 것이다. 이후 투병 과정에서 나는 모든 사용자 입력을 저장하고 사용하는 챗GPT를 이용해 복잡한 연구 결과를 요약하고 가족에게 부담시키고 싶지 않았던 질문들을 했다. '이 새로운 증상들이 심각한가요?' '이 어두운 생각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내 검색 기록을 통해 구글 또한 암과 우울증이라는 이중의 싸움을 기록하는 디지털 일기처럼, 매 순간 나의 상황과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더 이상 의료 전문가들만이 내 건강에 대한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내 건강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접근 권한을 갖게 되었고 그들이 정보를 공유하기로 결정한 누구든지 마찬가지였다. 투병 후 몇 년간 내가 알게 된 것처럼 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그림자 산업은 우리의 신체와 미래에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가 건강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이제는 피트니스 수준, 호흡 및 수면 패턴부터 정신건강 상태, 성병, 유전적 소인에 이르기까지 건강 데이터를 상업 및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는 종종 다양한 수준의 보안과 의심스러운 동의 정책을 동반한다.


종양이 제거되고 관해remission 상태에 들어서자, 나는 장수라는 희미한 약속을 제공하는 디지털 도구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더 잘 먹고 활동적으로 지내도록 격려하는 운동 및 식단 추적기가 그 예이다. 진단 당시 나는 38세였다. 젊은 나이에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직면했을 때, 이 앱들이 제공하는 통제감은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가벼이 사용하지 않았다. 당시 나는 이미 수년간 새로운 데이터 기반 기술의 사회적 영향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권리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술을 개발한 민간 기업들은 종종 신체 중심 데이터의 사용이 과학 연구, 인구 보건 및 온라인 안전에 필수적이라고 정당화한다. 하지만 내가 암 진단을 받았을 무렵, 구글 핏빗Google FitBit이나 애플 헬스킷과 같은 앱의 보안되지 않은 정보가 온라인에 유출되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토크스페이스Talkspace 같은 상담치료 앱이나 플로 헬스Flo Health 같은 생리주기 추적 앱도 사용자 동의 없이 민감한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하다가 적발되었다. 일부 경우에는 데이터가 우연히 노출되었고, 다른 경우에는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공유했다.


이 앱들에 더 의존하게 되면서, 나는 불투명하고 규제가 미비하며 급속히 팽창하는 산업에 나에 대한 정교한 정보를 넘겨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민간 테크 기업이 개발하고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EESZT나 미국의 에픽시스템즈Epic Systems 같은 전자 건강기록 시스템 시장은 2032년까지 거의 500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피트니스 및 기타 앱과 원격 건강 장치를 포함하는 모바일 헬스 산업은 2020년대 말까지 3500억 달러(49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 여기에 안면 인식이나 유전자 검사와 같은 다른 형태의 생체데이터 수집을 더하면, 신체 및 건강 중심 데이터 시장 총규모는 2020년대 말까지 5000~6000억 달러(700조~840조 원)에 이를 수 있다. 참고로 2024년 세계 제약 시장의 가치는 약 1조7000억 달러(2400조 원)로 평가되었다.


헬스 테크 부문이 급성장하면서, 막대한 생명정치적biopolitical 권력이 소수의 영향력 있는 기업들 손에 집중되었다. 이들 기업은 개인의 건강 행동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고 더 넓은 인구 집단의 건강 결과를 형성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투병 몇 년 후, 모질라 재단에서 펠로우십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내가 '신체 중심body-focused' 기술이라고 부르는 것의 성장, 거버넌스, 사회적 영향을 탐구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연구를 통해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가 나타났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의 발전이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되도록 건강 결과를 극적으로 개선한다. 대규모 데이터 수집은 이미 환자가 치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밝히고, 개인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며, 대규모 발병을 예측하는 등 의학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플루뷰FluView'는 병원, 클리닉,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수집하여 인플루엔자 유행을 감시하고 바이러스 변화를 감지한다. AI 도구는 종양의 분자 프로필을 높은 정확도로 추정하여 방사선 전문의와 종양 전문의의 업무를 지원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종류의 혁신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잠재적인 인지 및 호흡기 건강 문제를 감지하기 위해 음성 인식을 사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헬스 테크 산업의 급격한 확장과 그에 따른 사이버 보안 사고의 증가가 환자 수백만 명의 민감한 데이터를 위태롭게 하고, 잠재적으로 국가 전체의 의료서비스를 위험에 빠뜨린다. 사실 그러한 미래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2021년 아일랜드에서는 대규모 온라인 금품 갈취 캠페인 이후 전국의 의료 기관이 마비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대중의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내가 수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특히 건강 및 생체정보의 무단 공유에 대한 광범위한 불안감과, 현행 시스템이 종종 제공하지 못하는 보호 조치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드러났다. 기존의 법적 체계는 이러한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며, 그 격차는 점점 더 커지는 듯 보인다.


이 불확실한 신세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신흥 산업이다. 바로 사람들의 정신적, 신체적 안녕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종종 당사자 모르게 구매, 판매, 거래하는 데이터 브로커(중개업체)들이다. 액시엄Acxiom, 익스페리언Experian, 에퀴팩스Equifax, 렉시스넥시스LexisNexis 같은 회사들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수집한 후 이를 패키지로 만들어 광고주, 보험사, 신용평가사, 심지어 법 집행 기관이나 정부 기관에 판매한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데이터 브로커가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은 가장 발달했지만 규제는 가장 적은 시장 중 하나이다.


이러한 브로커 관행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 이전 시대에 기업들은 신용점수를 결정하거나 무언가를 판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공공 기록, 전화번호부, 토지 대장과 같은 기타 물리적 데이터 자원을 샅샅이 뒤졌다. 인터넷은 데이터 수집 방식을 바꾸었지만, 웹의 대부분 기간 동안 중개업체들은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 즉 소셜미디어 게시물, 공공 기록, 포인트 적립 프로그램 등 광고 및 타겟팅에 적합한 방식으로 개인을 분류할 수 있는 출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의 페이스북 프로필이 가임기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면 데이터 중개업체는 그녀를 잠재적 임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하고 그 정보를 불임 및 육아 관련 회사에 판매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략은 타겟 광고를 가능하게 했지만 데이터는 종종 피상적이거나 부분적인 정보에 의존하고 개인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포괄적인 가정을 함으로써 결함이 있었다. 하지만 곧 수집 방법은 더욱 정교해졌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와 같은 추적 도구를 모바일 앱에 내장하여 휴대폰 사용자의 네트워크 활동, 사용 패턴, 상호 작용 기록, 건강 및 피트니스에 대한 데이터를 조용히 수집하기 시작했다. 많은 SDK 제공업체들은 이 데이터를 집계하고 분석했으며, 일부는 데이터 브로커를 포함한 제3자에게 접근 권한을 임대하거나 판매했다. 이를 통해 중개업체들은 대부분 사용자의 지식과 동의 없이 개인 사용자에 대한 매우 상세하고 미묘한 프로필을 작성하여 광고 회사에 판매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데이터가 여러 사용자들의 정보를 한꺼번에 병합하거나 익명화되었지만, 연구에 따르면 익명화된 데이터를 개인의 신원과 다시 연결하는 재식별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쉽다는 것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정보 중개 자체가 본질적으로 악한 것은 아니다. 중개업체들은 제약회사와 건강보험사에 중요한 자원 역할을 하며, 그들의 개입과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제공해왔다.


최종 결과가 때로는 유익할 수 있지만, 때때로 다크 웹1에서 수집되는 의료 데이터 수집 방식은 업계의 도덕성은 물론 합법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데이터를 획득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쉬워지고 있다. 미국에서만 건강 관련 온라인 정보 유출 사고는 2008년 18건에서 2024년 734건으로 급증했으며, 이 과정에서 2억7500만 명의 데이터가 해커에게 도난당해 종종 판매용으로 시장에 나왔다.


특히 개인의 다양한 암 및 유전 질환에 대한 소인predisposition뿐만 아니라 행동 경향, 심지어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취약성까지 드러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민간 기업에게 금광과도 같은 유전정보의 도난 사건이 수없이 발생했다. 올해 파산을 신청한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유전체 및 생명공학 회사 23앤드미23andMe는 2023년 해킹 공격으로 인해 약 100만 개의 유전 데이터 포인트가 도난당해 다크 웹에서 구매 가능하게 되었다고 확인했다. 해커들은 거의 700만 명의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했으며, 인종, 표현형, 가족 데이터를 포함한 수백만 개의 상세한 개인별 유전 프로필을 판매용으로 내놓았다.


보안되지 않은 생리적 건강 데이터는 이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건강 여정, 가장 깊은 생각, 자살 충동을 온라인에서 의도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브로커들은 그 정보 또한 거래한다. 듀크대학교 연구진은 많은 데이터 중개업체들이 우울증, 주의력 장애, 불면증, 불안, ADHD, 조울증을 겪는 개인에 대한 매우 민감한 데이터를 공개적으로 광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구매자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사용에 대한 통제도 거의 없이 이 데이터를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된 데이터 중개업체 다수가 최소한 식별 가능한 데이터를 제공할 능력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듀크대학교 보고서는 경고했다.


이것이 미칠 수 영향은 심대하다. 이미 인종, 결혼 여부, 심지어 미디어 소비에 대한 중개업체 제공 데이터를 보험료 책정에 사용해 온 보험 회사들은 이제 상세한 건강 및 유전 정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호주의 한 사례에서는 한 남성이 단지 유전적 구성 때문에 생명보험 가입을 거부당했다. 이러한 현상이 곧 취업, 입학, 주택 입주 자격 심사 등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어 생물학적 데이터가 편견과 배제의 무기가 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2021년 말 병이 시작될 무렵, 나는 특정 유형의 개인정보를 민간 기업과 공유하는 데 더 편안함을 느꼈다. 나의 운동 루틴, 수면 패턴, 생활방식 선택과 같은 세부 정보는 모바일 앱 개발자와 공유하더라도 비교적 무해해 보였다. 최악의 결과라고 해봤자 동네 헬스장이나 다이어트 식단에 대한 타겟 광고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과 기타 기존 보호 장치들이 나의 핵심적인 개인 정체성에 대한 더 민감한 데이터를 오용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이라고 안심했다.


법적 데이터 프라이버시 체제는 일부 정보는 무해하지만 다른 정보는 본질적으로 더 민감하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이러한 구분이 타당했다. 데이터 가닥들을 연결하고 패턴을 식별할 수 있는 고급 컴퓨팅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예를 들어 호흡 패턴에 대한 정보는 성적 지향에 대한 세부 정보보다 덜 민감했다.


더는 그렇지 않다. 이제 데이터는 훨씬 더 다용도로 활용될 수 있으며 머신러닝 도구는 가장 평범한 정보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행동 및 건강 예측을 생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호흡 패턴에 대한 데이터는 얼굴 표정과 결합될 때 당신이 누구에게 성적으로 끌릴 수 있는지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예측을 내놓을 수 있다. 2023년 한 논문에서 개인정보 보호 학자인 대니얼 솔로브Daniel J Solove는 데이터 분석의 새로운 시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개인 데이터는 거대한 태피스트리와 같아서, 여러 종류의 데이터가 서로 얽혀 있어 가닥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빅데이터와 강력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인해, 대부분의 비非민감 데이터는 민감한 데이터에 대한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다시 말해, AI 시대에는 우리 몸과 건강에 대한 사소한 정보조차도 결합되어 우리에 대한 정교한 예측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가 공유하는 거의 모든 데이터가 잠재적으로 민감한 정보일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면 '민감성'이라는 개념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된다. 그렇다면 데이터 보호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온라인에서 우리의 신체와 그 경계를 어떻게 간주할 것인지에 대한 대대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우리가 공유하는 특정 유형의 데이터에 집착하는 대신, 우리의 전반적인 건강과 안녕에 대한 단서를 드러내는 모든 데이터의 잠재적 영향으로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 내가 암을 발견했을 때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질문들을 이제는 해야 한다. 단일 데이터 포인트가 다른 데이터 세트와 결합될 경우 어떤 해를 끼칠 수 있을까? 그러한 데이터가 집계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와 그 행방에 대해 더 큰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이 있다. 데이터 집약적인 모바일 앱 사용을 제한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하는 검증된 실적을 가진 플랫폼을 선택하며, 무엇을 공유할지 선택하기 전에 제3자가 데이터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고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저장소는 개인 데이터를 도난당하거나 해킹당할 가능성을 더 높인다. 사용자가 제어하는 하드드라이브와 같은 로컬 데이터 저장 솔루션으로 회귀함으로써, 사람들은 기업이나 정부가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제한할 수 있다.


그리고 법이 있다. 데이터가 잘못된 사람의 손에 들어가거나 우리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주된 이유는 건강 데이터 수집의 급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독특한 문제들을 해결할 강력한 법적 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며, 특히 더 이상 전통적인 의료기관만 이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모바일 헬스 앱이나 특정 유전자 검사 회사와 같이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부 기관들은 (이미 우리가 목격한 것처럼) 병원이나 의사들과 동일한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들은 데이터 보호법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규제는 데이터 사용과 피해의 복잡성을 간과하는 혼란스럽고 일관성 없는 보호 조치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고 비판한다. 법이 데이터 유형보다는 특정 방식으로 사용될 때 모든 데이터가 생성할 수 있는 위험과 해악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시 말해 특정 데이터 범주를 제한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테크 기업들이 자사의 데이터 관행이 어떤 사용자에게도 해를 끼칠 위험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더 많은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주는 이미 '나의 건강, 나의 데이터 법My Health, My Data Act'으로 진전을 이루었는데, 이 법은 식료품 구매 정보나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같은 비건강 데이터에서 파생된 추론을 포함한 모든 건강 관련 추론에 대해 광범위한 개인정보 보호를 제공한다. 검토의 범위 또한 확대되어야 하며, 과거보다 테크 기업에 훨씬 더 큰 부담을 지워야 한다. 건강보험 이전 및 책임에 관한 법(HIPAA)은 1996년에 전통적인 의료 제공자의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통과되었다. 이제 그 법의 적용 범위는 현재 법의 범위를 벗어나 운영되고 있는 모바일 헬스 앱 개발자를 포함하여, 건강 데이터를 관리하거나 건강 관련 추론을 하는 테크 기업들까지 포함해야 한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 체제의 단점이 드러남에 따라, 소비자의 신뢰와 데이터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적 접근법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단순한 법규 준수를 넘어, 예를 들어 사용자에게 데이터 사용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을 부여하는 인간 중심적 동의 메커니즘을 플랫폼에 통합함으로써 사용자를 유지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기본적인 권리로서 존중, 보호, 우선시되기를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암 진단을 받기 오래전부터, 나는 디지털 환경이 우리의 신체적 자율성 및 온전성과 교차하는 방식에 매료되어 있었다. 2017년에 딸을 낳았을 때, 이 우려는 더욱 커졌다. 낯선 사람이 내 허락 없이 딸의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은 사소한 디지털 침해조차 내 안에서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그런 침해가 나를 그토록 깊이 불안하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면 인식 기술이 몇 초 안에 누군가를 식별하고 온라인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내 몸뿐만 아니라 딸의 몸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는 느낌은 더욱 불안하게 다가왔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우리 삶의 많은 측면에 대한 권한을 포기하게 만드는 신경 쓰이는 경험이지만, 이러한 극심한 '디지털 무력감'은 새로운 엄마가 된 나에게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두려움을 남겼다.


개인적인 경험과 연구를 통해 이제 내가 깨닫는 것은, 미묘한 생물학적 데이터가 인간의 몸과 마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크게 확장시키는 동시에 조지 오웰의 소설 같은 디스토피아를 허구에서 현실로 바꿀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이 정보를 너무나 자유롭게 포기하려는 우리의 의지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율성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 건강에도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며, 우리 의료 시스템의 온전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환자로서의 우리의 안전과 보안을 위협한다. 데이터 기반 혁신이 진정으로 우리의 안녕을 향상시켜 우리가 데이터를 더욱 기꺼이 넘겨주게 되고 그 데이터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사용되어 광범위한 상업적 감시와 소수 기업의 손에 막대한 생명정치적 권력이 집중되는 연료로 사용될 수 있는 미래를 고려할 때, 이는 특히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방향을 바로잡기에 늦지 않았다고 믿는다. 산업의 과도한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입법 개혁을 추진하는 것 외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얼마나 포기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하며 디지털 소비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나는 내 딸이 온라인에서 자신의 신체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그것이 소셜미디어에서 낯선 사람과의 상호작용이든, 민간 기업 및 정부 기관과의 관계에서든—진정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 나는 그녀를 위해 신체적 자율성에 대한 존중이 '빠르게 움직이고 기존의 것을 파괴하라'는 주문으로 정당화되는 예외가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 기본값이 되는 미래를 그린다. 그래야만 우리는 기술 발전의 궤도를 진정으로 공평하고 인간적인 미래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율리아 케셰뤼는 헝가리 출신의 연구자로 신기술, 사회 정의, 행동주의의 교차점을 연구하며 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해왔다. 모질라 재단의 선임 기술정책 펠로우, 글로벌 비영리 단체 'The Engine Room'의 전무 이사를 역임하며 기술 규제와 데이터 권익 옹호에 앞장서 왔다.



‘집 없는 억만장자’로 유명했던 투자가 겸 자선가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이젠 집을 마련해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이 설립한 베르그루엔연구소에서 발행하는 매거진. 2014년 허핑턴포스트와 파트너십으로 발행했던 월드포스트가 그 시초로, 현재는 자체 웹사이트 위주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성향은 두드러지지 않으나 대체로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국제정세, 철학, 테크놀러지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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