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25년 10월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미국 정상회의에서 정상들과 단체사진을 찍은 뒤 반응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5.11.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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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일요일 아침 도널드 트럼프와 마주한 자리에서, 악명 높게 예민한 성격의 미국 대통령을 향해 농담을 던질 만큼 편안해 보였다.
"우리는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저는 감옥에 있었고, 당신은 거의 갈 뻔했죠." 안와르는 자신이 9년 동안 수감됐던 이력과 트럼프가 지난해 34개 혐의로 재판 받은 일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안와르의 농담은 양국 정상 사이에 형성된 친근감을 반영한다. 이는 말레이시아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중 첫 아시아 방문을 맞아 극진한 환대를 베푼 결과였다. 트럼프의 이번 임기에는 미국과 이 지역 주요 교역국들 사이에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어 있다.
말레이시아 전투기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접근할 때 호위 비행을 했고, 트럼프에게 태국-캄보디아 간 휴전협정 서명식에서 중심 무대에 서서 박수 받을 기회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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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첨은 효과가 있었다. 두 시간 만에 미국과 11개국 구성체인 아세안(ASEAN) 회원국들 사이에 무더기 무역협정과 핵심 광물 관련 합의가 체결됐다.
인구가 거의 6억8000만 명에 이르는 아세안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산층을 보유한 지역 중 하나이며, 2030년까지 세계 4위 경제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 국가들에게 전하는 우리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미국은 여러분과 100% 함께하며 앞으로도 수세대에 걸쳐 강력한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는 일요일 오후 다른 정상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발언은, 그의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와 해외 원조 삭감의 직격탄을 맞았던 동남아 국가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바라보는 시각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관세는 미국의 동남아 내 위상에 확실히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싱가포르의 로런스 웡 총리는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렇게 말했다.
올해 들어 미국이 사실상 이 지역을 외면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국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을 배가해 왔다. 수십 년 동안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여러 동남아 국가들은 갈수록 중국을 더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인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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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는 종종 규모가 더 큰 주변국들에 가려졌지만, 반도체, 전기차에서 석유화학, 제약에 이르기까지 필수재 글로벌 제조 및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들 제품 상당수는 결국 미국으로 향한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했던 많은 동남아 국가는 미중 양국이 더욱 멀어지는 지금, 이 두 초강대국과 동시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고 느끼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와 협력하며 위험을 분산시키려 했던 초기 전략이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습니다"라고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샹그릴라 대화의 동남아 안보·국방 선임연구원인 에반 락스마나는 말한다.
아세안은 1967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이 아시아 내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벽으로서 설립했다.
처음부터 아세안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오랫동안 미국은 이를 자신의 동맹국들 사이에 비즈니스, 투자, 방위 협력을 상호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미국은 아세안을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핵심 도구로 보았다.
오바마는 아세안의 가장 큰 지지자 중 한 명이었으며, 8년 임기 동안 다른 어떤 미국 대통령보다 더 많은 아세안 회의에 참석했다. 2011년 오바마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유럽과 중동과의 오랜 관계보다 이 지역을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는 실질적으로 '동남아시아 중시'였습니다." 호주 로위연구소 동남아 프로그램 책임자인 수재너 패튼의 말이다. 그는 "오바마가 아세안 회의에 참석했는지는 미국이 이 지역에 얼마나 관심을 두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종종 간주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바마가 9년 전 퇴임한 이후 미국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를 찾은 것은 단 세 차례뿐이다. 2017년 트럼프가 마닐라를 방문했고, 2022년 바이든이 프놈펜을 방문했다. 바이든은 그해 말 아세안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그리고 지난주 트럼프가 다시 아세안을 찾았다.
지정학 전략가이자 알파지오(AlphaGeo) 최고경영자인 파라그 칸나는 미국과 동남아의 불안정한 관계가 트럼프가 첫 임기 초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데서 시작됐다고 본다.
TPP는 호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환태평양 국가 간 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한 협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100시간 만에 트럼프는 10년에 걸쳐 마련된 무역협정에서 미국을 철수시켰다.
"이 지역 안에서 미국은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하는 인식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칸나는 말한다. "미국은 이제 자기들에게 가장 유리한 거래를 얻기 위해 훨씬 다변적인 동맹 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 이후 아세안을 비롯해 중국,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블록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출범시켰다. 아세안 주도로 출발한 이 협정이었지만, 현재는 중국이 가장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아세안 사이에는 여전히 깊은 연계가 존재한다. 미국은 아세안의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국으로, 이용 가능한 최신 통계인 2023년 기준 744억 달러, 즉 전체 유입액의 3분의1을 차지했다. 반면 중국은 175억 달러로, EU에 이어 세 번째였다.
이 지역에서는 6000개가 넘는 미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와의 무역은 미국 내 62만5000개의 일자리를 지탱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잠시 중국을 제치고 아세안의 최대 수출 시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상호관세' 체제는 이러한 긴밀한 무역·비즈니스 관계를 와해시킬 위협이 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제안된 관세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같은 국가는 각각 46%, 49%의 관세 부과를 통보받았다. 두 나라는 모두 미국으로 신발과 의류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핵심 공급국이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기업들이 중국 외 제2 생산 거점을 구축하려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약화시키며 '팩토리 아시아'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이후 수개월간 이어진 관세 협상에서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은 명목 관세율을 약 19% 수준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이 과정은 미국에 대한 불신을 남겼다. 또한 향후 반도체와 같은 특정 산업에 대한 관세가 추가되면 특히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발표된 브랜드 의약품에 대한 100% 관세는 싱가포르와의 무역을 훼손할 수 있는데, 싱가포르는 해당 분야의 주요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웡 총리는 자국 정부가 면제 협상을 위해 미국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산 제품이 동남아를 거쳐 우회 수출된다는 의혹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이른바 '환적'(換積) 상품에 대해 4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 관세 조치는 동남아 국가들에게 중국 의존도를 줄이라는 압박으로도 작용한다. 그러나 동남아의 생산에 필요한 대부분의 원자재와 중간재가 중국산인 현실에서 이는 매우 어려운 요구다.
"환적 관세는 정말 큰 문제입니다."라고 무디스 애널리틱스 국제경제 책임자인 가우라브 강굴리는 말한다. "단기적으로 이는 동남아 공급망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입니다."
올해 동남아 국가들이 겪은 또 다른 타격은 트럼프가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대폭 축소한 결정이었다. USAID는 지난해 아세안 국가들에 8억3700만 달러 이상을 배정해 말라리아·결핵 퇴치, 인신매매 대응, 지뢰 제거 등 광범위한 사업을 지원해왔다. 60년 넘게 이 기관은 지역에서 공산주의와 중국 영향력 확산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핵심 도구였다.
로위연구소의 패튼은 "USAID 자금 삭감 같은 전 세계적 정책은 동남아시아에서의 미국 소프트파워에 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준다"고 지적한다.
트럼프의 2기 행정부에서 그의 동남아에 대한 관심은 제한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7월 말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서 치명적 충돌이 발생하자 상황이 잠시 달라졌다. 5일간 이어진 분쟁은 약 40명의 사망자와 30만 명의 이재민을 낳았다.
트럼프는 자신을 "평화의 대통령"으로 부각시킬 기회로 보았다. 말레이시아의 안와르가 태국-캄보디아 정상 간 휴전 협상을 준비하던 와중, 트럼프는 두 나라 정상에게 직접 전화해 전투를 멈추지 않으면 무역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휴전 협상이 끝난 뒤 양국 정상들은 트럼프의 개입을 칭송했고, 캄보디아는 그를 노벨상 후보로 추천했다. 이어진 몇 주 동안 휴전 협상에 참여한 세 동남아 국가의 상호관세율은 모두 인하되었다. 캄보디아는 49%에서 19%로, 말레이시아는 24%에서 19%로, 태국은 36%에서 19%로 낮아졌다.
유라시아그룹의 동남아 담당 책임자 피터 멈퍼드는 "휴전 협상은 이들 국가의 역학을 크게 바꿨다"며 "이때 처음으로 미국이 이들의 무역 협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거래 중심 외교 방식이 동남아 전역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그는 대사 인선으로도 불쾌감을 일으켰다.
싱가포르의 경우, 트럼프는 플로리다에 기반을 둔 정형외과 의사 안자니 시나를 대사로 지명했다. 그는 트럼프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골프 대회에 함께 참여한 인물이다. 하지만 시나는 7월 인준 청문회에서 싱가포르나 아세안과 미국의 관계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못해, 싱가포르에서 그의 적격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또한 호주계 미국인 보수 논객 닉 애덤스를 말레이시아 대사로 지명한 결정은 무슬림이 다수인 말레이시아에서 거센 반발을 불렀다. 스스로를 "알파 남성"이라고 부르는 애덤스는 맥주, 레어 스테이크, 그리고 노출도가 높은 여성 점원들로 유명한 미국 체인 레스토랑 후터스를 좋아한다고 말해왔다.
그는 가자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는데, 이는 인구의 40% 이상이 무슬림인 동남아 여러 국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이다.
필리핀은 미국의 동남아에 대한 들쑥날쑥한 관심 속에서 명확한 예외로 남아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점점 공격적으로 나오는 중국과의 분쟁 상황에서 필리핀을 거듭 지지하고 방어할 것이라고 약속해왔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집권 이후 필리핀과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수역에서 반복적으로 충돌하고 있으며, 마르코스는 2022년 취임 이후 중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미국과 과거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아세안비즈니스위원회 지역 총괄이자 전 주베트남 미국 대사인 테드 오시어스는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이 그들을 단순히 거래 대상으로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관계를 가치 있게 여기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과거 여러 차례 중국에 맞서 왔습니다. 중국의 부상 속에서 우리는 이들을 친구이자 동맹, 파트너로 필요로 합니다."
미국이 대체로 동남아에 무관심해진 사이, 중국은 영향력을 공고히 할 기회를 포착했다. 중국은 2009년부터 아세안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며, 특히 니켈과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주요 투자국이기도 하다. 동남아 전역을 잇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중국이 인프라 개발의 핵심 파트너로서 지역 내 입지를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의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이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정치 전략 강대국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올해 조사에서, 만약 아세안이 두 강대국 중 하나와 손을 잡아야 한다면 미국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중국을 앞섰다. 이 조사는 관세와 USAID 삭감 발표 이전인 1~2월에 실시됐다.
트럼프가 4월 관세를 발표한 지 며칠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여러 동남아 국가를 방문하며 중국의 이익을 확대할 또 다른 기회를 포착했다. 그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방문해 다자주의와 개발도상국 간 협력을 옹호하며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했는데, 이는 트럼프와 대조적이다.
시진핑은 4월 베트남 언론 기고문에서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은 승자가 없으며, 보호무역주의는 무익할 뿐"이라고 썼다. "우리는 이웃들과의 우정을 쌓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중국의 구애는 계속되고 있다. 리창 총리는 5월 아세안·걸프 정상 특별회의의 특별 게스트로 참석했고, 지난주에는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희토류가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전장이 되면서, 동남아의 천연자원도 또 하나의 경쟁 요소로 떠올랐다. 미국이 호주, 태국, 말레이시아와 핵심 광물 접근권 협정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 역시 말레이시아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핵심 광물 수요의 약 13%를 공급하는 말레이시아는 2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로 추정되는 막대한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안와르 총리는 향후 5년간 말레이시아가 채굴·정제 분야의 국내 역량을 개발해 연간 최대 3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4월 시진핑의 말레이시아 방문 당시에도 희토류 정제가 협력 가능 분야로 논의됐다.
동남아 국가들이 긴밀한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대상은 중국만이 아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이 지역 국가들로 하여금 역외 국가나 블록과 자유무역협정을 찾아 나서도록 만들었다.
"이는 아세안이 얼마나 적응력이 뛰어난지를 보여줍니다." 싱가포르의 전 주UN 대표 키쇼어 마부바니는 이렇게 말했다. "아세안은 지정학적 바람이 바뀔 때 어떻게 몸을 굽히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달 싱가포르는 뉴질랜드,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미래 투자·무역 파트너십'(FITP)의 세 창립 회원국 중 하나가 되었다. 이는 중소 규모 국가들이 더 깊은 연대를 구축하고 개방적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새로운 협의체다.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유럽의 여러 국가들과 말레이시아가 추가로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럽연합(EU)는 9년 전 처음 협상을 시작한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여러 동남아 국가들과의 무역협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관세가 발표되기 전 이미 브릭스(BRICS)에 가입했으며, 라틴아메리카의 메르코수르(Mercosur)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도 협상 중이다. 베트남 역시 같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 웡 총리는 지난주 아세안과 EU 사이에 더 긴밀한 협력 가능성이 있다며,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 기존의 무역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이것을 무역을 활성화할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세계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방향을 잡으려 할 때, 동맹을 바꾸는 일은 위험할 수 있다.
무디스의 강굴리는 "이들 국가들은 가능한 한 오래 실용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모든 쪽에서 승자를 찾으려 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극도로 어려운 균형 잡기"라고 말했다.








우리는 동남아시아를 내려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긴 시간을 본다면 동남아시아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인구는 6억 8000만에 육박하고, 개별 국가들도 인구가 1억 가까이 되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현재 경제성장률도 우리가 부자라고 생각하는 동북아시아보다 높습니다. 물론 미얀마나 캄보디아처럼 '실패한 국가'들도 있긴 하고, 필리핀은 아직도 정치가 불안합니다. 물론 아직은 교육수준이나 1인당 GDP가 한국, 일본, 대만에 비하면 많이 낮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현 경제성장률, 풍부한 자원, 젊은 인구 등을 볼 때 동남아 국가들의 잠재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 동남아를 챙겼던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두번이나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미국으로선 중국 견제를 위해 동남아를 잡아야 합니다. 반대로 중국 역시 인도태평양으로의 출구를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중국 제조업의 배후지역을 만들기 위해 동남아를 잡아야 합니다. 이런 치열한 지정학적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바로 동남아입니다. 왜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비싼 대사관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만들고 있을까요? 파이낸셜타임스의 10월 28일자 '빅리드' 기사는 트럼프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발행했던 것인데, 미국의 대 아세안 정책에 대해 우려를 보입니다. 과연 트럼프는 아세안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