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중국이 그리는 새로운 세계질서

중국은 자국의 경제력으로 개발도상국들을 규합해 유엔에서 서방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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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버그=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 도착하고 있다. 2023.08.23.

2023.09.01 08:56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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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에게는 정치적 성공의 레시피가 하나 있습니다. 과거 소련의 지시에 따라 도시 중심의 투쟁을 전개하다 패퇴해 수천 킬로미터의 대장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중국공산당은 이후 마오쩌둥의 전략에 따라 농촌과 도시 주변부를 먼저 공략한 후 최종적으로 도시들을 공략해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중국공산당은 미국 및 서방과 맞서는 세계전략에서도 일종의 '마오이즘'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도상국이 대다수인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를 평등한 세계질서라는 깃발 아래 결집시켜 미국과 서방에 맞서겠다는 것입니다. 유엔 등의 국제 포럼에서 미국의 일극 패권을 비난하면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제창하고, 글로벌사우스를 포럼에 적극 참여시키기 위해 브릭스BRICS, G20, 상하이협력기구 등의 회원국을 확대해나가겠다고 합니다. 어쩌면 미국은 이에 맞서 '서방'을 강화하기 위해 G7을 확대개편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과 호주를 G7에 참여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이런 세계적 차원의 '마오이즘' 전략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이 지금처럼 경제성장을 계속 해나간다면 머지않아 부유해진 중국과 개도국들의 이해가 일치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글로벌사우스를 대변할 나라가 중국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보다 인구가 많고 소득수준이 낮은 인도가 그 역할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는 많은 부분에서 대립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세계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할지는 모르지만 한때 세계질서를 규정했던 미국 '일극체제'가 저물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철수, 2007년의 금융위기 등에서 드러난 미국 리더십의 한계, 그리고 중국과 인도의 부상 등에 의해 향후 세계질서는 더욱 불확실해질 것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합종연횡'하는 외교의 시절이 돌아왔습니다.


2021년 9월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이 "중요한 연설"을 했을 때, 그 내용은 듣기 좋은 상투적 표현을 모아 놓은 것 같았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필요하며 경제발전이 모두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별로 없어서 세계 언론은 대체로 이 연설을 무시했다. 하지만, 이후 그 내용이 구체성을 점차 갖게 됨에 따라 그 연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되었다. 시진핑이 그 연설에 기반해 '글로벌 발전 구상GDI'라는 새로운 계획을 제안했기 때문인데, 이 구상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대안적 세계질서를 위한 중국측 청사진의 기초로 인정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글로벌 발전 구상'은 개발도상 국가들을 위해 발전을 도모하고 빈곤을 줄이고 보건을 개선하는 중국 주도의 계획이다. 하지만, 시진핑이 제안한 두개의 후속 구상, 즉 '글로벌 안보 구상GSI'과 '글로벌 문명 구상GCI'과 함께 '글로벌 발전 구상'은 글로벌사우스의 지지를 모아내기 위한 중국의 가장 대담한 움직임이며, 이렇게 모아낸 지지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유엔UN에서 중국의 위상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측 관리들과 평론가들의 설명이다.


"[시진핑의 구상들은] 2차세계대전 이후 서방이 함께 만들어낸 세계질서의 규범들을 다시 쓰겠다는 중국의 가장 명확한 의사를 보여줍니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위지에余杰의 말이다.



"이러한 구상들은 국제관계 안에서 자신이 운신할 공간을 확장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잘 보여주는데, 중국은 서방과의 관계가 향후 10년간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리들과 평론가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중국의 청사진에 있어서 열쇠는 중국 주도로 여러 나라들을 여러 그룹으로 묶어낸 후 각 그룹을 확대하고 자금도 대주면서 중국의 리더십을 서서히 제도화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전략의 목표는 대체로 두 개로 나뉘어지는데, 첫번째는 세계의 많은 지역이 중국의 통상과 투자에 문호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에서 개발도상국(개도국)들의 투표를 활용해 중국의 힘과 가치를 세상에 퍼지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위한 중요한 관련 사항이 있는데, 글로벌사우스에 대한 강해진 리더십 추구를 통해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에 명운을 베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152개국은 이른바 선진국들보다 최근 20년간 인구 규모, 인구 증가율, GDP 증가율, 구매력평가PPP로 잰 세계경제성장 기여도 등 여러 지표에서 앞서 있다.


중국의 동우증권東吳證券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에 대한 수출분 합계보다 더 많이 '일대일로' 관련 개도국들에게 수출했다.


2021년 어느 국제포럼에서 시진핑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개도국 가족의 영원한 일원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국제질서에서 개도국들의 대표성과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중국이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그리고 그것을 통해 개도국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국제기구들의 리스트가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다.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G20는 물론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가 아니다. 중국은 자신이 주도하고는 독자적인 그룹 몇몇의 회원국 수를 확대하고 그 존재감을 제고하려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다.


"새로운 세계질서를 확립하려는 중국공산당의 노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스탠포드대 중국경제제도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쉬청강許成鋼의 말이다.


"권위주의 정권을 갖고 있는 개도국들, 특히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갈등하고 있는 나라들은 중국이 추진하는 새로운 질서가 자신들의 권위주의 체제와 대외 정책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특색의 다극체제

금융, 통신, 보건, 기아饑餓 구제 등의 부분에서 글로벌 질서를 규율하는 15개 산하 기구를 갖고 있는 유엔은 중국의 세계구상 및 영향력 확대 계획 속에서 "핵심 중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급 중국 관리의 말이다.


유엔은 시진핑의 세가지 구상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측 노력이 집중되는 곳이다.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움직임은 새로운 유엔 포럼인데, 중국이 2020년에 설립했다. "글로벌 발전 구상의 친구들 그룹"이라는 이름의 이 포럼은 중국의 공식 문건에 따르면 70개 회원국을 가지고 있고 장관급 회의를 한 차례 개최했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공인을 받았다.


유엔 대변인과 중국 관리들에 따르면, 이 그룹의 회원국 전체 리스트는 비밀이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가 탐문을 통해 회원국으로 믿어지는 20개 국가의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이를 보면 주로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중국에 가장 많은 채무를 지게 된 나라들이다.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중국 금융기관들은 2013년 이후 개도국들에게 인프라 건설을 위해 거의 1조달러(1325조원)를 빌려줬다.


미국 소재 연구소인 에디드데이터AidData의 조사는 파이낸셜타임스가 회원국으로 추정해 리스트에 올린 20개 국가들이 유엔에서 투표할 때마다 중국 입장을 지지하는 놀라울 정도의 일관성을 보여왔음을 보여준다. 2013년과 2020년 사이에 이들 국가들은 유엔총회의 투표에서 중국과 동일하게 투표하는 경우가 75%를 넘었다. 유엔총회는 주요 정책결정 기구로서 글로벌 위기들에 대해 권고를 하거나 유엔에 내부 인사를 관리하거나 유엔의 예산을 감독한다.


중국의 수출에서 미국, 유럽연합, 일본 수출의 비중(붉은색)과 일대일로 사업이 추진 중인 국가 수출(푸른색)의 비중이 2023년 들어 역전됐다. /그래픽=FT

중국의 수출에서 미국, 유럽연합, 일본 수출의 비중(붉은색)과 일대일로 사업이 추진 중인 국가 수출(푸른색)의 비중이 2023년 들어 역전됐다. /그래픽=FT


이 조사에 따르면, 캄보디아,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짐바브웨의 경우(이 나라들은 모두 중국에 채무를 크게 지고 있다) 총회에서 중국과의 투표 동조율이 80% 이상이었다.


채무의 규모와 투표 동조율의 상관관계는 샘플 전체에 걸쳐 일관되었다. "유엔 총회 투표에서 중국과 같은 입장을 보이면, 중국으로부터 두둑하게 상을 받는거죠." 에이드데이터의 대표인 브래들리 파크스의 말이다. "중국은 전통적인 국제정치 게임법에 따라 돈을 주고 대외정책의 지지를 삽니다."


"평균적으로 중국과의 투표 동조율이 10% 증가하면 중국으로부터 받는 원조와 차관이 276% 증가한다." 브래들리 파커스가 액슬 드레허 등이 저술한 '중국의 대외금융 전략Banking on Beijing'의 유엔총회 투표 패턴 조사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물론 이러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이들 국가들이 단지 빚 때문에 중국을 따라 투표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정치적 지지, 무역과 투자, 개도국에 공통된 아젠다 등 다른 요소들도 이런 패턴을 만드는데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동조는 향후 중국측이 유엔총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외교적 자산을 보여준다. 호주 소재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의 유엔 전문가 코트니 펑Courtney Fung의 말이다.


"중국은 유엔의 투표와 논의에서 이러한 관계들을 활용해 유엔과 산하 기구에서 중국측 입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또 전반적인 지지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유엔 전략은 로비에도 초점을 맞춘다. 중국 관리들의 말에 따르면, 중국정부가 유엔의 193개 회원국들 중에서 대다수인 개도국 152개국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중국의 입장이 이기게 될 것이며 따라서 국제문제에서 중국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최근 유엔 총회의 결의는 폭넓은 이슈들에 대한 것이었는데, 평화유지 활동을 위한 예산문제, 팬데믹 예방,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의 최근 경험이 잘 보여주듯, 중국을 지지하는 개도국들의 투표가 결정적이었던 것은 유엔총회처럼 매우 큰 회의장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중국의 인권문제를 논의하자는 서방의 제안을 기각했는데, 많은 개도국들이 중국의 입장을 지지했던 것이다. 인권이사회는 47개 회원국을 가지고 있는데, 19개국이 서방의 제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17개국이 찬성표, 그리고 11개국이 기권했다.


인권이사회의 16년 역사에서 논의를 해보자는 논의 제안이 기각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였다. 서방측의 패배가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몇 주 전에 중국 서북부 신장지역에서 무슬림 소수자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심각한 인권 유린"이 있었다는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의 발표가 있었는데도 논의 제안 자체가 기각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이 외교적 승리 직후 중국은 대부분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에 빚을 지게 된 66개국의 지지를 받아 중국의 인권상황을 칭찬하는 유엔 선언을 통과시켰다. 이 선언에 서명한 회원국은 중국을 비난한 반대 선언에 서명한 주로 서방국가인 50개국을 수에서 능가했다.


이런 일회성의 외교전을 넘어 중국은 "글로벌 개발 구상의 친구들 그룹"을 활용해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측의 주요 개념들에 맞서는 중국의 대안 개념들을 띄우면서 이념전을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진정한 다자주의" 개념인데, 중국은 이것이 '모든 나라들의 동등한 지위'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공식 문건에 따르면, 이러한 새 비전은 중국이 비판하는 '미국주도 세계질서의 폐단들'에 맞서는 것으로서, 중국은 미국주도의 세계질서를 "이름만 다자주의이지 사실은 친미블록 정치"라고 규정하거나 다자주의라는 명분 아래 "소수 국가들이 만든 규칙을 강제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한다.


"중국의 개념정의에 따르면 중국이 말하는 '다자주의'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자는 것입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국방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콜린 코Colin Koh의 말이다.


또 다른 중국의 핵심전략은 중국을 세계평화의 친구로 이미지 메이킹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부분적으로 중국의 전략 파트너인 러시아가 작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중국이 받게 된 이미지 훼손을 고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중요한 것이 '글로벌 안보 구상'인데, 시진핑이 작년에 제기한 것으로서 중국 주도의 다자 포럼으로 계획된 것이다.


중국관리들에 따르면, 이 구상의 목적은 세계적인 안보 이슈에 있어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중국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는 안보 이슈에서 유엔의 역할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며 동시에 유엔의 평화유지활동 체계에서 중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유엔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은 '글로벌 개발 구상'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시진핑의 세가지 '구상'의 공통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즉, 완전히 새로운 세계질서를 모색하기 보다는 유엔의 권위를 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유엔의 평화유지활동 예산에 두번째로 큰 기여국이며, 코트니 펑의 조사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의 다른 상임이사국 4개국이 제공하는 유엔평화유지군 병력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병력을 제공하고 있다. 12명 이상의 중국군 장교가 유엔 평화유지 활동의 군사적 토대가 되는 평화작전부Department of Peace Operations에서 고위급 직책을 차지하고 있다고 펑은 지적한다.


1997년 이래 평화작전부의 수장은 프랑스군 장교가 맡아왔는데, 중국은 향후 어느 시점에 중국군 장교가 평화작전부나 평화작전부의 주요 3개 조직의 수장을 맡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중국 관리들이 말한다.


중국에게 있어서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권위를 실어주는 것은 중국이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3월,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서 역사적인 평화 중재를 성사시켰는데, 이로써 양국간의 7년간 지속된 갈등을 종결지었다. 그리고 5월에는 시진핑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사이의 4개조 평화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 관리들은 사우디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관련 포럼에도 참석했다. 유럽 관리들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측의 참여가 "건설적"이었고, 중국측이 후속 회의에도 계속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기구 확대

"진정한 다자주의"(즉 '모든 나라의 동등한 지위')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에 불구하고, 중국은 사실 유엔 개혁에 대해 복잡한 입장을 보인다. 중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함께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하나라는 지위를 내심 즐기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P5"로 불리는 이 지위에 따라 중국은 '거부권'을 가진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겉으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수를 현재의 5개에서 확대한다는 개혁안에 대해서는 열려있는 입장을 갖고 있는 척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비밀리에 상임이사국을 일본과 인도까지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데, 이들 두 나라가 중국의 전략적인 적이기 때문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외교관들이 설명한다. 이러한 반대에 따라 "G4"로 불리는 독일, 브라질, 인도, 일본을 새로운 상임이사국으로 받아들이자는 안은 공중에 떠있는 상태가 되었다.


난양공대 연구소의 콜린 코에 따르면, 이러한 입장은 유엔의 정책결정과정에 진정한 다자주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중국이 핵심적인 정책결정 권한을 P5의 독점에서 떼어내려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중국이 계속해서 자신을 글로벌사우스의 흔들리지 않는 충실한 대변자로 내세우는데에는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콜린 코의 설명이다.


유엔 이외에도 중국은 개도국들의 국제포럼 참여를 강화하는 수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자신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서방과 대결하는 핵심 포럼 중 하나로 생각하는 G20에서 아프리카 55개국을 회원국으로 가지고 있는 지역기구인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을 회원으로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첫번째 나라가 되었다. 오는 9월 뉴델리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연합의 회원가입이 결정되면 G20은 G21로 확대될 것이며 개도국의 투표권은 선진국과 그 수에서 거의 같아지게 된다. 중국은 또한 브릭스 그룹도 현재의 회원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에 더해 회원국을 더욱 확대하려 하고 있는데, 브릭스를 선진국 그룹인 G7에 대한 대항축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외교관들에 따르면, 브릭스에 가입신청을 한 나라가 20개국이 넘는다고 한다1.


곧 확대할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다자 기구는 상하이협력기구인데, 중국이 설립한 이 기구는 정식회원국으로 9개국을 두고 있고, 조만간 벨라루스를 10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다. 회원국들 중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 4개국은 핵무기 보유국이며,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ECFR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 그룹을 '중러가 이끄는 반서방 블록'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하이협력기구의 회원국 구성은 중국식 다자주의가 여러 곳에서 보여주는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중국은 불투명한 잣대를 이용해 여러 구상들을 론칭하면서 기구의 회원국들에게 그룹 내 다른 회원국과의 구원舊怨들을 그냥 넘어가도록 하는데, 구체적으로 그런 갈등요소를 치유하는 메커니즘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예컨대 상하이협력기구는 회원국으로 파키스탄과 인도를 가지고 있는데, 서로 공개적으로 적대적인 관계다. 인도와 중국도 여러 부분에서 긴장관계에 있다.


"이들 구상의 모호한 표현들에 따라 회원국들은 그 이상理想에 대해 립서비스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립서비스를 가지고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글로벌 비전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스팀슨센터의 중국 프로그램을 이끄는 쑨윈孫韻은 이렇게 말을 잇는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어느 정도까지만 중국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요구가 선을 넘는다고 생각하면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행동할 것입니다."



1888년 창간된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 경제지. 특유의 분홍빛 종이가 트레이드마크로 웹사이트도 같은 색상을 배경으로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도 자유주의 성향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식을 갖고 있는 화이트 칼라 계층이 주 독자층입니다. 2015년 일본의 닛케이(일본경제신문)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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