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評천하] '마두로 이후' 베네수엘라는 어떻게 될까

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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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 AFP=뉴스1) 김경민 기자 =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 위치한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2026.1.5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26.01.0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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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습작전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가 뉴욕으로 압송되었습니다. 군사작전으로 안 보일 정도로 짧은 시간에 쿠바인 대통령 경호원 등 수십 명의 사망자만 남긴채 마두로 체포와 압송이 이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당분간 운영(run)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군사작전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체면을 크게 구겼습니다. 군사작전이 이뤄지기 몇 시간 전, 마두로는 시진핑 중국주석이 보낸 특사를 만났습니다. 마두로는 미국과 대치하면서 중국에 더욱 의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특사가 수도 카라카스에 있다는 것이 미국의 군사작전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러시아에서 제공한 대공레이더는 미국 전투기들의 최첨단 전자전 앞에서 전혀 기능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오직 공군과 특수부대, 그리고 아마도 CIA 요원들만 가지고 이번 작전을 완벽히 이행했습니다.


하지만 전투, 작전과 전쟁은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전투, 작전은 사실(fact)의 영역이지만, 전쟁은 의지(will)의 영역입니다. 전투, 작전은 행위이고, 전쟁은 상태입니다. 전쟁을 하겠다고 전의(戰意) 즉 전쟁의지를 밝히고 나면 아무런 전투와 작전이 없더라도 이미 전쟁 상태입니다. 반대로, 전투가 벌어져도 전쟁의지가 없으면 전쟁 상태가 아닙니다. 삼국지연의(삼국지)에 제갈량이 맹획을 일곱 번 풀어주고 일곱 번 잡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것이 실제 있었던 일인지 허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갈량의 '칠종칠금'(七縱七擒) 이야기는 전의(戰意)의 중요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제갈량은 맹획집단의 전의를 완전히 꺾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야 마음으로 굴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습공격은 상대방의 허를 찔러 적은 비용을 들이고 성공을 거두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만 기습공격에 허를 찔린 적은 '단지 기습을 당했을 뿐'이라면서 전의를 쉽사리 꺾지 않습니다. 적은 오직 상대방의 압도적인 힘과 그 앞에서 무력감을 경험한 후에야 완전히 전의를 내려놓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습으로 베네수엘라의 기득권 세력, 특히 물리력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습니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세력은 경찰 등 공안세력, '콜렉티보'라고 불리는 준군사조직, 일부 군 부대를 지휘하는 카베요 내무장관 세력, 군을 지휘하는 파드리노 국방장관 세력, 콜롬비아 내전이 중단된 후 국경을 넘어 베네수엘라로 남부 지역으로 이동해온 좌익 게릴라 세력, 그리고 밀림이나 산악지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무장갱단들입니다. 이들은 서로 반목하고 경쟁하면서 협력도 해왔습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들을 서로 싸워 하나로 뭉치지 못하도록 비밀작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이들이 분열되어 있는 것이 '마두로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내전 상황을 만들어낼 위험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무장 세력 중에서 가장 위험해보이는 것은 카베요 내무장관 세력입니다. 카베요는 1992년 차베스와 함께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이 있는 이른바 '차베스 혁명'의 원년 멤버, '개국공신'입니다. 한때 부통령을 역임하기도 했고, 한번은 정변이 발생해 차베스 대신 대통령 대행을 짧게 맡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차베스 후임으로 대통령이 될 것이라 믿었던 것 같은데 마두로에 자리를 빼았기기도 했습니다만, 어쩌면 마두로보다도 더 셀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미국 당국에 의해 거액의 현상금이 걸려 있는 사람으로 마두로와 함께 미국의 적으로 공인되어왔습니다. 특히 그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책에서 매파를 대표해왔던 루비오 국무장관(예전엔 플로리다 연방상원의원)과 앙숙이었습니다. 카베요가 루비오를 암살한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카베요는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온건파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미국의 이번 군사작전에 대해 보복을 공공연히 다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파드리노 국방장관은 카베요에 비해서는 덜 위험한 사람으로 평가되지만 그는 군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마두로는 대통령 재직중 경찰이나 군에 많은 특혜를 제공했습니다. 예컨대 베네수엘라 군대는 규모가 훨씬 큰 미국 군대보다 장성 수가 곱절 많습니다. 보통의 군대라면 중령, 대령으로 있어야 할 사람이 장성이 되어 특권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석유와 금 채굴권에도 군이 많이 개입해 있습니다. 군과 경찰은 단지 무력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富)도 누려왔습니다. 이런 그들이 쉽사리 기득권을 내놓을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이 너무 강해지면 과거 미얀마 군부가 그랬듯 일시적으로 타협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겉으로 민주화를 받아들이는 척 하면서 민선정부와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가 상황이 유리해지면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되찾아오는 것입니다.


작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야권지도자 마차도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집권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녀는 노벨상을 '트럼프에게 돌린다'는 식으로 말했을 뿐 '이 상은 트럼프가 받아야 마땅하므로 수상을 거부한다'라고 행동까지 취하지는 않아 트럼프가 그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적인 감정 문제보다는 베네수엘라의 복잡한 정치 지형을 풀어나가기에 당분간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마차도에게도 아직 집권의 기회는 있습니다. 로드리게스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 카베요 내무장관, 파드리노 국방장관, 준군사조직들, 콜롬비아에서 건너온 좌익 게릴라들, 무장갱단들, 그리고 국내외 야권세력들 사이에서 정부를 이끌어가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습니다. 자칫 베네수엘라가 내전의 수렁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미국은 군대가 카리브지역에 묶이면서 동아시아의 대중(對中) 봉쇄망을 느슨히 풀어야 할 가능성도 배제 못 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N 산하의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UN이라는 다자기구를 더 이상 믿고 활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물론 차기 대통령이 다시 복귀할 수도 있겠지만 트럼프와 MAGA주의자들은 UN 등 국제기구를 불신해왔습니다. 그들은 기후변화 등 미국 민주당이나 유럽 좌파들이 추진하는 PC주의 계열의 정책에 국제기구가 명분을 제공해왔다고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UN 및 국제기구의 존재를 잘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일본의 쇼군-덴노(天皇) 시스템에 비유해보겠습니다. 비록 실권은 에도의 쇼군이 갖고 있고 교토의 덴노는 의식(儀式)적 역할을 할 뿐이지만, 쇼군 역시 덴노가 담당하는 의식이 필요했습니다. 말하자면 쇼군은 하드파워를, 덴노는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에 아직도 1950년 UN 안보리 결의로 만들어진 UN군을 두고 있는 것도 UN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현재의 한국 주둔 'UN군'은 이름뿐인 조직이지만, 1950년의 한국전쟁이 아직 휴전상태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다시 전쟁이 재개된다면 한국과 미국은 UN군이라는 이름으로 UN 깃발을 들고 전쟁을 치를 수 있습니다. 미국 성조기를 들고 진격하는 미군과 UN군 깃발을 들고 전진하는 미군은 국제적인 어필이 다를 것입니다. 트럼프는 소프트파워의 힘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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