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P/뉴시스
2025.05.02 15:44
그는 원자에 집착한다. 선견지명을 가진 벤처캐피탈리스트 피터 틸은 최초의 원자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가 과거 미국 정부가 "임무를 완수하는 방식"의 전형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오랫동안 "원자"(하드웨어)를 희생시키면서 "비트"(소프트웨어)에 과도하게 집중한 게 미국의 경제 침체를 초래했다고 주장해왔다. 2015년에 그는 미국에는 깨끗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원자력 시대"가 필요하다고 썼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비전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최상위층에 있다. 그의 비전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있다.
4월 중순, 틸의 가장 큰 벤처캐피털(VC) 회사인 파운더스펀드는 미국에서 우라늄을 농축하는 최초의 민간 자금 지원 스타트업이 되는 것이 목표인 제너럴매터General Matter가 5천만 달러(725억 원)를 확보한 펀딩 라운드의 주요 투자자였다. 세간의 주목을 피하는 성향의 틸로서는 드물게 그는 회사의 이사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제너럴매터의 야망의 크기를 고려하면 이 투자는 단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새로운 종류의 첨단 원자로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현재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어떤 것보다 최대 4배 높은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을 생산하는 기술을 기초부터 개발하고자 한다. 아마도 수십억 달러가 들 것이다.
이 신생 회사는 파운더스펀드와 앤드리슨호로위츠와 같은 마가(MAGA) 친화적 VC들의 지원을 받는 노골적으로 애국적인 스타트업 그룹의 일부로,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사고방식을 대표한다.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하고 경제적 자급자족을 포용함에 따라 이들 기업은 그 결과로 나타나는 기회를 잡고 있다. 제너럴매터는 미국의 우라늄 공급에 대한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과의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에너지 안보를 제공하며, 전적으로 미국 기술과 자금에 의존할 것이라고 자랑한다. 로스앤젤레스 소재로 해변에 가까이 위치한 이 회사는 '맨해튼 비치 프로젝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제너럴매터는 평범한 이름(이안 플레밍의 유니버설 엑스포츠를 연상시키는)과 비밀스러운 분위기(빨간 벽돌로 지어진 사무실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다)를 가지고 있지만 그 혈통은 흥미롭다. 창업자인 스콧 놀란은 파운더스펀드의 파트너이자 일론 머스크의 로켓 회사인 스페이스X의 전 엔지니어이다. 창업 멤버인 리 로빈슨은 정보 분야에서 일했다. 만약 틸과 머스크가 비밀리에 기업적 사생아를 가졌다면 제너럴매터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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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트럼프의 첫 임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에너지부(DOE)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고수준저농축 우라늄(HALEU)을 만들 계획이다. 이는 언젠가 AI 혁명에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는 소형모듈식원자로(SMR)를 위해 5~20% 사이로 농축된 핵연료이다. 오늘날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저농축 우라늄(LEU)은 5% 미만이다. 러시아는 현재 2028년에 만료되는 제재 면제 제도 아래 거의 모든 HALEU를 포함하여 미국 핵연료의 35%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대체 공급원을 찾기 위한 탐색이 진행 중이다.
제너럴매터는 어떤 우라늄 농축 기술을 개발 중인지 그리고 농축 플랜트가 어느 지역에 위치할 것인지 공개하기를 거부한다. 놀란은 스페이스X처럼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엔지니어들은 영리한 20대부터 은퇴 연령의 원자력 산업 베테랑까지 다양하다고만 말한다.
파운더스펀드와 미국 정부는 제너럴매터를 왕자처럼 대우한다. 2024년에 법인으로 설립되기 거의 1년 전부터 이 회사는 연방 정부의 주목을 받았다. 2023년 초, 에너지부는 이 회사를 70개 회사로 구성된 HALEU 컨소시엄의 일부로 지정했다. 2024년 말, 이 회사는 정부에 HALEU를 공급하기 위한 27억 달러(4조 원) 계약을 놓고 경쟁할 자리를 따낸 4개사 중 하나였으며, 최대 34억 달러(약 5조 원) 규모의 LEU 계약을 위해 경쟁 중인 6개사 중 하나였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승인되었다. 이 회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원자력 혁신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샌프란시스코의 파운더스펀드 사무실 주소 외에는 회사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던 경쟁사들은 이 회사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나 그런 복잡한 혁신을 약속하고 정부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수 있었는지 아연실색했다. "틸의 사무실에서 원심분리기를 돌리지는 않겠죠. 그건 확실해요." 한 사람이 농담했다. 그리고 스페이스X의 엔지니어링 원칙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로켓이 폭발하는 것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원자력 산업에서는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아요."
심각한 문제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틸과 그의 추종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돈을 벌 기회를 놓쳤다. 페이스북과 스페이스X의 초기 후원자 중 하나인 틸은 대세를 거스름으로써 165억 달러(24조 원)의 재산을 모았다. 2016년 그는 트럼프를 지지한 실리콘 밸리의 첫 번째 저명 인사였다.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그는 현재 미국의 부통령인 전 동료 JD 밴스의 초기 정치 경력에 자금을 지원했다.
게다가 틸과 파운더스펀드는 지금까지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사용해 미국 국가안보를 지원하는 고도로 민감한 작업을 수행하는 회사들을 키운 역사를 갖고 있다. 하나는 2003년에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돕기 위해 설립된 빅데이터 회사인 팔란티어로, 현재 1800억 달러(260조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두 번째는 미국 군산복합체를 교란시키고 있는 자율 무기 제조업체인 안두릴로, 최근 140억 달러(20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두 회사의 전 직원들과 틸의 투자회사 출신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했다.)
파운더스펀드의 파트너이자 안두릴의 공동창립자 중 한 명인 트레이 스티븐스는 제너럴매터를 삼부작trilogy의 세 번째로 묘사하며, 미국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에너지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새로운 원자력 역량을 구축하는 데 있어 중국에 완전히 뒤처지고 있어요." 그는 파운더스펀드가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포함한 다른 민감한 공급망의 국내화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인다.
제너럴매터 앞에는 큰 장애물이 있다. 첫 번째는 닭과 달걀의 문제이다. HALEU 공급망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이 연료에 의존하는 첨단 원자로를 건설하기 어렵다. 그러나 새로운 원자로에 미래가 있다는 것이 분명해질 때까지 HALEU를 만드는 것은 투기적이고 자본집약적인 도박이다. 에너지부의 지원은 그 딜레마를 극복하는 걸 목표로 한다. 4월 9일, 에너지부는 일부 SMR에 첫 번째 배치batch의 HALEU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에너지부가 SMR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이나 우라늄 생산을 위한 국내 공급망을 보장할 수 없다.
두 번째 장애물은 경쟁이다. 에너지부가 HALEU 공급 경쟁을 위해 선정한 다른 세 회사는 기반이 탄탄하다. 여기에는 두 유럽 핵연료 공급업체의 미국 자회사가 포함된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정부로 구성된 컨소시엄인 우렌코Urenco와 대부분 국영인 프랑스 기업 오라노Orano이다. 세 번째 회사는 한때 미국 정부의 일부였으나 현재는 상장 기업인 센트러스에너지Centrus Energy이다. 2023년 센트러스는 70년 만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HALEU 20kg를 생산했다. 제너럴매터는 자사의 기술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양의 HALEU를 생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지적하듯이, 이 회사는 아직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허가를 공식적으로 신청하지 않았는데 이 승인은 받는 데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워싱턴대학교의 실리콘밸리 사학자인 마가렛 오마라는 틸과 같은 자유지상주의자들이 냉전의 절정기에 정부 경제 개입의 황금기를 회상하는 부조화를 지적한다. 그는 이것을 "아인 랜드1Ayn Rand가 제공하는 우주 시대"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실리콘밸리가 원자탄 탄두를 위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언급한다. 그 후 1960년대에 반핵 "평화주의자들"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실리콘밸리는 국가안보 기술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만약 틸이 원하는 대로 된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핵폭탄보다 더 많은 걸 가져올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가장 영향력 있고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인 피터 틸이 다시 한번 산업계와 정치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4월 20일자 기사에서 벤처캐피털 거물인 틸과 그의 회사 파운더스펀드가 최근 에너지, 국방 등 국가 핵심 인프라와 직결된 하드웨어 분야, 이른바 '애국적 스타트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새로운 전략을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이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잠재적 재등장 가능성과 맞물려, 미국의 기술, 자본, 그리고 국가 안보가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융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흐름입니다.
기사의 중심에는 '제너럴매터'라는 베일에 싸인 신생 기업이 있습니다. 파운더스펀드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틸 자신이 직접 이사회 멤버로 합류한 이 회사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및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동력이 될 고성능 핵연료(HALEU)를 미국 내에서 민간 최초로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에너지 기술 개발을 넘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미국의 국가적 목표와 깊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너럴매터의 등장은 틸이 오랫동안 주창해 온 '원자' 중심의 미국 산업 부흥 비전이 구체화되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움직임과 실리콘밸리의 변화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원자력 기술 및 첨단 산업 강국인 한국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격화되는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첨단 기술의 공급망 확보, 에너지 안보 강화, 그리고 차세대 원자력 기술 표준 경쟁은 한국의 경제 및 국가 안보 전략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특히 SMR 상용화의 핵심 과제인 HALEU 연료 확보 경쟁과 미국의 관련 정책 동향은 한국의 원자력 산업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틸과 같은 인물들이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의 '애국적 기술 투자'는 글로벌 기술 지형과 지정학적 환경 변화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